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치도, 이 뇌는 얼마나 나다운가 | 백서 5장
일을 잘하는 AI와 나를 닮은 AI는 같은 존재일까요? 기억의 양보다 가치관과 판단을 얼마나 일치시키는지, 그리고 내가 나를 잘 모를 때 생기는 위임의 손실을 살펴봅니다.
기억의 양보다, 나를 옮겨 담을 때 새는 양
여기까지 읽은 사람이라면 물을 것이다. 그래서 그게 정말 너인가.
정당한 질문이다. 내 생일을 알고, 내가 지난주에 누구를 만났는지 아는 것으로는 나라고 부를 수 없다. 그 정도는 내 캘린더도 안다.
나는 이 질문을 일치도라는 말로 다룬다. 세컨드브레인이 나와 얼마나 같은가를 다섯 층으로 나누어 본다.
그림 9. 일치도의 다섯 층. 아래층은 기록만 있으면 옮겨지고, 위층으로 갈수록 나를 알아야 옮겨진다.
사실은 기록만 있으면 옮겨진다. 중요도부터는 사정이 다르다. 같은 회의록을 읽고도 누군가는 매출 숫자에, 나는 담당자의 망설이던 말투에 밑줄을 긋는다. 그 밑줄의 위치가 나다.
다섯째 층이 가장 어렵고, 나는 이 층을 가장 눈여겨본다. 사람의 고유함은 맞힐 때보다 틀렸을 때 드러난다. 틀렸다는 사실을 언제 알아차리는지, 누구에게 먼저 말하는지, 무엇부터 고치는지.
옮길 때 새는 것
일치도를 기억의 양으로 재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기록이 아무리 많아도 나를 옮겨 담는 과정에서 새는 것이 있다. 나는 이것을 자기모델의 손실률이라고 부른다.
손실은 주로 내 쪽에서 난다.
나는 나를 설명할 때 나를 편집한다. “나는 사람을 끝까지 믿는 편이다”라고 말하지만 기록 속의 나는 세 번째 실수에서 조용히 일을 거둬들인다. 내가 나를 모르는 만큼, 내가 세컨드브레인에게 가르치는 나는 실제의 나와 어긋난다.
메타인지, 곧 자기를 정확히 보는 힘이 여기서 등장한다. 자기를 정확히 아는 사람일수록 옮길 때 덜 샌다.
자격시험은 아니다
오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있다. 메타인지가 높아야 세컨드브레인을 쓸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누구나 쓸 수 있고, 어쩌면 자기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더 쓸모가 있다.
2장에서 말한 틈을 떠올려 보자. 자동으로 쌓인 기록은 내 편집을 거치지 않는다. 그래서 세컨드브레인은 내가 말하는 나와 기록이 보여 주는 나를 나란히 놓을 수 있다.
“사람을 끝까지 믿는 편이라고 하셨는데, 지난 2년의 기록에서는 세 번째 실수 이후 업무를 회수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어느 쪽이 지금의 원칙인가요?”
이 질문을 받고 나는 한참 답을 못 했다. 그리고 그 질문 덕분에 내 원칙을 다시 썼다. 고쳐 쓴 원칙은 다시 SSOT로 들어갔고, 일치도는 조금 올라갔다.
그림 10. 가르치는 쪽은 나라고 생각했는데, 절반은 내가 배우고 있었다.
세컨드브레인은 메타인지가 높은 사람의 특권이 아니다. 사람과 디지털 자아가 서로를 고쳐 주며 일치도를 높여 가는 장치다.
《슈퍼 세컨드브레인》 백서 5장을 나눕니다. 원문: https://hanulssb.tistory.com/6 . 도표는 백서 원본입니다. 에이전트가 나와 다른 판단을 했을 때, 무엇을 근거로 그 차이를 교정하고 계신가요?
상위 10% 개발 팀 구독 서비스
댓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AI에게 어디까지 맡겨도 될까요? 같은 질문을 이야기로 풀어낸 《슈퍼 세컨드브레인》 웹툰 1화를 네이버웹툰에서 무료로 읽을 수 있습니다. https://bit.ly/ssb-dq-wp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