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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SEOK LIM
CHANGSEOK LIM ·

평범한 성공이 있다면 눈부신 실패도 있기 마련이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와중에도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브랜드,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아이폰, 구글, 테슬라 등 세계적인 기업들을 넘어 “과연 더 이상 발전할 것이 있을까?” 싶은 고민이 무색하게도 최근 등장한 챗 GPT는 분야를 막론하고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죠. 그러나 실상은 대중들의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고객들을 위했던 프로덕트가 고객들의 주목을 못 받는 일만큼 비참한 일은 없죠. 어쩌면 이러한 이유로 굳이 위험을 감수해가며 활로를 개척하기보다는 안정적인 대기업에 취업하는 커리어 패스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 수도 있겠네요.


그렇다면 도대체 왜 창업가들은 남들이 기피하는 길을 선택하는 걸까요? 험난하고 팍팍한 현실에 못 이겨 단단히 미쳐버린 걸까요?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아직 그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업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술, 기능, 분야를 떠나 아직 그들의 마음 깊숙이 와닿는 본질을 건드리지 못한 것이죠. 이 부분이 스타트업을 시작하고 운영함에 있어 꽤나 중요한 원동력이 되어준다고 믿습니다. 저에게도 마음 한편(사실은 큰 부분입니다만..)에는 이런 욕망이 있어 네트워킹 플랫폼 ‘SIDE X SIDE’팀에 개발자로 합류하게 되었었습니다. 비록 현재는 내부 사정으로 인해 잠시 멈춰있는 상황이지만, 지난 7개월간의 네트워킹 플랫폼팀 개발자로서 배운 점들을 공유해 드리고자 합니다.


  1. 일단 해보는 자세 

작년 5월 즈음, ‘SIDE X SIDE’ 대표님에게 개발팀 합류 제안을 받고 두근거리던 설렘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당시 같이 듣던 중앙대학교 창업 수업에서 교수님 허락을 맡아 ‘SIDE X SIDE’ IR 피칭을 하셨을 때 혼자 기획해 보려던 서비스와 결이 꽤나 비슷해서 용기 내어 던진 저의 DM 한마디에서 시작된 인연이었죠. 그러나 기쁜 마음도 잠시 문득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제 마음에 스치듯 들어왔습니다. “과연 새로운 사람들과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얼마나 잘해야 외부 투자까지 받을 수 있지?”, “나의 미숙한 개발 실력이 피해가 되지는 않을까?” 등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졌습니다.

돌이켜보니 지난 10년간의 해외 생활에서도 직접 부딪쳐보며 깨닫는 삶이 제가 살아왔던 방식이었습니다. 투정 부리려는 건 절대 아니지만 어린 나이에 타 문화, 언어, 환경 등에 적응한다고 꽤나 애먹었던 기억이 지금도 또렷하거든요. 성패를 떠나 “뭐가 됐든 일단 해보자”라는 결심이 서고 나니 행동으로 이어지는 데까지는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팀 구성원들이 확정되고 각자의 능력을 공유해 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던 첫 킥오프 미팅까지 남았던 이틀 동안 'Agile'이라는 서비스를 기획, 디자인, 랜딩 페이지 개발까지 완료해서 공유하였습니다. 비록 당시에는 거창한 형태를 갖추고 있지는 않았지만, 팀원분들께서 긍정적인 반응들을 보여주셨고 일단 해보는 자세를 통해 작지만 올바른 선택을 또 하나 쌓았던 순간이었습니다. 


2.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

당시 팀 내에 디자이너 한 분이 계셨지만 주로 포스터, 배너, 굿즈 디자인을 메인으로 담당해 주고 계셨기 때문에 개발팀에서 UI/UX 디자인까지 함께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프론트엔드 담당을 맡던 제가 피그마로 UI/UX 제작을 병행하며 주 2회씩 대면 회의를 통해 나머지 개발자 두 분(프론트엔드 1명, 백엔드 1명)에게 디자인 피드백을 받고 전체 회의에서 공유하는 형식으로 진행됐었죠. 그러던 찰나, 전체 회의에서 스타트업의 고질병인 ‘진정 타깃’이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고 따로 개발팀끼리도 밤새 머리를 맞대며 논의를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 구성원들이 납득할 만한 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플랫폼을 잠시 멈춰두고 네트워킹에 집중하기로 했죠. 이후 개발팀 세명은 각각 브랜딩, 네트워킹 팀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됐습니다. 개발팀으로 합류했지만 웹 디자인을 하다가 네트워킹 팀에서 끝맺음을 지은 셈이죠. 누구는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말이라며 뛰쳐나갔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지만, 관점을 바꿔보니 오히려 좋은 기회였습니다. 기획도, 디자인도, 개발도 해 본 사람만이 안다고 각기 다른 분야에서는 어떤 관점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었죠. 초기에 주어졌던 역할은 개발자였지만 적절한 타이밍에 내려놓을 수 있었기에 필요한 곳에 에너지가 투입될 수 있던 경험이었습니다. 


3. 동종 업계 파트너를 존중하는 태도

확실한 의사결정을 위해 팀마다 고유의 권한을 갖고 빠르게만 움직이려다 보니 서로 맥락을 파악하지 못했거나 놓치는 지점들이 분명히 존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개발팀을 떠나 네트워킹 팀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니 비로소 비치지 않던 이면의 과정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스피커 컨택, 홍보 포스터 제작, 예산안 확정, 타임테이블 편성, 공간 디자인 등 전체 회의에서는 얼핏 스쳐 지나갔던 내용들이 생각보다 섬세함을 요하고 신경 써야 했던 부분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죠. 이전에는 스케줄 딜레이나 애매한 주장에 대해 담당 팀이 또렷한 혜안을 제시하지 못할 때 “나는 열심히 하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오지?”라는 억울한 마음을 가졌다면, 이후에는 보이지 않는 이면의 노력들을 인정하고 오히려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없는지 물어보는 태도를 갖췄습니다. 어떠한 분야든 연차가 높아지면 기술적인 부분은 어느 정도 갖춰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분야를 대하는 태도는 쉽게 바뀌지 않죠. 단순히 “내가 이 조직에서 제일 중요한 인재야”라던가 “나 없이는 돌아갈 수 없어”라는 식의 태도에서는 타인을 존중한다는 포인트를 찾을 수 없습니다. 얕아 보이는 물이라도 발을 담가봐야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있듯이 다른 분야를 조금이나마 접해봐야 어렴풋이 그들이 겪는 고충을 알고 이해의 지평이 넓어질 수 있습니다. 나아가 조직의 협업과 소통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니까요.


언제나 평범한 성공이 있다면, 눈부신 실패도 있는 법입니다. 기사에 대문짝만 하게 보도되듯 유명 벤처투자사로부터 시드 투자를 몇 억씩 받았다거나 개발자로서의 역할을 다해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구현해 보지는 못했지만 온전히 제 선택을 믿고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보는 과정 속에서 꽤나 큰 발자국을 디딜 수 있던 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얻었던 용기가 다음 도전의 원동력이 되어 현재 저의 여정을 함께해 주고 있는 건 물론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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