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로 계속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2)
https://disquiet.io/articles/lrsBAb
2년 전쯤 디스콰이엇에 이런 글을 하나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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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글을 쓰고 벌써 2년 정도가 지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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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저는 전업 1인 개발자를 잠시 멈추고, Apple Developer Academy에서 Tech Mentor로 지냈습니다. 올해로 2년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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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Developer Academy는 포항공대와 Apple이 함께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CBL(Challenge Based Learning)이라는 교육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학습하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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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2년을 보내는 동안 정말 많은 것을 배웠지만, 특히 AI가 개발이라는 일을 바꿔가는 과정을 꽤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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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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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나는 개발자로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개발자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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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글을 쓸 때만 해도 저는 매일 몇 시간씩 직접 코딩하는 게 정말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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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코드를 작성하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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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늘도 보람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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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생각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게 꽤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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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에는 AI를 이용해서 개발하다 보니 제가 직접 코딩하는 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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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조금 이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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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무언가를 만들고 있기는 한데, 예전처럼 내가 직접 코드를 하나하나 작성하고 있지는 않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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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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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서비스를 만드는 목적이 코딩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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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코딩도 필요하고, 디자인도 필요하고, 기획도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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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것들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수단이지 목적은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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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이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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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것을 실제로 제공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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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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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이 부분은 Apple Developer Academy가 꽤 잘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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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L이라는 방식 자체가 기술부터 시작하기보다, 문제를 발견하고 사람들을 관찰하고 질문하면서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지 찾아가는 과정에 많은 시간을 쓰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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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저는 서비스를 만든다고 하면서도 사실 상당히 많은 시간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쓰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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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맵을 만들 때도 거의 모든 것을 직접 손코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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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과정 자체가 재미있었고, 그것 역시 제가 개발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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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AI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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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만드는 비용이 정말 많이 낮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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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아이디어 하나가 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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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만들려면 몇 달 걸리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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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생각부터 했다면, 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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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만들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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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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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같은 개인 개발자에게는 꽤 큰 변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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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생각해보니 이런 시대에 개인 앱 개발자를 다시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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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재미있게 다니고 있던 아카데미를 그만두고, 내년부터 다시 한번 전업 개인 개발자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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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예전과 조금 다르게 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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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카카오에서 오랫동안 플랫폼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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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혼자 앱을 만들면서도 결국 관심이 가는 건 단순한 유틸리티보다는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고, 그 연결이 다시 다른 연결을 만들어내는 서비스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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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장 집중하고 있는 앱은 ‘니니구(NINIGU)’라는 소개팅 서비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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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니구가 하려는 건 사실 완전히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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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는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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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인데 괜찮은 사람 있어. 한번 만나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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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일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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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니구는 이 과정을 온라인으로 가져와 보려는 서비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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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누군가를 소개하고, 그 소개를 통해 새로운 사람이 연결되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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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아카데미 러너들과 주변 친구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사용자를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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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아주 작은 서비스지만, 앞으로 학교나 모임처럼 이미 사람들 사이에 어느 정도 관계와 신뢰가 형성되어 있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하나씩 퍼져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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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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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실패하는 앱도 많이 만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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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예전보다 실패하는 비용도 훨씬 저렴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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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에는 하나를 완벽하게 만들기보다, 필요한 것을 발견하면 빠르게 만들어보고 사람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지 확인해보는 일을 많이 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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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에는 “혼자서도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어서 1인 개발을 시작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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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조금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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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어디까지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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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궁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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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덕분에 혼자 만들 수 있는 것의 범위가 이전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넓어졌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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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글을 쓰던 저와 지금의 저는 생각이 꽤 많이 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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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도 하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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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한 무언가를 직접 세상에 내놓는 일은 여전히 재미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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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디스콰이엇에는 저처럼 혼자 무언가를 만들거나, 언젠가 자기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어 하는 분들이 꽤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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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다시 한번 시작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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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화이팅입니다. :)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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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L에서 익힌 ‘문제와 사람을 먼저 본다’는 관점이 1인 개발자로 돌아가는 선택과 연결되는 흐름이 좋았습니다. 니니구를 이미 신뢰 관계가 있는 학교·모임에서 시작한다는 부분도 그 연장선처럼 보이네요. 초기에 가입자 수보다 소개가 실제 대화로 이어졌는지를 보실 계획인가요?
안녕하세요 오피셜메일님 :) 우선 관심 감사합니다. 네, 맞습니다. 저희는 가입자 수를 성과로 보지 않습니다. 인스타그램으로 무작위 광고를 돌려본 적이 있는데, 그때 분명해졌습니다. 니니구는 혼자 설치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앱입니다. 소개해 줄 친구도 소개받을 친구도 없으니 둘러볼 사람이 없고, 그러면 다음 날 열 이유도 없습니다. 광고로 데려온 한 명은 그냥 한 명으로 끝났습니다. 그래서 흔한 소개팅 앱처럼 "많으면 된다"는 게임이 아니라고 봅니다. 서로 아는 사람들이 무리째 들어와야 그 안에서 신뢰 기반의 소개가 돌기 시작합니다. 한 명이 아니라 관계가 들어와야 하는 셈이죠. 그래서 처음부터 넓게 가지 않고, 이미 신뢰가 있는 학교·모임부터 좁고 깊게 채운 뒤 넓히려고 합니다. :)
혼자 설치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앱이라는 설명을 들으니, 가입자 수를 성과로 보지 않는 이유가 더 선명해지네요. 초기에는 학교나 모임 한 곳에서 첫 소개가 일어나기까지 어디에서 멈추는지 보는 편이 의미 있겠습니다. 개인의 재방문만으로는 관계가 들어왔는지 놓칠 수도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