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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한
박종한 ·

왜 인스타 계정을 지웠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제주도로 워케이션을 다녀온 뒤 내 생활에 꼭 필요하지 않은 많은 것들까지 애써 끌어안고 있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생활을 가능한 단순하게 만들고 싶었다.


관성

나의 첫 스마트폰은 중학교 1학년 때 부모님이 사주신 하얀색 갤럭시 S2였다. 갤럭시를 가지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친구들 사이에서 카카오스토리가 유행했다. 카카오스토리는 인스타그램의 UI를 거의 그대로 가져다 넣은 SNS이다. 나는 어릴때부터 게임에 별 재미를 붙이지 않았고, 악보 프로그램으로 음악을 만들거나 포토샵으로 포스터를 만들거나 하는 걸 취미로 즐겨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런 만들기의 결과물을 카카오스토리에 자랑하고, 글을 남기게 되었다. 이때는 24시간만 공개되는 일시적인 포스트 형태(인스타그램 스토리 같은)가 없었기 때문에 나는 하루에 카카오스토리 피드에 5개 넘는 글을 올렸다. 내가 만들고 있는 것이나 하고 있는 생각을 공유하면 친구들은 반응해 주었고, 그게 너무 즐거웠다.

카카오스토리 유행은 얼마 가지 않았고, 곧이어 친구들을 따라 페이스북으로 넘어갔다. 고등학교에선 인스타그램이 유행했다. 인스타그램으로 넘어갔다. 인스타그램을 처음 시작하던 당시에는 사진을 정사각형으로만 올려야 했고, 동영상은 올릴 수 없었다. 오히려 그런 불편함이 매력적이었다. 그렇게 5년 넘게 인스타그램에 하루에 2시간 이상 머무르는 삶을 살았다. 인스타그램이 주는 도파민을 끊을 수 없었다. 친구들이 늘 접속해서 모여 있는 곳을 벗어나기 두려웠다. 두려운 일이 있을 때, 웃긴 일이 있을 때, 맛있는 걸 먹을 때마다 사진을 찍어 친구들이 있는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러나 최근 인스타그램이 이상해졌다. 내가 팔로우하지 않은 여성분들의 춤추는 영상을 내 뉴스피드에 보여주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20대 남성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이는 영상을 알고리즘이 밀어넣은 것으로 보인다. 알고 지내는 친구들과 멋지다고 생각하는 분들을 팔로우하고 소식을 보던 공간에 노이즈가 생긴 것이다. 본질을 잃더라도 어떻게든 앱 내 체류 시간을 늘리려고 하는 인스타그램을 덜 쓰고 싶어졌다. 이때부터 아이폰 기본 기능을 활용하여 15분마다 사용 제한 시간이 다 되었다고 알려주게 했다.


Build - Publish - Reward

중학생 때부터 SNS를 창작물을 공개하는 공간으로 열심히 활용했던 이유는 내가 좁은 사회인 학교에 묶여있었기 때문이다. 학생회장이 되어 직접 만든 포스터들을 붙이고 다니는 것 정도 외에는 SNS 말고 다른 출판 플랫폼이 없었다. 고등학생 때 분당지역 학생회연합의 의장이 되었던 것도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 창작물을 닿게 하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어항 속의 물고기였는데, 지금은 그 물고기가 뜨거운 바다 속에 던져졌다. 우리 팀은 나 한명이 모든 일에서 주인이 되어 주도적으로 결정하고 실행해야 하는 작은 팀인데, 그 작은 팀에 대한 시장의 요청이 상당하다. 바다 속에 던져진 물고기가 어항 속의 Build - Publish - Reward 관습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


고립된다는 불안함

무언가를 만들어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하고, 늘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고 싶어하는 사람으로서 인스타그램의 1200명 팔로워와 한순간에 연결이 끊어지는 것은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블로그나 디스콰이엇에 글을 올리고 나면 늘 인스타그램에 홍보하곤 했으니 메인 채널이 하나 없어지는 것은 어색하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

한편 이런 불안함을 지렛대 삼아 오히려 다른 채널에서 더 열심히 나를 알리고 직접 관계를 관리하게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삭제한지 채 하루도 되지 않아 6개월 넘게 미뤄오던 개인 랜딩페이지의 리뉴얼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엿볼 수 있던 친구들의 일상 모습이 사라지니 심심하고 궁금해졌다. 그래서 게을리 하던 뉴스와 블로그 읽기를 시작했다. (이곳에 북마크를 공개해두고 하나둘 정리해서 글로 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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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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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이종석

저는 그러한 열정이 없지만.... ㅠㅠ 엄청난 용기와 마음가짐에 박수를 보내 드립니다. 👍👍👍👍👍 새로운 도전에 자극이 엄청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