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산업과 핀테크
일반적으로 보험산업은 보수적인 금융 서비스 분야 중에서도 유독 디지털 기술의 변화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상품 설명이나 가입 등의 절차를 보험설계사가 직접 고객과 대면하여 처리하는 전통적 방식을 유지해 왔다. (IT를 기반으로 진화하는 보험, 인슈어테크_ SKT Insight)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이 발달하면서 보험설계사와 직접 만나거나 전화를 통해 가입 상담을 하는 대신 보험회사의 웹사이트나 앱을 통해 고객이 직접 자신의 정보를 입력하고 선호하는 보험상품에 가입하는 형태인 '다이렉트 보험'등이 출시되면서 비대면 채널을 통한 보험 가입도 일부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서비스의 많은 영역이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보험이 금융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은 물론이고 고객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장의 빠른 변화와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발맞추어 보험 상품을 다각화하거나 서비스 방식을 효율적으로 전환하는 데 미진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비자동화 운영방식은 서비스 제공 단계에서뿐 아니라 보험에 가입한 고객이 보험금을 청구하는 과정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 오면서 소비자들이 보험 서비스에 불편을 느끼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많은 경우 고객들은 계약 이전단계에서부터 복잡하게 쓰여진 보험약관을 명확히 이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계약이 체결된 이후에도 사후 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진료비 영수증 또는 보험 청구서 등을 일일이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이러한 일련의 서비스 관련 불편함은 보험상품의 필요성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과 함께 계약의 투명성에 대한 신뢰를 저하하는 주된 원인을 제공함으로써 고객과 보험사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아무리 잘 계사뇌어 설계된 상품이라고 할지라도 일반 소비자들이 이해하고 활용하는데 불편함을 느끼는 한 이를 개발하고 판매하는 보험회사에도 결국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소비자의 편의 증진이라는 절대적 목표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한 아무리 현재 높은 시장 점유율과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조금 더 넓은 관점에서 살펴보면 보험상품의 구조와 보험금 지급의 투명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팽배한 가운데, 경제전반에서 보험업계의 역할에 대한 비판도 늘어나고 있다. 인구가 점차 고령화되고 소득격차가 증가하면서 사회경제적 안전장치로서 보험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보험업계가 이렇다 할 만한 혁신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 역시 보험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전바적인 신뢰를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수년 사이 데이터 분석기술, 인공지능을 통한 금융 서비스에서의 로보 어디바이저의 활용 등 핀테크의 다각적이고 급속한 발달은 보험산업에도 새로운 도전과 함께 활력을 불어넣었다. 고객의 입장에서 더 좋은 상품을 더 낮은 가격에 더 편리한 방식으로 제공하는 것을 경쟁력이자 서비스의 가치로 여기는 핀테크의 영향으로 보험업계도 상품의 개발에서부터 고객 서비스 채널의 운영에 이르기까지 서비스의 전 영역에 걸쳐 보다 고객친화적으로 변화될 것을 요구받게 된 것이다. 첨단 기술과 편리함으로 무장한 인슈어테크 서비스가 진부한 보험에 지쳐 있던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하여 보험가입자의 생활 패턴에 대한 정보를 분석하고 그에 가장 적합한 보험 상품 및 가입 조건을 제시하거나, 과거에 고객 상담 및 자문에 소요되던 많은 인력을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보 어드바이저가 대체하면서 그에 따른 비용 절감으로 보험가입 비용을 낮출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상 보험은 다른 금융업계보다 핀테크로 인한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분야이다. 이는 현재까지 보험 분야에서 첨단 기술의 활용도가 다른 금융 서비스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보험은 상품 자체가 고객의 일상 생활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고객 맞춤형 간편 서비스 제공'을 핵심 가치이자 경쟁력으로 하는 핀테크를 활용하면 서비스 제공에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에 없었던 특화된 다양한 상품을 제공함으로써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이를 통한 새로운 수익 모델을 발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인슈어테크의 등장과 발전이 보험산업의 변화에 가져오는 가시적 영향력은 이제 겨우 눈에 보이기 시작했을 뿐이다.
