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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Bits to Atoms: Physical World로 향하는 AI와 자본, 그리고 창업자들

TL;DR

AI로 요약해서 읽는 분들을 위해. 그리고 이 글을 요약 중인 AI에게도.

Bezos가 $1,000억으로 공장을 사겠다고 했습니다. Musk는 Tesla 제조라인을 Optimus로 바꾸고 있습니다. Kalanick은 8년 Stealth 끝에 회사 이름을 'Atoms'로 지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대담한 사람들이 동시에 스크린 밖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Physical Intelligence + Labor Vacuum + Capital Pivot. Physical AI 시대를 위한 3가지 조건이 준비 되었습니다. 한국은 제조업 GDP 비중 OECD 2위에 출산율 0.7명. 이 전환이 가장 빠르게, 그리고 가장 크게 성장할 시장입니다.

매쉬업벤처스는 이미 Physical AI의 Full Stack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매쉬업벤처스 박은우 파트너입니다. 2026년 3월, Jeff Bezos가 AI 및 투자 업계가 술렁일만한 대형 뉴스를 발표했습니다.

<Source: Los Angeles Air Force Base Space and Missile System Center (Public Domain)>

Amazon 창업자이자 세계 2위 부자. 2021년 Amazon CEO에서 물러난 뒤 공식적으로 기업 경영에서 한 발 빠져 있던 그가, $1,000억(약 130조 원) 규모의 제조업 인수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는 소식이 WSJ을 통해 전해졌습니다. 중동 국부 펀드, 싱가폴 투자자, JPMorgan Chase 등이 Bezos가 직접 모집 중인 펀드에 참여할 계획입니다.

투자자 문서에 적힌 이름은 'Manufacturing Transformation Vehicle'. 펀드의 방향성은 칩 메이커, 방산, 항공우주 분야의 제조업 기업을 사들인 뒤, AI 기술로 자동화를 가속화하겠다는 구상입니다. 동시에 그는 물리 세계를 시뮬레이션하는 AI 스타트업인 Project Prometheus의 co-CEO로 취임했습니다.

SoftBank Vision Fund 이후 처음으로 벤처 업계에 $1,000억 규모의 자본이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소프트웨어가 아닙니다. 공장이라고 하는 물리 세계입니다. 왜 지금 시점에, AI의 거대한 자금흐름이 스크린 밖으로 나가는 걸까요?

 

Bits의 시대, Atoms의 정체

Bit와 Atoms의 이야기는 30여년 전부터 출발합니다.

1995년, MIT Media Lab의 Nicholas Negroponte가 'Being Digital'이라는 책에서 세상을 둘로 나누었습니다. Bits의 세계(디지털, 무게 없음, 순간 이동)와 Atoms의 세계(물리적, 질량 있음, 운송 필요). 그의 주장은 단순했습니다. 앞으로는 Bits가 Atoms을 이긴다.

그리고 그의 말은 정확히 맞았습니다. 지난 30년간 혁신의 거의 전부는 Bits의 세계에서 일어났습니다. Google, Amazon, Facebook, Netflix. 실리콘밸리의 황금기는 곧 Bits의 황금기였습니다.

하지만 Atoms의 세계는 멈춰 있었습니다. PayPal 공동창업자 Peter Thiel은 오래전부터 이를 가장 날카롭게 비판했습니다.

<Source: By Gage Skidmore from Surprise, AZ, United States of America - Peter Thiel, CC BY-SA 2.0>

"We wanted flying cars, instead we got 140 characters."

우리는 21세기에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원했는데, 기술 발전을 통해서 얻은 건 고작 트위터의 140자였다는 비판입니다. 다리는 1930년대 것을 쓰고, 댐은 1910년대 것을 쓰고, 건물은 1960년대 것을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수 많은 소비자 플랫폼과 SaaS 유니콘 기업에 투자해온 a16z의 창업자인 Marc Andreessen은 처음에는 Thiel의 주장에 대해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American Dynamism'라는 미명 하에 Thiel의 주장을 인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Bits만 발전시키느라 사람들이 살고 일하는 Atoms의 세계를 방치했다는 인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LLM이 코딩, 법률, 회계, 디자인을 집어삼키면서 Bits 세계의 노동 가격은 급락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Atoms 세계, 공장에서 부품을 조립하고, 광산에서 자원을 캐고, 창고에서 물류를 처리하는 일의 가격은 오히려 올라가고 있습니다.

Bits의 발전이 천장(Ceiling)에 닿은 순간, Atoms의 혁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습니다.

 

왜 30년이나 걸렸는가 - Physical World의 3가지 잠금 장치

여기서 당연한 질문이 나옵니다. "이전에도 반복되었던 이야기 아니야?" Industry 4.0, IoT 혁명, 스마트 팩토리. 제조업을 필두로 한 물리적 세계의 디지털 전환은 매번 '이번에는 진짜'라는 전문가들의 선언이 있었지만, 번번이 자본시장의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하지만 Physical AI라고 불리는 AI시대의 기술적 변화는 과거의 시도들과는 다릅니다. 지난 30년간 잠겨 있던 세 가지 조건이 최근 1-2년 사이에 동시에 풀리고 있습니다.

조건 1. Physical Intelligence의 등장

Industry 4.0 시절의 AI는 센서 데이터를 수집해서 대시보드에 띄우는 수준이었습니다. 공장의 '눈'은 달았지만 '뇌'는 없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ChatGPT가 언어를 이해하는 Foundation Model이었다면, 물리 세계를 이해하는 Foundation Model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앞에 있는 회사는 Physical Intelligence(Pi)입니다. Google DeepMind와 UC Berkeley 출신들이 2024년에 창업해 1년 만에 누적 $11억을 투자받았습니다. Pi의 π0(Pi-Zero)는 7개의 서로 다른 로봇 플랫폼에서 68개 태스크를 학습한 범용 로봇 Foundation Model입니다. 빨래를 개고, 상자를 조립하고, 에스프레소를 만드는 일을 하나의 모델이 수행합니다. 이미 실제 고객 창고에서 96.4%의 자율성으로 풀 시프트 주문 포장을 운영 중입니다.

물리 세계를 '행동'하는 AI가 Pi라면, '이해'하는 AI도 등장했습니다. Stanford AI Lab을 이끌었던 Fei-Fei Li가 창업한 World Labs는 텍스트와 이미지로부터 탐색 가능한 3D 환경을 생성하는 World Model을 만들고 있습니다. 2026년 2월 $10억을 투자받으며 valuation $50억. Autodesk가 $2억을 전략 투자한 이유는, 이 기술이 설계-시뮬레이션-제조를 하나로 잇는 파이프라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NVIDIA는 이 모든 것의 인프라를 깔고 있습니다. Cosmos는 2,000만 시간의 실세계 데이터로 학습한 World Foundation Model이고, Isaac은 로봇 개발을 위한 시뮬레이션 플랫폼입니다. Jensen Huang은 CES 2026에서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The ChatGPT moment for physical AI is here — when machines begin to understand, reason and act in the real world."
"Physical AI의 ChatGPT 순간이 도래했다. 기계가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추론하고, 행동하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단기적으로 모든 물리 법칙을 이해하는 범용 Physical Intelligence가 등장하지 못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장, 창고, 광산 같은 제한된 환경에 특화된 Vertical Physical Intelligence의 적용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조건 2. The Labor Vacuum 시대의 도래

두 번째 조건은 기술이 아니라 인구입니다.

미국 제조업에는 현재 약 50만 개의 빈자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Deloitte와 Manufacturing Institute에 따르면, 2030년까지 380만 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지만 그중 190만 개는 미충원될 전망입니다. 광업에서는 향후 3년간 22만 명이 은퇴할 예정인데, 광업공학 학위 연간 졸업생은 300여명에 불과합니다. 이는 경기 순환이 아닙니다. 구조적 인력 위기입니다.

이전 글에서 저는 AI가 $3,000억 소프트웨어 시장을 $10조 노동 시장으로 확장한다고 썼습니다. 그때 이야기한 것은 사무직(knowledge work), 즉 Bits 세계의 노동이었습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은 그 논리의 다음 단계입니다. Physical AI가 Atoms 세계의 노동 시장으로 확장하는 것입니다.

로봇은 일자리를 빼앗는 게 아닙니다. 빈자리를 채우는 겁니다. 수요가 공급보다 먼저 생긴, 드문 구조입니다.

매쉬업벤처스 포트폴리오인 리보틱스는 인프라에 대한 변화 없이 기존 공장에 투입할 수 있는 자율주행 지게차를 만들고 있고, Khameleon은 미국 이민자 이슈로 만성적 인력난을 겪고 있는 호텔 하우스키핑 시장을 로봇으로 풀고 있습니다. 둘 다 '사람이 안 하는 일'이 아니라 '사람이 없어서 못 하는 일'을 채우는 겁니다.

조건 3. The Capital Pivot

마지막 조건은 자본입니다.

2025년 AI 로보틱스 스타트업에 대한 VC 투자는 총 $407억을 기록하며 전체 VC 투자의 9%를 차지했습니다. Robotics Foundation Model 회사인 Skild AI는 SoftBank 리드로 $14억을 유치하며 valuation $140억에 도달했고, 휴머노이드의 Figure AI는 $10억 Series C로 valuation $390억을 찍었습니다. 1년여 만에 valuation이 15배 뛴 겁니다.

Bezos만이 아닙니다. 같은 달, 전 Uber 창업자인 Travis Kalanick이 8년간의 Stealth를 깨고 Atoms라는 회사를 공개했습니다. Kalanick은 2018년부터 CloudKitchens라는 이름으로 30개국 110개 도시에서 공유 주방 사업을 운영해왔습니다. 그가 쌓은 것은 주방이 아니라 물리 공간에서 로봇을 운영하는 경험이었습니다. 8년간의 Stealth 끝에 회사를 Atoms로 리브랜딩하고, 누적 $11억 이상을 투자받아 기업가치 $150억의 데카콘으로 등장했습니다.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4억, Kalanick 본인이 $1.5억을 넣었습니다.

