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ow Makers의 미루입니다..만 제가 왜 기획자죠?
아이스 브레이킹
내가 알고 지내던 사람이 아닌, 팀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면서 처음 알게 된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운을 떼기가 정말 쉽지 않더라구요.
간단한 자기소개를 채팅으로 하고, 통화방에 들어갔을 때 어색함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원래 알고 있었던 몇몇 분들은 그래도 서로 간에 대화가 오고 가는데, 저는 마이크도 켜기 무서운 거 있죠.
어... 결국 마이크를 키고 대화했지만, 가시지 않는 어색함은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아요.
무언가 어색한 상태로 며칠 통화가 진행되었답니다.
그런데 어떤 분이 통화에 참여하시면서 특별하지 않은 사적인 이야기를 주제로 꺼내시자마자 어색했던 분위기는 마법처럼 사라졌어요. ☆
이렇게 아이스 브레이킹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렸지만, 정말 별 거 아닌 이야기로 짧은 시간만에 끝이 났답니다.
팀원들
' 아니 무슨 한 명은 서울대생에, 다들 고등학생인데 알아듣지도 못하는 컴퓨터 언어를 막 한국말처럼... '
진짜 딱 이 느낌이었어요. 내가 여기 껴도 되는 물이 맞나?
첫인상은 이랬지만, 같이 며칠 이야기하면서 느낀 점은 오히려 ' 생각보다 우리 동네에도 있을 법한 사람들인걸 ' 이었답니다. 그냥 자기소개만 보고 혼자서 지레 겁먹고 있었나 봐요.
인보이스 (INVOICE)
팀에 참가하고 며칠이나 지났을까, 혼자 게임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오릅니다.
" 간단하게 참여할 수 있고,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음성 채팅이 있으면 좋을 텐데. "
이 생각에서 착안하여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좋은 반응을 얻어 지금 개발 중에 있는 아이템이 되었어요.
게임 중에 음성 채팅을 필요로 하지만 텍스트 채팅밖에 지원하지 않는 게임이나, 게임이 아니더라도 익명성 보장이 필요한 통화의 경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에요.
인보이스의 핵심 포인트는 [ 익명성 , 휘발성 , 간편성 ] 으로 두고 개발하고 있답니다.
다른 메신저도 많은데 굳이?
디스코드, 행아웃, 스카이프와 같은 음성 메신저가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이 메신저들은 모두 제가 생각한 한계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통화하려면 같은 서버에 있거나 친구인 상태여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이에 저는 익명성이 보장되고, 링크 등을 통해서 간편하게 접속할 수 있는 음성 메신저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제시해 보았어요.
다만, 유저 입장에서 있으면 좋겠다 하고 제시한 아이디어라서 진통제이자 영양제가 될 만한 아이템인지는 저도 확언을 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이나 수익성 부분까지 조금 더 깊게 생각해 봤어야 했으려나요. 글을 작성하면서 너무 급조된 아이디어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차츰 드네요.
팀 활동에서의 문제점
제가 생각하고 걱정했던 것보다 개발은 무난하게 진행되어 갔습니다.
그런데 처음엔 생각하지 못했던 팀 활동 자체에서의 문제점이 갈수록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하는 거에요.
팀 활동이 익숙지 않았던 저이기에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사람이 많은 만큼 브레인스토밍 결과도 많았지만 다들 괜찮은 의견들이라서 MVP 단계에서의 욕심이 너무 과해지고 있었다는 점, 팀원 개개인의 주장이 강해서 자칫 누구 한 명이 기분 상하면 싸움으로 번지기 딱 좋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구요. 또 각자 맡은 파트가 아닌 다른 파트로의 간섭으로 작은 트러블이 발생할 뻔하기도 했었답니다.
무엇보다 큰 문제라고 느꼈던 점은, 팀이 수직적인 구조보다는 수평적인 느낌이 강했기에 여러 의견을 하나로 묶거나, 다양한 의견 중에 결정이 필요할 때 어떤 결정을 누가 내려야 할지 모르겠다는 점이었어요.
처음에는 크게 문제성을 느끼지 못했는데, 같은 이야기가 몇 시간에서 며칠씩 계속되다 보니까 이 역할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느껴지더라구요.
물론 이러한 경험이 앞으로는 어떻게 이끌어나가야 할지 생각해볼 시간을 가지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될 거에요. 그리고 결론적으로는 어느 정도의 합의점도 찾았고요. 다만, 그 문제가 있었을 당시에는 혼자서 심적으로도 정말 힘들었고 모두에게도 속 꽤나 썩였을 만한 문제였답니다.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점 (내가 왜 기획자야?)
