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조각 묶음을 사도 꿈 하나를 풀어볼 수 없었다. 자몽 안에서 쓰는 화폐 '꿈조각'은 200·500·1200 같은 묶음으로 팔고 있었다. 그런데 그사이 해몽과 사주 상품 가격이 올라 있었다. 가장 작은 묶음을 산 손님은 결제를 마치고도 한 번 보기에 조각이 모자랐다. 결제는 됐는데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상태였다. 사장님은 이걸 보고 묶음을 처음부터 다시 짜기로 했다.
묶음이 상품을 따라가지 못했다
원인은 단순했다. 꿈조각 묶음은 처음 상품 가격에 맞춰 만들었다. 상품 가격은 몇 번 바뀌었지만 묶음은 그대로 두었다. 둘이 따로 움직이니 어느 순간 가장 작은 묶음이 가장 싼 상품에도 못 미치게 됐다.
손님 쪽에서 보면 이상한 구조다. 돈을 냈는데 바로 쓸 수 없으니 한 번 더 결제해야 한다. 작은 묶음은 처음 오는 손님이 부담 없이 시험해 보라고 둔 것이었다. 그 묶음이 오히려 첫 경험을 망치고 있었다.
다섯 묶음, 웹과 앱 같은 가격
사장님이 정한 새 묶음은 1,000·3,000·5,000·10,000·30,000조각, 다섯 개다. 가장 작은 묶음으로도 상품 하나는 볼 수 있게 맞췄다. 그리고 웹과 앱의 가격을 같게 했다. 어디서 사든 같은 조각이 같은 값이어야 설명할 게 적고, 손님이 헷갈릴 일도 적다.
결제 화면에서 처음부터 골라져 있는 묶음, 그러니까 기본 선택은 5,000조각으로 했다. 손님은 대개 기본값을 크게 건드리지 않는다. 그래서 기본값은 손님이 가장 자주 쓸 만한 크기에 두는 게 맞다고 봤다.
매월 자동충전도 잠시 숨겼다. 자동충전은 매달 정해진 날 결제되어 꿈조각이 채워지는 기능이다. 묶음 구성이 통째로 바뀌는 중이라 자동충전까지 같이 손대면 확인할 게 너무 많아진다. 그래서 지우지 않고 화면에서만 숨겼다. 다시 켜고 싶을 때 언제든 켤 수 있게 해 두었다.
숫자보다 순서가 어려웠다
새 숫자는 금방 정했다. 시간이 걸린 건 바꾸는 순서였다. 묶음 하나는 세 군데에 동시에 존재한다.
첫째는 서버의 가격표다. 서버는 결제가 들어오면 '이 결제는 얼마짜리이고 조각을 몇 개 줘야 하는지' 최종으로 확인하는 우리 쪽 컴퓨터다. 둘째는 화면에 보이는 상품 정보다. 셋째는 앱 마켓에 등록하는 스토어 상품이다. 앱 안에서 결제하려면 마켓에 상품을 따로 만들어 둬야 한다.
순서는 이렇게 정했다.
- 서버 가격표와 상품 정보를 먼저 바꾼다.
- 그다음 스토어 상품을 만든다.
- 옛 묶음은 판매만 끄고 기록은 남긴다.
서버가 먼저인 이유가 있다. 스토어에 새 상품이 먼저 생기면, 서버가 모르는 상품으로 결제가 들어올 수 있다. 그러면 돈은 나갔는데 서버는 조각을 몇 개 줘야 할지 모른다. 반대로 서버가 새 묶음을 먼저 알고 있으면, 스토어 상품이 열리는 순간부터 결제가 제대로 처리된다. 받을 쪽이 준비된 다음에 문을 연다고 생각하면 된다.
옛 묶음을 지우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다. 이미 200조각, 500조각을 산 손님들의 결제 기록은 옛 묶음을 가리키고 있다. 옛 묶음을 지워 버리면 그 기록이 무엇을 산 건지 알 수 없게 된다. 나중에 결제를 확인하거나 문의에 답할 때 근거가 사라진다. 그래서 새로 파는 것만 막고, 기록은 그대로 두었다.
고치다가 다른 구멍이 보였다
결제 경로를 하나하나 다시 따라가다 보니, 앱 결제가 실패하고 있던 흔적이 나왔다. 한 달이나 묵은 문제였다. 가격을 바꾸려고 들여다보지 않았다면 더 오래 몰랐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길어서 다른 화에서 따로 쓴다. 여기서는 하나만 적어 둔다. 결제처럼 평소에 잘 안 들여다보는 곳은, 이렇게 손댈 일이 생겼을 때 끝까지 한 번 따라가 보는 게 좋다.
다른 메이커에게: 가격을 바꾸기 전에 순서부터 적어라
가격 개편이라고 하면 보통 '얼마로 할까'부터 고민한다. 해 보니 숫자보다 순서가 더 위험했다. 가격은 서버, 화면, 스토어처럼 여러 곳에 흩어져 있다. 이걸 아무 순서로나 바꾸면 그 사이에 손님이 결제하는 순간이 반드시 생긴다. 그래서 바꾸기 전에 할 일 세 가지를 정해 두면 된다. 어디부터 바꿀지, 무엇을 끄고 무엇을 남길지, 다시 켜야 할 때 어떻게 켤지다. 지우는 것보다 끄는 것이 거의 항상 안전하다.
이번 일로 묶음은 다섯 개가 됐고, 가장 작은 묶음으로도 꿈 하나는 풀 수 있게 됐다. 바꾼 건 숫자 몇 개였지만, 일 대부분은 순서를 정하는 데 들었다.
다음 화에서는 테스트 주문 85건이 매출에 섞였던 날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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