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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

차가운 기계에 따뜻한 영혼을 불어넣는 일

Fynn-bg.png어느 날 스마트폰 속 파란색 거북이가 키보드를 열심히 치더니 대화를 걸어왔어요. 이름은 ‘핀’이고, 자기가 문제를 해결해 보겠대요. 얘는 대체 정체가 뭘까요? 그리고 무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한다는 걸까요?

👉 어깨 쫙! 허리 쭉!

작년 여름,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에서 팀원들과 함께 거북목 방지 알림을 보내주는 ‘꿋꿋’이라는 앱을 만들어 선보였어요. 기능은 단 하나, 정해진 시간마다 바른 자세를 하라는 알림을 보내주는 것이 전부인 정말 정말 간단한 앱!

‘엥? 기능이 이게 다야?’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이 단순한 알림이 꽤 효과가 있어요. 실생활에서 어디선가 “어깨 펴세요” 소리를 들었을 때 나도 모르게 목을 뒤로 넣고 허리를 폈던 기억이 있으시죠? 자세를 바로잡는 데에는 말 한마디의 힘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알았죠. 꿋꿋은 여기서 영감을 얻어 아주 간단한 알림 기능만을 가지고 당당히 출사표를 던진 앱이었습니다.

👉 탄생의 시작은 고난으로부터

그런데 꿋꿋은 개발 초기부터 몇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었어요.

1️⃣ 첫째, 자꾸만 생겨나는 알림 오류로 인해 사용자가 불편을 겪는 점

2️⃣ 둘째, 알림 전송 총량 문제로 알림 주기와 주말 알림을 제한한 점

3️⃣ 마지막으로, 사용자들이 알림을 금방 귀찮고 성가시게 여겨버리는 점

꿋꿋이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사랑받는 앱이 되기 위해서는 위 문제들을 이겨낼 돌파구가 필요했죠. 그리고 뜬금없게도, 그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척추요정 거북이 핀’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귀여움 담당으로 투입 되었던 캐릭터가 막중한 임무를 받게 된 배경에는 ‘아이보’라는 이름의 애완 로봇 이야기가 있었어요.

aibo.png© 소니 아이보 공식 홈페이지

👉 또 하나의 가족, 아이보

아이보는 소니에서 1999년에 발매한 세계 최초의 애완견 로봇이에요. 그런데 이 아이보는 값비싼 가격의 로봇이었음에도 명령에 동작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거나 로직이 제멋대로 꼬이는 일이 많았대요.

소니는 이 오작동 문제를 다른 시각으로 접근했어요. 아이보는 로봇이기 이전에 ‘어린 강아지’이므로 주인의 말을 듣지 않아도 고집 센 어린 강아지를 대하듯 눈 감아 달라고 당당한(?) 주장을 했죠.

그런데 맙소사, 이게 제대로 통했대요. 아이보의 주인들은 아이보를 정말 강아지를 돌보듯 대했고 오작동에도 너그럽게 눈 감아줬어요. 아직 어린 동물이니까요. 그렇게 아이보는 ‘귀염둥이 막내’가 되어 오랜 시간 사람들을 기쁘게 해줬습니다.

2010년대에 이르러 구형 기기가 단종 되고 수리 할 부품조차 남지 않게 되자, 아이보의 주인들은 한데 모여 작동을 멈춘 아이보들을 위한 장례식을 치뤄주기도 했대요. 강아지의 모습을 한 작은 로봇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 영원한 가족으로 남게 된 거죠.

👉 핀에게 주어진 임무

아이보 이야기를 읽고 “바로 이거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꿋꿋에서 보내주는 알림을 따뜻한 마음을 가진 거북이 핀이 직접 작성한 메시지라고 생각한다면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덜 귀찮게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단순한 알림 앱에서 ‘내 건강을 생각해주는 거북이의 지극정성 잔소리 앱’으로 바뀌는 거예요. 이 동그랗고 작은 거북이가 척추 건강을 위해 보내주는 진심 어린 알림, 단순히 귀찮다고만 생각할 수 있을까요?