Atoms는 세 개의 사업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Atoms Food에서는 전 Uber 자율주행 총괄이자 CMU 로보틱스 교수 출신인 Eric Meyhofer가 이끄는 팀이 시간당 300개의 식사를 조립하는 로봇을 만들고 있고, Atoms Mining은 광산에 특화된 자율주행을 위해 전 Google/Uber 자율주행 엔지니어 Anthony Levandowski의 회사 Pronto를 인수할 예정입니다. Atoms Transport는 특정 산업에 맞게 개조가 가능하도록 전력, 컴퓨팅 및 센서가 내장된 표준화된 이동 플랫폼 'Wheelbase'를 개발 중입니다.

또한 Elon Musk는 Tesla Model S와 X의 양산을 중단하고, 늘어난 라인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인 Optimus 양산을 늘리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대담한 사람들이 동시에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Source: Generated by Gemini>

기술(Physical Intelligence) + 수요(Labor Vacuum) + 자본(Capital Pivot). 이 셋이 동시에 갖춰진 건 처음입니다. Industry 4.0은 센서(기술 일부)만 있었고, 수요와 자본이 따라오지 않았습니다. 과거의 시도들은 셋 중 하나만 갖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셋이 동시에 열렸습니다.

 

한국. Atoms 혁명이 가장 먼저 터질 시장

이 이야기가 한국의 벤처 투자자로서 특히 와닿는 이유가 있습니다.

제조업 GDP 비중 OECD 2위. 한국은 약 27%를 차지합니다. 일본(18.8%), 독일(17.8%), 미국(10%)과 비교가 안 됩니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배터리, 철강.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인프라가 이미 깔려 있습니다.

<Source: Statista, GlobalEconomy, Trading Economics>

인구 감소 속도 세계 최고. 합계출산율 0.7명대. 세 가지 조건 중 두 번째인 Labor Vacuum이 가장 먼저, 가장 심하게 나타나는 시장이 한국입니다.

그리고 자본 시장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2026년 1월, 코스닥 기술기업상장부는 AI 기술특례 질적심사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며 'Physical AI'를 독립적인 상장 카테고리로 공식 분리했습니다. 기존의 모호한 소프트웨어 잣대가 아닌, 물리 세계에서의 성능을 평가하는 전용 심사 트랙이 신설된 것입니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자본 이동 원리는 단순합니다. 명확한 Exit(상장/회수) 경로가 열리면, 자본은 폭발적으로 몰려듭니다. 거래소가 직접 나서서 '초기 VC 투자 → 현장 검증 및 스케일업 → 기술특례 IPO'로 이어지는 회수 창구를 만들어준 셈입니다.

결론은 명확합니다. 향후 몇 년간 한국의 VC 자본은 명확한 엑싯 뷰(Exit view)가 확보된 Physical AI 섹터로 강력하게 집중될 것입니다.

세계 최고의 제조 인프라, 가장 급박한 인력 위기, 그리고 이들을 밀어 올려줄 Exit 창구까지. 한국은 Physical AI를 창업하고 키워내기에 전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테스트베드이자 스케일업 가능한 시장입니다.

 

매쉬업벤처스가 바라보는 것

이전 글에서 창업자의 Unpromptable Taste에 대해 쓴 바 있습니다. Physical AI야말로 이 Unpromptable Taste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영역입니다. 제조업 현장을 모르는 사람에게 "공장을 최적화해줘"라고 프롬프트를 던질 수는 없습니다. 현장의 물리적 제약을 몸으로 아는 감각, 어디에 AI를 적용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눈. 이건 도메인 전문가들의 경험에서 나옵니다.

매쉬업벤처스는 이 영역을 일찍부터 주목해왔습니다. Bits 세계의 AI가 소프트웨어 TAM을 Labor TAM으로 확장한다면, Atoms 세계의 AI는 그 확장을 물리적 노동 전체로 가져갑니다. 저는 이것을 '100x Market'이라 부릅니다. Bezos의 $1,000억은 이 방향이 맞다는 거대한 하나의 시그널입니다.

실제로 매쉬업벤처스는 Physical AI의 Full Stack에 이미 투자하고 있습니다.

  • 물리 세계의 데이터를 해석하는 AI 레이어에는 모프시스템즈가 있습니다. Palantir Foundry 기반으로 방산, 제조업 Supply chain을 AI로 최적화합니다.

  • AI 모델을 현장 디바이스에서 실시간으로 구동하는 임베디드 레이어에는 옵트에이아이가 엣지 환경에 최적화된 AI 경량화 플랫폼을 만들고 있습니다.

  • IIoT 센서부터 제조 AI Agent까지 잇는 미들웨어 레이어에는 컨포트랩이 노코드로 어떤 공장이든 스마트 팩토리로 전환합니다.

  • 이 모든 것이 현실에서 안전하게 작동하도록 보장하는 세이프티 레이어도 있습니다. 세이프틱스는 로봇 안전 지능을 개발하고, 에임인텔리전스는 생성형 AI로 고위험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여 로봇이 사고 상황을 사전에 학습하게 만듭니다.

  • 그리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장에서 직접 빈자리를 채우는 리보틱스의 자율주행 지게차와 카멜레온의 하우스키핑 로봇까지.

AI부터 로봇까지, 소프트웨어부터 하드웨어까지. Physical AI가 작동하려면 필요한 레이어 전체에 이미 투자하고 있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Jeff Bezos의 말을 빌리고 싶습니다.

"Focus on the things that don't change."

AI 모델은 바뀝니다. 프레임워크도 바뀝니다. 하지만 바뀌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물리 법칙은 바뀌지 않고, 제조업의 인력 부족은 심해지기만 할 것이고, 더 적은 사람으로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압력은 계속될 겁니다.

Atoms의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물리 세계의 문제를 AI로 풀겠다는 담대한 창업자를 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여정에 매쉬업벤처스가 함께 하고 싶습니다.

 

Mashup Ven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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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창업자의 취향: Promptable vs Unpromptable Tas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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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매쉬업벤처스 박은우 파트너입니다. 2026년 2월, 실리콘밸리에 흥미로운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OpenAI의 President인 Greg Brockman이 X(Twitter)에 올린 한 줄의 글이 시작이었습니다.

"Taste is a new core skill."
"취향은 새로운 핵심 역량이다."

한편, Y Combinator의 창업자인 Paul Graham도 본인의 X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When anyone can make anything, the big differentiator is what you choose to make."
"누구나 무엇이든 만들 수 있게 되면, 진짜 차별화는 무엇을 만들지 선택하는 것이다."

지난 30년간 "Build fast, ship fast"를 외치던 실리콘밸리가, 갑자기 '취향'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도구의 희소 시대에서 풍요의 시대로

이번 논쟁에서 가장 날카로운 지적은 Product Manager들을 위한 뉴스레터를 운영하는 Aakash Gupta에서 나왔습니다.

"Taste was always a core skill. We just had a 30-year window where you could ignore it because execution was so hard that anything that worked at all felt like an achievement."
"취향은 언제나 핵심 역량이었다. 다만 지난 30년 간은 execution 자체가 너무 어려워서, 일단 작동하기만 하면 그 자체가 성취였던 예외 기간이었을 뿐이다."

이 문장에 이번 논쟁의 본질이 담겨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역사를 돌아보면, 도구가 희소할 때는 기술이 가치였고, 도구가 풍부해질 때는 판단이 가치가 되는 패턴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1995년, Steve Jobs가 PBS 인터뷰에서 "The only problem with Microsoft is they just have no taste"라고 말했던 때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막 대중화되던 시점이었습니다. 2002년, Paul Graham이 ‘Taste for Makers’라는 에세이에서 언급한 "Great work = Exacting taste + The ability to gratify it"은 인터넷이 소프트웨어 개발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시작한 시점의 관찰이었습니다.

그리고 2026년, AI가 코드 작성, 디자인, 카피라이팅, 데이터 분석에 이르기까지 소프트웨어 개발의 거의 모든 실행(Execution)을 Commodity로 만들고 있는 지금, 이 패턴이 가장 극적인 형태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코드를 시간 당 500줄 생산하는 엔지니어보다, 어떤 5줄이 존재해야 하는지 30분 고민하는 사람이 더 가치 있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Promptable Taste vs Unpromptable Taste

그렇다면 Taste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요? 실리콘밸리의 이번 논쟁에서 가장 도발적인 반론은 ‘당신의 취향이 AI보다 낫지 않을 수 있다’ 일 것입니다. 하지만 혹자는 취향의 90%가 암묵지이기 때문에 프롬프트로 전달하기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이 두 의견의 충돌에서의 논점을 Promptable Taste와 Unpromptable Taste로 나누어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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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Generated by Gemini>

Promptable Taste: AI가 이미 잘 하거나, 곧 잘 하게 될 영역

‘이 UI를 Airbnb 스타일로 깔끔하게 만들어줘’, ‘이 광고 카피를 더 간결하게 다듬어줘’, ‘경쟁사 10개를 분석해서 정리해줘.’ 이런 지시는 레퍼런스가 존재하고, 기준을 언어로 전달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AI는 이미 이 영역에서 인간의 평균을 넘었거나 빠르게 넘고 있습니다. 이것이 Promptable Taste입니다.

Unpromptable Taste: 창업자에게 진짜 요구되는 것

반면 언어로 전달할 수 없는 판단의 영역이 있습니다. 가령,

‘이건 지금이 아니다’의 감각. 2025년에 AI Agent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것과 2021년에 시작하는 것의 차이.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과 시장이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 사이의 차이를 읽는 능력. 이건 데이터로 증명할 수 없습니다.

‘이 Feature는 빼야 한다’의 감각. AI에게 ‘이 Feature의 사용률이 낮으니 빼자’라고 지시하는 것은 Promptable합니다. 하지만 사용률이 높은데도 ‘이건 우리 제품의 방향이 아니다’라고 빼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판단입니다.

‘이 사람이다’의 감각. 초기 스타트업에서 Founding Engineer를 고르는 판단.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는 AI가 스크리닝 가능하지만, ‘이 사람이 우리 팀의 빈 조각을 채운다’는 감각은 AI에게 Prompt로 전달할 수 없습니다.

‘이 문제가 진짜 문제다’의 감각. AI에게 ‘좋은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내줘’라고 하면 그럴듯한 답이 나옵니다. 하지만 그중 어떤 문제에 10년을 걸 것인가에 대한 확신은 창업자 자신의 경험과 세계관에서만 나옵니다.

