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성원
이제 막 팀을 꾸리고 아이템을 찾는 극초기 스타트업의 과정을 겪으셨거나 겪고 계신다면, ‘최소한의 리소스로 검증한다’라는 정석적인 방법론에 공감하실 겁니다.
정말 기가 막힌 서비스가 떠올랐지만 예상보다 길고 높게 산정된 개발 기간과 비용을 맞딱드리면, 누군가 그 사이에 따라할까 조마조마한 급해진 마음에 다소 미흡한 스케치와 MVP로 유저 테스트 혹은 자금 조달을 위해 여러 VC들의 문을 두드립니다. 언제 오류나도 이상하지 않을 불안한 시연용 MVP, 정적이고 지루한 서비스 설명서와 랜딩페이지로 사업을 전개해야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는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더욱이 경험이 부족한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여러 방법론들을 찾아 실행합니다.
저 또한 현재 소속된 팀에서 위와 같은 과정과 어려움을 거쳤었고, 다소 독특한 방법으로 극복했던 경험과 방법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모션그래픽, 초기 스타트업에 필요할까요?
저는 약 7년 간 영상 업계에서 모션그래픽 작업을 해왔었고, 약 2년 동안 SBS의 스포츠국 디자인 감독으로서 2020 도쿄올림픽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방송 디자인을 총괄한 경험이 있습니다.
저는 모션그래픽 디자인으로 SBS 올림픽 방송 시청률 1위라는 괄목할 만한 성과에 크게 기여하고 뤼튼의 PO로 합류하면서, 제가 가지고 있는 전문성을 최대한 살려 뤼튼의 사업성을 검증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작년 4월 법인 설립을 마쳤던 당시의 저희 팀, 뤼튼테크놀로지스는 Generative AI를 활용하여 '인간의 창의성을 확장한다'라는 미션과 비전으로 AI 글쓰기 서비스를 기획했습니다. 첫 번째로 집중했던 문제는 청소년들의 글쓰기 능력 저하였는데요. 이 문제를 교육용 AI 글쓰기 툴로 해결하기 위해 ‘뤼튼 에듀(현 뤼튼 트레이닝)’라는 서비스를 제작하게 됐습니다.
목표했던 Seed 투자 유치와 각종 데모데이에 출전하여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 짧은 시간 안에 기획했던 서비스를 구현해냈는데요. 당연하게도 미흡하거나 허술한 점이 서비스 내외적으로 보였었습니다.
저는 그 허술해 보일 수 있는 지점을 ‘모션그래픽’으로 메꿀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직 멋있는 인터랙션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한 서비스이지만, 모션그래픽을 활용하면 우리 팀이 이 서비스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End Goal을 선명하게 제언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https://vimeo.com/785044350/3b8af4efcd
도전 K-스타트업에서 최우수상을 안겨주었던 IR 모션그래픽의 일부
모션그래픽은 시청자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입니다. 비단 서비스의 사용 플로우를 표현하는 것 이상으로 서비스 내부의 보이지 않는 기술과 로직들을 시각화함으로서 효과적으로 서비스의 가치를 설명할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모션그래픽은 한정된 기간과 시간 안에 서비스의 가치를 설명하고 사용자 혹은 VC를 설득해야 하는 초기 스타트업의 상황에 매우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데모 제작에 기획부터 개발, QA 까지 많은 리소스와 시간이 들어가는 것을 생각해보면 훨씬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모션그래픽, 어디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저희 팀에서 모션그래픽은 크게 2가지의 영역에서 활용합니다. 첫 번째로는 서비스 홍보 수단, 두 번째는 서비스 개발 과정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첫 번째, 서비스 홍보 수단으로는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매년 1번 이상은 기업의 PR을 위해 나서야하는 데모데이 IR이나 팀 부스에 활용하게 되고, 투자 유치를 위한 VC 미팅에서도 당장은 미흡해 보일 수 있는 서비스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용도로 활용합니다.
