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가 오프라인 공간 비즈니스를 운영하면 생기는 일
소나타 한 대 정도 들여 만든 프라이빗 OTT 돌비 시네마 - 아이폰 15 프로 급 적자로 돌아오다
디스콰이엇에는 주로 SaaS 이야기가 올라오다보니 이런 공간 창업 이야기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일단 개발자이기 때문에 여기에 로그를 남기기로 했습니다. 이 글은 지난 한 해 동안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하며 했던 삽질에 관한 고찰입니다. 오프라인 공간이라 하더라도 결국 마케팅은 온라인을 이용해 하게되어 서비스를 파는 것과 크게 다른점을 느끼진 못했습니다. 아무쪼록 좋은 인사이트를 나누고 싶어 작성을 결심했습니다.
왜 개발자가 오프라인 공간을 만들었는지?
저는 AI 서비스를 만드는데 관심이 많지만 그 만큼 영화, 음악에도 관심이 많은데요. 22년 10월, 듄을 다시 돌비 시네마에서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부터 출발해 프라이빗 OTT 돌비시네마를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만드는 과정은 브런치에서 글을 작성했습니다.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지 자세히 궁금하시다면 브런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대전 갈마동에 약 34평 정도 공간을 계약하고 소나타 한 대 정도의 예산을 들여 프라이빗 시네마를 만들었고요. 1년 동안 운영한 결과, 안타깝게도 투자비는 고사하고 오히려 아이폰 15 프로 1대 값 정도의 적자를 더 봤습니다. 애초에 대단한 돈을 벌기 위해 시작했다기 보다는 제 취미 생활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월세 정도만 벌자 라는 마음가짐이었는데요. 그래도 막상 운영하다보니 잘 운영해보려 하는 의지가 생겼지만 결국에는 적자를 보게 됐습니다.
제가 만든 공간은 이런 공간입니다.
먼저 제가 만든 공간이 어떤 공간이지 소개드려야 겠죠. ‘왓슨’이라고 하는 프라이빗 OTT 돌비 시네마입니다. 넷플릭스, 디즈니+, 티빙 등 애플TV에서 사용 가능한 OTT 서비스들의 콘텐츠를 7.1.4 채널의 스피커와 120인치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는 공간에서 감상하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돌비 애트모스 & 돌비 비전을 지원하여 OTT 서비스들의 돌비 콘텐츠는 물론, Xbox가 있어 4K 블루레이도 돌비로 감상 가능한 공간입니다. 영화, 드라마, 음악 감상 외에도 보드게임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3시간 씩 이용할 수 있는 시간제 상품을 하루에 총 3회차 운영하고 5~7시간 이용할 수 있는 패키지 상품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적고 보니 되게 홍보하는 글같네요. 잊지 마세요. 이 글은 이런 공간을 창업하고 적자를 본 이유에 관한 글입니다.
어떤 사람들이 주로 왔었지?
[마케팅 설계자]를 두 챕터 정도 읽어보니 나의 고객이 누군지를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어떤 고객들이 주로 방문했는지,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 통계와 저의 뇌피셜을 통해 분석해 보았습니다.
주로 20대 분들이 많이 찾아주셨고요. 예약자의 약 60%가 여성 고객이었습니다. 영화, 음악을 좋아하고 영화적 경험을 높이 생각하는 매니악한 취향을 가진 고객들을 타겟한다고 생각하여 첫 방문 시의 만족도와 이후의 재방문 비율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는데요. 재방문 비율은 약 14%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낮다고 생각합니다.
오며가며 내본 뇌피셜 통계로는 80%가 남녀 두분이서 방문하셨고, 다음으로는 여성 모임, 혼성 모임, 남성 모임 순인 것 같습니다. 제 기억에는 남성 두 분이서 온 적은 없었습니다.
이용자 분들은 주로 3시간 씩 이용하는 시간제 상품을 예약하는 편입니다. 연말에는 패키지 예약 비중이 평소보다는 높았습니다.
어떤 홍보 방법을 사용했었지?
오프라인 비즈니스는 처음이라서 마케팅에 많은 난항을 겪었는데요. 사실 지금까지 무언갈 만들어 보기만 했지 팔아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더 막막하고 삽질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해보았던 마케팅 방법들은 아래와 같은데요.
저희 고객은 주로 인스타그램에 있다고 생각하여 인스타그램을 메인 홍보 채널로 삼았습니다. 이 외에도 네이버 블로그를 꾸준히 운영했고 최근에는 구글에서의 유입을 위해 고스트 블로그를 개설했습니다.