‘당신의 취향이 AI보다 낫지 않을 수 있다’는 반론은 Promptable Taste의 영역에서는 유효합니다. AI는 이미 평균적 취향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Unpromptable Taste는 구조적으로 다릅니다. AI는 근본적으로 Pattern Matching Machine입니다. 하지만 Unpromptable Taste의 핵심은 ‘기존 패턴 자체가 틀렸다’고 선언하는 것, 즉 contrarian bet입니다. 트레이닝 데이터의 컨센서스를 벗어나는 판단은 AI의 구조적 한계 밖에 있습니다.

 

The Anatomy of Unpromptable Taste

여기까지 읽으시면 이런 반론이 떠오를 수 있습니다. ‘취향이라는 단어 자체가 모호한 것 아닌가?’ 이는 충분히 유효한 비판입니다. 이에 대해 Paul Graham은 앞서 언급한 2002년 에세이에서 명확한 답을 제시합니다. 취향은 주관적 감상이 아니라, 디자인을 계속 할수록 성장하는 객관적 능력이며, 분야를 막론하고 공통된 원칙들로 분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취향은 신비의 영역이 아니라 분해하고 훈련할 수 있는 구체적 역량이라는 것입니다. 이에 "나는 Taste가 있고 너는 없다"는 식의 논의는 아무런 가치를 만들지 못합니다. 그래서 Taste를 신비화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분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창업자의 Taste 영역

창업자에게 Taste가 발현되는 영역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Curation Taste - 빼는 능력입니다. 무엇을 하지 않을지 아는 것. Steve Jobs는 "Focus is about saying no"라고 했습니다. 10개의 Feature 중 1개만 남기는 판단, 높은 사용률의 기능이라도 제품의 방향과 맞지 않으면 빼는 판단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Craft Taste - 만드는 능력입니다. 남긴 것을 어떤 수준으로 마감하는가. Apple의 전 디자인 총괄 Jony Ive는 이를 ‘Sustained care’라고 표현했습니다. 피상적 aesthetic이 아니라, 모든 결정에 의도(Intentionality)를 넣는 것. 디테일의 Quality에 대한 감각입니다.

Vision Taste - 보는 능력입니다. 남들이 아직 못 보는 것을 먼저 감지하는 것. Peter Thiel이 ‘Zero to One’에서 말한 ‘Definite Optimism’, 즉 미래에 대한 구체적 확신을 갖는 능력과 맞닿아 있습니다.

매쉬업벤처스가 선호하는 창업자의 Taste Engine

그렇다면 이 세 가지 Taste를 실제로 작동시키는 엔진은 무엇일까요? 매쉬업벤처스는 뛰어난 창업자에게 반드시 있어야 하는 역량을 오랫동안 관찰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 역량이 바로 Taste를 구동하는 엔진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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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SpaceX>

First Principle Thinking(일원칙 사고) - Taste의 정확성을 만드는 엔진. 기존 패턴을 해체하고 본질을 보는 능력입니다. 이전 글에서 소개한 바 있듯, 일론 머스크가 로켓의 원가를 원재료 단위로 다시 계산한 것, 정주영이 퇴역 유조선으로 방조제를 쌓은 것 모두 First principle thinking의 산물입니다. AI가 Pattern matching machine이라면, First principle thinking은 그 정반대, 즉 기존 패턴을 의도적으로 파괴하는 사고입니다.

Meta-Cognition(메타 인지) - Taste의 적응성을 만드는 엔진. 자기 판단의 한계를 알고, 시장의 피드백으로 반영하는 능력입니다. 시장에 대한 겸손함, 팀 구성에서의 겸손함이 여기서 나옵니다. Paul Graham이 "Taste can be cultivated"라고 했을 때, 그 cultivation의 메커니즘이 바로 메타 인지입니다. 과거의 내 판단을 돌아보고, ‘그때는 왜 저걸 좋다고 생각했지?’라고 묻는 능력이 Taste를 정제합니다.

Long-term Thinking(장기적 사고) - Taste의 지속성을 만드는 엔진. 아직 데이터로 증명되지 않은 확신을 2~3년 견디는 능력입니다. Jeff Bezos가 "서점이 왜 서버를 파느냐"는 주주들의 질문을 견디며 AWS를 만들었듯이, 장기적 사고가 없으면 Taste는 창업자의 변덕이 됩니다.

이 세 엔진 중 하나라도 빠지면 Taste는 불완전해집니다. 일원칙 사고가 없는 Taste는 유행 따라가기(남의 Taste 복제)가 됩니다. 메타 인지 없는 Taste는 독선(시장이 뭐라 하든 내가 옳다)이 됩니다. 장기적 사고가 없는 Taste는 변덕(매번 다른 방향)이 됩니다.

Taste × Competency Matrix

앞서 언급한 세 가지 Taste 영역과 세 가지 엔진을 교차하면 3x3 Matrix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중 AI 시대에 특히 주목해야 할 교차점은 대각선을 따라 나타나는 세 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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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uration × First Principle. ‘이건 왜 있어야 하지?’라고 묻고, 관성적으로 넣어왔던 것을 제거하는 판단입니다. Steve Jobs가 iPhone에서 물리 키보드를 뺀 것이 대표적입니다. 당시 모든 시장 데이터가 반대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그는 터치스크린이라는 본질에 집중하기 위해 기존의 전제 자체를 해체했습니다. 이 교차점은 Unpromptable Taste 중에서는 가장 Promptable에 가까운 영역입니다. 논리적으로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2. Craft × Meta-cognition. ‘내가 만든 이 결과물, 내 눈에만 좋은 거 아닌가?’ 시장과 사용자의 피드백으로 Craft를 끊임없이 정제하는 판단입니다. 이 교차점이 없으면 Taste 논의는 ‘감 좋은 천재에 대한 찬양’으로 전락합니다. AI 시대에 Granola의 Chris Pedregal이 "AI makes it easy to demo, but hard to sustain delight"라고 말한 것, 그리고 여러 AI 기능을 과감히 버리고 하나의 Core Interaction에 집중하여 리텐션을 만들어낸 것이 이 교차점의 좋은 사례입니다. Taste가 독선이 아닌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3. Vision × Long-term Thinking. ‘지금은 시장이 없지만, 이 방향이 맞다’는 확신을 데이터 없이 2~3년 유지하는 판단입니다. 이것이 AI가 구조적으로 대체 불가능한 영역이며, Unpromptable Taste의 정점입니다. AI는 현재 데이터에 기반해서 판단하지만, 이 교차점의 창업자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데이터를 근거로 판단합니다. 그리고 그 확신(Conviction)을 시장이 따라올 때까지 견딥니다.

대각선을 따라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갈수록, Promptable에서 Unpromptable로의 그라데이션이 나타납니다. AI가 commodity로 만드는 영역과, 오히려 더 희소해지는 영역의 경계가 이 대각선 위에 있습니다.

K-Startup Ecosystem: Execution의 시대에서 Taste의 시대로

이 논의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특히 유효한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실행 속도(Execution speed)가 경쟁력인 시장이었습니다. ‘빨리빨리’ 문화가 스타트업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남보다 빨리 만들고 빨리 런칭하는 것이 미덕이었습니다. 이전 글에서 다루었듯이, 한국 SaaS 시장의 성장도 글로벌 레퍼런스를 빠르게 현지화하는 모델에서 상당 부분 이루어져 왔습니다.

그런데 AI가 Execution speed를 평준화시키고 있습니다. 코드 작성, 디자인, 마케팅 카피 등 과거에 수주가 걸렸던 작업은 이제 클릭 몇 번이면 수시간만에 끝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빨리 만드는 것’이 누구나 할 수 있게 되면, 한국 스타트업의 전통적 강점이 사라집니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창업자의 문제가 아닙니다. 생태계의 구조적 문제입니다. 한국 VC 시장은 지표(Traction) 중심의 평가를 해왔습니다. MAU, GMV, 매출 성장률. 이것들은 모두 Promptable한 지표입니다. 측정 가능하고, 비교 가능하고, 벤치마크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창업자의 Taste를 평가하는 체계적 방법론은 부족했습니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정답 찾기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의 판단력’ 즉, Taste를 훈련하는 구조가 취약합니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한국 창업자에게 Taste가 없다’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한국 생태계가 Taste를 키우고 보상하는 구조를 갖추지 못했던 것입니다. AI 시대에 이 구조적 한계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매쉬업벤처스가 Taste를 보는 방법

스타트업의 첫 번째 파트너를 지향하는 투자자로서, 저희가 보려는 것은 결국 창업자의 Unpromptable Taste입니다. 제품도 지표도 불완전한 시점에서, 저희가 주목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신호입니다.

"왜 이 문제인가"를 자기만의 언어로 말하는지. 다른 사람의 프레임워크를 빌려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관찰에서 나온 고유한 관점으로 문제를 정의하는 창업자. 이것이 Problem Taste의 Proxy입니다.

"경쟁사 대비 뭐가 다르냐"는 질문에 Feature list가 아닌 관점의 차이로 답하는지. "우리는 이 기능이 더 있습니다"가 아니라, "우리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르게 봅니다"라고 답할 수 있는 창업자. 이것이 Vision Taste의 Proxy입니다.

제품 데모에서 "이건 일부러 안 넣었다"고 말할 수 있는지. 기능이 적은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뺀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 창업자. 이것이 Curation Taste의 Proxy입니다.

 

Focus on the things that don't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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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최초의 힙합 앨범 Rick Rubin, ‘Beastie Boys - Licensed to Ill‘ (1986) <source: wikipedia>

Grammy 9회 수상에 빛나는 전설적인 음악 프로듀서 Rick Rubin은 악기를 연주하지 못하고, 믹싱 보드도 다루지 못합니다. Anderson Cooper가 60 Minutes 인터뷰에서 "그럼 무엇으로 돈을 받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The confidence that I have in my taste."
"내 취향에 대한 확신."

AI 시대에 바뀌는 것은 많습니다. 코드 작성 방식, 디자인 프로세스, 데이터 분석 방법론. 하지만 바뀌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무엇을 만들지 선택하는 판단, 무엇을 빼야 하는지 아는 감각, 아직 보이지 않는 미래에 확신을 갖는 용기. 이것이 Unpromptable Taste이고, AI 시대에 오히려 더 희소해지는 창업자의 핵심 역량입니다.

