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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렬
이준렬 ·

[스위프 2기 참여 후기] 독서 플래너 서비스의 기획자로

작년 11월, 서비스 기획 부트캠프를 끝마쳤다.

제로베이스의 PM스쿨을 수료하게 됐는데, 당시 기수 40여명 중 최종 우수 수료생 3명으로 선정될 만큼 나름 열심히 들었다.

사실 교육의 퀄리티 자체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포트폴리오 반 자체는 큰 도움이 됐지만 8주간 제공하는 온라인 강의는 다소 아쉬운 점이 많았다.

물론 얻은 것들도 많고 혼자서 준비하기엔 너무 어려운 길이기도 했지만 돈값을 하느냐의 문제로 보자면 음...

당시 직업군인 신분이어서 내일배움카드를 발급받을 수도 없었고, 마침 기수 모집을 하던 플랫폼이 제로베이스밖에 없어 충동적으로 듣게된 교육이라 '더 잘 알아보고 할 걸'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듯 하다.

그렇다고 마냥 부정적인 건 아니다. 아쉬움과 별개로 충분히 좋은 경험이었다. 추천 여부만 놓고 보면 일단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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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료한 직후 4개의 채용 공고에 지원했다.

결과는 3개 서류 탈락, 1개 면접 탈락

따지자면 비전공자의 첫 취업 시도치고는 나쁘지 않은 결과였지만 내가 내 실패를 온전히 건강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의 멘탈이 아니었고, 취업을 준비하면서 내 부족함을 많이 깨달았던 것 같다.

이후 지인들에게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마침 그 당시에 스위프 2기에서 사이드 프로젝트 지원자를 모집하고 있었기에 또 다시 충동적으로 지원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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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이렇다.

때때로 충동적으로 열심히 살고, 남은 생은 그러한 결정의 미진한 뒷처리에 매진하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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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처음 하는 팀 빌딩

스위프의 팀 빌딩 방식은 노션과 슬랙을 활용한다.

노션 내 별도의 팀 빌딩 페이지에 자신의 프로필을 작성하고 각자 다른 이들의 프로필을 열람하면서 함께 하고픈 인원에게 직접 DM으로 연락하는 방식이다.

나는 내 약점을 잘 알고 있었다.

부트캠프에서 나름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는 하나, 엄밀히 말해 매년 기백명씩 쏟아져나오는 뻔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적극적인 자기 어필과 공격적인 팀원 영입'을 초반 전략으로 삼았다.

내가 지금 당장 어필할 수 있는 모든 경험을 넣어 가장 먼저 프로필을 작성하고, 다른 참가자의 프로필을 처음부터 유심히 관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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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입 기준은

1. 얼마나 빨리 프로필을 작성했는지

2. 프로필이 질적/양적인 면에서 만족스러운지

이 두 가지를 중점적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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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카드를 작성한지 1시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인상적인 경험을 가진 백엔드 개발자 분을 찾을 수 있었고 먼저 직접 연락드려 첫번째 팀원으로 합류하게 되었다.

이제 디자이너 1명, 프론트엔드 2명, 백엔드 1명을 추가로 영입해야 했는데, 사실 개발과 관련한 지식이 깊지 않다 보니 앞서 시도한 방식대로 모든 개발자를 영입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듯 싶어 팀원 분께 '프로필을 검토했을 때, 함께 하면 좋을 것 같은 개발자가 있는지' 여쭤봤다.

그렇게 해서 말씀 주신 인원들에게 우선적으로 DM을 보냈고, 감사하게도 모두 승낙해주셔서 개발 인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디자이너 분은 비록 학생 신분임에도 지난 기수때도 참가해 좋은 성과를 거둔 분께 연락드렸고 이 분 역시 곧바로 합류하셨다.

이렇게 해서 본격적인 팀 빌딩 시간이 시작되기도 전에, 프로필을 작성한지 3시간만에 팀 구성을 완료했다.

나의 초반 전략은 결과적으로 아주 유효했다.

처음엔 나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의도였지만 덕분에 적극적인 열의를 가진 팀원들을 초기에 발굴해낼 수 있었고, 팀 프로젝트의 특성 상 개개인의 성실함은 이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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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누구보다 빠른 프로젝트 시작

팀 소통은 디스코드로 진행되었다.

팀원 분이 디스코드에 능통한 분이셔서 팀 프로젝트에 최적화된 템플릿으로 서버를 만들어주신 덕분에 수월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었다.

우리 팀의 킥오프 미팅은 팀 빌딩이 앞섰던 만큼 다른 팀에 비해 2~3일 일찍 시작할 수 있었다.