이걸 느낀 점이라고 써서 될지 잘 모르겠어요.
했던 생각들 중에서 지금 생각나는 것들 몇 가지 적어볼게요.
먼저, 저는 개발에 대해서 무지합니다.
디자인적인 요소는 일반인이 보든 누가 보든 이야기할 정도는 될 수 있지만, 코딩은 봐도 원체 모르겠더라구요.
개발자 분들이 깃허브를 공유해 주셔서 전체적인 기능이나 디자인 정도는 제가 확인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저는 깃허브를 통해서 VS Code를 열고, 터미널에 명령어를 입력해서 로컬호스트를 여는 것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개발하면서 개발자 분들이 이야기하는 걸 알아듣지도 못하고, "이렇게 해주세요" 가 아니라 "이렇게 할 수 있을까요" 라는 식으로 이야기해야 하는 점이 너무 속상했어요. 내가 뭘 조금이라도 알고 있었으면 어떤 게 힘들고 어떤 건 안 되고 하는 판단이 됐을 텐데, 하는 생각에요.
물론 배움의 계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나중 이야기니까요.
그리고, 기획자라는 역할에 상당한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생각보다 팀원들이 너무 유능해서..이기도 한데요.
제가 할 게 없습니다.
어느 날은 제가 너무 하는 게 없는 것 같아서 웹사이트에 ' 기업에서의 기획자 역할 ' 과 같이 검색해서 기획자라는 역할이 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왜 있는지도 알아보았는데요, 기획자가 말이 기획자지 사실상 감독 느낌이랑 비슷한 것 같았습니다. 한데 개발자의 경우 두세 명이 서로 체크를 해 가면서 진행하고 있으며, 회의 시간에도 기획자를 통해서 무언가를 전달하기보다 개발자가 디자이너에게, 디자이너가 다른 모두에게 이야기하는 식으로 직접적인 전달이 편한 너댓 명 남짓의 팀이라서 기획자가 뭘 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 힘들었어요.
무언가 진행에 있어서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리드를 해야 할 것도 같은데, 혹시나 팀원들의 기분이 상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서 선뜻 끌고 나가기도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었고요.
무엇보다 제가 개발에 직접적인 관여는 하지 않다 보니, 계속 확인하고 의견을 제시하고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와중에도 ' 내가 기획자라는 역할을 들고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아도 되나 ' 라는 생각이 회의 중에도 몇 번씩 들더라구요.
또한, 조율이 생각보다 많이 힘듭니다.
의견 조율이 됐든 시간 조율이 됐든, 각자의 생활이 있고 주장이 있는 여러 명을 한 방향으로 모으는 게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이건 팀으로서 무언가를 하는 것이 저에게는 정말 익숙지 않아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인지 이 부분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서 자연스레 어느 정도 방법을 찾아갈 것이라는 확신이 어느 정도 서네요.
마지막으로, 자존감과 자신감의 결핍이 직접적으로 느껴집니다.
그러게요,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야기하고 채팅하는 와중에 나의 어떤 모습을 보니 내가 지금 자존감이 많이 낮아져 있구나, 싶고
내 의견에 힘이 없다는 걸 내가 느끼니까 내가 의견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한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더라구요.
팀으로 함께하면서 드는 생각
먼저, 굉장히 뿌듯합니다.
팀에서 내 비중이 어느 정도 있다는 게 느껴질 때마다 느껴지는 뿌듯함이 정말 무시 못 할 정도로 크네요.
그리고 나 자신이 어떤 점이 부족한지 어느 정도 느껴지더라구요.
예를 들자면 상기해둔 느낀 점에서는 자존감의 결핍이 느껴진다고 이야기했었죠. 회의 시간에 다른 팀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가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되고, 어떻게 하면 자존감을 올릴 수 있을까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가지게 되는 겁니다. 생각지 못했던 팀 활동의 큰 장점으로 볼 수도 있겠네요.
Fin.
이 정도까지 적어 볼까요.
제가 처음에 이 팀에 참여하게 되면서 다짐했던 게 하나 있습니다.
' 쌀 씻을 물을 틀어 주는데 죽이고 밥이고 만들어 봐야겠다 ' 였는데요,
솥이 좋았는지 제 생각보다 많은 점을 배우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 다짐에 대한 결과가 고슬고슬한 밥이 될 수 있게끔 앞으로 조금 더 힘내 보아야겠어요.
길었던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라도 글을 읽으시면서 저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나, 코멘트가 있으시다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꼭 정독하도록 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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