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DAO가 기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3)
안녕하세요. 루나 사태로 한 주가 어지러워서 그런지 DAO 이야기를 하기가 머쓱하네요. 하지만 덕분에 블록체인도 실물과 관계를 소홀히하면 취약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번에 정리한 기부의 문제 3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 기부단체 신뢰할 수 없어서
- 나를 드러내는 착한 소비 욕구
위의 문제는 기부자 입장에서 기부를 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기부에 또 다른 중요한 주체가 있는데, 바로 수혜자입니다. 수혜자들에게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줄 것인지 그 문제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 두 측면은 상호작용합니다. 만약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사람들이 기부하지 못하는 문제를 X to Earn으로 풀겠다면, 과연 수혜자들이 그 코인을 기부 받는 게 정말 좋은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코인을 기부할 것인지도 생각해야겠지요. 그렇게 보면 반드시 X2E의 코인이 수혜자의 문제를 푸는 솔루션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기부 문제를 해결하는데 블록체인 기술이 반드시 필요한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돈이 없어서 기부를 못한다는 문제를 풀기에 X2E이 가장 획기적인 해결책인 것 같아 떠올렸는데요. 이번 루나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실물과 연동하지 않는, 현실에 가치를 만들어내지 않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매우 취약한 것 같습니다.
한 주간 엑시와 스테픈의 백서를 읽어봤는데요, 가장 크게 다가오는 인상은 복잡하다는 겁니다. 당연히 이 세상의 경제 구조도 엄청나게 복잡한 만큼, 그 생태계도 복잡하게 구성을 해야 균형을 맞출 수 있겠죠. 하지만 그렇게 복잡한 X2E 구조를 만드는 이유는 생태게에 들어온 돈이 최대한 현금화되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장치라는 생각입니다. 아주 심플하게 생각해서, 걷는 만큼 코인을 준다고 하는데, 사용자가 꾸준히 늘어나 영원히 우상향 한다고 하면 복잡한 구조는 필요 없을 수도 있죠.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초기 비용을 들이도록 하고, 현금화를 하지 않도록 장치를 넣고, 생태계 안에서 소비가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겠죠. 그런데 이렇게 완벽하게 균형을 이룬 크립토 생태게에서 사람들은 소위 먹을 게 별로 없어져 이탈해버리고 말 것입니다. 별 이익도 없는데 굳이 걸어서 돈 벌려고 하지 않고, 현실에서 투잡을 뛰겠죠. 이건 크립토가 결국 현실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취약점을 근원적으로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노동을 통해 소유권을 얻는다는 로크의 사상을 믿습니다.) 그러니 Charity to earn이 되려면, 게임을 하거나, 걷는 것 말고 진짜 현실에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활동이 베이스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자선활동의 주체는 중앙화된 자선단체보다는 DAO가 더 적합하다는 생각입니다. 많은 자선단체들이 조직이 커지고 자금이 몰리니 유혹을 참지 못하고 자금을 방만하게 운용하는 잘못을 저지릅니다. 대중은 그 점에 강한 불신을 표출하고 있고요. 중앙화된 자선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직장인입니다. 그들이 좋은 대우를 받으면 더 혁신적인 자선활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을 겁니다. 그러니 무조건 자선단체의 운영자금 비율을 확 낮추라고 하기도 어렵네요.
그래서 이런 자선 활동은 DAO가 하기에 더 적합해보입니다. 중앙화 거래소를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탈중앙화거래소(DEX)를 이용하듯, 탈중앙 기부 플랫폼은 사적 유용의 위험 없이 정해진 규칙(코드)대로 자선활동이 이루어지게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때로 금전적인 동기 외에 다른 것들에 끌려 열심히 활동하기도 합니다. 자선 활동이 그런 것일 수 있겠네요. 그런데 본업이 아닌 일을 365일 계속 리드할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 쳐질 때, 새로운 열정을 가진 사람이 열심히 활동하는 식으로 DAO는 리더십을 서로서로 보충해줄 수 있습니다.
그동안 문제를 하나씩 풀기는 커녕, 문제를 만들기만 했네요 ㅎㅎㅎ
X2E 개념도, DEX의 작동방식도 그렇고, 블록체인 관련 프로젝트는 정말 어려워서 만들어진 프로젝트를 이해하는데도 시간이 한참 걸리네요. 그만큼 그 프로젝트를 만드는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나하나 문제를 풀어나가면서 기부와 블록체인의 연결고리를 찾아나가겠습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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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관련은 아니지만 Charity Water라는 자선단체에서는 처음부터 기부금 계좌랑 운영비 계좌 두개를 따로 만들고 운영비는 사업가나 연예인같은 사람들한테서만 따로 펀드레이징을 하는 식으로 운영한다고 하더라고요. 이것도 흥미로운 모델인것 같아서 공유드려요 ㅎㅎ https://www.charitywater.org/our-approach/100-percent-model
Koo님 메이커로그가 Must Reads #79에 선정되었어요! https://stib.ee/lfl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