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주의) '스타트업' 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
@김주영 님께서 좋은 생각 거리를 공유해주셔서 한 번 생각해보았습니다.
"스타트업이란 무엇인가"
저는 복학 직전인 21년 하반기 유명 액셀러레이터에서 잠시 인턴으로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22년부터는 창업을 결심했고요. 23년에는 법인 '스모어톡' 을 두 분의 코파운더와 함께 세웠고, 24년인 지금 열심히 달리고 있습니다.
그간 창업과 관련하여 지나온 시간을 시장 기준으로 보면,
'21 하반기: 스타트업의 밸류에이션이 최대치로 달한 시기
'22: 금리 인상이 시작되어 불안감이 크게 올라온 시기
'23: ChatGPT 로 AI 붐이 시작되었지만 이 외 기업 상황은 초토화 되기 시작한 시기
'24: 기존 펀드의 드라이파우더가 소진되거나 AI에 집중하는 사이 마지막을 버티지 못하고 잠시 여정을 중단하는 기업이 확연히 늘어난 시기
라고 보여집니다.
(📉 많은 스타트업이 금리 인상으로 인한 매출, 투자 등의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문제를 풀겠다는 비전 아래 압축적으로 성장이 가능한 조직이라고 믿지만, 사실 경험이 부족해서 혹은 대응하기 어려운 외부 환경의 변화가 와서 등의 이유로 모든 팀은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입니다. 그 과정에서의 스타트업의 모습은 놀림감의 대상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 개인적으로 아래 콘텐츠는 저희 팀에서도 한번씩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창업 왜 하나?
스타트업이 뭐길래???
(made by Flamel)
일단 ChatGPT 는 빠르게 성장하고자 하는 목표와 함께 시장에서 요구하는 것을 위한 제품 및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는 젊고 혁신적인 기업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Y Combinator 는 빠르게 성장하기 위한 형태로 만들어진 초기 단계의 작은 기업, 극단적으로는 1년 안에 50-100 배의 성장을 하는 기업을 이야기했습니다.
(개인 별로 다른 정의가 존재함은 자명하고 그에 맞게 모두가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스타트업의 정의를 두 가지로 생각하면서 도전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기존에 없는 것을 하는 기업입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있는 것을 완전히 재구성하는 기업입니다.
위 두 가지를 말씀드린 이유는 스타트업은 흔히 후기 단계라고 말하는 Series B, C 라운드로 진입하더라도 기존 레거시 기업보다는 태생적으로 규모가 작은 팀인데 이들 기업에 대항하여 시장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일단 기존에 없는 것을 하는 기업이 강할 수 있는 것은 레거시 기업이 아예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우주 정복.
해당 목적을 위한 연구 개발에는 투입되는 리소스가 상당하지만 이에 반해 성공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이를 레거시 기업에서 '신사업 발굴' 이라는 미명 아래 진행하기에는 상당한 부담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당장 LG화학 배터리사업부 (현 LG에너지솔루션) 에서 2차전지 분야를 개발할 때의 내/외부 스토리를 들어보면 어렵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모회사 매출을 까먹는 존재니, 인적 자원의 이동으로 인한 기술 유출이니 등...)
따라서 희박한 성공 가능성이라는 moat 아닌 moat 가 새로운 플레이어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고, 무척 어려운 기술 개발이 성공할 경우 출발 선상이 아예 달라지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시장 포지셔닝에 대한 극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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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있는 것을 완전히 재구성하는 기업이 강할 수 있는 것은 새로운 환경 변화로 인해 과거에는 불가능 했던 것이 가능해지면서 변화의 계기가 마련되지만 레거시 기업은 기존의 관성으로 인해 변화하는데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송금.
주변을 보면 우리가 매일 마주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오랫동안 안 바뀌는 것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그렇게 해도 이해 관계자에게 꾸준히 이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잘 되고 있는 것을 바꾸는 것은 또 하나의 리스크 일 수도 있습니다.
(🔽 버드와이저가 스스로 1위 공식을 깨부시면서 발생한 순위 역전 현상)

이것이 시장 및 기술 변화에 대해 레거시 기업의 대응이 느릴 수 있는 이유입니다.
이 때 스타트업은 작은 규모라는 한계에도 모든 자원의 집중을 통해 업력이라는 시간 차이를 극복하는 기회를 가져가야 합니다. 그리고 레거시 기업 대비 시장 친화적이 되어 고객의 이야기를 들을 때 효과는 배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위 두 가지가 아니면 스타트업이라기 보다는 프로젝트 팀으로 생각합니다.
고속 성장에 제한이 있거나 운영 지속성에 있어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그런 점에서 저는 주영님께서 언급해주신 질문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스타트업의 현실과 맞닿은 부분이 많아서였습니다.
말씀해주신 질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반드시 AI를 해야 하고 SaaS를 해야 스타트업인가요?
극한의 불확실성, 확장성과 성장성, 문제 해결, 파괴적 혁신 이라는 키워드가 두 개 이상 붙어야 스타트업인가요?
