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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빈
박호빈 ·

2시간 늦게 시작한 프로젝트를 3일 만에 런칭한 이야기

LoL 올타임 드래프트 시뮬레이터 GRANDSLAM을 만들며 했던 판단들을 기록합니다. 개발 3개월 차, 혼자 기획·개발·디자인·배포까지 3일 만에 끝낸 스프린트였습니다.


시작부터 불리했다

MSI 개막 직전, "역대 프로 선수로 올타임 팀을 드래프트하는 게임"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기획을 정리하던 중, 만들려던 것과 거의 같은 서비스가 약 2시간 전에 이미 배포된 걸 발견했습니다.

처음엔 접을까 했습니다. 하지만 접기 전에 한 가지를 먼저 했습니다. 이미 나온 걸 직접 써보는 것.

써보니 선수 사진과 데이터가 부실한 양산형이었습니다. "더 빨리 만드는 경쟁"은 이미 진 게임이지만, "더 제대로 만드는 경쟁"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방향을 바꿨습니다. 속도가 아니라 지표 정확도 · 선수 사진 · UI 품질 세 가지로 이기기로.


무엇을 덜어낼지부터 정했다

3일 안에 혼자 끝내려면 "다 만들기"는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만들 것보다 안 만들 것을 먼저 정했습니다.

런칭 직후 한 유저가 "3스플릿, 퍼스트 스탠드, EWC를 전부 반영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대로 넣으면 더 풍부해 보이지만, 처음 들어온 사람에겐 난이도가 과해진다고 판단했습니다.

요청을 거절하지도, 그대로 받지도 않았습니다. 기본 모드는 단순하게 유지하고, 요청 내용은 별도 '하드 모드'로 분리했습니다. 요청은 신호지 명령이 아니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개발은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3개월 차라 밑바닥부터 짤 깊이는 부족하지만, AI로 빠르게 만들고 생성된 코드를 읽고 고치며 배포까지 끝냈습니다. 이 방식이 아니었다면 3일은 불가능했을 겁니다.


유저가 시키는 대로가 아니라, 하는 대로 따라갔다

런칭 후 행동 데이터를 보다가 이상한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내장 공유 버튼을 거의 안 누르더군요. 대신 결과 화면을 직접 캡처해 커뮤니티에 올리고 있었습니다.

처음 든 생각은 "공유 버튼을 더 잘 보이게 고치자"였습니다.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했습니다. 유저가 버튼을 안 쓰는 건 버튼이 나빠서가 아니라, 스크린샷이 그들에게 더 편한 공유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버튼을 고치는 대신, 로고 하단에 사이트 주소를 노출했습니다. 캡처를 어디서 자르든 주소가 따라가도록. 유저의 행동을 바꾸려 하지 않고, 그 행동을 그대로 유입 경로로 만든 결정이었습니다.

커뮤니티에 홍보할 때도 메인 페이지가 아니라 게임 플레이 화면으로 바로 들어가는 링크만 썼습니다. 한 번의 추가 클릭이 초기 이탈을 만든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규모보다 밀도를 봤다

초기 5일간 약 600명이 들어왔습니다. 작은 숫자입니다. 하지만 제가 본 건 유입 규모가 아니라 인게이지먼트 밀도였습니다.

  • 인터랙션 약 13,000회 (인당 약 21회)

  • Bounce rate 37%

  • 직접 홍보하지 않은 채널(아카라이브·인벤)과 개인 DM을 통한 자발적 공유·유입

특히 마지막이 중요했습니다. 제가 알리지 않은 곳에서 사람들이 알아서 퍼뜨렸다는 건, 로고 하단 주소 노출이 실제로 작동했다는 신호였으니까요.


3일이 남긴 것

이 프로젝트로 배운 건 기술이 아니라 판단의 순서였습니다.

  • 불리한 상황에선 포기 전에 경쟁자를 직접 써본다.

  • 만들 것보다 안 만들 것을 먼저 정한다.

  • 유저의 요청은 재해석하고, 유저의 행동은 그대로 따라간다.

  • 작은 숫자에서도 무엇을 봐야 할지 정한다.

다음엔 자발적 유입이 정확히 어느 지점에서 발생하는지를 더 좁혀서 검증해보고 싶습니다. "스크린샷이 유입을 만든다"는 가설을, 더 측정 가능한 형태로요.


직접 만든 제품입니다 → grandslamlol.vercel.app 기술적인 구현 디테일은 별도 기술 블로그에 정리해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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