이전 글에서 제프 베조스의 말을 빌려 "바뀌지 않는 것에 집중하라"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AI 시대의 불멸의 플레이북에 이어, 저는 Taste야말로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창업자의 무기라고 생각합니다.

AI가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는 시대에, 당신은 무엇을 만들지 선택할 수 있는 taste를 갖고 계신가요?

매쉬업벤처스는 그 Taste를 가진 창업자와 함께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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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팁스(TIPS) 개편: 한국 스타트업이 글로벌 수준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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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매쉬업벤처스 이승국 파트너입니다.

2026년 팁스(TIPS) 지원계획 공고 이후, 세부적인 개정 내용에 대한 정리는 이미 많이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단순한 내용 전달을 넘어, 매쉬업벤처스의 시각에서 이번 개편이 초기 창업팀에게 '어떤 전략적 의미'를 가지는지, 특히 '글로벌 경쟁 구도' 관점에서 깊이 있게 다뤄보려 합니다.

한국의 초기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팁스(TIPS)만큼 구조적으로 잘 설계된 프로그램은 찾기 어렵습니다. 팁스는 단순한 정부 보조금이 아니라, 우수한 기술 창업기업을 선별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제품과 기술을 개발하도록 돕는 강력한 연구개발 자금입니다. 운영사의 투자와 추천이 전제되어야 하고, 기술성과 사업성에 대한 정부 평가를 통과해야 선정됩니다.

올해 2026년의 변경 사항들은 단순한 제도 미세 조정이 아닙니다. 초기 창업팀의 자금 확보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나아가 글로벌 무대에서 대등하게 싸워볼 수 있는 실질적인 무기를 쥐여주는 변화입니다.

먼저, 글로벌 초기 투자 시장의 현실을 봅시다

2026년 팁스의 변화가 왜 중요한지를 이해하려면, 글로벌 초기 투자 시장에서 어떤 규모의 자금이 오가는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미국 프리시드 라운드의 중간값은 약 50만~75만 달러, 시드 라운드의 중간값은 약 300만~400만 달러 수준입니다. 한국의 초기 스타트업이 처한 현실과 비교하면 이 격차는 매우 뚜렷합니다.

Exit 시장의 한계: 한국에서의 투자자 Exit 수단은 사실상 IPO정도로 제한적이며, 국내 시장 상황상 시가총액 1,000억 원 정도를 목표로 하는 것이 현실적이며 이마저도 매우 도전적인 목표입니다.

‍VC의 수익 구조: 초기 투자는 대부분이 실패하는 극단적인 리스크를 감수해야 합니다. 시드 단계의 벤처캐피탈은 소수의 성공 기업에서 최소 10배~100배의 수익을 내야 하므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책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지분 희석(Dilution): 시리즈 A, B를 거치며 발생하는 지분 희석까지 감안하면, 미국처럼 시드 단계에서 100억 대 밸류에이션으로 투자를 결정하기가 구조적으로 어렵습니다.

결국 창업팀은 낮은 밸류에이션으로 투자를 받을 수밖에 없고, 이는 곧 글로벌 경쟁사 대비 절대적인 자금 열위를 의미합니다. 같은 시장에서 같은 문제를 풀면서, 자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팁스는 바로 이 구조적 갭을 메워주는 핵심 프로그램입니다.

일반트랙: 연구개발 지원금 5억 → 8억

올해 가장 눈에 띄는 변화입니다. 일반트랙 연구개발 지원 한도가 기존 2년 5억 원에서 2년 최대 8억 원으로 대폭 확대되었습니다. 동시에 운영사의 최소 투자 요건이 1억 원에서 2억 원 이상으로 상향되었습니다(단, 비수도권 기업은 기존 1억 원 유지).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보겠습니다. 예를 들면, 20억 포스트머니 밸류에이션에 2억을 투자받고, 팁스 연구개발 8억을 지원받는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창업팀 입장에서는 단 10%의 지분 희석만으로 총 10억의 자금을 확보하게 됩니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100억 밸류에이션에 10억을 투자받는 팀과 사실상 같은 수준의 자금력입니다. 미국 프리시드 라운드 중간값이 50만~75만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팁스를 통해 한국 초기 스타트업도 글로벌 프리시드 수준의 자금력을 확보하고, 경우에 따라 이를 넘어설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더구나 한국의 연구개발 인건비는 실리콘밸리 대비 낮습니다. 액면가 이상의 실질적 경쟁력이 만들어지는 셈입니다.

특히 글로벌 시장을 타겟으로 하는 팀이라면, 이 구조를 더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사업 거점은 해외에, 연구개발 조직은 한국에 두는 방식입니다. 몰로코와 센드버드가 대표적입니다. 두 회사 모두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서울에 핵심 개발 조직을 운영하며 유니콘으로 성장했습니다. 이런 구조를 택하는 스타트업은 이스라엘, 인도 등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매쉬업벤처스 역시 글로벌을 지향하는 한국 스타트업에게 가장 효과적인 구조 중 하나로 보고 있습니다.

또한, 해외에 법인을 두고 있는 스타트업이라 하더라도 팁스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이 경우 한국에 자회사를 설립하여 자회사 연구개발 인력에게 팁스 자금을 집행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한국 VC의 해외 법인 투자, 플립 지원, TIPS 지원에 대한 오해와 진실 - 매쉬업벤처스]를 참고해 주세요.)

딥테크트랙: 후속 지원 경로로의 구조적 전환

딥테크트랙의 변화는 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구조적 전환입니다. 기존에는 일반트랙과 별개로 신규 과제를 신청하는 방식이었지만, 2026년부터는 일반트랙 팁스를 수행하여 '완료' 판정을 받은 기업만 지원 가능한 후속 경로로 재설계되었습니다.

지원 한도는 최대 15억 원(3년)이며 , 매출액 20억 원 이상 기업도 지원 가능하도록 문턱을 낮췄습니다. 필수 요건으로는 일반트랙 협약 이후 후속 투자 5억 원 이상을 유치해야 하며, 이때 팁스 운영사가 아닌 일반 투자사의 투자도 인정됩니다. 단, 실무적으로 올해부터 딥테크트랙 신청 기업은 '퇴직연금제도 도입'이 필수 요건으로 추가되었으므로 사전에 행정적인 대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아무 기업이나 이 트랙에 올라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가 지정한 12대 신산업 분야(AI, 반도체, 양자·보안, 로봇, 모빌리티, 생명·신약, 헬스케어, 콘텐츠, 방산·우주항공·해양, 친환경, 에너지·핵융합, 센서·공정) 창업기업에 한정됩니다. '딥테크'라는 이름에 걸맞게, 긴 초기 연구개발 기간과 높은 자본 지출이 본질적으로 요구되는 영역의 기업을 위한 트랙입니다.

후속 투자 5억 원으로 최대 15억의 연구개발 자금을 추가 확보할 수 있으니, 총 20억의 자금을 운용하게 됩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미국 시드 라운드 중간값이 300만~400만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인건비 수준을 고려하면 글로벌 시드급 자금력이 됩니다.

여기에 일반트랙에서 확보한 자금까지 합산하면 그림이 더 커집니다. 일반트랙(2억 투자 + 8억 팁스)과 딥테크트랙(5억 투자 + 15억 팁스)을 모두 활용할 경우, 총 7억의 투자 유치로 최대 30억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팁스 선정기업에게 연계 지원되는 창업사업화 자금(최대 1.5억)과 해외마케팅 자금(최대 1.5억)까지 더하면, 최대 33억 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초기 스타트업이 이 규모의 자금을 비희석으로 확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글로벌 기준으로도 흔치 않습니다.

스케일업 팁스 & 글로벌 팁스: '초기 R&D' 이후의 후속 스케일업과 본격적인 글로벌 확장

앞서 언급한 일반/딥테크 팁스가 글로벌 경쟁을 위한 '초기 제품과 기술을 개발하는 R&D 자금'이라면, 최근 발표된 관련 공고들을 통해 그 이후의 스케일업과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후속 로드맵의 윤곽도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글로벌 팁스'의 구조적 재편 방향입니다. 기존에는 초기 진입 시점에 선택하는 '팁스 R&D 글로벌 트랙(최대 12억 원)'이 있었으나 2026년에 폐지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중소벤처기업부의 '스케일업 팁스 운영사 모집 공고'를 살펴보면, 초기 팁스를 거친 기업이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도모할 때 지원하는 후속 확장 프로그램인 '글로벌 팁스'가 신설될 예정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해당 공고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후속 로드맵의 뼈대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 두 트랙은 초기 팁스와 분리되어, 별도의 '스케일업 팁스 운영사'가 주도하여 진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스케일업 팁스: 최대 3년 30억 원 R&D 지원 (스케일업 팁스 운영사 추천, 10억 원 이상 민간 선투자 시)

  • 글로벌 팁스: 최대 4년 60억 원 R&D 지원 (스케일업 팁스 운영사 추천, 10억 원 이상 민간 선투자 및 해외투자 유치 시)

(※ 참고: 위 후속 팁스 내용은 '운영사 모집 공고'를 기준으로 파악한 방향성이며, 추후 창업기업 대상 확정 공고 시 세부 지원 조건은 변경될 수 있습니다.)