꼭 린(Lean)하게 해야 스타트업인가요? 업무 방식이 실리콘 밸리의 방법론을 따라야 스타트업인가요?
투자 라운드를 Seed-A-B-C 의 순으로 거쳐야 스타트업인가요?
SOM(수익 시장)의 규모가 1,000억 이상인 곳이어야 스타트업인가요?
제가 정의한 내용에 기반해 말씀해주신 질문에 대해 대답해 보면,
첫 번째로, 팀이 목표로 하는 분야가 AI 또는 SaaS 여야 하는가.
요즘 많은 스타트업이 AI 를 하는 이유는 지난 Web3. SaaS. 플랫폼에서 엿볼 수 있듯이 시장에 없는 것을 하기 위한 노력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앞서 언급한 정의에 첫 번째에 해당하는 것이죠.
Y Combinator 의 W24 배치 프로그램의 참여 기업 중 70% 가 AI 스타트업입니다. 이는 57%인 직전 배치, 32%인 1년 전 배치에 대비하여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주목해야 할 내용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AI 에 투자를 한다는 것입니다. 초기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AI 프로덕트에 대한 시장 반응을 일부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요. 대부분 망할 것을 알고도 한다는 의미입니다.
(사실 스타트업은 5년 내 90% 가 망합니다. 스모어톡은 4년 남았네요.)
왜 그런가 하면,
모두가 동일한 출발 선상에 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기회가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다만 지금의 레거시 기업이 과거 .com 버블 시기 태동하여 모바일 시기를 거치며 대전환의 파급력에 대해 이미 잘 아는 기업이기 때문에 이번 AI 만큼은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이 기존의 변화와 차이가 있기는 합니다.
아마도 레거시 기업의 경우 구글-퍼플렉시티 등 기존 기업의 주요 서비스 영역에 대한 경쟁이 펼쳐지는 경우 외에는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클라우드 등의 B2B 인프라에 집중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시장이 커져야 살아남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대신 스타트업이 AI 분야에서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선 본질적으로 AI 를 통한 혁신이 가능한 팀의 역량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단적인 예시로, GPT-Wrapper 라고 해서 모두가 Perplexity, Devin 정도의 프로덕트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스타트업은 불안 또는 혁신의 키워드가 붙어야 하는가.
당연하게도 스타트업은 매우 불안정한 조직입니다. 팀의 규모가 작기 때문에 한 명의 영향력이 팀에 미치는 정도가 레거시 기업 대비 크게 차이가 납니다. 시장에서도 그렇습니다. 항상 레거시 기업과 비교 당하면서 성공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받게 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성공이라는 시점에 도달하기 위해서,
창업의 여정에 함께하는 모든 사람들은 매우 불안할 것이고, 끊임 없는 질문에 맞닥뜨려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한 과정을 통해 우리가 얻고자 하는 성공이 큰 의미가 아니라면 허탈함을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약 2년이 넘는 창업의 시기를 지나오면서 더 큰 문제를 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지난한 시기를 거치며 얻은 성공의 결과물이 팀원 4인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작은 성공으로 불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시장 하나를 완전히 재정의하고 잡기 위해서는 혁신과 노력, 인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이를 실천 중에 있습니다.
(🔽 YC 창업자 폴 그레이엄이 말한 스타트업의 현실)
세 번째로, 린한 방식으로 실리콘 밸리의 방법론으로 운영해야 하는가.
스타트업은 시간에 대한 이점이 있습니다. 언급한 정의에 두 번째에 해당하는 것이죠.
아마도 린한 방식이라는 것이 '빠르다'의 개념일 것 같습니다. 다만 '빠르다' 는 것이 단순히 개발을 빨리한다의 개념 외에도 시장에서 의견을 듣는 것도 '빠르다' 의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조금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는 것이죠.
반대로 스타트업은 시간에 대해 불리한 점도 있습니다.
비즈니스에서 시간은 돈과도 연결됩니다. 금리의 개념과 동일하죠. 레거시 기업 대비 부족한 자금 문제를 극복하려면 빠르게 액션을 취해야 합니다.
사실 팀원은 창업가의 비전을 그렇게 오래 따라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자금 문제로 팀이 원래 풀고자 한 문제가 아닌 생존을 위한 행동을 하게 되면 성장의 기폭제가 될 시기를 놓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버텨야 이길 수도 있습니다. 다만 집중할 수 있는 시기에 빠르게 움직여 성과를 거두는 것이 스타트업이 최대 효용을 거둘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문제를 잘 아는 실리콘 밸리에서 고안한 몇 가지 업무 방법론이 있습니다.
그래서 왜 이런 방법론이 나온 것인지에 대해 확인하는 것은 좋을 것 같습니다. 창업 과정에서 겪을 다양한 문제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또한 이런 문제를 겪는 창업가를 대상으로 한 심리적인 위약(Placebo)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굳이 자랑스럽게 외부에 알리며 적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네 번째로, 투자와 관련해 Seed-A-B-C 로 유치해야 하는가.
