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스터는 재즈를 듣는다. (HLTJ 탄생 배경)
저의 첫 번째 프로젝트 혹은 브랜드의 정식 명칭은 HLTJ입니다.
보시다시피 '힙스터는 재즈를 듣는다'는 의미의 'Hipsters Listen To Jazz' 준말입니다. 다소 직설적이면서도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이름을 붙이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힙스터 (Hipster)'의 어원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단어, '힙스터 (Hipster)'.
아마 대부분의 분들이 힙합의 힙 (Hip)에서 유래했을 것으로 짐작하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2-30대 젊은 세대 사이에서 패션과 행동이 멋진 힙합 뮤지션들을 가리켜 '힙하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세간에 널리 알려지게 됐으니까요. 하지만 실상은 이와 조금 다릅니다. '힙스터'는 힙합이 탄생하기 훨씬 전부터 사용된 매우 오래되고 유서 깊은 단어입니다.
1940년대 뉴욕, 델로니어스 몽크 (Thelonious Monk)라는 재즈 피아니스트가 있었습니다. 그는 당시 재즈 씬에서 가장 유행하던 장르인 '비밥 (Bebop)'을 선봉에서 이끌던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으로 평가받습니다. 그의 음악은 조금 특이합니다. 마치 피아노를 갓난아기가 장난감 갖고 놀듯 연주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몽크 만큼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재즈 연주에 접근하는 뮤지션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그런 까닭에 그의 음악은 재즈 팬들 사이에서조차 호불호가 매우 갈리고, 국내에도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편입니다.
[유대인 전통 모자, 키파를 착용한 채 연주 중인 Thelonious Monk]
그가 대중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독특한 패션도 한몫합니다. 주로 모자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이는데, 유대인들이 쓰는 키파뿐 아니라 청나라 전통 모자, 중절모, 비니, 밀짚모자 등 연주 때마다 다양한 스타일의 모자를 착용하며 이를 라이브 영상에서 찾아보는 재미도 꽤 쏠쏠합니다. (값비싸 보이는 화려한 장신구는 덤입니다.)
1940년대에는 앞서 언급한 비밥이 미국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 가장 핫한 음악이었습니다. 소위 '멋을 좀 아는 친구들이 향유하던 희소성 높은 문화 중 하나'였던 셈이지요. (지금으로 따지면 테크노나 딥 하우스, 덥스텝 정도 되겠네요.) 그들은 주말 밤마다 재즈 클럽을 들락거리며 유흥을 즐겼고, 자연스레 비밥 뮤지션들의 패션, 더 나아가 라이프 스타일까지 모방하기 시작했습니다.
[주트 수트 차림을 한 비밥 뮤지션들 (좌측부터 Thelonious Monk, Howard McGhee, Roy Eldridge, Teddy Hill)]
그리고 이때부터 '힙스터'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주로 주트 수트 (Zoot Suit) 차림을 하고, 여유로운 태도와 냉소적인 겸손(?)을 갖춘 당대의 트렌디세터를 지칭하는 용어였습니다. 본래 이들은 '헵캣 (Hepcat)'으로도 불렸으나, 재즈 뮤지션들이 '힙하다'라는 표현을 자주 쓰면서 자연스레 '힙스터'로 바꼈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델로니어스 몽크는 당시 힙스터들 사이에서 말 그대로 가장 '힙'한 뮤지션 중 한 명이었습니다. 음악도 잘 만들고, 연주도 특이한데다가 옷도 잘 입으니 인기가 없을 이유가 없었죠. 그가 착용한 화려한 장신구들을 보면 마치 현재 흑인 힙합 뮤지션들의 플렉스 (Flex)를 보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받습니다. 거의 100년 전이니 원조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네요.
[화려한 액세서리를 즐겨 착용했던 Thelonious Monk]
이제는 브랜드명이 좀 이해되시나요? 네, 그렇습니다.
'재즈 듣는 사람들은 힙스터 (멋쟁이)'라는 의도를 담고 싶었습니다. '멋쟁이들은 재즈를 들어야 한다'는 캠페인 목적도 있고요.
엄밀히 말하면 '힙스터는 재즈를 들었었다'가 정확한 표현인 것 같긴 합니다. 요즘 힙스터들은 재즈를 거의 안 들으니까요. 하지만 재즈가 서브컬처에서 벗어나 다시금 주류문화의 중심으로 우뚝 서길 간절히 바라는 저의 간절한 염원을 반영했습니다. (또,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고군분투 중이기도 하고요.)
저는 재즈를 '기회의 음악'이라 정의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현재 듣고 있는 팝, 록, 힙합, 그리고 일렉트로닉 등 재즈의 숨결이 닿지 않은 현대음악 장르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결국, 재즈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느냐의 차이만 존재할 뿐입니다. 더 나아가 재즈가 패션, 영상 심지어 파인아트에 이르기까지 문화예술 트렌드 전반에 미친 영향력은 실로 어마어마합니다. 1940년대 힙스터들은 하나같이 주트 수트를 입고, 잭슨 폴록의 그림과 오슨 웰슨 감독 영화에 열광하며 비밥을 듣기 위해 매일 밤 재즈 클럽을 찾았습니다. 패션, 미술, 영화 그리고 음악에 이르기까지 그들만의 공통된 취향을 공유하고, 유행을 선도하는 일종의 ’문화예술 집단‘을 형성한 셈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누리던 문화예술의 '대상'은 점차 대중에게도 알려져 각기 다른 영역에서 오늘날까지 혁신과 발전을 거듭해왔습니다.
결국, 제가 목표로 하는 HLTJ 존재 가치는
재즈로부터 파생된 서브컬처 (혹은 소수문화)를 통해 '문화예술 유산 (Heritage)'의 본질을 탐구하고, 이를 개선 및 발전시켜 새로운 문화 트렌드 형성에 기여한다.
로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결국 "재즈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모든 힙한 콘텐츠를 다루겠다"는 의미입니다.
[바우하우스 디자인 탄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Wasilly Kandinsky의 작품 <Untitled> (1923)]
Everything starts from a dot.
모든 것은 점으로부터 시작된다.
오늘날 산업 디자인의 근간을 마련했던 러시아 구성주의 화가, 바실리 칸딘스키 (Wassily Kandinsky)가 한 말입니다. 미술작품은 무한한 창의력과 표현 가능성을 지닌 작은 점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그의 예술철학을 잘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단 미술 분야뿐 아니라 우리네 삶, 곳곳에 적용할 수 있을만큼 깊은 통찰력을 지닌 명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부터 완전한 것은 없습니다. 비록 시작은 미약할지언정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바꿔나가면서 그야말로 ‘서브컬처 콘텐츠 탑티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너무 거창하게 마무리 짓는 것 같아서 조금 부담스럽긴 하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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