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부터 집어드는 사람들 - 21세기 처형식
예전에 초등학교 아이들 대상의 교육봉사를 하며 충격 받았던 이야기.
한 아이가 벌칙에 걸려 춤을 춰야했는데 모든 아이들이 비웃으며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춤 추는 아이를 촬영하고 있었다. 그 순간에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나중에 돌이켜보니 춤을 추던 아이 입장에서는 정말 무서운 순간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아침에도 역삼역에서 한 외제차를 경찰차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뭔가 심상치 않아보이는 분위기 때문인지 너도나도 카메라를 집어들어 도로 한복판의 '사고현장'을 찍어댔다. 몇몇은 영상을 찍는 것을 들키고 싶어하지 않았는지 몰래 찍기도 했다.
(아마 경찰이 운전자를 끌어내리고 가방을 뒤지는 모습 때문에 사람들이 강력사건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1/ 우리와는 다른 너
우리는 우리와 다른 사람을 향해 카메라를 바로 꺼내어든다. 이 행동은 마치 군중 속에 숨어들어 '우리와 다른 너'라는 관계를 분명히 하고 '박제'하고 싶어하는 행동처럼 보인다. 역사적으로 인류는 나와 다른 사람들을 박제하고 싶어했다. ex) 공개처형식
다만, 내가 경계하는 부분은 한 명을 촬영하기 위해 다수가 카메라를 꺼내는 그 폭력적인 구도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어른들이 이런 문화를 만들어냈고 여기서 만들어진 콘텐츠가 플랫폼으로 유입되며 유아/청소년들에게 그대로 노출된다. 그러니 당연히 유아/청소년들은 이런 문화를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2/ 기술과 사람
기술은 늘 인간을 편하게 한다. 한동안은. 그리고 높은 확률로 기술은 사회의 비효율과 복잡성(eg-처형문화, 양극화, 캔슬컬쳐 등)을 증가시킨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생겨나는 문제까지 책임지는 제품은 많이 못 봤다.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대부분 stakeholder(돈)와의 관계 문제
책임이라는 어감에서 손해를 본다는 느낌이 강함
인 것 같다. 하지만 만들고 나서 책임을 지는게 아니라, 잘 고안된 프로덕트를 위해 만들기 전부터 고민하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디스콰이엇은 이런 생각과 고민들을 말해왔다.
3/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이야기
사회의 비효율과 복잡성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솔직히 이렇게 증가하는 비효율과 복잡성이 하향할 수 있도록 만드는게 가능할까? 하는 생각도 가끔든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선택지가 전혀 없다. 방치하면 답이 안 나온다.
무조건 하향시켜야 앞으로의 삶을 도모할 수 있고
그게 아니라면 복잡성과 비효율이 증가하는 속도라도 늦춰야한다
정말 극단적으로 세상이 언제 망할지 모른다는 생각도 한다.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이야기라고도 생각한다.
당장 3개월 뒤에 세상이 망하면?
당장 3개월 뒤에 디스콰이엇이 망하면?
지금 내가 해야하는 것은 어떤거지?
팀원들과 고민을 나누며 잡힌 개인적인 주관은
그 어떤 이해관계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상태
진정성 있는 메이커 문화의 확산
이렇게 두 상태를 만들어내는 것에 더 더 집중하고 싶다는 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메이커들이 더 더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꾸준히 내러티브를 공유하며 각자의 비전을 견고하게 만들고 그렇게 잘 고안된 제품들을 세상에 마음껏 펼쳐낼 수 있기를 바란다.
나도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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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그냥 이 글을 읽고 바로 드는 생각도 궁금해요.
"우리는 우리와 다른 사람을 향해 카메라를 바로 꺼내어든다. 이 행동은 마치 군중 속에 숨어들어 '우리와 다른 너'라는 관계를 분명히 하고 '박제'하고 싶어하는 행동처럼 보인다. 역사적으로 인류는 나와 다른 사람들을 박제하고 싶어했다. ex) 공개처형식" 저도 보통 큰 일에 대해 걱정하는 마음과 현재 주변 상황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는 것 같아요. 제가 신림에서 거주중인데요, 신림에 한창 칼부림 사건으로 세상이 흉흉했을 때 응급차들이 돌아다니는 것도 찍었거든요. 그때 마음은 '제가 위험할 수 있으니 조금은 주목해달라'라는 마음으로 영상들을 올리기도 했던 기억이 나네요. 바로 드는 생각을 공유드립니다!
"저도 보통 큰 일에 대해 걱정하는 마음과 현재 주변 상황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는 것 같아요" ..."그때 마음은 '제가 위험할 수 있으니 조금은 주목해달라'라는 마음으로 영상들을 올리기도 했던 기억이 나네요." > 정말 맞는 말 같아요. 빠르게 글을 적어내려가다 보니 양지의 이야기를 놓친 것 같아 아쉽네요. 종창님처럼 기술을 잘 활용하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긴 답변 감사드려요.
사람 마음이라는게 참 어렵죠. 그렇게 될 수 밖에 없게 된 이야기를 계속 파고드는게 너무 필요한 상황인거 같아요. 저도 노력하고 있어요. 민교님의 이야기들 들어보니, 인천공항에 노숙자 혹은 노인들이 몰리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단편적으로만 봤을 때 인천공항 사용료는 공항을 오고 가는 사람들이 내고 있는데 왜 노인들이 혜택들을 받아야 하는것인가? 실제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너무 주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이 들 수 있는데, 깊이깊이 파고드니 독거 어르신들이 문화생활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고 공항에 비행기를 멍하니 바라보면서 적적한 마음을 달래면서 만남의 광장 역할을 한다고 하더라구요. 이 내용은 글 맥락과 관계 없어보이긴 하는데, 이야기 듣다보니 문득 생각이 들어서 짧지만 공유해봅니다. 민교님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사회의 비효율"이라고 표현하신 것의 예시는 어떤 것이 있나요? 현대 사회의 어떤 부분에서 비효율이 높아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기술은 언제나 효율을 높이는 쪽으로 발전해온 것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