Notification.png핀과 상호작용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 일과의 시작과 끝을 위한 문구를 따로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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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꿋꿋의 앱스토어 업데이트 내역

또, 오류가 생겼을 때 핀이 나타나 “실수했다”고 이야기한다면 어떨까요? 실제로 꿋꿋의 앱스토어 업데이트 내역에서는 ‘버그’나 ‘에러’와 같은 단어를 찾아볼 수 없어요. 예를 들어 어떤 오류를 수정했을 때 단순히 ‘버그 픽스’라고 작성하는 대신, 핀이 키보드 조작 미숙으로 실수 했고 금방 고쳤다고 알리는거죠. 공급자 입장으로 버그 픽스와 같은 어려운 말을 하는게 아니라 꿋프렌즈(*꿋꿋 사용자)가 핀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느낌을 받도록요.

기술 문제로 알림 시간과 주말 알림을 제한했던 것도, 핀이 인격을 가지게 되면서 자연스레 설명할 수 있게 되었어요. 실제로 핀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연장 근무를 소화하고 있는 셈이거든요. 정말 1초도 쉬지 않고 키보드를 두드리기 때문에 업무 외 휴식 시간은 필수! 또한 휴일 보장을 위해 주말 알림은 보내줄 수 없다는 눈물 섞인 핀의 입장을 저희가 대신 알리기로 했습니다.

Fynn_busy.webp핀이 항상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것은 200명이 넘는 꿋프렌즈들에게 바른자세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결과는 성공적! 귀여운 핀의 인기가 생각보다 훨씬 좋았어요. 게다가 핀이 활약해준 덕분인지 출시 초기에 크고 작은 오류가 발생했을 때에도 응원의 말씀들을 많이 해주셨죠.

그렇다고 저희가 핀을 앞세워 모든 것을 맡겨두고 여유롭게 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류가 발생했을 때 핀을 통해 서둘러 해결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꿋꿋을 열심히 고치고 다듬었거든요. 시작부터 완벽한 앱을 만드는 대신 빠르게 문제를 파악하고 고쳐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또, 시간이 지나자 핀이 보내주는 알림을 원래의 용도 외에도 틈틈히 물을 챙겨먹는 알림으로 쓰거나 휴식 알림으로 쓰는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고 계신 것을 알게 되었죠. 핀의 매력에 빠진 분들이 자체적으로 새로운 쓰임새(?)를 만들고 계신 모습에 그저 감사할 뿐이었습니다.

👉 핀은 진짜로 우리 곁에 있어!

꿋프렌즈들이 핀을 정말 살아있는 존재처럼 느낄 수 있게 만들기 위해, 대략 5,000자로 이뤄진 설정 가이드라인 자료를 만들었어요. 서비스를 운영하는 우리부터 핀을 실존하는 거북이로 마주 해야만 제대로 몰입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따라서 해당 자료에는 핀의 페르소나와 말투, 업무 범위와 각종 지침, UX 라이팅 까지 세세하게 정리 해두었죠.

핀은 “의도치 않은 팩트 폭력을 날리는 소심하지만 당돌한 친구”라는 페르소나 가이드라인에 따라 앱 서비스, 바른 자세 알림, 앱스토어 업데이트 소식, 홈페이지, 프로모션 사이트 등 꿋꿋의 거의 모든 플랫폼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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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하게 준비된 문구들은 전부 핀의 UX 라이팅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요.

👉 마무리하며

돌이켜 생각해보면, 핀의 탄생은 지금의 꿋꿋을 있게 한 일등 공신인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팀원 모두가 화면 속 이 작은 거북이에게 많은 애정을 쏟고, 꿋꿋이라는 프로덕트에 깊이 몰입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정말 간단하고 단순한 앱이었음에도 만드는 과정에서 팀원 모두가 배운 점이 정말 많았죠. 어쩌면 우리가 하는 일은 차가운 기술에 따뜻한 영혼을 불어넣는 순간을 위한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지금도 핀은 200대 정도의 아이폰에 상주하며 부지런히 바른자세 알림을 보내고 있는데요. 여러분도 지금 바로 기지개 한 번 쭉 하시고, 핀이 보내주는 알림도 받아보시는건 어떠실까요? 이렇게 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앞으로의 꿋꿋 여정도 기대해주세요.

Trending.png와우... 꿋꿋이 트렌딩 프로덕트 1위에 올랐네요! 고맙습니다! 꿋꿋~ 🐢

[CDD - 척추주도개발]

🧸 최예은 Lianne / 🏃‍♀️ 이도후 Alex / 🕺 나경빈 Theo / 📖 박상준 Theo / 🛡️ 김수호 Guardy

[홈페이지 / 앱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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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준석
심준석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