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빼고 타석에 들어서기] 우리는 자동차에서 바퀴를 제일 마지막에 만드는 이들이다.
야구선수, 특히 타자가 가장 많이 듣는 기술적 조언 중 하나가 '힘 빼기'일지도 모른다. 이것은 타자에게만 적용되지 않는다. 무수히 많은 종목들의 스포츠 선수들은, 특히 특정 동작을 해내기 위한 매커니즘이 적립된 스포츠들은 그 동작을 최대한 완벽히 해내기 위해 선수 생활 내내 각종 노력을 기울인다.
잘하기 위해 애쓰다보면 분명 힘을 쓰기 마련이다. 그 힘은 그저 물리적인 힘 일수도 있고 노력의 땀방울을 의미하기도, 성공을 향한 집념과 스트레스를 의미하기도 할 것이다.
그럼 다시 타석으로 돌아와서, 방망이를 잡은 타자, 즉 힘을 빼야한다는 것을 들은 후의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조금 세세하게 나누어 보자면 빼야 되는 힘이 어떤 것인지, 힘을 왜 빼야하는지, 그리고 그 감각을 어떻게 스스로 찾아내는지 정도가 있겠다.
야구선수가 이 글을 읽을 일은 극히 드물다. 이 글의 원초적 타겟층인 오늘도 원하는바를 이루지 못해 고뇌하고 스트레스에 절여진 수많은 메이커들이 빼야될 힘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타자는 타석에 들어서기 전 수많은 연습 스윙을 한다. 백번 천번의 스윙은 그 스윙으로 이끌어내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 안타일 수도 있고, 홈런일 수도 있지만 보통 큰 한방에 초점을 맞추기 마련. 큰 한방에는 크게 생각할 필요 없이 공을 담장 밖으로 넘길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스윙은 점점 힘을 갖추어 간다.
그렇게 수많은 스윙으로 만들어낸 기회가 왔다. 드디어 들어선 타석. 보기좋게 헛스윙 삼진이였다. 지금 뭐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들이 들기 시작할것이다.
"스윙을 하지 않으면 홈런을 칠 확률이 생기지 않는걸." 같은 멋드러진 이유를 붙인 자기위로부터 시작해서
"아까는 연습한 만큼 나오지 않은 것 같아."
"스윙 스피드가 늦었어, 더 빨리 휘둘러야해." 같은 패배 요인을 분석하기에 이를 것이다.
첫 타석을 실패로 마치고 돌아온 타자는 자신의 힘이 부족했다 생각하고 또 스윙연습을 이어간다.
타자는 수많은 연습에도 불구하고 그 네모 박스 안에만 서면 수없이 실망스러운 타석 결과를 반복했다.
나는 한계까지 최선을 다했다 생각했는데, 이것보다는 더 열심히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좌절한 타자는 의욕을 상실한다. 그리고 상심이 큰 나머지 들어선 다음타석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어떤 결과인지 구체적인 것은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상상력에 기회를 주고,
타자는 덕아웃으로 돌아와 뭔가 깨닳은 듯 깊은 사색에 잠겼다.
모두의 인생은 똑같지 않고 미래는 예측할 수 없는것이며 '만약에' 라는 것은 없기에 그 타자의 다음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말자. 그럼 우리가 궁금한 것. 타자는 과연 무엇을 깨닳았을까?
우리는 누구든지 참으로 열심히한다. 하고싶은게 확고하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뭔들 못하겠는가. 홀린듯이 목표를 향해 간다. 홈런을 치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은데, 그런데 프로선수들 중 선수생활하며 한번도 홈런을 쳐보지 못하고 은퇴하는 선수가 무수히 많다.
내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이런것이다.
어떤 일이든 힘이 너무 들어가면 원하는 것도 해내기 어렵다. 과유불급이다. 하다 보면 힘이 전부가 아닐 때가 있다. 특히 인생에서 우리의 일과 작업들, 테크니션이나 메커니즘을 갈고 닦는 일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그리고 힘만 바짝 들어갔다는 티가 난다. 다른 사람들이 느낀다. 거기서 초짜 티가 난다. 능숙함, 편안함이 없는 그저 힘은 우리편과 상대방, 제 3자 모두를 불편하게 한다.