6주 간의 프로젝트이니만큼 개발 이외의 시간을 단축시킬 수록 퀄리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판단했고 이 역시 결과적으로 유효했던 판단이었다.

첫 미팅 때 바로 그라운드 룰과 아이템을 확정하면서 시간을 빠르게 줄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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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은 팀원들의 개별 아이디어를 수합해 투표로 선정했다.

투두리스트 기반 협업툴, 빈대 관련 정보 제공 등 재밌는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지만 감사하게도 내가 제시한 독서 플래너가 선정되었다.

비록 초기 아이템 선정 시의 기능과 최종 기능은 다소 달라지긴 했으나 프로젝트 시작부터 확실하게 방향성을 확립하고 진행한 덕분에 효율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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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이 어서 마무리되어야 빠르게 디자인과 개발이 진행될 수 있었기 때문에 1주차에 기획의 80% 이상을 끝내는 것을 목표로 잡고 진행했다.

매일 독서 분량을 분배하는 독서 플래너라는 서비스 컨셉에 맞게, 자기계발/루틴 서비스와 독서 기록 서비스, 기타 UI/UX를 참고할 만한 서비스들을 레퍼런스로 삼아 팀원들에게 공유했다.

디자이너 분과는 개별 미팅을 통해 '독서 + 새 부화'라는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책을 읽을 때마다 둥지에서 새가 부화하는(캐릭터를 획득하는) 서비스'로 디자인 컨셉을 확정시켰다.

얼추 그림이 보이기 시작했을 땐 곧바로 서비스 기획안과 유저 시나리오, IA를 작성했고, 이후에는 와이어프레임과 디스크립션에 공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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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어프레임은 조금 더 신경썼다.

디자이너 분이 학생 신분인 데다가 평일 알바까지 하시는 분이라 프로젝트에 할애할 시간이 부족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16종의 새 캐릭터까지 디자인해야 하는 탓에 부담이 되실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이걸 받아주신 것도 대단히 감사한 일이다... 나온 결과물도 하나같이 깜찍하니 맘에 들었다.)

무엇보다 그냥 하다보니까 삘을 탄 나머지 술술술 나오게 됐다.

이 단계가 가장 재밌는 것 같다. 내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고 온갖 IF를 상상해가며 디스크립션을 작성해나갈 때 창작의 영역에 있다는 그 느낌이 좋다.

피그마에서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받고, 고민하고, 반영하고... 그런 과정들이 모두 재미있었다.

빠르게 작업 속도를 내되, 독단적인 기획이 되지 않도록 계속 소통해가는 과정 속에서

'언젠가는 이 재밌는 걸 돈 받으면서 하면 좋겠네...'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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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관리 전반은 SWYG에서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협업 툴을 사용해 이뤄졌다.

해당 툴을 사용하는 게 프로젝트 수료 조건이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했지만 전반적으로 괜찮은 경험이었다.

간소화된 칸반 보드의 형태를 띠고 있고, 초심자를 위한 가이드라인으로 이미 몇 개의 티켓이 생성되어 있어 프로젝트에 처음 참여하는 사람에게 친절한 툴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팀은 전체 프로젝트 관리는 SWYG 툴로, 개발 관리는 깃헙 마일스톤으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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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획이 끝나고 나면

아이템 선정부터 와이어프레임까지 비교적 일사천리로 진행된 덕분에 다른 팀에 비해 1~2주 정도 이르게 디자인 / 개발 작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러고 나니 그 이후의 나의 역할은 무엇인지... 고민과 약간의 공허함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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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를 기획하는데에 멈추지 않고 PM 또는 PO로서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 전반을 관리하고,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마일스톤에 따라 추적하고...

한창 부트캠프를 들을 때도 느꼈던 감정이지만 '뭔지는 아는데 뭔지 모르겠는 상황'이 벌어졌다.

미팅을 진행하면서 엇비슷하게 그런 역할을 하긴 했지만 또 제대로 한건지도 잘 모르겠고, 오히려 경험 많은 다른 팀원이 이 부분에는 정통하기도 했고...

결국 모든 건 경험의 부족이었다. 내가 실무를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현장에서의 언어와 문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에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만 같았다.

웃긴 일이다. 경험이 부족해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결국 또 고민이 발생하는 지점이 경험 부족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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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나는 예전부터 기획자를 '프로젝트 인원 중 가장 필요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냉정히 말해 그렇다. 기획/디자인/프론트엔드/백엔드 중에서 누구 하나를 빼야 한다고 하면 당연히 기획이 빠지는게 맞다.

