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
안효석
안효석 ·

결혼식장에서 집 가는 길에 만든 영상 분할 프로그램

#사유하는 독백

한 개의 영상을 원하는 구간에 맞게 여러개의 파일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평소에 이와 같은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프로그램을 써야 하는지부터 검색하고 하나씩 실행했습니다. 가장 먼저는 Mac의 기본 프로그램인 QuickTime Player를 시도했습니다. 맨 처음 구간의 영상은 잘 만들어 냈습니다. 예쓰! 이대로만 하면 금방 될 것 같았습니다.

근데 2번째 클립을 편집할 때 부터 문제가 생겼습니다. 각 파트의 시작과 종료 시간을 일일이 마우스로 조정해야 하는데 디테일한 시간을 입력하는 입력창이 없어서 하나 하나 맞추는게 너무 번거로웠습니다.

앞으로 유사한 일들을 더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작업을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조금 더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Capcut, Clipchamp 등 다양한 무료 편집 프로그램이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여러 개의 영상을 분리하려면 10개의 파일을 생성하기 위해 10번의 입력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프로그램이 구동되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불필요한 시간을 너무 많이 쓴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제가 디테일한 기능 사용법은 몰랐을 수 있습니다. 처음 해보는 거였거든요

아무튼 저는 한 번의 작업과 입력으로 모든 파일을 처리하고 싶었습니다. 이와 같은 번거로운 일들을 계속 신경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한 시간이면 끝날 줄 알았던 일을 이른 아침부터 3시간이 넘도록 프로그램을 찾고, 사용해 보는데 썼습니다. 그럼에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결혼식장에 갈 시간이 다 돼 불편한 마음으로 몸을 이동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핸드폰으로 GPT를 켰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스크린샷 2024-10-10 오후 9.51.33.png스크린샷 2024-10-10 오후 9.52.13.png

한 시간도 안되는 시간 동안 GPT와의 대화만으로 v1_영상 분할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사용성을 개선하기 위해 한 시간 반 정도의 시간을 더 들여 v2, v3까지 업그레이드했습니다.

다시 설명드리면 이 프로그램은 하나의 영상 파일을 여러 개의 파일로 분리(Split)하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저는 이 코드를 이용해 4시간 47분짜리 강의 영상을 12개의 주제별 파트로 나눴습니다.

한 번의 설정과 입력만으로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제 긴 영상에서 특정 주제를 찾기 위해 시간을 낭비할 필요 없이, 주제별로 분리된 파일을 통해 빠르게 필요한 부분을 학습할 수 있습니다.

저는 파이썬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어 본 적도 없었고, 구현 가능 여부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다 만들고 나서야 '가능했구나, 나도 만들 수 있구나'를 깨달았습니다.

보람차고 기뻤지만 한 편으론 무섭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내가 상상한 것들을 지식이 없어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습니다. 향후 5년 간 상상도 못 할 정도의 기술 성장이 여러 분야와 영역에서 끊임없이 생겨날 것 같습니다.

처음 GPT3를 썼던게 2년도 넘은 것 같은데,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제대로 된 프로그램 하나 만들지 못했던 GPT가(제 기준) 이제는 높은 정확도를 갖고 작업을 수행해 줍니다.

이제는 대다수의 음식점들이 인테리어와 음식은 기본이고, 매장 아이덴티티와 서비스, 차별화가 있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처럼 모든 산업이 한 단계 더 레벨업 하면서 개개인 간에 기술 경쟁, 융합 경쟁이 시작될 것 같습니다.

한 개의 영상 파일을 여러 개의 파일로 나누려고 했을 뿐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래와 같은 다양한 생각을 다시금 해보게 되어 재밌었습니다!

  1. 정말 GPT의 성능과 기능이 2년 전 보다 말도 안되게 좋아졌습니다. 특히 이번 작업은 gpt with canvas를 이용했는데 감히 혁신적이라고 느꼈습니다. canvas 기능이 아니었으면 만들지 못했을 겁니다.

    잘못된 답변들이 한 페이지에서 누적돼 쌓이기 시작하면 gpt가 정신을 못차리기 시작하고 나는 속이 터지고.. 얘만 3시간 동안 만지다가 아무것도 못얻고 끝나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던 경험을 갖고 계신 분이라면 충분히 공감하리라 생각합니다.

    gpt with canvas와 관련해서는 유튜브에 검색하면 다양한 영상들이 쏟아지고 있으니 출퇴근길에 가볍게 구경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외에 참고하실 수 있도록 위 프로그램을 만들때 사용했던 GPT 4o with canvas 페이지 링크를 공유드립니다. GPT 유료 사용자는 제가 올린 링크를 들어가면 canvas 내용도 볼 수 있는지 모르겠네요. 무료 버전에서는 못보는 것 같았습니다. 누군가 알려주시면 좋겠네요!

  2. 내가 원하는 결과물이 명확하다면 스스로 구현하는게 더 효과적이고 생산적일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습니다.

  3. 여러 생성형 AI(이미지, 텍스트, 영상 등) 모델들이 보급되고 있습니다. 지금이 가장 단순하고 부족함이 많은 상태라고 확신합니다. 지금부터 사용하지 않으면 부모님 세대가 핸드폰이나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못해 불편을 겪는 것처럼 유사한 상황들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많은 앱, 기기들이 UI/UX를 강화하며 사용자 친화적인 서비스를 만들어 내고 있지만, 휴대폰이나 전자기기를 많이 사용하지 않은 어른들이 느끼기에 어려운 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4. 평생 직장이 없는 현 시대. 공부는 평생해야 하는 현 시대에 혼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산출물의 퀄리티와 생산성이 극대화 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1인 크리에이터 혹은 특정 주제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해 보면 너무 좋겠다! 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이미 많이들 하고 있고, 저는 못하고 있지만..)

1

댓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