아무래도 오프라인 공간 비즈니스다 보니 위치 요인이 많이 작용한다고 생각하여 당근마켓에서도 홍보를 진행했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비하면 홍보 효과는 더디지만 당근마켓 내에 작성한 글이 구글에서 검색되기 때문에 하나의 구글 유입 루트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하길 잘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당근마켓 내의 광고 기능은 위치 타겟 외에 관심사 타겟이 안되므로 더이상 진행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뇌피셜이지만, 당근에서 어떤 물품을 주로 보로 검색하는지 데이터가 있을 텐데, 왜 관심사 타겟 분류가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있지만 제가 못 찾는 걸까요..? 아니면 추적금지 이런 이유로 법적으로 불법인건가요?!)
본격적으로 홍보를 시작했던 2월부터 23년 말까지 사용했던 인스타그램 광고비용이 대략 50만원 정도인데요. 주로 예쁜 사진을 메인으로 [프라이빗 시네마]임에 초점을 둬서 홍보를 했었습니다.
23년 3분기까지는 주로 장르별 영화 리스트를 추천하는 콘텐츠를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올렸었는데요. 이 콘텐츠도 어느 순간 부터는 반응이 미적지근 해졌습니다. 이후에 개인적인 감상문 형식으로 영화 1편을 정성들여 소개하는 콘텐츠를 작성했는데 영화 리스트를 추천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인터랙션이 많았습니다. 여러 개의 영화를 띡 추천하는 것보다 진심을 담아 ‘이 영화는 여기서 봐야한다!’ 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더 설득력이 강한 것 같습니다.(역시 스토리가 있어야 하더군요.)
인스타그램 피드 고정 게시물 중에는 돌비 애트모스에 대해 심도 있게 이야기하는 글이 있는데요. 해당 글로 한 번도 광고를 진행한 적은 없지만 10만원 광고를 진행한 게시글보다 더 많은 공유, 저장 횟수를 보여줍니다. 글을 작성할 때만 해도 ‘긴 글을 좋아하지 않을거야’ 라는 생각이 있었는데요. 진심을 담아 글을 쓰면 글 길이 상관없이 사람들에게 통하는 것 같습니다.
돌아보면 잘했던 것과 못했던 것들이 떠오르는데요. 잘한 것으로는 초기에 소위 '진상 고객'을 겪은 후 최대한 ‘프라이빗 시네마’ 라는 것에 중점을 두어 브랜딩을 한 것, 못한 것으로는 이미 우리의 공간을 알고 있는 팔로워들을 대상으로 설득할 생각은 못하고 신규 유입에만 집중한 것. 크게 이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파티룸으로 홍보를 하지 않는 이유.
'프라이빗 시네마라고 포장하지만 그냥 음향 시설 좋은 파티룸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드실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절대 '파티룸' 또는 '파티'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데요. 파티룸처럼 운영할 경우 청소와 관리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아 파티룸으로 인식되고 홍보하는 것을 초기부터 기피하고 있습니다.
파티룸으로 아예 가닥을 잡고 운영했다면, 지금보다는 더 높은 매출을 얻었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아무래도 수요가 더 많으니까요. 그런 이유로 저도 초기에 멀리 보지 못하고 인스타그램 광고시 타겟 관심사에 '영화'와 더불어 ‘파티’를 넣어 광고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요. 그 후, 한 고객이 공간 내에서 흡연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창문 없는 지하 공간에서 말이죠. 큰 충격을 받아 광고 타겟 설정 키워드에서 '파티'를 지워버렸고 그 이후에는 쭉 '프라이빗 OTT 돌비시네마'로 브랜딩 하기로 생각이 굳어졌습니다.
인스타그램 광고에 관해서.
인스타그램 광고에 50만원 정도 쓴 덕분에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200명이 넘었습니다. 처음에는 팔로워가 생기면 마냥 좋기만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왜 팔로우를 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더라구요. 또 200명이 넘은 이후로는 더 광고를 하더라도 팔로워 숫자가 늘지 않았고 광고성 콘텐츠가 올라오면 팔로우 취소가 생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직도 팔로우를 하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광고성 콘텐츠를 보기 위해 팔로우를 한 것은 아닌 것은 확실히 알았습니다.
