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하세요? 그럼 무료로 절대 풀지 마세요.
· 초기 고객에게 공짜로 주면, 매출보다 정보를 먼저 잃는다.
“올 연말까지 유료화하려 합니다."
“…음, 대표님, 내일 유료화해보세요."
IR콜에서 내가 했던 말이다. 대표님 표정이 잠깐 굳었던걸 기억한다. 무리한 요구처럼 들렸을수도 있겠다. 프로덕트의 방향에 대한 내용도 아니고, 투자 라운드에 대한 조언도 아니다. 가뜩이나 예민한, 무려 고객에게 돈을 받는 일을 이렇게 대충 얘기한다니.
아직 제품이 덜 다듬어졌고, 고객도 몇 없고, 지금 돈 얘기를 꺼내면 그나마 있는 사용자도 떠날 것 같았을테니까.
그 마음을 안다. 나도 오래 믿었다. 공짜로 뿌려서 먼저 쓰게 만드는게 순서고, 유저, 레퍼런스 수가 쌓이면 돈은 따라온다고. 그러나 그 순서로 가면 매출만 늦어지는게 아니라 피와 살이 되는 정보가 먼저 사라진다는걸 나중에 알았다.
1️⃣ 유료화는 매출이 아니라 데이터.
왜 돈돈 거리나? 돈을 받는 순간 네개의 데이터가 한꺼번에 답으로 돌아온다.
A. 돈 낼 가치가 있나,
B. 고객군 중 누가 지불 의향이 있나,
C. 그중 누가 가장 많나,
D. 그가 얼마를 낼 의향이 있나.
나는 이중, B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머리 상상 속 존재를 실제로 눈으로 마주보고 얘기할 수 있다는것. 이렇게 생겨먹은 사람이 우리가 앞으로 평생 다뤄야 하는 유형의 사람이라고 관찰하게 된다는것. 더이상 내안에 답이 없고, 돈을 주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고 인지하게 되는점.
그럼 무료 사용자한테 물어보면 안 되나? 물어볼 순 있는데 답이 같은 값으로 안 온다. 이 제품에 아무것도 걸지 않았으니 가볍게 쓰고 가볍게 의견을 낸다는게 문제다. 유료 고객은 다르게 묻는다. 그 건을 올린 사람 이름이 결재선에 남아있으니 이 제품이 진짜 문제를 풀어주는지 깊게 파고든다.
팀 내부 점검에서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무료 사용자 수만 크면, 내가 먼저 확인하는건 그 수가 아니라 왜 아직 아무도 돈을 안 냈는지다. "아직 안 물어봤다"면 실행 리스크로 적고, "물어봤는데 안 냈다"면 제품과 시장 리스크로 적는다. 앞쪽은 이번 분기에 지울수 있고, 뒤쪽은 라운드 하나가 필요하다.
무료 유저 서빙은 서버비만 아니라 온보딩과 CS, 기능 요청 대응까지 팀의 제일 비싼 시간을 태우는 지출이다. 가격 정보는 한 줄도 안 쌓인다. 같은 Runway를 태워도 무료로 태운 쪽엔 사용자 수만 남는거다.
한국은 무상 PoC가 당연한 관행이라는 얘기, 대기업 구매팀 상대해본 대표라면 다 아는 얘기고 부정할 생각도 없다. 다만 백번 양보해서, 그 자리에서 받아낼 대가가 꼭 돈일 필요는 없다. 현업 부서 리소스를 얼마나 배정받는지, 데이터를 얼마나 열어주는지도 사실상 값이다. 금액을 못 받으면 그 리소스라도 계약서에 박아두자.
2️⃣ 미국에선 공짜가 호의로 안 읽힌다.
공짜 말고, 깎아주는게 훨씬 좋다. 체감상 무료 PoC는 고객도 투자자도 진지하게 안 본다. 게다가 $5k에서 $10k는 담당자가 procurement 없이 재량으로 승인해서 내부 리소스를 배정한다. 고로 첫 거래는 작게라도 끊자.
계약서엔
A. 파일럿 기간(30일~),
B. 수치화한 프로젝트 성공 기준,
C. 넘기면 연간 계약으로 간다는 조항,
D. 파일럿 비용 차감.
이 네 가지만 넣고, 사인은 담당자 말고 예산 쥔 사람과 하자.
할인을 해야 하는 경우엔, 예를 들어 정가가 $20,000라고 하면, 첫 3개 고객에게 $5,000로 풀어줘도 된다.
여기선 깎아주는 형태로는 쓰지 말고, 정가는 계약서에 그대로 박고, 차액은 로고 사용권과 케이스 스터디, 레퍼런스 콜과 맞바꾼 Design Partner 조건이라 적어도 된다. 한번 내려간 가격은 갱신 때 다시 못 올리는 경우가 많고 미국 VC는 그 갱신 숫자를 NDR로 보기 때문이다.
3️⃣ 돈보다 먼저 받아내야 하는 전리품이 있다.
POC와 유료 고객에게서 뜯어내야 하는 목록을 중요도 순으로 추려본 적이 있는데, 1위는 고객이 타사 제품과 비교해준 경쟁 분석 자료다. 돈 쓰는 쪽은 왜 우리를 골랐는지 내부에 설명해야 하니 비교표를 직접 만들기 때문이다. 공동 2위가 레퍼런스 요청과 선주문,
3위가 고객 사례 연구다. 전부 돈을 낸 고객만 준다. 공짜로 쓰는 사람은 경쟁사와 비교해주지도, 이름 걸고 추천해주지도 않는다.
정리.
· 유료화는 매출 이벤트라기보다 질문에 가깝다
· 한국의 무상 PoC 관행에서도 리소스 배정은 받아낼수 있다
· 경쟁 분석 자료와 레퍼런스는 돈 낸 고객만 준다
지금 쓰는 사람마저 떠날까봐 가격표를 못 붙이는 마음, 이해된다. 그래도 이번 주에 한 곳만 골라서 내일 유료화해보자.
그 "내일"을 4주 안에 실제로 돌려보는게 Founder Sprint 8기가 하는 일이다. 무료 사용자 수 말고, 첫 $5k가 어디서 나오는지부터 같이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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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기 모집 중 (11/9-12/4, 마감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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