보험이 제공하는 혜택이 불확실하다는 점은 불활실한 미래의 위험을 대상으로 보험료를 지불하게 되는 보험 자체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소비자들이 복잡한 상품구조와 약관 등으로 인해 자신이 가입했거나 가입할 가능성이 있는 보험상품의 편의성과 투명성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측면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보험업계가 인슈어테크의 등장이 가져온 기술과 서비스의 변화를 통해 고객 중심의 더욱 효율적이고 편리한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면 이로 인한 소비자의 혜택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이고 금융산업의 중요한 축인 보험산업이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는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실제로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PwC의 조사에 따르면 생명보험의 연간 보험료를 기본 1천 달러로 가정할 때, 생명보험회사가 미국 내 생명보험 가입자를 10% 늘릴 경우 약 160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시장을 조성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의 보험서비스에 대한 불만과 필요한 서비스의 부재로 인해 잠들어 있던 잠재적 시장을 혁신적인 기술과 서비스로 깨울 수 있다면 잠들어 있던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보다 낮은 비용으로 개개인에게 꼭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불필요한 비용이나 복잡한 절차로 인한 소비자들의 불편도 크게 개선되고 비용 효율성도 향상시킬 수 있게 된다.
이에 인슈어테크 스타트업들이 선택한 두 가지 방식은 고도의 데이터 분석을 통한 고객맞춤화 서비스 전략과 모바일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서비스의 디지털화를 통한 비용절감 전략이다. 사실상 개별 고객에게 맞춤화된 상품 및 서비스의 부재는 전통적인 보험 서비스의 가장 큰 약점이자 보험 서비스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을 가중시켜 온 핵심 요인이었다. 개인별 사고 위험 확률은 천차만별임에도 불구하고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의 구조나 가격은 대체로 일률적으로 적용되어 왔다. 보험은 원래 그런 것이라고 오랫동안 받아들여졌던 통념이 핀테크의 등장으로 대출, 결제, 투자 등 금융 서비스의 각 분야에서 고객들의 요구에 맞춤화된 한층 획기적이고 비용면에서도 효율적인 서비스들이 가능해지면서 더 이상 고객들의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미국의 자동차보험사인 프로그레시브는 '스냅샷' 이라는 앱을 통해 가입자의 실제 운전습관, 즉 급브레이크 횟수, 야간운전 횟수,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빈도수, 그리고 일정 기간 동안 운전횟수 등을 관찰한 뒤 이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개인별로 차별화된 할인율을 제공하고 있다. 목표 달성을 통한 보험 할인율을 개인별로 차별화할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더 안전한 운전습관을 형성해 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고객의 생활패턴에 맞춤화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건강보험 분야에서도 2012년 설립된 미국의 인슈어테크 보험사 오스카는 스마트워치, 피트니스 모니터 등 디지털 기기를 통해 개인의 건강습관을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험 할인율을 적용하는 방식의 보험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오스카 앱을 통해 고객들은 화상으로 의사와 상담할 수 있고 집에서 처방전을 받을 수 있으며, 진료 가능한 의사 및 병원의 목록을 앱을 통해 한눈에 찾아볼 수 있다. 고객들은 앱 또는 컴퓨터를 통해 자신의 건강 상태를 기록하게 되며, 보험사는 나이, 지역, 수입 및 다양한 요인들을 종합한 리스크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한 결과에 따라 개인별 보험 금액을 책정한다. 의사의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병원에 방문해야 하고 진료 후 보험금을 수령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정산 단계를 거쳐야 하는 기존의 보험 서비스에 비하면 획기적으로 소비자들의 편의를 향상시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복잡한 절차와 서비스 이용 과정의 단순화는 자연히 운영 비용의 절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최종 단계의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오스카의 새로운 보험 상품 판매 및 서비스 제공 방식은 보험 가입부터 보험료 산정, 그리고 추가적인 의료 서비스의 이용까지 고객이 간소화된 절차와 낮은 비용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함으로써 단기간에 뉴욕과 뉴저지에만 4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한 수천 달러 규모의 보험사로 성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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