실제로 저희 팀은 투자 혹한기라고 불리는 겨울 속 이번 Pre-A 라운드에서 법인 설립 1년 반만에 약 40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는데요. 물론 여러 요인이 있었겠지만, 아직 서비스가 완벽하게 완성되지 않은 서비스를 모션그래픽으로 구현 예시를 제작하여 서비스 시연과 함께 활용한 것이 주효했다고 생각합니다.
https://vimeo.com/785042139/4d8d958b74
올해 1월에 제작된 뤼튼의 프로토타입
아마 데모 시연이 가능한 수준으로 개발 일정을 기다리며 VC 미팅을 주저 했었다면, 이와 같은 성과는 이루지 못했을 겁니다. 참고로 실제 활용했던 모션그래픽은 단 3시간 만에 제작을 완료했습니다.
또한 서비스 출시 이후 선전과 마케팅을 위해 기획부터 개발까지 진행한 서비스를 PO가 홍보 콘텐츠를 제작하며 스스로 완결 지을 수 있다는 점이 커다란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과 경험은 기회가 된다면, 이어질 글에서 자세히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https://vimeo.com/785046062/668dbad7a9
지난 10월, 뤼튼의 OBT를 시작하며 직접 제작한 광고 영상. 작업에는 약 4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두 번째, 서비스를 제작하다보면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 마케터 등의 모든 팀원들이 상상하는 서비스의 모습이 당연하게도 상이할 수 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팀이 이 간극을 해결하기 위해서 지극히 간소화된 와이어 프레임이나 프로토타입을 활용하게 됩니다.
물론 저희 팀도 기획 단계에서 와이어 프레임을 만들고 사용하지만, 서비스 사용 플로우를 모션그래픽으로 제작하여 확실한 동기화의 수단으로 활용합니다.
모션그래픽으로 동기화를 했을 때의 장점은, 정해진 영상 분량 안에 확실한 주입이 가능합니다. 프로토타입 같은 경우는 구현하는데 시간도 오래걸릴 뿐더러, 시연자에 따라 목표한 퍼널에 도달하기까지 시간 편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비개발 직군에서의 일률적인 동기화가 어렵습니다.
1분 이내로 플로우를 설명할 수 있는 모션그래픽을 제작하여 팀 미팅에 활용한다면, 미팅에 참석한 모든 인원은 적어도 1분 안에 서비스의 모든 플로우를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미팅 후에도 팀 내 메신저 공유를 통해서 팀원 누구나 가볍게 서비스에 대한 플로우를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모션그래픽, 근데 그거 어렵지 않아요?
여기까지 들어보면 모션그래픽을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모션그래픽을 당장 실무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또 거기에 따른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전문 모션그래픽 디자이너를 채용하기에는 자금이 넉넉치 않은 초기 스타트업에겐 그저 다른 스타트업의 성공 사례라고 비춰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션그래픽을 조금이라도 제작할 줄 아는 팀원이 있다면, 그 스타트업에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같은 효과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영상 콘텐츠가 필수인 시대에 모션그래픽은 너무나도 활용할 곳이 많기 때문입니다. 또 모션그래픽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은, 기본적인 그래픽 디자인 지식과 영상 기획과 편집에 대한 지식이 함께 수반되어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다양한 업무를 전방위적으로 소화할 수 있습니다.
저는 여러 기관과 기업에서 모션그래픽 강의를 진행한 경험이 있습니다. (애프터이펙트 코리아, 클래스101, 스터디파이 등) 이어질 다음 글에서는 모션그래픽 디자이너에서 PO로 전직하며 서비스 검증 및 제작 과정에 모션그래픽을 활용했던 제 경험들을 자세히 공유드리겠습니다.
혹여 모션그래픽 디자이너에서 PO로서의 전직을 망설이거나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 분들, 모션그래픽 제작 능력은 있지만 초기 스타트업에서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모르고 계시는 분들에게 제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제 글과 관련하여 궁금한 점이나 의견들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감사합니다.
뤼튼
AI 콘텐츠 생성 플랫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