인스타그램 광고를 하며 배운 것들이 많습니다. 초기에는 마냥 보기에 예쁜 사진으로 어그로를 끌어 클릭률을 높이는데에 집중했습니다. 한 게시글의 클릭률이 10%에 달하는 등, 클릭률은 높았지만 제일 중요한 실 예약으로는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어그로를 끄는 대신, 영화 매니아들이 주로 알 법한 영화가 보이는 사진과 ‘우리 공간에서 극장에서 못 본 영화, 인생 영화 다시 봐라!’ 라는 메시지를 전달했을 때 페르소나에 가까운 팔로워들을 얻었고 또 실 예약으로 이어졌습니다. 넓은 풀을 타겟하기 보다는 좁더라도 깊게 침투하는 것이 고객을 획득하는 것에 더 유리하다는 것을 몸소 배우게 됐죠.
우리의 페르소나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격이 아니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재방문율이 매우 중요하다고 초기부터 생각했습니다. 공간을 대관해주는 비즈니스 모델이기에 천명이 알더라도 그 천명을 동시 수용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 10명의 단골 고객만 생겨도 안정적으로 굴러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후기에서 드러나는 만족도는 높은 편인 것에 반해 재방문율이 낮은 편인데요.
뇌피셜 고찰을 붙여보자면, 보통 영화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영화를 같이 보는 것 보다는 혼자 그 영화를 음미하며 보는 것에 더 중점을 둡니다. 영화관을 4~5명의 모임이 방문하기 보다는 주로 2명, 많아야 3명 정도 인것을 생각하면 저희의 페르소나들이 자주 찾기에는 가격 부담이 높은 것이 문제이겠죠. 파티룸을 생각하면 오히려 저렴한 가격에 속하지만, 영화 감상 공간으로 생각한다면 가격 허들이 높은 편인 것이 재방문률이 낮은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당 가격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여러가지 고려하고 있습니다. 소모임 어플에서 모임, 네이버 카페, 밴드를 열어 사람을 모을 수 있는 곳을 마련하는 방법, 나홀로족 패키지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운영&홍보 방향에 대해서
공간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인식하는 점을 이용해보자.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에 등록된 왓슨의 카테고리는 복합문화공간입니다. 사실 마땅한 카테고리가 없어서, 선택했던 것인데요. 생각보다 사람들이 네이버 카테고리 분류를 잘 읽는 편인지 블로그 후기를 찾아보면 프라이빗 시네마 보다 파티룸 또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인식합니다. 내부 공간이 넓은 편이기 때문에 보드게임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어 이번 년도는 보드게임 매니아 층을 대상으로도 홍보를 진행해 볼 예정입니다.
진심은 언제나 통한다!?
결국 잠재 고객을 실제 고객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고객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것 같습니다.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려 했던 노력들이 눈에 보이는 결과로 나타나기도 했으니까요. 그래서 왜 왓슨에 와야만 하는지 직접적인 설득을 해줄 감상문 콘텐츠와 돌비에 관한 정보성 콘텐츠를 꾸준히 여러 채널에 진행할 예정입니다. 맞는 방향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또 삽질을 해봐야만 알겠죠?
마무리
지금까지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잘 팔지 못하면 쓸모가 없는 것처럼 참 좋은 우리 시설을 무용지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알리는 과정을 열심히 하며 고찰해본 저의 삽질이었습니다. 쉬운 것 하나 없는 과정들이었지만 고객으로부터 너무 좋은 시간을 보내고 간다는 메시지와 후기를 읽고, 제가 꿈꾸던 공간에서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보고 들을 때면 매출과 상관없이 계속 공간을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직접 해보지 않았다면 평생 몰랐을 것들을 배우게 해주는 기회이기도 하고요. 미래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저는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삽질하는 지금이 아주 재밌습니다! 혹시 마케팅 아이디어나 나누고싶은 생각이 있으시면 남겨주세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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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슨에 오는 분들에 대한 정보와 니즈가 좀 더 있다면, 예약 비용을 낮추되 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제품 업체와 계약을 맺어서 매출을 충당해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 왓슨 고객 -> 영화 감상을 좋아하는 20대 여성 - 왓슨에 홍보하고 싶은 업체 -> 영화 감상에 도움이 되는 룸스프레이 업체, 팝콘 주류 등 식음료 업체
진심어린 조언 감사합니다! 그런 방향으로는 생각지도 못해봤는데 충분히 시도해 볼 수 있는 아이디어인 것 같습니다. 로컬에서만 접근할 수 있는 업체로 컨택하면 아주 좋을것 같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