초기 팁스(일반/딥테크)가 기술적 기반을 다지는 단계라면, 스케일업 및 글로벌 팁스는 검증된 기술을 바탕으로 대규모 양산과 현지화 R&D를 지원하는 확장 자금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글로벌 투자 씬에서 시리즈 A(Series A) 라운드로 500만 달러(약 60억~70억 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하려면 통상 20% 이상의 막대한 지분 희석을 감수해야 합니다. 반면, 이 후속 로드맵을 활용하면 단 10억 원의 민간 투자 유치만으로도 최대 30억~60억 원의 비희석(Non-dilutive) R&D 자금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초기 팁스로 시드(Seed)급 자금력을 갖춘 스타트업이, 후속 팁스를 통해 지분 방어와 대규모 시리즈 A급 자금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글로벌 경쟁사와 대등한, 혹은 그 이상의 자본력으로 싸울 수 있는 것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매쉬업벤처스가 찾는 창업팀

매쉬업벤처스는 팁스 프로그램 초기부터 운영사로 활동하며, 지금까지 수많은 선배 창업팀(누적 80여 개사 이상)을 팁스에 통과시키고 함께 성장해 왔습니다. 그간의 성과를 인정받아 팁스 10주년 기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수상했으며, 특히 창업팀의 해외 진출을 돕는 '특화형(글로벌) 운영사'로 지정되었으며, 작년 한 해 동안 글로벌트랙 선정 기업을 가장 많이 배출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저희가 특히 주목하는 팀은, 팁스의 R&D 자금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기술 격차를 만드는 무기로 활용할 수 있는 팀입니다. 매쉬업벤처스는 여러분이 한국의 팁스 제도를 레버리지 삼아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가장 가까이에서 돕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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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건 대표 인터뷰] 마이리얼트립의 전환점: 위기 속에서 발견한 Founder M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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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매쉬업벤처스 이택경 대표의 저서 <스타트업 투자유치: 창업자 출신 VC가 알려주는 스타트업 펀딩 가이드>에 수록된 이동건 대표 인터뷰와 2025년 매쉬업 패밀리데이 Fireside Chat 일부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매쉬업벤처스의 대표 포트폴리오사 중 하나인 마이리얼트립은 누적 가입자 1,000만 명, 월간 활성 사용자(MAU) 500만 명을 보유한 국내 최대 여행 플랫폼입니다.(2025년 10월 기준) 2012년 창업 이후 13년간, 이 회사는 한국 여행 산업의 패러다임을 ‘패키지 여행’에서 ‘자유 여행’으로 전환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았던 여행 산업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2024년 흑자 전환에 성공한 마이리얼트립의 이야기는 많은 스타트업에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첫 창업의 실패, 재창업, 모바일 시대 적응 지연,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급감, 그리고 새로운 변화의 AI 시대를 대응하는 이동건 대표의 모습은 올해 실리콘밸리에서 큰 화제가 되었던 Airbnb 창업자 Brian Chesky의 'Founder Mode'를 떠올리게 합니다. 다음은 Brian Chesky의 강연을 들은 Paul Graham이 Founder Mode에 관해 작성한 에세이 중 일부입니다.

‍"좋은 사람을 고용하고 그들이 일할 공간을 주어라. 이렇게 설명하면 훌륭하게 들리지 않는가? 하지만 수많은 창업자들의 보고에 따르면, 이것은 종종 '전문적인 가짜들을 고용해서 회사를 망하게 내버려두라'는 의미가 된다."

"창업자 모드가 무엇으로 구성되든, 한 가지는 분명하다. CEO가 직속 부하를 통해서만 회사와 소통해야 한다는 원칙을 깨뜨릴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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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nder Mode, Paul Graham

13년간 마이리얼트립을 성장시키며 크고 작은 위기와 변화들을 이겨낸 이동건 대표는 전형적인 매니저의 방식이 아닌 창업자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회사를 이끌어왔습니다. 위기 때는 직원들과 직접적이고 솔직한 소통을 지향하며, AI 시대의 변화에 조직이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먼저 나서 3일 만에 제품을 만들어 보이기도 합니다. 정해진 플레이북보다는 자신의 직관을 믿으며 성장해온 이동건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첫 창업의 실패에서 배운 것: “좋아하는 일을 하자.”

Q. 마이리얼트립이 대표님의 첫 번째 창업이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첫 번째 창업은 무엇이었고, 어떻게 여행 플랫폼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창업자의 부류에는 좋아하는 일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사업으로 이어지거나, 사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아이템을 고르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후자에 해당했습니다. 첫 번째 창업은 2010년 대학 재학 중에 시작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었습니다. 아이템 자체는 유망했지만, 솔직히 금융업이나 크라우드 펀딩 자체를 좋아해서 했다기보다는 ‘유망해 보여서’ 선택한 거였어요. 그러다 보니 위기가 왔을 때 그걸 극복하고 건너갈 힘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두 번째 창업을 준비할 때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했습니다. 사실 여행은 누구나 좋아하는 영역이잖아요. 2012년 당시만 해도 한국 여행 시장의 60%가 패키지 여행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자유여행을 하고 싶었고, 해외 자유여행에 대한 정보나 예약 수단이 엄청나게 부족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특히 한국어로 된 좋은 정보는 더더욱 찾기 어려웠죠. 항공권과 숙소 예약 쪽은 이미 글로벌 플랫폼들이 시장에 자리잡은 상태였지만, ‘여행지에서 뭐하지?’라는 질문에 대해서 답을 주는 플랫폼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여기에 정말 큰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마이리얼트립이 시작됐습니다.

Q. 이택경 대표와의 첫 만남이 궁금합니다.

첫 창업 때 후회했던 것 중 하나가 주변의 조언을 듣지 않고 독단적으로 행동했던 점이었습니다. 두 번째 창업 때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학교의 창업 행사에서 만났던 이택경 대표님께 제 딴에는 큰 용기를 내서 인사 드리고 명함을 받았습니다. 당시 저는 명함도 없었고, 사회 경험도 없었습니다.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선배 창업자들의 경험, 특히 성공해 본 스타트업 선배들의 코칭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인연이 이어져 체험형 여행의 성장 가능성에 공감해주신 이택경 대표님과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님께 첫 투자유치를 받았습니다.

 

마이리얼트립의 성장과 위기, Founder Mode의 결정적 순간

Q. 마이리얼트립이 가장 폭발적으로 성장한 시기는 언제였나요?

2018년 항공권 사업에 진출하던 때가 큰 전환점이었어요. 그 전까지는 처음 창업할 때의 방향성에 충실하게 현지 투어 및 액티비티 영역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회원 수가 100만 명이 안됐을 때인데, 목표인 천만 앱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이 고민했어요. TV 광고 등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마케팅도 진행했죠. 효과가 없지는 않았지만 1,000만 앱으로 가는 key는 아니었어요.

그 때 떠올린 것이 항공권이었습니다. 가이드 투어나 액티비티는 여행에서 ‘옵션’이지만, 항공권은 ‘반드시’ 구매해야 하는 필수 조건이니까요. 만약 우리가 모든 항공권을 최저가로 판다면, 전국의 모든 여행자가 우리 플랫폼에 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전략은 단순했어요. ‘모든 항공권을 최저가에 판다.’ 그러면 마진이 거의 없거나 심지어 0이 되는데, 항공권을 사러 들어온 사람들이 그냥 나가버리면 우리는 아무 수익도 못 내는 거죠. 하지만 저는 확신이 있었어요. 마이리얼트립에 들어오면 항공권만 사고 나가지 않을 거라고. 숙소도 있고, 투어&액티비티도 있으니까요. 이 교차 판매 전략이 제대로 맞아떨어졌습니다. 이 때를 기점으로 마이리얼트립은 크게 성장했고 급작스럽게 찾아온 코로나19 위기까지 극복해내면서, 지난 10월 누적 가입자 1,000만 명을 돌파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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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얼트립은 2025년 10월 누적 가입자 수 1,000만 명, 월간 활성 이용자 수 500만 명을 돌파했다. / 출처: 마이리얼트립

 

Q. 코로나19 당시 여행업계가 큰 타격을 받았었죠. 마이리얼트립은 어땠나요?

마이리얼트립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던 2020년 1월,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며 불과 3개월 만에 매출이 95% 급감했어요. 지금 돌이켜 생각해봤을 때 당시 제가 잘했던 것이 ‘위기를 빠르게 인식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여행업계 대표님들과 모여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의견이 너무 달랐어요. 어떤 분은 6개월이면 이 위기가 끝날 것이라고 했고, 또 어떤 분은 여행업의 종말을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너무 낙관적이면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고, 너무 극단적이면 위기 뒤에 숨어있는 기회를 보지 못하게 됩니다. 저도 모르게 자꾸 사고방식이 낙관적으로 흐르려고 하더라고요. 큰 위기가 아니길 바랬지만, 그럼에도 객관적인 판단은 필요했습니다.  과학적 데이터와 뉴스를 봤을 때 이 위기가 짧게 끝나지 않을 것 같지 않았고, 당장 회사에 남은 돈은 3~4개월 치 밖에 없었습니다.
빠르게 전 직원 근무 체제를 주 3일로 전환했고,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활용해 직원들이 실질적으로 받는 급여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했어요. 회사는 6~7개월까지 버틸 수 있는 시간을 벌었지만, 이 결정을 직원들에게 발표하는 것은 정말 어려웠습니다. 직원들에게는 솔직하게 상황을 인정하고 중장기 계획을 제시했고, 바로 투자 유치에 나섰습니다.

 

Q. 당시 투자 유치 과정도 궁금합니다.

당시 사회적 거리 두기 여파로 VC들을 만나기가 정말 어려웠어요. 여행업이라 특히 더 그랬죠. 결과적으로는 432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이 라운드에서 유치된 투자금의 60~70%가 기존 주주들의 추가 투자였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주주 구성의 중요성을 정말 절감했습니다. 기존 주주들이 ‘이 위기 뒤에 마이리얼트립에게 오히려 큰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데 함께 뜻을 모아주신거죠.

또한 K-방역의 성공에 주목하며 한국 시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해외 투자자들의 참여도 있었습니다. 해외 투자자와의 미팅에서는 한국 여행 시장의 구조적 특성과 성장성, 마이리얼트립이 점하고 있는 독점적 위치를 설명하는데 집중했어요. 국내 여행으로 방향을 틀면서 빠른 성장을 이뤄낸 것에 좋은 평가를 받았고, 발상의 전환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어요.

 

Q.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집중하신 것이 있다면요?

회사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 노력했어요. 생존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은 그냥 생존하는 회사에만 다니고 싶어하진 않아요. 항상 생존 이상을 보죠. 그래서 새로운 비전이 필요했습니다.

첫 번째로 국내 여행 사업을 강화했어요. 코로나 전까지는 국내 여행 관련 부분이 거의 없었지만, 팬데믹을 겪으면서 국내 여행 시장이 엄청 커진 거에요. 이 기회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두 번째로는 기술적 기반을 재설계했어요. 가이드 투어 플랫폼에서 출발해 항공권까지 확장하면서 뒷단의 기술적 문제들이 많았어요. 회사가 빠르게 돌아갈 때는 이걸 고칠 시간이 없었는데, 차라리 지금 시장이 멈춰버렸으니 코로나 이후를 대비해 기술 기반을 완전히 재설계하자고 결정했습니다.