어떤 힘을 빼야 하는지, 힘을 빼는 다음 단계는 무엇인지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리고 그 일을 하다보면 언제인지 모를 우연한 순간이, 또는 애석하게도 쌓여버린 시간이 그 모멘텀을 만들어 줄 것이다. 심지어 그 힘을 빼는 느낌은 그것을 몸으로 받아낸 당사자들만 느낄 수 있고 또 이해할 수 있다. 그 느낌은 백날천날 남에게 설파하려 해도 전달되지 않을것이다. 그것을 느끼는 순간 또 우울할 것이다. 아, 이래서 이해할 수 없었구나, 그래서 그렇게 많은 이들의 조언과 걱정을 재치고 객기를 부렸구나.
그 후에는 나를 재정비 할 것이다. 가볍고 빠르게 스윙하는 법. 능숙하게 엑셀을 밟는 법을 터득할 것이다. 그리고 그동한 실패라고 여겨졌던 경험이 내 팔의 근육이자 엔진의 연료가 되어 줄 것이다.
앞선 이야기에서 타자는 애석하게도 자신의 선수 생활을 끝낼 결정을 만들어낼 수도 있었던 수많은 타석과 스윙들을 경험하고 나서야 '힘 빼고 스윙하는 법'을 터득했다. 우리는 그라운드의 천재 타자들에게 집중하는 경향이 있지만 정작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는 사회라는 그라운드에서 그들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없는, 아직까지 헛스윙을 반복하며 주전 경쟁에 열을 올리는 선수들이다.
많은 레전드 선수들이 젊은 선수들에게 '힘 빼고 쳐야된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우러러보며 성장한 이들의 조언을 젊은 선수들은 무시하는 것일까? 아니, 그들도 그저 아직 느껴보지 못했을 뿐이다. 모멘텀을 만나지 못했을 뿐이다. 참으로 애석하게도. 하지만 그것을 알게되는 순간을 기점으로 우리는 매 타석 생각하는 게 달라질 것이다.
"힘이 너무 들어가서 변화구를 참지 못했어."
"방금 상황에선 조금 더 가볍게 쳤어야했어."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가서 빗맞은 땅볼이 되었어."
아쉽게도 사람은, 천재가 아니라면, 적어도 여기서 글을 쓰거나 읽고 있는 우리 모두는 자동차 바퀴를 제일 마지막에 만드는 사람들이다. 그동안 바퀴없는 자동차의 엔진만 만들며 좌절하는데 대부분의 아름다운 청춘을 소비할 것이다. 바퀴를 만들어야 차가 앞으로 간다는 것을 깨닳는 순간이 언제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바퀴는 모두에게 각기 다른 속도로 굴러온다. 그리고 그건 내 탓이 아니다. 재능이라 불리는 선천적인 것들을 뛰어넘는데는 분명 많은 시간이 든다. 그것은 글을 쓰고 있는 필자나 읽고 있는 당신이나 동일하다.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해 바퀴만 달면 앞으로 가는 차를 놔두고 트랙을 떠난다. 그 또한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과 여건, 이해관계는 있는 것이니까.
주저리 주저리 설명하길 힘 빼는 법을 느끼지 않으면 백날 들어봐야 소용없다 설명해놓고 우연하게 이 글을 읽게 될 당신에게 한번 읊조려본다. 야구를 포기하는 선택 대신 타석에 들어서 한번 힘을 빼고 스윙해보는게 어떤가. 차를 만들던 당신, 포기하지 말고 잠깐 쉬며 빠뜨린게 무엇인지 침착히 생각해보는게 어떤가. 내가 하는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있다면 힘을 빼기란 참 쉽지 않다. 그 끓어오르는 무언가는 가을아침의 안개처럼 내 눈을 가리기도 하고 그저 달려보라 부추기기도 하지만 그 뜨거움에 상처입기 십상이다. 그렇게 지칠때까지 달려본 당신이라면 난 한번쯤은 힘을 빼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지칠때까지 달려본 당신이기에 힘 빼고 편안하게 당신의 무대를 가져볼 자격이 있다고 말해본다.
나도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그 모멘텀은 내가 마라톤에 필요한 페이스와 컨디션을 만들었다 생각한다. 메이커들의 커뮤니티가 막 생겨나기 시작할때 우연하게 레이스를 시작했던 내가 아직도 함께 뛰고 있는 동지들에게 주는 응원이다. 매 순간 큰 영감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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