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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늘
이하늘 ·

모두가 슈퍼 세컨드브레인을 가진다면 | 백서 14장

지금까지는 한 사람의 이야기였다. 이제 시야를 넓혀 본다. 이것을 모두가 갖게 되면 어떻게 되는가.

사람마다 하나의 SSOT와 에이전트 군단과 로봇 군단이 붙는다. 한 사람이 하나의 작은 조직이 된다. 그 세계에서는 귀한 것들의 목록이 바뀐다.

귀했던 것 / 그 세계에서는 | 지능 / 누구의 에이전트든 충분히 똑똑하다. | 노동 / 일할 몸은 필요한 만큼 있다. | 기억 / 아무도 아무것도 잊지 않는다.

지능과 노동과 기억이 흔해진 세계에서 사람과 사람을 구별하는 것은 하나만 남는다. 그 사람의 SSOT 한가운데에 무엇이 놓여 있는가.

에이전트 군단은 주인의 가치관을 천 배로 키워 세상에 내보내는 증폭기다. 돈을 사랑하는 사람의 군단은 천 배의 효율로 돈을 좇고, 인정을 사랑하는 사람의 군단은 천 배의 목소리로 인정을 구한다.

그 세계에서 사람에게 던져지는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무엇을 사랑하는가.

오래된 말이 기술의 문제가 된다

이 질문 옆에 질문이 하나 더 선다. 나는 나를 얼마나 아는가.

5장에서 보았듯 위임의 품질은 일치도가 정하고, 일치도의 천장은 내가 나를 아는 만큼이다. 내가 나에게 숨기는 것은 SSOT에도 옮겨지지 않는다. 그 틈만큼 천 개의 몸은 나와 다르게 움직인다.

이 축을 끝까지 밀어 보자. 자기를 조금도 속이지 않는 사람. 내가 직접 해내야 한다는 집착에서도 놓여난 사람. 그 사람은 11장의 첫째 가닥과 둘째 가닥을 남김없이 넘길 수 있다. 옮겨 담을 때 새는 것이 없고, 넘겨주면서 잃을까 두려운 것도 없다. 그에게 남는 것은 지금 여기를 겪는 자리 하나다.

그림 17. 나를 아는 만큼 온전히 맡길 수 있다. 곡선은 천장에 다가갈 뿐 닿지 않고, 천장 위의 몫은 기술로는 끝내 넘어가지 않는다.

그림 17. 나를 아는 만큼 온전히 맡길 수 있다. 곡선은 천장에 다가갈 뿐 닿지 않고, 천장 위의 몫은 기술로는 끝내 넘어가지 않는다.

그런 사람을 가리키는 말을 인류는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내 신앙은 그것을 구원이라 부르고 거기로 가는 길을 성화라고 부른다. 불교는 깨달음과 열반을 말한다. 전통마다 이름이 다르고 담긴 내용도 같지 않다. 그래도 가리키는 쪽은 겹친다. 자기를 속이지 않게 된 상태, 움켜쥔 자아를 내려놓은 상태다.

수천 년 동안 그것은 말로만 전해졌다. 그 상태에 가까운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먼 사람과 무엇이 다른지 밖에서는 확인할 길이 없었다. 슈퍼 세컨드브레인은 그 말에 몸을 입힌다. 내가 나를 속이는 만큼 내 군단이 어긋나고, 그 어긋남은 기록으로 남는다. 자아를 내려놓은 만큼 위임이 온전해지고, 그 차이는 천 개의 몸이 하는 일에서 드러난다.

경전 속의 추상이던 것이

매일 일어나는 현실의 일이 된다.

13장에서 말했듯 그 끝은 머무는 곳이 아니다. 나는 계속 변하고, 그래서 평생 다가갈 뿐이다. 전통들도 그렇게 가르쳐 왔다. 달라진 것은 범위다. 수도원과 선방의 일이던 것이 이 세계에서는 에이전트를 가진 모든 사람의 일이 된다.

거울이 되어 주는 사람들

혼자서는 그 길을 갈 수 없다. 여기에 위험이 하나 있다. 6장의 네 번째 방, 자기서사를 증폭하는 세컨드브레인을 기억할 것이다. 모두가 군단을 가진 세계에서 그 방은 훨씬 넓어지고 훨씬 편안해진다. 내 에이전트들은 모두 나의 관점을 공유한다. 나에게 “그건 네가 틀렸어”라고 말해 줄 존재가 내 군단 안에는 구조적으로 없다.

일치도는 계속 흔들리고(13장), 그 흔들림을 나 혼자서는 다 보지 못한다(5장). 그러니 바깥의 눈이 필요하다. 나와 다른 SSOT를 가진, 몸을 가진 다른 사람.

그림 18. 점선 궤도는 저마다의 에이전트 군단, 초록 선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거울이다.

그림 18. 점선 궤도는 저마다의 에이전트 군단, 초록 선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거울이다.

나는 이것을 셀(Cell)이라고 부른다. 교회의 소그룹에서 빌려 온 말이다. 몇 사람이 정기적으로 만나 서로의 삶을 듣고, 서로가 보지 못하는 것을 말해 준다.

“요즘 네 에이전트가 보내는 메일이 예전의 너 같지 않아.”

“너 그 일 얘기할 때마다 같은 사람 탓을 하더라.”

셀에는 관리자가 없다. 누가 누구를 진단하는 자리도 아니다. 서로가 서로의 거울이다. 오늘 내가 너의 틈을 말해 주고, 다음 주에는 네가 나의 틈을 말해 준다.

이 일은 에이전트에게 맡기기 어렵다. 상대의 에이전트가 아무리 정중하게 지적해도, 같은 마찰 속에서 같이 흔들리며 사는 사람의 말과는 무게가 다르다.

슈퍼 세컨드브레인의 마지막 문제는 사람이 얼마나 똑똑해지는가에 있지 않다. 확장된 주체들이 어떻게 함께 사랑할 것인가에 있다.

그릿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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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강력한 AI를 갖게 되면, 사람 사이의 차이는 어디에서 생길까요? 같은 질문을 이야기로 풀어낸 《슈퍼 세컨드브레인》 웹툰 1화를 네이버웹툰에서 무료로 읽을 수 있습니다. https://bit.ly/ssb-dq-wp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