투자 라운드(Rounds of financing) 라고 불리는 해당 방식은 VC가 수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고안한 방식입니다. 기업의 성숙도에 따라 겪는 문제와 필요한 리소스가 달라지는 동시에 캐피탈에 있어서 위험 정도(risk)와 보상(return)의 비율이 달라지는 상황을 개념화한 방식이라고 생각해보면 됩니다.
다만 요즘 같은 금리 인상으로 인한 VC 혹한기에는 작동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생각합니다.
실제로 유동성이 풍부했던 '20, '21 에 인정받은 기업 가치(valuation) 를 충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브릿지 투자 또는 초기 라운드의 투자 비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아래의 그래프처럼 펀드를 결성하지 않는 VC 의 비중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실 기업 금융 관점에서 다양한 자본의 조달 방식이 존재합니다. 외부 자금 조달 없이 자생력을 키우는 부트스트래핑도 당연히 좋습니다.
다만 서비스가 우위에 있을 때 경쟁사가 돈을 써서 성장 직전 임계점에 도달하는 시기를 앞당겨 따라 잡히기 혹은 서비스가 열세에 있을 때 경쟁사를 따라 잡기 좋은 타이밍을 놓쳐 이길 수 있는 상황을 놓칠 수도 있음을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투자 유치는 자금 확충의 측면 외에도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시장 규모와 관련해서 1,000억원의 수익 시장을 목표로 해야 하는가.
상장 시장의 기준으로 보통 높은 성장률을 인정받는 IT 기업의 PER(주가수익비율)을 보면 ~30이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EPS) 로 나눈 값인데요.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걸리는 기간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0 이하를 저평가 기업이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보통 국내의 시드 라운드를 기준으로 기업 밸류가 10~50억이라고 할 때 (아닐 수도 있지만), 실제로 3,500만원~1억 7천만원의 순이익을 내야 위 기업 가치가 타당하다고 여겨집니다. 보수적으로 하면 1억~5억의 순이익이 나는 시점이어야 하는 것이죠. 그 와중에 5년 내로 90%의 스타트업이 망합니다.
그렇다면 개인 돈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 가능하신가요?

VC 에서 초기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를 인정하는 이유는 이 기업은 20x~100x 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의 투자 회수 방식이 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예를 들어 50억원의 펀드를 가지고 각 5억원씩 10곳에 투자한다고 하면,
스타트업이 존속할 확률에 비추어 투자한 10곳 중 1곳이 투자 성과를 내야 합니다.
해당 기업이 나머지 기업에서 회수하지 못한 투자금과 연 10% 수준의 기대 수익률을 높이는 이익금을 모두 벌어 주어야 합니다.
즉, 이론적으로 약 20x 의 기업 가치 상승이 필요합니다.
20x 인 1,000억원의 기업 가치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최소 33억원, 최대 100억원의 순이익이 나야 합니다. 만약 순이익률(ROS)가 10%라고 하면 최소 330억원, 최대 1,000억원의 매출이 나와야 합니다.
그래서 VC는 1,000억원의 수익 시장을 목표로 하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그나마 큰 시장에서 활동해야 기회가 생길 수 있고,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시장은 창업자가 정의하기 나름이고, 과거 GPU가 단순 그래픽 장치 에서 HPC 인프라 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것처럼 기존에는 없었지만 미래에 기회가 큰 시장을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래서 이 시장을 잘 정의한 기업, 그리고 PMF 등 이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증명한 기업이 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미래에 대한 예측이라는 것이 매우 어렵고 부정확하기 때문에 미약한 성공 가능성을 위해서는 큰 시장이라도 확인했으면 하는 바람이 VC가 시장 규모에 매몰되어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기껏 글을 다 작성하고 다시 스스로를 돌아보니 사실 갓 1년 넘은 스타트업을 창업한 사람으로서 스타트업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 자체가 어패가 있기는 한 것 같습니다. 잘 모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정말 힘들고 고되지만 창업을 잘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창업가가 마주할 상황을 실제적으로 경험하고 배우는 요소가 많기 때문입니다.
오랜만의 휴일로 잠시 이런 저런 생각해볼 시간이 있었던 것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번 달에 4일 간 예비군을 다녀올 예정인데, 다시금 순국 선열의 희생에 대해 기억하면서 기업의 성공에 도달하기까지 수많은 좌절과 역경에 인내할 수 있는 마음 가짐을 갖추고자 합니다.
다시 한 번 본 주제를 공유해주신 @김주영 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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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객관적 논리와 근거에 기반해서 의견을 잘 개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우리의 본질은 무엇인가? 라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질문이였어요. 며칠 만에 들어왔는데 정말 다양한 의견들이 많이 있네요. 덕분에 오늘도 인사이트가 성장하고 있습니다! 멋진 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창업의 여정에 함께 한 이상 생각해볼 수 밖에 없는 주제였던 것 같아요 ㅎㅎ 좋은 주제를 언급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정민님 메이커로그가 이번주 뉴스레터에 소개되었어요 :) https://stib.ee/hqmC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