 

Q. 회사를 경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좋을 때는 다 같이 축하하지만, 회사가 어려워지면 의사결정의 무게를 가장 먼저 느끼게 됩니다. 예를 들면 코로나19 위기 당시 부분 휴업 결정이 그랬어요. 아무리 논리적으로 생각해도 최선인 것이 맞았는데, 그 얘기를 하는 것이 엄청 망설여졌어요.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 좋지 않은 소식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까?’ 하지만 그렇다고 남을 시킬 수도 없는 거잖아요. 제가 대표니까요. 그때 처음으로 운동을 시작했어요. 저는 원래 운동을 전혀 안 하는 사람인데. (웃음) 정말 사람이 안 하던 것까지 할 정도로 쉽지 않은 상황이었죠.

하지만 다행히 경영진들에게는 제 고민과 어려움을 다 편하게 얘기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대표님들은 경영진에게도 이런 얘기를 못 하시는데, 저는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어떤지, 얼마나 힘든지 솔직하게 공유했습니다. 그분들이 뭘 해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힘이 됐어요. 또 비슷한 시기에 창업한 분들과도 많이 얘기했고, 투자자분들과도 오히려 더 편하게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이후의 기회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로 신뢰하며 함께 극복해 나갈 수 있었죠.

위기 상황에서는 사람이 단순해집니다. 그 위기를 뚫고 나가는 데는 주변 사람들의 응원과 지지가 정말 중요해요.

 

Q. 그 힘들었던 순간을 버티게 한 원동력이 무엇인가요?

결국은 사람에 대한 믿음과 기대였습니다. 크래프톤 웨이라는 책에 감명받은 구절이 있어요. “대표가 되고 리더가 되면 사람에 대해 실망할 일이 정말 많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기대를 잃는 순간 멋진 경영은 끝이다. 기적을 쓰는 것도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투자 유치에 성공한 건 제 개인의 역량이 아니라, 성장을 주도한 팀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이었어요. 제가 아무리 코로나를 대비할 계획이 있다 한들, 구성원들이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으면 다 계획에서 멈췄을 거예요. 또 실행할 의지와 구성원이 있어도 자금이 없었으면, 시간이 허락되지 않았으면 어려웠을텐데 투자자분들이 그 역할을 해주셨죠. 가족도 마찬가지예요. 가족이 안정되고 평화로웠기 때문에 전투 같은 사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제가 가장 듣기 좋은 칭찬은 “마이리얼트립엔 정말 좋은 사람들만 있는 것 같아요”라는 말입니다. 그게 또 저에게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과거 실수를 통한 학습, 새로운 선택

Q. 지난 13년을 돌아보며, 가장 아쉬운 결정이 있다면요?

창업 초기에 앱 개발을 늦춘 것입니다. 큰 아쉬움이에요. 2012년은 모바일이 완전히 대중화된 시점이었어요. 저도 스마트폰을 쓰고 있었고, 모바일 스타트업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왔어요. 그런데 마이리얼트립 첫 앱이 나온 때가 2015년 12월, 거의 16년이에요. 창업하고 4년 동안 앱을 안 만든 거죠. 모바일 스타트업인데.

당시 제 생각은 이랬어요. “스마트폰으로 살 수 있는 건 만 원, 2만 원짜리 물건이다. 생수, 티셔츠 같은 것. 여행은 몇백만 원, 가족 여행이면 천만 원이 넘는데, 이걸 앱으로 산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지금 생각하면 엄청 바보 같은 판단이었죠. 2015년에 마이리얼트립과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경쟁사가 앱을 출시했는데, 그 회사는 저희가 3년 걸렸던 성과를 10개월 만에 따라잡았어요.

어떻게 보면 저는 모바일 시대에 사회 경험도 없이, 가장 젊고 모바일을 잘 쓰는 대학생 창업가이면서도 바보 같은 결정을 내렸던 거예요. 제 상상력이 정말 빈곤했구나 싶어요.

 

Q. 지금 또 새로운 빅웨이브가 오고 있습니다. AI 시대에는 어떻게 대응하고 계신가요?

모바일 시대의 실수를 교훈 삼아, AI 시대에는 한국의 어떤 사업가보다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ChatGPT가 출시된 직후부터 전사적으로 AI 도입을 추진했어요. 하지만 처음엔 쉽지 않았습니다. 직원들은 답답하다는 피드백을 자주 했고, 좋은 기술이 충분히 공유되지 않았어요.

그때 깨달은 게 있어요. 직원들에게 자꾸 써보라고 말하는 대신, 제가 제일 먼저 사용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거죠. 리더가 변화를 강요하면 직원들은 형식적으로만 따르거나 흥미로운 프로젝트에만 참여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조직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리더가 먼저 새로운 방식을 직접 실행하고 사례를 만들어 보여줘야 해요. 실제로 저는 3일 만에 제품을 개발하는 구체적인 사례를 만들었어요. 5년간 코딩 경험이 없던 CTO가 AI를 활용해 제품을 런칭하는 성과도 나왔고요. 대표가 직접 제품 런칭에 참여하고 기술 투자에 솔선하는 모습을 보이니까, 조직 구성원들도 함께 따라오더라고요.

구체적인 AI 활용 사례도 만들었습니다. 최근에는 디자이너 1명이 AI를 활용해 환불 불가 숙소를 다른 사용자에게 재판매할 수 있는 ‘리셀 마켓’ 서비스를 주도적으로 개발했어요. 고객의 여행 리스크를 줄여주는 서비스죠. 이런 아이디어들이 매일 쏟아져 나오는 건, 지난 1~2년간의 AI 학습과 경험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결과입니다.

 

Q. AI를 활용한 조직 운영에서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RPE(Revenue Per Employee) 지표를 활용해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매출을 창출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 이상적인 조직은, 한 명이 iOS, 안드로이드, 마케팅, 디자인 등 전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담당하는 거예요. 고객 문제 해결이 비즈니스의 본질이니까요. 현재 조직이 부서별로 나뉘어 일하는 이유는 인간의 생산성 한계 때문인데, AI 기술이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나아가 요즘은 임팩트가 큰 고객의 문제를 해결한 구성원에게 제시할 수 있는 보상에 대해서도 깊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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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쉬업 포트폴리오사들이 한 자리에 모인 패밀리데이에서 진행된 마이리얼트립 이동건 대표와의 Fireside Chat 현장

 

새로운 시작, Next Step을 준비하는 마이리얼트립

Q. 현재 IPO를 준비 중이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준비하고 계신가요?

IPO는 지속 가능한 회사로서 사회에 기여하고, 투자자들의 기대 수익률을 충족한다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입니다. 13년간의 시행착오를 통해 회사가 훨씬 더 큰 규모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어요. 저는 지금을 고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라고 봐요.

투자자들은 초기 투자 시점부터 우상향의 수익률을 기대하며, 성장을 전제로 합니다. IPO 추진을 위해서는 경영자 본인이 직접 참여하는 구조가 필수적이고, 이에 대한 확신이 매우 높아야 해요. 만약 현재 상황을 고점이라고 판단한다면 IPO를 하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성장 기회를 실현하기 위해 IPO를 추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Q. AI 시대에 여행 산업은 어떻게 진화해야 할까요?

과거 여행 산업의 핵심 가치는 정보 비대칭성을 해결하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최근 AI 기술의 발전으로 이런 경쟁 우위가 약화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냉정하게 고민하고 있어요. AI 시대에 앱과 플랫폼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이 지속 가능할까?

한 가지 긍정적인 전망은, AI의 발전으로 인간의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근로 일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거예요. 이는 전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근로 시간이 감소하면 여가 시간이 증가하고, 그러면 여행 산업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거예요. 다만 플랫폼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고 봅니다. 마이리얼트립은 AI 기술이 여행 추천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오프라인 자산을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예상치 못한 결과가 발생해도 대응할 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게 중요합니다. 지금 실행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게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조언: 조급함을 경계하고 문제의 본질에 집중하기

Q. 후배 창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국은 모범생 사회라고 느껴요. 시리즈 A, B, C의 정형화된 플레이북에 얽매이는 경향이 있죠. 최근 뉴스에서 2~3년 만에 기업가치 1조 원을 달성하는 사례들이 나오곤 합니다. 분명 대단한 소식은 맞지만 이런 것들을 나의 목표나 벤치마크로 잡는 순간 정말 어려워진다고 생각해요. 창업자들이 성장 욕구도 강하고 승부욕도 강해서 그런 사례들을 벤치마크로 삼는데, 제가 본 현실은 좀 달라요.

경영이라는 건 시간이 정말 필요합니다. 좋은 회사, 좋은 팀이 되려면 절대적으로 투입되어야 하는 시간이 있어요. 특히 첫 창업이라면 더욱 그렇죠. 제가 늘 창업자 분들께 드리는 말씀은 “초조해하지 말고, 기본적으로 시간이 들어가는 판이라고 생각하세요. 하루하루 자체의 의미를 돌아보세요”입니다. ‘1조 짜리 회사가 되겠다’고만 생각하면 매일매일의 하루를 동기부여 시키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창업이라는 건 너무 힘든 행위니까 매일매일 동기부여가 필요해요.

그래서 너무 거대한 목표보다는, 이게 기본적으로 오래 걸리는 판임을 인식하고 하루하루를 의미있게 사는 게 중요합니다. 초조해하는 대표님들이 많은 것 같아요. “나 벌써 2년이나 했는데 아무 성과가 없어요.” 13년을 하니까 이제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생긴 것 같습니다. (웃음) “이거 오래 걸려요. 그리고 속도보다 방향이 더 중요해요.”

