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했어요 시리즈 6화] 공백의 2023년(1)_프로젝트가 망하고 멘탈이 부서지는 과정
망한 프로젝트에 미련을 못버렸어요.
우리는 예비창업패키지를 초라하게 마쳤다. 딱히 고객 검증을 한 것도 아니요, 약 1년의 시간이 주어진 것에 비해서는 초라한 서비스를 만들었다. 여느 창업자들처럼 서비스를 만들고 나서 서비스와 사랑에 빠져버려 한동안은 그 서비스를 놓을 수 없었다. 그래서 마케팅도 좀 해보고 서비스를 키워보고자 자그마한 노력들을 좀 해봤다.
그래서 막무가내로 마케팅을 하려고 했고 어쨌거나 그것도 망했답니다!
불안한 마음과 니치마켓을 전혀 노리지 않은 광범위한 SNS. 내가 설사 태평양만큼 커다란 그물을 가지고 있어서 태평양에 그 그물을 친다 한들 그걸로 태평양에 있는 물고기 한 마리를 잡을 수 있을까? 그물의 무게조차 이기지 못해 낚싯대 하나를 든 사람만 못한 조과를 얻을 것이다. 니치마켓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일반적인 SNS 그 자체가 돈이 되려면 사람이 많이 모여야 하고, 사람이 많이 모이면 큰 서비스가 필요하다. 큰 서비스를 하려면 서비스 아키텍트가 필요하고, 서버비가 필요하다. 우리 회사엔 아주 약간의 백엔드 경험이 있는 모바일 앱 개발자와 디자이너밖에 없었고, 그 비용을 우리 같은 창업자들에게 투자해줄 멍청이도 찾기 힘들었다.
우리는 또 아이디어를 냈어요.
그렇게 불안한 마음으로 지내던 반 년 후, 나름 영감이 와서 일반적인 SNS 같이 돈으로 밀어 붙이는 서비스 말고 뭔가 당장에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만들어서 돈이 될만한, 니치마켓을 노려볼만한 그런 서비스를 만들고자 했다. 제일 처음에 기획했던 제품의 동기도 비슷했다. ‘당장 돈이 될만한 거 만들어서 목돈 좀 만져보자.’ 뭔가 당장 돈이 될만한 데이팅앱을 만들고 싶었다. 지금은 기억이 흐릿하지만 아마 처음에는 성벽이 비슷한 사람끼리 맺어주는 성인용 매칭 앱을 개발하려고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아직 서구사회에 비해 비교적 성에 폐쇄적인 한국 문화와 잔뜩 도사리고 있는 성매매의 위험을 어떻게 차단할지, 기술이 아니라 정책적 문제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포기했다. 그런데 솔직히 아이디어 자체는 괜찮은 것 같다. 뭐 섹스와 페티시즘이 죄는 아니지 않은가?
여튼, 그런 뒤 뭔가 간밤에 스친 자본주의적 영감이 있었다. 그래, 우리는 심리학도니까 인간의 본성을 이용해서 도저히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중독적인 서비스를 만들자. 그래서 만들 게 된 것이 퀴즈메이트이다. 단순한 퀴즈의 반복, 그리고 간헐적이지만 매혹적인 보상, 학습심리학에서 배우는, 또 도박 중독자들이 보여주는 전형적인 변동비율 강화를 적용한 서비스이다. 원래는 고독하고 다친 창업자의 마음으로 이런 서비스를 기획했지만, 지금은 인간의 취향, 그 취향에 대한 아주 큰 데이터를 명시적으로 모으고, 그 매칭의 만족도에 대한 데이터를 모으게 되면 어떤 사람이든 가장 최적의 사람과 맺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에쁘고 똑똑하고 성격이 둥근 사람들끼리만 모여서 쉽게 매칭되는 서비스는 재미가 없어 보였다. 아무리 모난 사람이어도 지구 상에 그에 맞는 짝 한 명 정도는 있지 않을까? 더 나아가서, 그렇게 수집한 인간의 데이터로, 단순히 대량의 언어 데이터를 때려넣은 LLM이 아니라 진정한 지성체에 대한 연구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려고 했습니다...후후... 인간이란...
각설하고, 그런 아이디어가 든 후, 우리는 그걸 만들기로 했다. 처음에는 대책도 없이 막 만들었다. 그러다가 뭔가 예비창업패키지에서 아쉬웠던 점이 계속 떠올랐다.
(다음화에 이어서 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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