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세컨드브레인의 구조 | 백서 3장
같은 기억을 공유하는 AI 에이전트가 많아지면 판단도 다양해질까요? 같은 회의에서 비서·리서치·전략 에이전트가 서로 다른 메모를 남기는 장면을 통해, 기억의 공유와 관점의 분리를 살펴봅니다.
하나의 뇌, 서로 다른 관점, 수십 개의 실행체
뇌가 하나 생겼다. 다음 질문은 그 뇌를 누가 어떻게 쓰느냐였다.
가장 쉬운 길은 복사다. 같은 뇌, 같은 지침, 같은 말투를 가진 에이전트를 필요한 만큼 찍어 내는 것. 처음에는 나도 그렇게 했다. 그리고 금방 한계를 봤다. 똑같은 에이전트 열 개는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놓친다. 열 명이 회의에 들어갔는데 열 명이 같은 메모를 해 오는 셈이다.
회사를 떠올리면 답이 보인다. 좋은 조직의 구성원들은 같은 역사와 같은 비전을 공유하지만, 재무 담당과 영업 담당은 같은 회의에서 다른 것을 듣는다. 그 차이가 조직의 시야를 넓힌다.
같은 회의, 세 장의 메모
그래서 에이전트들은 SSOT 전체를 함께 쓰되 각자의 관점을 따로 갖도록 설계했다. 맡은 역할, 먼저 보는 것, 쌓아 온 경험, 몸에 밴 판단 습관이 저마다 다르다.
같은 회의가 끝난 뒤의 풍경은 이렇다.
비서 에이전트
“후속 조치가 세 건입니다.
목요일까지 회신해야 하는 건이
하나 있습니다.”리서치 에이전트
“상대가 말한 시장 규모는 검증이
필요합니다. 가설 두 개를
세웠습니다.”전략 에이전트
“이 제안은 올해 우리 방향과
어긋납니다. 받더라도 조건을
바꿔야 합니다.”
세 메모는 모두 같은 SSOT에서 나왔다. 셋 다 나의 가치관과 회사의 맥락을 알고 있다. 서 있는 자리가 다를 뿐이다.
Letta 같은 프레임워크가 흥미로웠던 지점이 여기다. 짧게 소개하면, Letta는 UC 버클리 연구실의 MemGPT 논문에서 출발한 오픈소스 에이전트 프레임워크다. 출발점은 운영체제의 비유였다. 컴퓨터가 좁은 메모리와 넓은 디스크를 오가며 일하듯, 에이전트도 지금 펼쳐 둔 기억과 서랍에 넣어 둔 기억을 오간다. 눈여겨볼 것은 그 정리를 에이전트가 직접 한다는 점이다. ‘나는 어떤 에이전트인가’, ‘내가 돕는 사람은 누구인가’를 적은 메모를 늘 곁에 두고, 일하다가 그 메모가 틀렸다고 판단하면 스스로 고쳐 쓴다. 대화가 끝나도 에이전트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음 날 어제보다 조금 달라진 메모를 들고 돌아온다.
1장의 Hindsight가 기억이 스스로 다시 엮이는 방식을 보여 주었다면, Letta는 그 기억의 주인이 에이전트 자신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시스템 프롬프트 몇 줄로 역할을 흉내 내게 하는 방식과는 출발이 다르다. 에이전트가 자기만의 기억을 오래 쌓아 가며 정체성을 갖는다. 리서치 에이전트는 석 달 전 자신이 세웠다가 틀린 가설을 기억하고,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더 조심한다. 프롤로그에서 봇에게 곤조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쓴 것은 이런 장면들 때문이다.
고리가 닫힌다
그림 6. 에이전트가 세상에 남긴 흔적이 다시 에이전트의 뇌가 된다. 초록 화살표가 고리를 닫는 자리다.
이 그림에서 눈여겨볼 곳은 화살표가 돌아오는 자리다.
에이전트가 메일을 보내면 그 메일은 현실의 사건이 된다. 상대가 답장을 하고, 일정이 잡히고, 계약이 진행된다. 그 전부가 다시 REAL로 들어와 SSOT를 고쳐 쓴다.
처음에 이 고리를 도는 입력은 거의 전부 나였다. 내가 만난 사람, 내가 한 말, 내가 내린 결정. 에이전트가 늘어날수록 고리를 도는 데이터에서 내 몫의 비율은 줄어든다.
그 비율의 변화가 다음 장의 주제다.
슈퍼 세컨드브레인은 하나의 뇌를 복사한 군단과 다르다. 하나의 뇌를 서로 다르게 해석하는 조직이다.
《슈퍼 세컨드브레인》 백서 3장을 나눕니다. 원문: https://hanulssb.tistory.com/4 . 도표는 백서 원본입니다. 여러분은 여러 에이전트가 같은 판단을 반복하지 않도록 어떤 차이를 두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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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기억을 공유하는 AI들이 서로 다른 관점으로 나를 대신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이 백서의 질문을 이야기로 풀어낸 《슈퍼 세컨드브레인》 웹툰 1화를 네이버웹툰에서 무료로 읽을 수 있습니다. https://bit.ly/ssb-dq-wp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