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업 전략은 전략적으로 전략적인가?
2020년 말. 스타트업에 빠져서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그러고 2024년 말, 여전히 창업이라는 맥락도 변하지 않았으며 하고싶은 일도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성과가 없었던 시간만큼 ‘어떻게’ 성공할 것이냐에 대한 생각은 다소 많이 변화하였다.
폭발적인 성장, 투자유치, 형식적으로 형식 갖추기?
몇년전까지만해도 위에 헤딩으로 써놓은 단어들을 보면서 저게 정답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지난 5년을 헛되게 보내지만은 않았는지 이젠 저러한 방식의 전략이 모두에게 절대적인 정답일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있다.
스타트업에 뛰어들면서 디스콰이엇을 처음 하게 되었고 그래도 초창기 디스콰이엇에 기간상으론 손가락 하나 걸쳤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써 꽤 오래 버텼다고 생각하고 있는 와중, 그때 만났던 수많은 프로덕트와 기발해보였던 서비스,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팀들을 돌아보니 지금 남아있는 것들은 막상 몇개 되지 않더라.
디스콰이엇도 살아남은 서비스 중 하나이고 약간 초창기 막 지금처럼 인기가 있지 않던 시절, 이게 “나의 인생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돈내고 쓸수 있는가?” 라고 생각했던 두 서비스를 아직까지 쓰고 있는데 그 두 서비스가 다름아닌 Notion과 Figma이다. 이 두 서비스는 돈을 내고 쓰고 있으며 예전부터 눈여겨보았던 서비스들중 영리기업이 아니여서 참 감사하게 쓰고 있는 블랜더도 비교적 비인기시절부터 함께했던 서비스에 포함된다.
사실 영세한 조직 운영의 특징을 잘 반영하듯이 서비스 발품을 많이 팔았다. 토스뽕(?) 덕분에 손댔던 Framer, 블랜더의 대안으로 보았던 Spline, 원래 UI 디자인으로 입문했던 Adobe XD등등.
뭐 잡다한 얘기를 이정도 하고 그래서 하고싶은말이 뭔가? 그동안 저 서비스들을 보면서 무엇을 느낀건데? 물론 서비스들과 조직의 속사정은 모두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살아남은 조직과 서비스들의 공통점 중 첫번째는 꾸준한 성장이란게 내 의견이다.
“서비스가 당연히 꾸준히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무슨 소리냐.” 할 수 있겠지만 꾸준한 성장이란걸 구체적으로 다시 정의할 필요가 있을듯 싶다. 스타트업에서 가장 많이 가지는 환상이 “거액을 투자 받아서 무에서 유(엄청 대단한 기술적 무언가)를 만들어서 위대한 도약을 해내야겠다.”같은 로드맵을 세우는데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도파민에 절여져서 집도 차도 입던 빤스도 맨날 다 내놓는 사람 아니면 하기 어렵다. 그런데 굳이 그렇게 극단적 단기간 성장이 필요한가? 과연 그렇게밖에 성장하지 못하는가?
한 2년전부터 내가 하는 비유가 있는데 “매일 한 발자국씩만 앞으로 가도 고민만 한 사람보다 1년 뒤에는 365걸음 차이가 난다. 이게 몇년 모이기 시작하면 얼마인가? 과연 나중엔 걷기만 하겠는가?“
사람은 간사하고 게으르다. 자신은 위대한 줄 안다. 하지만 이런 자극적인 말에 긁혀도 당장 일어나서 뭘 하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다. 한 발자국 매일 나아가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그것을 간과하며 늘 한번의 기회로 일확천금을 노리는가? 과연 스타트업이 그런것인가?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겉으로 보기에 마치 급격한 성장을 이루어낸것같은 조직과 서비스들의 내실엔 매일매일 시간을 허투루 쓰지않고 자그마한 변화를 만들려는 꾸준한 시도들의 축적이라고 필자는 믿는다.
성장의 과정이 이러하단 것을 이해한다면 필히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일 필요는 없다는 것에서 부담을 덜 수 있고 성장의 순간들을 만들어야하는 조직과 팀원의 당사자들은 조금더 여유를 가지고 창의적이고, 작지만 꾸준한 발전을 시도할 수 있다.
뚜렷하지 않은 전략은 전략이 아닌가?
“누구든 다 계획이 있다. 쳐맞기 전까지.”
이게 열심히 계획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꺾는 문장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완벽한 계획을 요구받는 압박이 있는 상황에서 참 중요한 문장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뼈에 각인시켜버렸다. 처음 서비스를 기획하고 스타트업으로서 투자받기 위해 완벽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려다보니 이게 뭐 하고싶은건 있는데 수익을 낼 뾰족한 방법은 없고, 그 과정에서 자꾸만 틀에 완벽하게 맞추려는 노력을 하는데 그러다보니 본질을 많이 놓친거같다.
돈은... 최대한 적게 투자하고 많이 버는게 베스트다. 그게 돈벌이의 기본 아닐까. 그렇다면 완벽한 IR자료나 사업계획서, 정리된 BM을 만드는 대신 돈 안드는 무료 사이트나 서비스들을 사용해서라도 돈이 벌리는걸 증명해내면 되는 것 아닌가?
세상은 모르는 일이다. 최근 있었던 불미스러운 사회적 이슈들까지... 시민들 누구하나 알고 있었겠는가? 그럼에도 세상은 서로 연결되어있고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투자를 받아 시작하려고 하면 당연히 투자계획서를 만들어야하고 투자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믿고 투자할 수 있어야하니 그 계획서 안에서 뚜렷한 사업계획과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길 바란다. 하지만 지금 성공한 서비스들을 돌이켜보면 당장 쓰고 있던 나조차도 그 시기에 “이걸 돈 주고 나중에도 쓸까? 다른거 잘 쓰고 있는데 굳이 갈아탈 필요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런 넉두리를 놓게 만들었던 두 서비스는 가장 마지막까지 포기할 수 없는 구독 3개중 2개가 되었다. (하난 유튜브 프리미엄이다 ㅎ)
증명은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전략은 하나의 묘수이지 않을 수 있다. 행동 하나하나의 축적, 그리고 성공을 유도한 행동은 프로세스화 되어있지 않거나 정의할 수 없는 행동이 대부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공한 유튜브 채널들을 보면 그런것들을 많이 느낀다. 성공한 사람들이 왜 성공했는지 분석하는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당사자들은 그것을 의식했을까? 의식했다 하더라도 과연 몸짓 손짓 하나하나를 통제할만큼 전략이 세부적인가? 라는 생각이 들더라.
마치며
투자가 필수적이지 않다면 전략은 하나의 묘수일 필요가 없다. 두루뭉실한 전략이더라도 작동하는 것을 증명하기만 한다면 전략은 전략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리고 그 전략은 하나의 PPT파일이나 완결된 문장들의 집합이라기보단, 당장 눈앞에 보이는 점을 이어보다 돌아봤을때쯤 큰 그림이 되어있는걸 보고 “아 이래서 우리가 이 점을 따라갔구나”라고 회고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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