회고 #1
나는 가방을 무겁게 들고 다니는 습관이 있다. 그날 해야할 일 중에 중요한게 뭔지 정하지를 못해서 일단 다 챙겨보고 나중에 내키는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서였다.
그런데 최근에 건강검진 겸 뇌파 검사를 했다가 뇌가 산만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정확하게 ADHD 진단검사를 받은 건 아니라 단정할 수는 없지만 내 뇌가 확실하게 산만하다는 걸 알게 되니까 어릴 적부터 내가 왜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하고 가방에 모든 것을 다 챙기고 다니고, 모든 문제도 두루뭉실하고 큼직하게만 보았는지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주 실행
그래서 이 문제도 극복할 겸 안해봤던 1-pager라는 개념을 적용해서 내가 만들고 있는 프로덕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원래 문제를 쪼개 순차적으로 본다는 법도 몰랐지만 문서에 디테일한 생각을 적어내려가는 거 자체를 힘들어한터라 1-pager를 작성해보는 것이 상당히 힘들었다.
다만 오히려 글로 가시화 해보니 내가 그동안 너무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넘어 크게 봤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능력 밖의 최종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니 엄두가 안나고 진행을 못했던 것이다.
1-pager를 작성하면서 당장 할 수 없는 95%를 제거하고 나는 지금 당장 확인하고 싶은 가설 하나를 딱 뽑아냈다. 많은 걸 바라지도 않는다. 현재 내가 실험해서 확인하고 싶은 것은 '내 프로덕트가 타겟하고 있는 니치시장의 크기'이다.
" '니치시장'? 만약 그게 돈이 되면 진작에 대기업이 들어갔겠죠. 블루오션이 왜 블루오션이겠어요. 돈이 안되니까 블루오션인 거에요. 큰 규모의 사업을 꿈꾼다면 검증된 레드오션이 나을텐데요?"
예전에 어떤 사업가 분께 멘토링을 받았을때 이런 말을 들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문제는 내가 단 한번도 메이저 취향을 가졌던 적이 없다는 것이다. 부끄럽게도 나는 대중적인 코드를 모른다. 어떤 느낌인지는 알겠는데 그걸 내걸로 소화해서 재창조를 못한다. 대중의 사랑을 받을만한 사업 서비스를 만들 자신은 없다. 그리고 나는 사회생활을 해본 적도 없다. 그래서 '일터'와 관련한 프로덕트는 꿈도 못꾼다.
결과
그런데 '취미생활'과 관련한 부분이라면? 초록은 동색이라고 나는 나와 같은 취향의 사람들을 알고 있고 이들의 고민도 들어본 적 있다.
나이브한 생각일 수 있지만 돈이 꼭 안되는 분야라고 우리 같은 사람들의 고민은 방치될 이유가 있을까?
이 분야가 아날로그의 영역이기 때문에 더더욱 시장 자체가 외면 받았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나는 내 프로덕트로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차치하고 우선 '시장의 존재여부와 크기'를 확실하게 내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졌다. 이게 전제되지 않고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내가 무엇에 집중해야하는지 심플한 한 줄을 뽑았으니 검증과정 실험을 설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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