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under Mode
폴 그레이엄의 얼마 전 포스팅한 Founder Mode가 화두다. 영어가 부담스러워 아직 못 읽은 분들도 있을 것 같아 한글로 전문 번역했다.
창업자 모드
지난주 YC 행사에서 브라이언 체스키가 발표한 내용은 대단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박힐 만한 발표였던 것이다. 행사가 끝나고 이야기를 나눈 다른 창업가들도 하나같이 "지금까지 들어본 발표 중 최고였다"고 입을 모았다. 심지어 론 콘웨이(메타, 트위터, 구글, 드롭박스 등에 투자한 전설적인 투자자)는 생전 처음으로 메모하는 것을 잊었다고 한다. 그만큼 몰입도 있는 발표였다는 뜻이다.
이 글에서는 체스키의 발표 내용을 그대로 정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그 발표에서 제기된 몇 가지 중요한 주제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체스키가 던진 가장 큰 화두는 "대기업 운영에 대한 우리의 통념이 잘못되었다"는 것이었다. 에어비앤비가 성장하면서 주변에서 이런저런 조언을 많이 해주었다고 한다. "회사를 키우려면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면서 말이다. 그 조언들을 긍정적으로 요약하면 이렇다고 볼 수 있다.
"좋은 인재들을 뽑고, 그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라."
체스키는 이 조언을 그대로 따랐다고 한다. 그런데 결과가 어땠을까? 완전히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스스로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했고,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어떻게 운영했는지 연구하면서 자기만의 운영 모델을 만들어갔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그 모델이 잘 작동하는 것 같다. 에어비앤비의 현금 흐름이 실리콘밸리에서 최상위권이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이 행사에 참석한 청중 중에는 우리가 투자한 성공한 창업가들이 많았는데, 모두가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회사가 커지면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는 조언을 받았는데, 그것이 도움은커녕 오히려 해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이 정말 궁금했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창업가들에게 잘못된 조언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한참을 고민하다 보니 답이 나왔다.
그들이 말하는 것은 결국 '남의 회사를 어떻게 운영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그저 전문 경영인의 입장에서 회사를 어떻게 운영하느냐, 그 이야기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너무 비효율적이라 창업가들에게는 전혀 맞지 않는 옷 같은 것이었다. 창업가들은 할 수 있는데 경영인들은 못하는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것을 하지 않는 것이 창업가들 눈에는 잘못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실제로도 그렇다.
결국 회사 운영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고 봐야 한다. 창업가 모드와 경영자 모드이다. 지금까지는 실리콘밸리에서조차 대부분이 "스타트업이 커지면 경영자 모드로 가야 한다"고 암묵적으로 생각해왔다. 그러나 우리가 보니, 경영자 모드로 전환하려다 당황한 창업가들이 많았다. 그러다 다시 자기만의 방식으로 돌아가서 성공하는 것을 보면서 "아, 다른 모드가 있구나" 하고 깨달은 것이다.
필자가 아는 한, 아직 창업자 모드에 대한 책은 없다. 경영대학원에서도 이런 것이 있다는 것을 모를 것이다. 지금까지는 개별 창업자들이 스스로 이것을 알아내려고 이것저것 시도해본 것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우리가 무엇을 찾고 있는지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는 더 체계적으로 연구할 수 있을 것이다.
몇 년 뒤면 창업가 모드에 대해서도 경영자 모드만큼 잘 알게 되지 않을까?
벌써부터 둘이 어떻게 다른지 몇 가지 추측은 할 수 있다.
보통 경영자들이 배우는 회사 운영 방식은 모듈식 설계와 같다. 조직도를 보면서 각 부서를 블랙박스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직속 부하들에게 "이것을 해라, 저것을 해라" 하고 지시하고, 어떻게 할지는 알아서 하라고 맡기는 것이다. 세부적인 일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너무 간섭하면 미시적 관리라고 해서 좋지 않게 보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을 뽑고 일할 공간을 마련해주면 된다." 이렇게 말하면 듣기 좋아 보인다. 그러나 창업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실제로는 이런 뜻이라고 한다.