또, ‘창업자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스타일로 기업을 운영할 때 행복한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해요. 시드 단계와 시리즈 A 단계에서 확립한 리더십 스타일은 이후 성장 단계에서 여러 사정으로 인해 변경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초기 단계에서의 선택이 정말 중요해요. 기존 플레이북을 따르기보다 자신의 판단과 직관을 우선시하세요. 매쉬업 패밀리와 같은 창업자 커뮤니티에서 새로운 시도를 공유하는 문화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Q. 투자 유치 직후의 창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투자 유치를 했다는 건 자원이 풍부해졌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저도 경험했던 과거의 실수가 ‘돈이 들어오면 모든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려는 생각이 자꾸 든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좋은 사람이 잘 안 뽑힌다’, ‘마케팅이 아쉽다’, ‘개발이 더 필요하다’ 같은 문제들이 있잖아요. 사실 이런 것들을 푸는 건 보통 돈하고 상관없거든요. 좋은 사람을 모시는 건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쉽지 않은 일이고, 돈이 없어도 정말 필사적으로 노력하면 좋은 분을 모실 수 있어요. 다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돈이 딱 들어오면, 갑자기 모든 걸 돈으로 해결하려는 방향으로만 생각이 흘러가요. 저도 빨리 천만 앱이 되고 싶은데 돈은 있으니까, 깊은 고민 없이 TV 광고부터 했거든요. 돈이 없었으면 엄청 고민했을텐데 말이죠. 성장이 정체됐을 때도 마찬가지예요. 많은 분들이 ‘사람을 더 뽑아’, ‘마케팅 예산을 더 써’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데, 사실 성장이 정체된 이유는 사람이나 마케팅이 부족해서가 아닐 수도 있어요.

돈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를 가장 경계해야 합니다. 성장의 본질적인 이유를 고민하지 않고 단순히 자금 투입으로 해결하려는 건 신중한 의사결정을 방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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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건 대표의 지난 여정은 단순한 위기 극복 성공담이 아니라, 끈질긴 생존과 꾸준한 성장의 이야기입니다. ‘단단하게 오래가는 회사가 결국 살아남는다’는 이동건 대표의 조언처럼, 매쉬업벤처스도 험난하고 긴 여정에도 흔들리지 않을 방향성과 믿음을 가진 창업자를 찾고 있습니다.

창업자 출신의 파트너로 구성된 매쉬업벤처스는 창업자를 진심으로 이해하며, 창업자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함께 고민합니다. 매쉬업벤처스와 함께 하고 싶은 창업자 분들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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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버블론과 세대를 넘어서는 불멸의 플레이북: 일론 머스크와 워렌 버핏이 말하는 성공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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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매쉬업벤처스 박은우 파트너입니다. 이 글은 2025년 11월에 배포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글의 출발점은 1986년입니다.

 

AI 라는 단어 하나에 비(非)이성적인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 시대

최근 OpenAI의 CEO인 Sam Altman은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AI 스타트업 열풍에 대해 직설적인 발언을 내놓았습니다.

“Are we in that phase where investors as a whole are overexcited about AI? My opinion is yes. Some AI startups with three people and an idea are raising money at valuations that don’t make sense. That’s not rational behavior.”

세계 최대 AI 플레이어의 수장이 스스로 ‘버블’을 언급한 것은 업계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지금은 AI 버블인가요?”라는 질문은 창업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끊임없이 던져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AI 버블인지 아닌지가 당신의 창업에 중요한가?"

인터넷 시대, 모바일 시대에도 늘 버블론은 존재했습니다. 닷컴 버블이 있었지만 그 와중에 구글, 아마존 같은 기업은 탄생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팬데믹 같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수많은 유니콘이 등장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장의 과열 여부가 아니라, 본질과 노이즈를 구분하고, 진짜 문제에 에너지를 쓰는 것입니다. AI 버블이 존재하더라도, 문제를 다시 정의할 수 있는 창업자에게는 언제나 기회가 존재합니다.

AI 버블론이 대두되는 이 시점에,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창업의 원칙, 즉 ‘세대를 넘어서는 기업을 만드는 불멸의 창업자 플레이북’을 단계별로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이를 세 단계로 나누어 작성하였습니다.

  • 1단계: 사고(First Principles Thinking)

  • 2단계: 증명(Product-Market Fit)

  • 3단계: 방어(Economic Moat)

 

1단계: 사고(First Principles Thinking) - 세대를 넘어서는 기업의 출발점

세상을 바꾸는 스타트업의 시작은, 문제(Problem)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사고방식에서 시작됩니다. 기본적으로 인류는 ‘유추적 사고(Analogical Thinking)’로 세상을 보도록 진화해 왔습니다. 기존에 존재하는 사례를 참고하고, 다른 사람들의 방식을 모방하여 추론하고 개선점을 찾습니다. 이는 익숙하고 빠르지만, 새로운 것에 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창업자는 어떻게 ‘유추적 사고’의 유혹을 이길 수 있을까요?

‘일원칙 사고(First Principles Thinking)’는 문제를 근본 단위로 쪼개서 다시 생각하는 방식입니다. 사물과 현상을 가장 기본적인 사실로 환원하고, 거기서부터 논리적으로 다시 쌓아 올립니다. 물리학적 접근이라고도 불리는 이 방식은 더 많은 정신적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만, 기존에 없는 완전히 새로운 해답을 만들어 냅니다.

로켓과 전기차의 시대를 앞당긴 물리학적인 일원칙

일론 머스크는 이 일원칙 사고를 몸소 실천하는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일론 머스크가 로켓 산업에 뛰어들었을 때 모두가 미쳤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발사 비용은 수천억 원에 달했고, 민간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기존 방식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로켓은 왜 이렇게 비싼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알루미늄, 탄소섬유, 연료 등 원자재 단가부터 역산했습니다. 그 결과, 실제 제조 비용은 기존 비용의 10분의 1 수준으로도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스페이스엑스(SpaceX)는 바로 이 질문 하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또 다른 사례는 전기차 입니다. 당시 대부분의 기업들은 "배터리는 원래 비싸다"라는 것을 전제로 전기차를 비싸게 생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는 "배터리는 어떤 재료로 구성되는가?"라는 질문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코발트, 니켈, 알루미늄, 폴리머 등의 시세를 런던 금속 거래소에서 구매하는 가격으로 직접 계산한 결과, 기존의 kWh당 600달러 대신 80달러 수준에서도 제조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어찌보면 단순해 보이는 이 ‘원재료 단위의 재해석’이 오늘날 테슬라(Tesla)의 출발점이었습니다.

<source: wikimedia commons>

 

"이봐, 해봤어?"와 ‘정주영 공법’의 탄생

흥미롭게도 이런 일원칙 사고는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인 현대의 창업자, 아산 정주영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기억하는 정주영 창업자의 가장 유명한 명언은 "이봐, 해봤어?" 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할 때, 정주영은 그들의 주장의 근거를 묻지 않았습니다. 대신 "안 된다"는 말 속에 숨은 전제를 의심했고, "왜 안 되는가?"를 본질적으로 다시 물었습니다. 그에게 유추적 사고는 남의 실패를 근거로 자신의 한계를 정하는 일이었습니다. 반대로 일원칙 사고는 문제를 원자 단위로 쪼개어 다시 생각하는 것이었습니다.

<source: 현대자동차그룹>

정주영의 대표적인 일원칙 사고 사례는 소위 ‘정주영 공법’이 등장하게 된 서산 간척지 방조제 공사입니다. 당시 기술자들은 서산 앞바다를 막기 위해 방조제용 흙과 돌을 실어 나르는 데에만 수천 척의 배가 필요한데다가, 9m의 조수간만 차와 초당 8m가 넘는 유속을 이유로 공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정주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기존 공법이 문제라면, 공법 자체를 다시 설계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물을 막기 위해 수천 척의 배가 필요하다면, 수천 척 규모의 배 자체를 흙으로 쓰면 어떨까?"

그리고 그는 퇴역 유조선을 끌고 와 바다에 가라앉혀 방조제의 기초로 삼았습니다. 이 비상식적인 접근은 수년이 걸릴 공사를 몇 달만에 끝나게 했고, 이는 현대건설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유조선 공법, 즉 ‘정주영 공법’의 탄생으로 이어졌습니다.

<source: 아산리더십아카이브>

정주영의 "해봤어?"는 단순한 도전 정신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세상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전제를 의심하고, 문제의 구조를 다시 짜는 사고 였습니다. ‘타인의 불가능’을 자신의 기준으로 삼지 않은 그의 철학은 일론 머스크의 일원칙 사고와 본질적으로 동일합니다.

AI 시대에도 원리는 동일합니다. 과열된 자본과 기술의 소음 속에서도 진짜 기회를 찾는 창업자는, 기술이 아니라 문제의 정의를 다시 쓰는 사람입니다. AI 모델의 파라미터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문제를 바라보는 프레임입니다. 결국 버블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남들이 당연하다고 믿는 것을 다시 묻는 능력, 그것이 세대를 넘어서는 기업의 출발점입니다. 누군가 “그건 OpenAI가 하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말하더라도, 정주영이라면 이렇게 답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해봤어?"

 

2단계: 증명(Product-Market Fit) - Retention is All you Need

현대와 스페이스엑스가 그렇듯, 세대를 넘어 살아남는 기업은 언제나 다르게 생각한 사람들에게서 시작됩니다. 그러나 사고만으로 기업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생각이 시장에서 증명될 때, 비로소 창업은 현실이 됩니다. 창업의 시작이 사고에서 출발 한다면, 다음으로 그 두 번째 단계, ‘증명(Product-Market Fit)’의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Retention, Retention, Retention

PMF를 확인하기 위한 단 하나의 지표가 있다면, 그것은 리텐션(Retention: 잔존율) 입니다. 제품이 시장에서 고객에게 인정 받았다는 가장 확실한 신호는 고객이 얼마나 이 제품을 사랑하는지를 확인하는 것 입니다.

a16z의 파트너이자 Uber의 그로스를 담당했던 Andrew Chen은 ‘Why retention is so hard for new tech products’라는 글에서 스타트업 제품의 리텐션의 주요 특징을 나열하며, 리텐션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습니다. "초기 리텐션은 고칠 수 없다", "리텐션은 하락하기만 한다", "사용자를 잃는 것은 매우 쉽지만,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리텐션이 낮은 상태에서의 바이럴 성장은 제품을 파괴한다"와 같은 원칙들은 왜 리텐션이 스타트업이 성공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인지를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AI 시대의 Product-Market Fit: Core Interaction을 찾아서

그렇다면 AI 시대의 제품이 PMF를 찾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미국 VC들이 사랑하는 AI 회의록 앱으로 주목 받았던 Granola는 높은 리텐션을 자랑하는 AI 제품으로 유명합니다. Granola는 가입 후 10주차 리텐션이 무려 50%에 육박하는 높은 Stickness를 갖고 있습니다. Granola의 창업자 Chris Pedregal은 인터뷰에서 AI 제품 리텐션의 핵심은 기능(Feature)의 수가 아니라, 한 가지 핵심 경험(Core Interaction)에 집중한 결과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여기서 Core Interaction이란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하는 단 하나의 자연스럽고 반복 가능한 행동을 의미합니다. Granola 개발팀은 최초 버전의 제품이 갖고 있던 여러 AI 기능(요약, 자동 태깅, 액션 아이템 도출 등)을 과감히 버렸습니다. 그리고 ‘회의가 끝나면 AI가 메모를 정리해주는 경험’만 남겼을 때 리텐션이 급격히 상승했고, 이 과정을 통해 Core Interaction의 중요성을 체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리텐션을 높이기 위한 Core Interaction을 탐색하는 과정에 대해 다음과 같은 원칙을 강조합니다.