기획자가 없는 프로젝트는 다소 발상이 아쉽다거나 부실하다는 문제가 '일어날 수도' 있지만

프론트엔드나 백엔드가 없는 프로젝트는 아예 성립이 되질 않는다.

때문에 기획자로서의 나는 이 프로젝트에서 '쓸모'를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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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비대면으로 전체 팀의 진행상황을 공유하는 리뷰데이에서는 개발 단계로 넘어갔음에도 내가 도맡아 쭉 발표를 진행했고

(내가 알아 들을 수 있던 없던) 개발자 미팅에 수시로 참여해 내용을 듣고

개발 중 기획에서 누락되거나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 항상 디스코드를 켜고 있었다.

실제로 종종 개발 도중 나를 찾는 경우가 있었고 그때마다 5분대기조마냥 곧바로 튀어나가 질문에 답변을 하곤 했다.

그런 식으로라도 기여하고 싶었다.

덕분에 프로젝트 기간 내에 무사히 서비스를 배포할 수 있었다.

기묘한 기분이었다.

내 생경한 글이 그림이 되고 실제로 동작하게 되는 그 모든 과정이 기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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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출시와 수상,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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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출시라는 거창한 표현을 쓰는 게 맞는가 싶긴 하지만... 일단은 그렇다.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MVP를 내놓을 수 있었고 나름의 홍보와 이벤트도 기획하면서 구색을 맞추려 노력했다.

물론 상용화와 수익창출이 목적이 아닌만큼 본격적인 마케팅은 시도하지 않았지만 유저 데이터를 확보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노력은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느냐 하면 아쉽게도 그러지는 못했다. 생각보다 유저를 확보하는 일은 멀고도 험하구나...

그래도 서비스 지표 분석이나 이벤트 기획이나 그런 발상을 시도하면서 또 한번 배울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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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이후 1월 13일에 진행됐던 네트워킹 행사에서 1위 수상하면서 노력의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계속 이 길이 맞는지 고민만 하던 내게 단비같은 위로가 되었던 것 같다.

난 잘 하고 있다. 더 잘 할 수 있다. 그만 불안해하자.

이 이후에는 팀원들이 취직을 한 관계로 간단한 버그 픽스와 서비스 유지 정도에만 힘을 쓰기로 했다.

축하할 일이다. 이제 나만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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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팀원들과 간단히 회식 겸 회고를 진행하면서 그간의 과정을 되돌아봤다.

그 덕에 나에 대한 아쉬움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그건 내가 지나치게 안전주의적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으레 기획자들이 디자이너/개발자와 트러블이 잦다고 들어 최대한 보수적이고 개발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의 기획을 이리저리 고민해가며 소통했는데 오히려 그런 면에서 다른 팀원 분이 아쉬움을 느꼈던 것 같다.

나는 그런 트러블들이 프로젝트를 지연시키고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었는데 돌아온 대답은 꽤 울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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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에요. 그래도 싸워봐야 알아요. 싸워봐야만 싸우지 않는 선을 알아요. 처음부터 갈등이 없는 걸 목표로 두다보면 그 선을 몰라서 오히려 생각이 좁아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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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맞는 말이다.

돌이켜보면 기획하는 내내 전전긍긍하는 마음이 있었다.

처음으로 참여하는 프로젝트이니만큼 항상 조심스럽게 접근했고, 약간은 저자세로 프로젝트에 임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런 방식이 옳다, 옳지 않다를 떠나서 조금은 더 강단있게 나가는 모습도 팀원들이 기대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뜻밖의 배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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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프로젝트임에도 많은 걸 얻었고, 좋은 결과까지 거두게 됐다.

이전에 부트캠프를 끝내고 난 직후에는 이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에 상당한 두려움이 있었다.

일종의 '내가 감히...' 같은 마음이 커서 괜히 폐만 끼치는 건 아닐까,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컸는데 다 끝나고 나니 드는 생각은 '정말 하길 잘했다.'였다.

단지 기존 서비스의 개선안, 역기획 등 1인 기획의 영역에서는 알 수 없었던 여러 상황들을 직접 경험하고 해결해나가면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훅 체감되곤 했다.

왜 기업은 경력자를 선호하는가, 왜 유경험자를 우대하는가, 왜 부트캠프 출신을 기피하는가

해보니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정확히는 부트캠프'뿐인' 지원자를 피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혹시 사이드 프로젝트를 참여해야 하나 망설이는 기획자 취준생이 있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다.

비단 스위프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이드 프로젝트 플랫폼(비사이드, 인프런, 홀라 등...)도 많으니 자신의 기획이 실제 서비스로 탄생하는 경험을 모두 겪어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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