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의 실패에서 발견한 공통점과 그 해결 방안
나는 개발자로서는 좋은 능력을 갖췄을지 몰라도, 창업 세계 속 한 팀의 대표자로서는 확실히 그렇지 않다. 분명 해커톤에서는 내 방식이 수상으로 직결되었던 것 같은데 왜 시장에 내놓으려고 하기만 하면 마음처럼 되지 않는지 답답한 순간들이 많았다. 욕심을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서, 창업 아이디어를 얻고 구체화해가는 방법을 공부하였고 그중 특히 내가 보고 배울 만한 요소 몇 가지를 정리해보려 한다.
Existence of competition or proxies / Variants of of successful companies
나는 늘 홍대병과 예술병에 심하게 걸려 있다. 이게 독창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긴 하지만, 이 분야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나는 competition이 존재하는 서비스는 '특별'하지 않아서, 그리고 우리가 질 게 뻔해 보여서 시도하지 않았다. 그러나 Dropbox의 예시가 그렇듯,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여럿 있음에도 그들이 제시하지 못한 뚜렷한 해답을 찾아낸다면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었다. 비슷한 맥락으로, 나는 proxies의 존재를 인식하면 피하려고 했다. '저들은 우리가 이겨야만 하는 상대'라는 강박을 버린다면 훨씬 넓고 잠재력 있는 아이디어 풀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성공한 아이디어에 변화를 주는 것도 마찬가지로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나 자신에게 강조하지만, 여긴 힙합 씬이 아니다. 힙한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해서 우리 팀이 '가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힙합 씬에서마저 그런 문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퇴색되는 분위기인데, 왜 나만의 기준에 나를 가두려고 하는가?
Ideas that are hard to get started
나의 또 다른 큰 문제 중 하나는, 아주 간단하고 기막힌 좋은 아이디어를 내면 개발 쪽에서만 큰 노력을 기울여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고 믿어온 것이다. 그러니까 나에게 이상적인 아이디어는 아무도 생각해내지 못한 말도 안 되는 무언가이면서 지금 처한 상황에서도 바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려운 일(예컨대 다른 회사에 연락해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며, 다른 이들도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블루오션으로 남아있을 수 있다. 물론 내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실제로 찾아낸다면 아주 행복한 일이겠지만, 꼭 그것만이 해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Find cofounders
언뜻 보면 아주 기본적인 이야기고, 내가 그렇게 해왔던 것 같다는 착각이 든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나를 돌아보면 그렇지 않았다. 난 어떤 아이디어를 가진 채로 그 아이디어에 전혀 관심 없는 친한 친구들을 모아서 팀을 꾸렸다. 실력보다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였는데, 이것도 어느 정도의 경험과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맞는 이야기였다. '팀원들이 못하는 일은 내가 나서서 처리한다'는 마음가짐은 나를 버스 기사로 만들 뿐이었고, 애초부터 이 일에 진심이 아니었던 친구들은 나에게 그다지 감사하지조차 않았다.
내가 coworkers로 친구들을 모았던 이유에는 두 가지가 더 있다. 첫째로, 나는 나 혼자 해도 성공할 거라는 교만함에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혼자 해도 될 건데 잡일을 대신 처리해줄 친구들만 모으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이 생각은 완전히 틀린 것이었다. 혼자 할수록 성공과 멀어졌고 친구들은 잡일조차 제대로 처리해주지 않았다. 둘째로는, 당시에는 나의 방대한 꿈에 공감해줄 사람이 주변에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당장 협업을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이 친구들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지 않기에 처음부터 배우면서 차근차근 내공을 쌓아갈 것이다.
Founder로서 나의 능력이 충분해지면 나는 사람들끼리 이어주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 현재는 Instagram, Thread나 Youtube같은 플랫폼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이 플랫폼들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기보다는 각자의 자기 표현에 집중한 느낌에 가깝다. 심지어 Shorts, Reels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짧고 강렬한 자극에 중독되기 시작했고 이는 행복하지도, 건강하지 않은 상태라고 확신한다.
이 분야에 AI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할지, 내가 만들 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러나 나는 점점 불행에 잠식되어 가는 이 사회를 두고 볼 수만은 없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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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연결을 재정의하고 싶다는 동훈님의 의견이 뇌리에 깊게 박히네요! 일명 '도파민 중독'에 빠진 사람들을 구제할 수 있는 saviour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굳이 엄청 어렵게 접근하는 것이 아닌, 예상보다 가까운 곳에 해답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뭔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잘 찾아봅시다!
현존하는 SNS 서비스들이 각자의 자기 표현에 집중한 플랫폼이라는 인사이트가 뇌리에 박히네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성과 기술에 대해 깊게 고찰해보신 것이 글에 드러나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