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
허형준
허형준 ·

아날로그 제품을 쓰는 이유

아날로그 감성. 시간에서 나오는 멋. 모든게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 이전, 느리게 살아갔던 이들의 삶. 아날로그 제품은 오늘날에도 자주 그리고 널리 쓰이고 있다. 때로는 편리함 때문이거나 과시하기 위해서, 단지 멋있거나 역사적인 이유로 아날로그 제품을 찾는다. 그리고 아날로그만이 주는 감성은 디지털로 복제할 수 없는 고유한 느낌이다.

이 포스트에서는 아날로그적 제품이 아직도 사용되는 이유를 정리한다. 먼저 아날로그 제품이 가지는 특징과 범위를 정의해보자.

  1. 사람의 힘을 써야 동작하는 감성 예) 태엽 시계

  2. 전력이나 특수한 상황에서 쓰이기 위해 예) 라디오

  3. 디지털 보다 편리하기 때문에 예) 종이책, 아날로그 시계

  4. 소유욕 및 희귀함 예) 빈티지 자동차, LP판, 필름 카메라

  5. 향수병 예) 오래된 아이폰

등 아직도 많다. 특히 디지털이 절대 따라오지 못하는 분야인 독서는, 책으로된 감성과 소유욕이라는 인간의 원초 욕구를 자극하기 때문에 그렇다. 반면 디지털의 대명사인 소프트웨어는 소유욕을 자극하지 못한다.

필자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사람이지만, 아직까지도 소프트웨어를 만들거나 사용하면서 소장하고 싶은 욕구는 단 한번도 든적이 없다. 어쩌면 모든게 픽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아서인가. 이러한 이유는 NFT 같은 디지털 자산의 몰락으로 쉽게 설명되기도 한다.

먼저 아날로그의 정의를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아날로그의 정의

Analog

신호의 처리를 연속적으로 나타낸것. 디지털의 반대 표현이다. 또는 LP판, 기능이 적은 물리적인 제품 또는 고전적인 기술을 뜻한다.

이 포스트에서는 일부 디지털 제품도 아날로그 제품으로 표현된다. 이는 소프트웨어와 대비해 쓰인 표현으로 원 아날로그 제품의 정의에 반하기는 하지만 아날로그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아날로그 제품으로 표기된 점 양해 부탁드린다.

소유욕

소유욕은 물질적인 욕구를 말한다. 소유욕의 전제 조건은 내 손에 잡히는 실질적 물건이 있고 오감으로 느껴야 한다. 그런데 왜 디지털에서는 소유욕이 없다고 느끼는 걸까. 디지털 세상에서도 오감을 충분히 느낄텐데 말이다. 아니면 아직도 빌게이츠가 살았던 시대와 같이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의 부속품이라고 생각하는 문화 때문에 그런걸까. 의문이다.

우선 소프트웨어가 줄 수 있는 오감에 대해 알아보자.

가장 눈에 띄는건 단연코 시각이다. 버튼 이벤트, 폭죽 효과, 블러등 사용자 인터렉션에 시각적 요소는 중요하다. 인류가 다른 동물에 비해 시각이 발전하면서 본능적인 욕구 외에 다른 사람을 의식하고, 환경을 자세히 관찰하게 되었다는 진화심리학적 이유도 있다.

다음으로 촉각이다. 촉각은 스마트폰, 키보드등의 외부 기기를 통해 내부 스크린에 반영되는 1차적 요소다. 촉각이 있으면 시각이 있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만들때 스크린을 반드시 유리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일화처럼, 즉각적인 촉각은 소프트웨어를 제어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는 청각이 있다. 스마트폰 타이핑 소리, 결제 승인 알람, 카카오톡 알림, 통화음등 이미 소프트웨어로 청각 자극은 충분히 충족 가능하다.

맙소사. 후각과 미각은 불가능하다. 사실 미각은 식품이 아닌 이상 쓸모없지만, 후각은 기억기관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인 만큼 후각정보를 소프트웨어로 제공하지 못하는건 아날로그적 감성을 구현하기 위해 상당한 리스크가 된다. 우리가 어떤 익숙한 냄새를 맡았을때 관련된 장소가 가장 먼저 떠오르고 기억이 연상되는 것 처럼 후각은 기억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반면 아날로그가 줄 수 있는 오감은 다음과 같다. 책을 예시로 들자면,

시각은 글자, 폰트 크기등이 포함된다.

