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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연
김하연 ·

완벽주의를 넘어서

나는 어려서부터 완벽주의가 있었다.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보고 싶어 하고, 이왕 하는 거 그 끝은 완벽했으면 하는 생각.

이 생각은 중고등학교 학창시절의 나에게 그야말로 최적이었다. 무조건 100점을 맞아야 했기에 시험범위 내용을 통째로 달달 외웠고, 하나라도 틀리면 일주일은 그 문제를 생각하면서 잠을 설쳤다.(써놓고 보니까 괴짜같군) '절대로 틀리면 안 된다, 부족하면 안 된다'는 일종의 집착이 있었던 것이다.

대학에 와서 수많은 보고서들을 쓸 때도 나는 어떤 목차로, 어떤 자료와 사례를 쓸 건지, 나의 경험은 어떤 걸 어디에서 녹일 건지 등 미리 체계를 잡아놓은 후에서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다 쓰고 나면 거듭 다시 읽으며 수정하고, 또 수정했다. '이 정도면 됐다!' 싶으면 그제서야 제출했다. 그러다보니 제출 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다른 학우들에 비해 조금 늦은 편이었다.

그러다가 내 롤모델 중 한 명인 Sheryl Sandberg(메타 COO)의 한 마디를 듣고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Done is better than Perfect!

일을 끝내는 것이 완벽한 것보다 낫다는 말로, 구글과 페이스북 본사에 모토로 걸려 있다고 했다.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고, 철저하게 동의했다.


  1. 일을 시작하는 것의 부담을 줄여준다. 일단 시작하고 보자는 'Just Do It'의 마인드가 더 쉬워진다. 그래서 실행력이 높아진다.
  2. 일단 완성시키고 내놓으면, 다양한 피드백들을 받아 개선하는 과정 속에서 오히려 완벽에 가까워진다. 혼자 끙끙대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의 서로 다른 관점을 받아들이면서 총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개선이 완벽을 만든다. 한 번에 완벽을 만들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3. 다른 팀원과의 gap을 줄여나간다. 대부분의 일은 팀워크로 이루어진다. 만약 혼자서 오랜 기간 붙잡고 있다가 내놓았는데, 알고 보니 팀에서 나에게 맡긴 일과 내가 한 일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miscommunication으로 내가 다른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면? 그렇다면 내가 한 일은 그야말로 '쓸 데 없는' 일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따라서 빠르게 내놓고, 팀원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하면서 나와 팀원 간의 생각을 align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서로 이해하고 있는 바의 gap를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4. 속도가 핵심 역량이 된다. 비즈니스에서 핵심 역량은 속도일 때가 많다. 시장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빠르게 무언가를 내놓으면 그 마켓의 first 선두주자로서 빠르게 진입할 수 있다.


이제 나는 완벽주의보다는, 완성주의를 추구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오히려 완벽에 다다르기 위한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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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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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한
박종한

메이커 챌린지 3기 참가자분들의 메이커로그를 다시 읽어보다가 댓글 남겨요 :) 하연님께서 이 글을 올려주셨을 때 글을 읽고 '완성주의'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는데, 최근 제 머릿속에서 많이 멤돌고 되새기게 된 말이에요. 감사합니다! 저는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지독한.. 완벽주의자인데, 3번 내용에 진짜 공감해요. 팀원들은 제가 한 일의 완성도에 대해 크게 비난하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도와주려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