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가까이 삽질했지만 성공 못하면서 느낀점 (핵심만)
겉만 번지르르 했다.
이전에 쓴 글들을 돌아보면 뭐 '다양성을 존중한다'부터 시작해서 별의 별 멋있는 말과 논란을 기피하는 언어들은 다 때려박아놨다. 있어보이고 싶었나보다. 그 시절에 쓴 글들이나 모아둔 자료를 보면 실속없이 겉만 멋부렸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려서 그랬다기엔 약간 쪽팔린 것들도 있다)
돌아보니 본질은 멀어져있었다. 나에게는 "대한민국의 대중문화산업 전체를 혁신하겠다. 대한민국의 존속과 번영을 위해."라는 삐까뻔쩍 하고 자칭 "길에 나앉아도 하고 싶은 일" 같은 것들이 있었는데 그때는 그런 것들에 대한 내용보다 내 노트에 적혀있는 글을 지금 다시 보면 대체로 멋진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 집중을 많이 했다. 투자 IR을 만들고, 자꾸만 그런 것들로 고민했다. 웃기다. 그냥 남들이 보기에 멋지고 인정받을 수 있는 형태를 갖춘 스타트업을 선망한 어린 아이에 지나지 않는다.
조직문화가 좋으면 뭐하나, 모인 이유를 달성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개 되고 밥 되어도 목표까지 가면 된다. 나머지는 그 이후에 생각할 일이다. 밖에서 보기엔 사람들이 원하는 그 버튼하나 못만들면서 호칭 어떻게 할 지, 수평적인 결정을 위한 자리는 어떻게 배치할지... 참 우습기 그지없다.
너무 공들였다
참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요즘 들어서 토스의 이승건대표가 아산창업경진대회에서
"노력은 다 필요없고 젤 중요한 건 운이다. 미안하지만 해보니까 그렇더라." 라는 강연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성공은 운빨이라는 생각에 가까워질때쯤 적절하게 나타난 그 영상은 운빨인 이유(?)를 가장 잘 설명한 영상이 아닐까 싶다. 그 강연에서 이승건 대표는
"운을 이길 수 있는 것들은 끈기밖에 없다. 그저 운이 찾아올 때까지 버티는 수 밖에 없다."
신기하다. 최근들어 아빠와 가장 많이 했던 이야기다. 나는 결국 이걸 누가 말해주기 전에 결국 체감할 때까지 실패하고 있었다.
"그 끈기는 어디서 오느냐, 그리고 그 운은 언제 오느냐. 자신의 성공에 대해 비관적일때, 또 큰 기대 없이 계속 '하기만' 할 때 찾아온다."
이승건 대표는 적어도 내 맥북 캠은 보고 있는게 확실하다. 물론 우린 아직도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는 지쳤고, 그때는 서로의 귀에 때려박히게 말해도 씨알도 안먹히던 "아무거나 만들어보자"를 하기로 합의했다. 아니, 서로 먼저 이러자고 했다.
공들이지 않는게 왜 중요할까?
사람들은 자신이 만든 무언가에 대해 너무나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결과물은 자신의 지적 능력과 물리적인 실력, 그리고 많은 것들을 나타내준다. 일종의 내가 투영된 '나 자체'이기 때문에 나를 평가받는 하나의 수단이라 생각하면 실패하면 안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두가지가 나타난다.
너무 잘하려고 집중한 나머지 [세상에서 가장 멋지지만 '앞으로 가지 않는' 자동차]가 나온다.
앞으로 안가더라도 나오면 다행이지 실패할까봐 계속 수정만 한다고 평생 내놓지도 못한다.
특히 2번이 젤 두드러졌던게 함께 시작했던 유튜브 채널이었다.
완벽한 미장센이 갖춰지지 않았는데 촬영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영상 퀄리티에 대한 불만족이 정말 다시는 기록으로 남길 수 없는 아까운 시간들을 날렸다. 사실 막 찍어서 올린다고 손해볼게 전혀 없는데말이다. (여기서 손해볼 게 있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아직도 당신이 하면 다 성공할거라 생각하는 사람이다)
세상에서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
"하기 싫은데 자꾸 하자 해서 어쩔 수 없이 계속 하는 사람"
내 눈이나 상대방의 눈이 이미 '동태 눈깔'로 변했다면 그사람은 이미 흥미를 잃었다. 일종에 그 주제에 관해서는 영구적으로 청력을 잃은것이기에 포기하는게 좋다. 진심이다. 그리고 그런 낌세가 보일 때부터 예의주시 + 물어봤을 때 하는 대답들 (맞아, 좋은거 같아, 나 정말 하고싶어) 등은 자신이 처음에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처럼 비칠까봐 하는 거짓말들일 가능성이 아주 높으니 전부 의심해보는 게 좋다. 이런 징조가 보일 때 빠르게 미련을 버리고 각자 갈 길 가거나 새로운 토픽, 아젠다를 찾아보는게 좋다. 분명 도입부에서 말했다. 위와 같은 상황의 서로는 세상에서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들이다. 근데 그 사람 아니면 나와 함께해 줄 믿음직한 동료가 없을 것 같은가? 진짜 이 아이템은 될거같은가?
"아직 덜 힘들어봤군요."
리소스를 줄여라, 진짜로.
뭔가 일을 막 벌이는 것? 아주 좋다. 근데 새로 시작하거나 완전히 청산하고 싶은 순간이 생긴다. 괜히 홍보 열심히 해보겠다고 SNS계정 막 만들고 했다가 나중에 안적어놔서 못찾거나, 계정 너무 많이 만들었다고 스팸으로 신고 당하거나, 어쨌든 하고싶은거 제때 못하는 수가 있다. 많다고 능사도 아니거니와 그런 리소스들은 시작과정부터 관리를 잘해야한다. 진짜 생각지도 못한 때에 당신의 발목을 잡고 타고 올라와 가슴을 후벼팔것이다. 그리고 리소스 많아지면 그 관리도 다 돈이고 시간이다.
지친다. 고로 재미있어야한다.
위에 세상에서 제일 고통받는 사람들과 일맥상통하는데 모든 일은 무조건 장기전이다. 좋아하는 일을 해도 내 몸과 마음이 지친다.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많이 나약하다. 만약 팀을 만들어서 순항하고 있다면 내가 리더가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의 행복한 앞날을 위해 서로 고통을 만드는 요소들이 없는지 자주자주 확인해주고 솔직하게 말해주자. 부끄러운것이 아니다. 우리는 나중에 돌아봤을때 잘 한 선택들의 소중함을 나이를 쳐먹어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지치면 쉬고, 또 즐거우면 언제 이렇게 힘과 의지가 샘솟을지 모르니 빠르게 쳐내고, 안되면 또 좀 쉬었다가 가고.
5년뒤에 "10년간 삽질하고 느낀점" 쓸 때까지 살아있기를
그럼 이만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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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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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할 거라면 프러덕이 재미있어야 하고, 프러덕이 재미없다면(돈 때문에 할 수 없이 하는 거라면) 팀이라도 재미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오래하려면 정말 '재미'는 필수입니다.
창업 후 저도 오래 삽질 해봐서인지 내용에 공감이 많이 가네요. 🥲
ㅎㅎ 제얘기를 보는거 같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