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에 대하여
혜화동에 가면 제가 고등학교 때 자주 다녔던 '혜화돌쇠아저씨'라는 화덕피자 가게가 있습니다. 오랜만에 가게에 들러 좋은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은 후 가게를 나가려는데 벽에 있던 포스터가 눈에 띄었습니다. 포스터의 글귀를 보고 사진을 안 찍을 수 없었습니다.
돌쇠할아버지가 콜롬비아에서 목숨걸고 따온 생두를 직접 정성을 다해 대충 볶은 커피가 삼천원.
'목숨걸고' 따온 생두인데 '대충' 볶아 삼천원이라니! 단순히 잘 쓴 글을 너머 정말이지 아름다운 글귀였습니다.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사장님 그리고 포마드 바른 흰색 머리로 땀 흘리며 반죽을 치던 할아버지까지 완벽했죠. 그날의 모든 것은 아름다웠습니다.
사실 요즘은 아름다움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습니다. 뭐랄까 진지충 같기도 하구요. 우리가 살면서 혜화돌쇠아저씨 포스터처럼 아름다운것을 자주 못봐서 그런가 싶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아름답다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름다움의 정의는 무엇일까요?
소설가 박상륭 선생님 표기에 따르면 '아름다움' 이란 '앓음다움' 입니다. '앓은 사람답다' 는 뜻이 되겠죠. 고통을 앓은 아픔을 겪은 사람 고뇌한 사람 혼돈의 현실 속에서 번민하고 갈등하고 아파한 사람다운 흔적이 느껴지는 것 그것이 앓음다운 사람 아름다운 사람이랍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지극히 개인적인 내적 앓음에 의해서만 가능하겠죠. 아름다운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는 당신이 어떤 아름다움을 보았는지 다시 생각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 김형태, '너 외롭구나' 中에서 -
아름다움의 어원은 '앓음다움'이라고 합니다. '앓음'이란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뜻합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사람이란 고통을 이겨내 아름다워진 사람을 말합니다. 아름다우려면 앓음다워야합니다. 앓은 흔적이야말고 진정한 아름다움입니다.
아름다운 프로덕트, 아름다운 콘텐츠, 아름다운 기획, 아름다운 브랜드 등 우리는 아름다운 무엇가를 창조하려고 오늘도 끙끙 앓고 있습니다. 창조의 과정은 포기하고 싶고 유혹에 넘어가고 싶고 번뇌의 연속입니다. 알에서 깨어나오는 새가 느끼는 앓음의 고통은 얼마나 깊을까요. 만약, 여러분이 창조의 열병을 앓고 있다면 아름다움의 어원을 한번 생각해보세요. 알에서 깨어나왔을 때 날개를 펼치는 모습을 우리는 분명히 아름답다 말할 것 입니다.
돌쇠할아버지가 콜롬비아에서 목숨걸고 따온 생두처럼 우리도 아름답기 위해 무언가에 목숨까지 걸며 앓음다워 지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깊이 더 깊이 앓음다워지고 아름다워지면 더 나은 존재가 되지 않을까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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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하게 마음을 먹고 잘 쉬고 잘 일하는 게 나에게는 왜 이리 어려울까를 고민하던 저에게 앓음다움이라는 말이 위로가 되네요. 감사합니다.
저도 앓고 있어서(?) ㅎㅎㅎ 사실 저를 위로하려 쓴 글인데, 위로를 받으셨다니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