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회고
2021년은 그 어느 해보다 다이나믹했다.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디스콰이엇을 만들고, 사이드로 시작했던 프로젝트가 하나의 사업이 되고 투자를 받고 팀원을 채용하는 전 과정을 난생 처음 경험하면서 끊임없이 배우고 또 배웠다. 배운 것들을 무작정 나열하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몇 개 기억에 남는 키워드 위주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창업
임팩트있는 하나의 프로덕트를 처음부터 제대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지난 몇년간 계속 해왔다. 이 욕구는 회사 일이나 작은 사이드 프로젝트로는 잘 채워지질 않아서 자연스럽게 창업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제품을 만들 줄만 알았지 그걸 사업화 한다는건 한없이 막막하게만 느껴졌다. 그러던 중 만들고 싶었던 프로덕트 비전이 같은 현솔님을 만나 디스콰이엇을 함께 창업하면서 내가 막막해했던 부분이 하나씩 실현되는 걸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배운게 정말 많은데 크게 세가지가 있다.
1. 비즈니스와 프로덕트는 따로 노는 게 아니다.
예전엔 제품 만드는 것과 사업적인 부분을 자꾸 분리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사업화에 대한 부분을 더 어렵게 느꼈던것 같은데, 실제론 이 둘을 그렇게 나눠놓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단순히 말해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지는게 프로덕트이고, 이게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문제면 자연스럽게 사업이 될 수 있는 거였다. 그렇다 보니 이 프로덕트가 비즈니스적으로 어떤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지 모르면서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 수 없고,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덕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르면서 좋은 사업을 만들기는 정말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사업은 특별한 성향이 있어야 잘 하는게 아니다.
정확한 계기는 모르겠지만 사업가라고 하면 떠오르는 특정 성향의 사람들이 있었다. 인맥이 넓거나, 약을 잘 팔거나(?), 엄청나게 외향적이거나 하는 특성의 사람들인데 올해 그런 편견이 많이 깨졌다. 현솔님을 봐도 그렇고 주위에 창업가들을 봐도 정말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멋지게 사업을 해나가는 걸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성향이나 백그라운드 보다는, 풀려는 문제에 대해 확고한 주관을 갖고 끊임없이 정보를 습득하면서 사업 방향을 잡아나가는 게 제일 중요한 기본기가 아닐까 싶다.
3. 나는 불확실한 상황이 생각보다 잘 맞는다.
이전에 외국계 대기업에도 있어보고 커리어 전향 후 스타트업에서도 몇번 일해보다 올해 창업으로 이어졌는데, 회사의 안정성만 놓고 보면 지금이 가장 바닥이지만 나는 지금이 심리적으로 가장 만족스럽다. 오히려 안정적인 조직에서 일할수록 이대로 안정감에 파묻혀 정체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항상 전전긍긍했던것 같다. 앞으로 불안정한 정도가 점점 커지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시도해보면서 답을 찾아나가고 제품이 조금씩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얻는 성취감이 불확실한 상황에 대한 불안감을 많이 상쇄시키는것 같다.
제품 개발
지금까지 개발자로 일을 할때 제일 힘들었던 게 항상 내가 만들고 싶은 것만 만들 수가 없다는 거였다. 결정적으로 내가 가장 동기부여되는 시점이 단순히 기술적 문제만 해결할 때가 아니라 지금 뭘 왜 만드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공감할 때였는데, 그러다 보니 이게 조금이라도 어긋날 때마다 의욕이 급격히 떨어지는 상황이 반복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디스콰이엇을 만드는 과정이 고난했지만 정말 즐거웠다. 처음에는 내가 과연 하나의 서비스를 책임지고 개발해서 키워나갈 역량이 될지에 대해 걱정이 많았는데, 만드는 제품에 대한 확실한 목적 의식을 가진 상태에서 개발을 하니 아무리 어렵고 짜증나는 문제에 부딪혀도 계속 파고들어 해결할 에너지가 생겨났다. 현솔님 역시도 개발 백그라운드가 전혀 없는데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지만 갖고 뛰어들어서 엄청난 속도로 배우는 걸 보면서, 제품의 목적과 완벽히 align된 상태에서 개발을 할 때 어느 정도의 생산성이 날 수 있는지 알게 됐고 스스로 놀라기도 했다. 무엇보다 지금처럼 초기 단계에서는 경력이 많은 시니어 엔지니어가 팀에 없더라도 계속 배우면서 유저가 원하는 제품을 개발해나가면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긴게 제일 큰 수확인 것 같다.
공개적인 글쓰기
올해 메이커로그 기능을 기획하고 개발하면서 자연스럽게 글쓰기라는 주제에 대해 많이 고민해봤던것 같다. 특히 ‘공개적 글쓰기’에 대해 그동안 해왔던 생각들을 많이 정리할 수 있었다.
나는 보통 떠오르는 생각이 있으면 여기저기 끄적여놓고 나중에 모아서 정리하는 편인데 이걸 공개적인 곳에 올린 적은 거의 없었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면 내 글이 모르는 누군가에게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 + 공개하기 위해선 정말 완성도 높은 글을 써야 된다는 부담감이 컸던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나만을 위한 글쓰기를 하다 보니 독자가 나 자신뿐이라,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많은 문맥을 생략하고 자꾸 굉장히 간소화된 버전의 글을 쓰게 됐다. 문제는 내 기억력이 생각만큼 좋지 않기 때문에 몇 달만 지나도 당시에 안다고 생각했던 걸 많이 잊어버려서, 지금까지 내가 쓴 글들을 다시 읽어보면 당시 생각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글이 많다.
공개적으로 글을 쓰다 보면 이런 부분이 자연히 해결된다. 내 생각을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있게 풀어서 정리하는 과정은 귀찮을 수 있지만, 그 노력 자체만으로 글의 완성도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특히 제품을 만드는 메이커로서 왜 이걸 만드는지, 이걸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지 제품을 통해 계속 설명하고 표현해야 되는데,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나중에 그 생각 과정을 돌아보는게 제품 방향을 잡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그래서 내년에는 최대한 주기적으로 공개 글을 쓰고 제품이 발전해나가는 과정을 많은 분들과 공유해 보려고 한다.
이번달 16일을 기점으로 디스콰이엇 유저가 10,000명을 찍게 됐다! 런칭한지 정확히 9달 만이다. 아직 갈길이 멀긴 하지만 한 해가 가기 전에 이 정도의 마일스톤을 달성해서 기쁘고, 우리 팀이 정말 자랑스럽다 :)
내년에도 올해만큼 많이 배우고, 삽질도 많이 하고, 더 많은 메이커 분들을 만나서 자극받고, 어떤 피드백이든 받아들일 수 있는 말랑말랑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열심히 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21년 안녕~ 👋
IT 프로덕트 메이커들을 위한 소셜네트워크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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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부분에서 공감되는 글이네요! 디스콰이엇 덕분에 자극이 되고, 도전정신도 커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