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의 자동화 세계 입문기
극강의 P였던 나는 첫 회사로 퍼포먼스 마케팅 에이전시에 입사하게 된다. "에이전시는 J 최적화 직장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히 에이전시 업무는 일정 관리의 연속이었다. 캠페인 라이브 일정, 종료 일정, 매체 부킹 일정 .. 단 한 번이라도 놓치게 되면 바로 큰 이슈로 이어지기 때문에, 달력에 일정을 기록하는 것 만으로는 부족했다. 일정 관리 뿐만이 아니었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광고비, 돈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작은 실수더라도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나도 알고 싶지 않았다..)
사람이니까 누구나 실수를 할 수는 있지만, 퍼포먼스 마케터인 나는 절대 실수하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출근했다.
크로스체크.. 크로스체크의 크로스체크...
살면서 이렇게 많은 일정을 관리할 일도, 억 단위의 큰 돈을 다룰 일도 없었던 나는 스스로를 믿을 수 없었다. 실수를 막기 위한 온갖 장치를 뚝딱뚝딱 만들면서, 그렇게 폭풍 같은 에이전시 생활 N년을 보냈다. 돌이켜보니 마케터로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마케팅을 비롯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모든 과정을 즐기고 있었고 특히 자동화가 즐거움의 한 축이었다.
처음 케이스를 떠올려보면, 위약금이 있는 매체를 부킹할 때였다. 매체 집행 전 위약금 기간 전에 최종 집행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데, 부킹해둔 상품과 날짜가 많다면 자칫하면 일정을 놓치기가 쉽다. 한 가지 방법은 슬랙의 리마인더 기능을 활용하는 것인데, 만일 이 리마인더 생성 자체를 깜박했다면 같은 실수를 저지르기 마련이다. 또 광고주의 의사결정이 길어진다면 수차례 체크를 해야하는데, 여러 일자에 매번 리마인더를 걸어주는 것도 꽤 번거로운 일이다.
가장 먼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든 생각은 "일단 일정을 관리하는 곳이 있어야 한다"였다. 예를 들어 스프레드시트에 부킹한 모든 매체들의 정보값들을 입력해두면, 머릿속으로 떠올릴 필요도, 슬랙에 하나씩 정리하거나, 달력에 체크해둘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시트를 이용하는 가장 큰 장점은, 구글 스프레드시트는 연동성이 좋아서 노코드 툴을 이용해 슬랙과 연동하여 확실한 리마인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노코드 툴 Zapier를 예시로 들자면, 특정 조건이 되었을 때(=트리거), 특정 결과가 일어날 수 있도록 (=액션) 직접 플로우를 설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프레드시트에 특정 일자 기준으로 알림을 받아야 하는 일자가 되면 특정 표시가 되도록 수식을 걸어준다. 그리고 해당 일자가 되어 특정 표시 (여기서는 “remind”)가 뜨면 슬랙에 자동으로 리마인드 메시지가 발송된다.
리마인더봇은 지금 생각하면 사소한 시도였지만, 이후 나의 일하기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큰 자산이 되었다. "내가 상상할 수만 있다면, 자동화할 수 있는 업무 영역은 무궁무진하겠구나"
거창한 코딩 지식이 없어도 노코드 툴과 슬랙, 구글 스프레드시트, 노션 등 기본 업무 툴만 잘 활용한다면 업무 자동화를 해낼 수 있다. 단순히 실수와 반복 업무의 시간을 줄이는 것 뿐만 아니라,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 사고하는 습관, 똑똑하게 일하는 가치를 배우게 된 것이다.
리마인더봇을 시작으로 지금 일하고 있는 새벽네시에서 만들어낸 재미난 자동화 시스템들이 많은데, 기회가 된다면 우리의 일하기 문화를 소개할 겸 다음 메이커 로그를 남겨봐야겠다! (다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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