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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은
오다은 ·

VC가 창업팀으로부터 만족도 조사를 받기로 한 이유 (IR Experience)

VC로 일하다보면 디폴트로 거절을 가장 많이 하게 됩니다. 투자를 유치하고자 하는 창업팀은 많지만, 그 중에 또 나름의 생각으로 아주 극소수만 선별해서 투자를 하게 되기 때문에, 결국 만나는 대다수의 창업팀에게 ‘거절’의사를 표시하게 될 수 밖에 없는 셈입니다.

이게 상대방인 창업팀 입장에서 보았을 때에는 쉽지 않은 경험입니다.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투자유치의 길을 나섰는데, 만나는 대다수의 VC들에게 듣는 이야기는 거절이니까요. 사실 거절당하는 입장에서 기분이 유쾌할리 만무합니다. 그래서 VC는 창업팀들에게 비난받기 상대적으로 쉬운 포지션에 있습니다. 창업팀에 비해 숫자도 적고, 나름의 이유를 들건 들지 않건 결국 거절을 많이 하게 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VC의 큰 고객은 바로 창업자(팀)입니다. 이들로부터 우호적인 평판을 쌓는 것이 VC의 최종 목적이 될 순 없겠습니다만, 적어도 비우호적인 평판을 줄여나가는 것은 VC 입장에서 꽤 필요한 일이 됩니다. 다만, 창업팀 입장에서 VC와의 경험의 상당수는 VC에서 일하는 특정 누군가와의 미팅에서 시작한다는 것이, VC 입장에서 이 창업팀과의 경험을 관리해나가는데 어려움을 겪는 지점입니다. VC 소속의 누군가와 1:1로 미팅을 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 보통이기에, 그 미팅에서 이뤄진 각자의 느낌과 생각은 판이하게 다를 수도 있습니다. 때론 내용 그 자체보다도, 태도가 이슈가 되어 VC와의 미팅이 불쾌한 경험으로 남고, 그게 또 누군가에게 구전이 되어, 훌륭한 창업팀이 우리와의 만남 자체를 거부하거나, 또 투자를 받고 싶어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첫 단계로 창업팀과의 교류에 있어서, 10계명을 내부적으로 정하고, 이를 꼭 지키기로 하고 있습니다. (내부 10계명이기 때문에 높임말이 아닙니다) 

  1. 피곤하면 미팅을 미뤄라

  2. 첫 미팅은 부르지 말고 찾아가라

  3. 말하지 말고 들어라

  4. 말해야 하면 질문해라

  5. 즉석에서 평가하거나 피드백하지 마라

  6. 지적호기심 해소하지 마라

  7. 귀찮다고 이메일 씹지 마라

  8. 미팅 전에 자료는 미리 읽고 가라

  9. 본인 인맥 자랑하지 마라

  10. 창업자 가르치려고 하지 마라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남이 이뤄지기 때문에, 모든 상황, 모든 사람들에게 이 원칙들을 체화한 상태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VC 소속의 임직원들의 하루는 대다수가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의 만남으로 가득차기 마련이고, 누군가와의 만남이라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에너지를 잡아먹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든 구성원들의 모든 미팅에서의 원칙 준수라는 것은 권장할 만한 사항이되, 제어 가능하진 않았습니다.

이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이 이뤄지던 차에, 누군가의 아이디어를 통해 VC인 우리가 창업팀이 고객이라면 그 고객들로부터 만족도 조사 (일종의 NPS 조사)를 받아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모든 미팅에서 이뤄지긴 어렵지만, 적어도 창업팀과 패스트벤처스팀 전체가 회사 vs. 회사로 만나는 지점인, IR 미팅에서 그러한 장치를 두면 어떨까가 아이디어의 시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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