청각은 책 넘기는 소리, 손가락으로 문지르는 소리등이 있다. 외에도 주변 환경에서 오는 산들바람 소리등도 함께 어우러져 한 공간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즉, 환경과 단절되지 않고 연장선에서 경험하는 감각인 셈이다. 이 부분이 특히 중요하다. 스마트폰은 주변 환경과 단절되어 있다는 특징을 가지기 때문이다. (유튜브를 생각해보자. 어떻게든 당신의 이목을 끌려고 알고리즘이 발악하고 있지 않은가..!)

촉각은 종이 질감이 있고, 후각은 종이 냄새, 집이나 카페의 향기가 포함된다. 여전히 미각은 적용되지 않는다. 참고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으면 미각도 경험할 수 있는거 아니냐 반문할 수 있는데. 커피는 책과 별개의 인터렉션을 가진다. 즉,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는 책 읽기를 끊고 마셔야 한다. 여기서는 주변 환경에서 오는 1차적인 감각만을 다룬다.

아날로그가 줄 수 있는 감각은 디지털에 비해 압도적으로 다양하다. 또한 디지털은 주변 환경과의 단절을 장려하는 반면 아날로그에는 그 어떠한 제약도 없다. 덧붙여 디지털에는 메뉴얼이나 룰이 존재하지만, 아날로그는 사용자 마음대로다. 이러한 아날로그의 감각적 요소가 소유욕을 자극하고 소비를 불러 일으킨다.

특수한 이유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1에는 인공지능 빌런이 해킹하지 못하는 아날로그 장비를 이용한다. 아날로그 위성, 타자기, 오래된 연식의 스크린으로 AI의 침입을 예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실생활에서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상황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때로는 필요할때가 있다. 대표적인 예시가 수능 시계와 공부 타이머다.

수능에서는 모두가 시계를 지참해야 한다. 학교 시계가 맞지 않을 경우 학교의 책임이라 문제가 될 우려가 있어 개인이 지참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당연하게도 디지털 기능이 들어간 시계는 안된다.

공부 타이머의 경우 의아해할 사람도 있다고 예상해본다. 열품타와 같은 스마트폰 앱도 있고, 단지 시계앱으로 측정해도 되는건데, 심지어 공부 타이머의 경우 초기화될 위험이 있고 다른 친구들이 얼마나 공부하는지 측정이 안되는데 말이다.

그러나 공부 타이머는 그런 이유 때문에 쓰는게 아니다. 스마트폰을 멀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다. 공부함에 있어 스마트폰은 욕망의 도구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등 학생의 마음을 어지럽히기 위한 무수한 앱들이 즐비해있다. 이런 방해요소에서 완벽히 벗어나고자 아날로그 공부 타이머를 이용하는 것이다.

(여기서 디지털은 스마트폰이다. 아날로그는 아니지만, 스마트폰과 대비해 아날로그의 감성을 충족한다.)

의존성

아날로그 제품은 그 목적을 달성하기 까지 의존성이 적다. 가장 큰 의존성중 하나인 동력원은 사람이거나 작은 배터리 정도. 반면 디지털 제품의 의존성은 다양하다. 인터넷 연결이 필수이거나 각종 첨단 기술이 응용된다. 설정은 많고 쓸데없이 복잡하기만 하다. 충전식이기도 하고 스마트폰일 경우 앱 설치라는 과정도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의존성이란 원하는 기능을 수행하기 까지 걸리는 과정이다. 타이머를 키는 절차를 생각해보자. 아날로그 관점에서 타이머는 모래시계가 있다. 모래시계는 책상위에 올려두고 뒤집기만 하면 된다. 디지털의 경우 스마트폰 전원을 키고 시계앱에 들어가서 타이머 탭을 누르고 타이머 버튼을 클릭한다. 복잡하다.

목적을 달성하기 까지 의존성이 사람에게 있지 않으면 우리는 "서비스를 받는다"고 느낀다. 서비스를 받는 입장에서는 내 것이 아니라는 의식이 작용하고 이는 자연스레 소유욕이 작동할 수 없다. 단적으로, 스마트폰이 사라지면 타이머도 사라진다. 즉, 타이머는 1차적 소유가 아닌 부가적인 서비스에 가깝다.

이처럼 의존성이 많아지고 길어지면 그 거리에 따라 소유욕은 감소한다. 그러한 이유로 아날로그 제품을 선호한다.

오늘날 아날로그 제품은 디지털과 소프트웨어의 편의성에서 밀리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날로그 제품은 활용되고 있고 모든게 디지털 화면이 되지 않는 이상 아날로그는 우리 삶에서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남을 것이라 장담한다.

4

댓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