"전문적인 허풍쟁이들을 뽑아서 회사를 망치게 놔두는 것."
브라이언의의 발표를 듣고 다른 창업가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모두가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쪽에서 모두 당한다고 한다. 한쪽에서는 "회사를 이렇게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사람들, 다른 쪽에서는 그렇게 했을 때 실제로 일하는 직원들이다. 보통은 주변 사람들의 의견이 모두 다르면 "내가 잘못된 것인가?" 싶지만, 이는 정말 드문 예외인 것이다. 창업 경험이 없는 벤처 캐피털리스트들은 창업자가 어떻게 회사를 운영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그리고 C레벨 임원들?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능숙한 거짓말쟁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창업자 모드가 무엇이 되었든 간에, CEO가 직속 부하들하고만 소통해야 한다는 원칙은 깨질 것이다. '건너뛰기 미팅'이 더 이상 특이한 것이 아니라 일상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이 제약만 없어지면 할 수 있는 것이 엄청나게 많아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스티브 잡스는 애플에서 자신이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한 100명과 매년 모임을 가졌다고 한다. 그런데 이 100명이 조직도 상 가장 높은 사람들이 아니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평범한 회사에서 이런 것을 하려면 얼마나 대단한 결단력이 필요할지 상상이 되는가? 그러나 이것이 얼마나 유용할지도 한번 생각해보아야 한다. 대기업을 스타트업처럼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티브가 이런 모임을 계속 했다는 것은 효과가 있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다른 회사에서 이런 것을 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것이 좋은 아이디어일까, 나쁜 아이디어일까? 아직 알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창업자 모드에 대해 얼마나 적게 알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창업자들이 2000명 규모의 회사를 20명이었을 때처럼 계속 운영할 수는 없다. 어느 정도의 권한 위임이 필요할 것이다. 자율성의 경계가 어디에서 끝나고, 얼마나 명확할지는 아마도 회사마다 다를 것이다. 심지어 같은 회사 내에서도 경영자들이 신뢰를 얻음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질 것이다. 따라서 창업자 모드는 경영자 모드보다 더 복잡할 것이다. 하지만 더 잘 작동할 것이라고 본다.
실제로, 창업자 모드에 대해 필자가 할 또 다른 예측은 우리가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면, 여러 개별 창업자들이 이미 대부분 그곳에 도달해 있었다는 것을 발견할 것이라는 점이다. 다만 그들이 한 일이 많은 사람들에 의해 괴짜스럽거나 더 나쁘게 여겨졌다는 점을 제외하고 말이다.
흥미롭게도, 우리가 창업자 모드에 대해 아직 너무 적게 알고 있다는 것은 실제로 고무적인 생각이다. 창업자들이 이미 달성한 것들을 보라. 그리고 그들은 이를 나쁜 조언이라는 역풍에 맞서 달성했다. 우리가 그들에게 존 스컬리가 아닌 스티브 잡스처럼 회사를 운영하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게 되면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상상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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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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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맛있는 글 감사합니다
유교개발자가 많은 국내에서는 어느정도 덩치가 있는 회사의 C레벨 분들께서는 공감하기 어려워 하실거 같군요... 나중에 잘나가게 되면 되새겨 보겠습니다 :)
창업자모드라는 개념은 참 좋은데 마이크로 매니징과 픽스된 일정 콜라보로 악용될까 두렵습니다..
확실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계속해서 등장하는 것처럼 기업의 성격과 시장성격에 따라서도 더 좋은 경영모델이 있을 거 같기는 합니다. 기업만의 가장 잘 맞는 경영모델을 찾아가는게 필요할거같아요
빠른 공유 너무 좋습니다~ 자료 감사합니다
이제 익명인가요?!?
익명댓글을 달 수 있는 포스트는 댓글 입력창 왼쪽에 아스터 프로필이 있어요 ㅎㅎ 아직은 테스트 중입니다 :)
매우 흥미로운 글이네요... 인지하지 못했던 영역을 짚어준 느낌입니다
창업가 모드에 대한 후속글 https://news.hada.io/topic?id=16614
founder mode!!! yea~~
i am a big fan of you william! u so sm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