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과 핫테이크 - 프로젝트 펜타그램 제작기 (1)
취향은 복잡합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끼리 모이고 싶다고 생각해봅시다. 누구나 영화를 좋아하니까요. 하지만 당신이 지금 생각한 영화는 MCU 영화 일까요? 아니면 그 MCU를 힐난하는 스콜세지의 작품, 그도 아니라면 심지어 그리피스일까요? 조금 자비를 베풀어 '뉴 웨이브'를 좋아하는 사람이 모이자고 하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스무 고개를 해야 합니다. 대만 뉴 웨이브인지 누벨바그의 영어식 표현인 프렌치 뉴 웨이브인지, 흔히 뉴 할리우드라고 칭하는 아메리칸 뉴웨이브인지 그도 아니라면 일본의 쇼치쿠 누벨바그인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누구도 그냥 '뉴 웨이브'라고 하지 않는 것이겠지요. 단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을 모아보고 싶었는데 벌써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여러 방법을 통해 취향이 얼추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은다고 하더라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노엘 버치나 장 루이 보드리 같은 이론가 정도의 이름은 귀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반면 외화면이나 객관적 쇼트와 같은 용어는 듣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힐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취향'의 문제는 취향이 맞는 사람의 절대적인 숫자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그 작동 원리가 너무 복잡하다는 점에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X른러'와 'X왼러'가 영영 만날 수 없는 것처럼, 취향의 외연을 좁혀놓더라도 그 안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외연이라는 말이 너무 어려우니까 예시를 들어봅시다. 같은 아일랜드 문학이라고 하더라도 누군가는 제임스 조이스를 좋아하고, 다른 누군가는 예이츠와 히니에 열광하지만 또 어떤 경우에는 이 모두를 싫어하고 폴 멀둔만을 지지할 수도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킹 크림슨을 싫어하더라도 헨리 카우를 좋아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프로그레시브 락을 좋아한다고 말해도 되는 걸까요? 힙합은 싫지만 국힙 원탑인 아이유는 인정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요즘 힙합은 싫고 옛날 힙합이 좋지만 대니 브라운은 좋아할 수 있기도 하겠고요. 컴퍼니 플로우나 쿨 키스 정도는 요즘 분류법으로는 아마 붐뱁으로 넉넉히 분류할 수 있을 겁니다. 브라이언 이노는 제게 심적 안정감을 줍니다. 반면 에이펙스 트윈은 고통을 줍니다. 엠비언트 일반에 대해 저는 뭐라고 말해야 좋을까요? 테리 라일리를 말할 땐 장르가 없어 매번 난감합니다. 장미여관, 검정 치마, 술탄, 쏜 애플은 절대로 안 되지만 공중도둑은 좋고 브로콜리 너마저는 그래도 괜찮다면 저는 국내 인디가 아닌 무엇을 좋아한다고 말해야 좋을까요?
요컨대 장르라는 것은 어떤 시점을 넘어가는 순간 거의 무의미해집니다. 저는 한국 문학을 좋아하지만 99%의 시인보다 키스 에이프가 위대한 시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윤동주는 유사 시인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당당히 말하고 다닐 수도 있습니다. 동시에 켄드릭 라마는 정말이지 멍청해서 참을 수가 없습니다. 홍상수의 영화를 좋아한다는 사람을 보면 그가 (적어도 초기 작품에서 드러나는) 비판적 거리 감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사실 참 궁금합니다. 볼라뇨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가 그냥 엉망인 것을 좋아하는 것인지, 중심 서사를 좋아하는 것인지, 여담을 좋아하는 것인지, 메타적 차원에서의 서술 전략을 좋아하는 것인지, 대체 무엇을 좋아하는 것인지 늘 헷갈립니다.
길게 이야기했지만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것들은 얼마나 같은 장르로 분류되고 있나요? 다들 정답처럼 이야기하지만 도무지 동의할 수 없는 소위 치우친 의견hot take이 있나요? '좋아함'의 원리는 대체로 비슷하게 작동하고 있나요?
만약 이 문제, 그러니까 취향(혹은 취미 판단)의 원리 문제로 발생하는 탐색 비용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어떤 기회가 있을지 모릅니다. 잘 와닿지 않는다면 배달의 예시를 들어봅시다. 어느 시점까지는 고정된 배달원을 고용할 수 없거나 배달원을 추가로 늘릴 수 없는 음식점들은 배달에 제한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배달 플랫폼이 생김으로써 배달이 유연화가 된 뒤, 그러니까 계단식 비용 구조가 선형적으로 바뀌면서, 조리 역량capacity의 한도 내에서 무제한으로 배달을 할 수 있는 새로운 비지니스가 열렸습니다. 이 장르의 벽이 무언가를 막고 있다는 가정이 옳다면, 비지니스의 기회가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이 문제를 도대체 어떻게 해결해야 좋을까요? 결론을 미리 이야기하자면 사용자가 자신의 관점을 2차원 벡터에 매칭시키도록 만드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는 생각입니다.
ps) 앞으로 기록할 부분에서 더 적게 될 테고, 또 1인 개발이라 미숙한 부분이 많고, 심지어는 구현되지 않은 부분도 많지만 아래 토이 프로젝트를 통해 미리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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