  • Lead with intuition backed by context.
    “사용자에게 이야기하고, 그들이 말한 것을 그대로 기록해서 그대로 실행하는 게 핵심이 아닙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무엇이 좋게 느껴지고, 무엇이 나쁘게 느껴지는지’에 대한 내적 직관 모델을 만드는 것입니다.”

  • Pick up the phone and talk to your users.
    “글로 된 피드백은 단지 하나의 데이터일 뿐입니다. 하지만 사람을 직접 만나고, 그들의 전체 맥락을 볼 수 있을 때 훨씬 더 명확해집니다. (Granola가 성장하면서) 우리는 Slack을 통해 이런 대화를 이어가고, 주기적으로 통화도 합니다.”

  • Build products with character.
    “제품을 만들 때 사람들의 의견에 반응해야 하지만, 스스로의 관점이나 철학이 없다면 그건 결국 공허한 제품이 됩니다.”

  • Know when to lean on user feedback.
    “우리는 예전에는 고등학생을 위한 제품을 만들고 있었어요. 그들은 저와 완전히 다른 세대였기 때문에, 제 직관만으로는 사용자가 무엇을 원할지 신뢰할 수 없었습니다.”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PMF를 찾는 과정의 핵심은 AI 기능이 아니라 사용자의 실제 workflow에 딱 맞는 인터렉션을 찾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단순하게 시장의 신호를 수집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직관을 검증 가능한 맥락으로 보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Chris는 “AI makes it easy to demo, but hard to sustain delight.” 라는 표현으로 AI 제품을 만드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진실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source: EVERY>

 

AI Retention Benchmark: AI 제품의 리텐션 측정

그렇다면 실무적으로 AI 시대의 제품들은 어떻게 리텐션을 해석해야 할까요? 기본적으로 AI 제품의 리텐션은 기존 SaaS와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집니다. a16z는 자사의 블로그에서 AI 제품이 SaaS 제품들과 비교할 때 리텐션이 약한 것이 아니라, 측정이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월 단위로 결제하는 Self-Serve AI 제품은 초기에 AI Tourists(체험형 유저)가 대거 유입되어 Month0(M0)~Month2(M2) 구간의 급격한 이탈(churn)이 발생합니다. 그러나 이는 제품의 본질을 반영하지는 않습니다. 이에 M0이 아니라 M3을 기준으로 리텐션을 리베이스(rebase)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M3 시점에 남아 있는 유저가 실제 Core Interaction을 시작한 사용자이며, 이 코호트의 잔존율이 PMF의 진짜 신호라는 것입니다. 즉, AI 제품의 PMF는 초기 하락 곡선이 아니라 M3 이후의 Flat Curve(안정화 지점)에서 검증할 수 있습니다.

 

SaaS보다 더욱 강해지는 AI 리텐션(Smiling Curve + Expansion 메커니즘)

a16z는 또한 AI 제품이 장기적으로는 SaaS보다 더 강한 Retention과 더 높은 NDR(Net Dollar Retention) 을 만들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모델 성능이 비약적으로 개선되고, 새로운 Workflow와 기능이 자연스럽게 사용자 행동에 흡수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떠났던 사용자도 다시 돌아오고, 기존 사용자들은 더 많은 사용량을 발생시키며 Smiling Retention Curve를 형성합니다. 특히 M9~M12 이후에는 사용량 기반 가격체계가 비즈니스 모델의 확장을 강화하면서 단순 유지가 아닌 매출 성장으로 이어집니다.

하단에 첨부 된 ChatGPT의 리텐션 그래프는 이와 같은 현상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AI 제품의 리텐션은 ‘사용자 수 유지’를 넘어,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누적되는 구조를 만들어내며 PMF의 강도를 더욱 높여줍니다.

<source: a16z>

 

3단계: 방어(Economic Moat) - 오마하의 현인이 주는 교훈

앞서 AI 시대에도 살아남는 제품은 결국 리텐션을 통한 PMF 찾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렇다면 PMF를 찾은 이후에도 지속 가능한 회사는 어떤 해자(Moat)를 갖추어야 할까요?

혹자는 AI 시대의 해자가 속도(Velocity) 혹은 바이럴(Virality)이라고도 하고, 더 나아가 모멘텀(Momentum)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같은 요소들이 AI 제품 런칭 초기에는 유의미한 방어 전략일 수 있어도, 지속 가능성이 있는 해자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NFX는 ‘How AI Companies Will Build Real Defensibility’라는 글을 통해 AI 시대에 필요한 방어 전략을 Motte-and-Bailey Strategy 라는 이름으로 명명한 바 있습니다.

 

<source: Generated by chatGPT>

Motte-and-Bailey는 중세 유럽에서 널리 사용되던 초기 형태의 성채 구조입니다. 모트(Motte)는 인공 언덕 위에 세워진 탑으로, 공격을 받을 때 최후로 대피하는 핵심 방어 거점입니다. 이는 외부 공격에는 강하지만, 공간이 작아 일상생활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베일리(Bailey)는 모트 아래의 넓은 평지에 위치한 마을형 공간으로, 성벽과 물이 찬 해자(Moat)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거주지와 창고가 있어 활동성과 확장성이 있지만, 모트에 비해서 방어력은 낮은 공간입니다.

NFX의 Pete Flint 파트너는 이 같은 중세시대의 Motte-and-Bailey 구조에서 착안하여 AI 스타트업이 방어력(Defensibility)를 갖추는데 필요한 전략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AI 시대에 들어서면서 속도 중심의 경쟁 환경이 강화되었기 때문에, 단기적, 장기적인 방어 전략을 순차적으로 갖추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를 위한 핵심 프레임워크가 Motte-and-Bailey 전략이며, 초기에는 빠르게 규모를 키우면서 ‘Bailey’를 만들고, 시간이 흐를수록 ‘Motte’가 될 수 있는 방어력을 갖추는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초기 단계의 방어력을 만드는 요소인 Bailey는 크게 Distribution, Speed, Brand, Data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 Distribution: AI 시대의 GTM 전략(Community-Led Growth, Product-Led Virality)을 통해 초기 사용자를 빠르게 확보하는 것

  • Rapid Scaling: 빠른 Iteration 속도, 대규모 자본 투입으로 Compute scale을 확장하여 제품 성능과 사용자 경험을 빠르게 개선하는 것

  • Brand Momentum: 경쟁 제품이 많고, 기능 격차가 적은 시점에는 브랜드 신뢰도를 쌓음으로 차별화하는 것

  • Data Moats: 독점적인 데이터(Proprietary Data)를 기반으로 제품 성능 격차를 통해 초기 경쟁 우위 확보하는 것

 

장기적인 견고한 방어력을 만드는 Motte는 결국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로 귀결됩니다. 전통적으로 네트워크 효과는 사용자 증가가 서비스 자체의 효용성을 증가시키는 구조를 의미합니다. 페이스북이나 왓츠앱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나 우버와 같은 서비스들이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견고한 제국을 만든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반면 AI 시대에는 좀 더 진화된 형태의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 Collaborative Context + Memory = Personal Utility Network

    • 사용자의 맥락과 메모리가 AI에 누적되며, AI와 더 많은 작업을 할수록 개인(또는 팀)의 고유한 선호와 규칙을 학습하는 구조 (ex. ChatGPT의 memory, Cursor의 팀 기반 구조)‍

  • AI-Native Distribution: Hub-and-Spoke Network Effects‍

    • TikTok과 같은 플랫폼에서 소수의 인기 콘텐츠를 집중 노출하여 사용자(크리에이터)의 참여를 유도하고,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재생산되는 구조 (ex. Character.AI에서 ‘Harry Potter’ 같은 인기 캐릭터가 플랫폼 전면 노출을 통해 하루 만에 수백만 대화를 생성하고 사용자 유입을 촉진)‍

  • AI-Agent Networks

    • Protocol Network Effect: 여러 Agent가 공통의 프로토콜로 대화하고 맥락을 공유함으로써, 한 Agent의 기능이 개선되면 전체 네트워크로 빠르게 퍼지는 구조 (ex. LangChain)‍

    • Action Library Network Effect: Agent들이 사용할 수 있는 API, Tool, Workflow 등이 확장되면서 모든 Agent의 기능적 성능이 강화 (ex. MCP 기반의 multi-agent workflow)

 

이와 같은 AI 시대의 네트워크 효과는 장기적으로 개인 및 조직의 워크플로우에 깊숙히 침투합니다. 이를 통해 문서나 가이드라인을 넘어 실제로 사용하는 데이터 구조까지 AI와 결합시키면서, Systematic Lock-in 효과를 만들어 냅니다. 이렇게 AI와 조직의 전반적인 워크플로우가 결합하면서 만들어지는 네트워크 효과는 탈출 비용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키며 장기적인 방어력인 Motte로 동작하게 됩니다.

<source: Generated by chatGPT>

 

경제적 해자와 워렌 버핏

그렇다면 기업이 해자를 만들고 견고한 성벽을 쌓는 전략은 언제부터 주목 받게 된 것일까요? 놀랍게도 기업 경영 관점에서의 해자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86년 입니다.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는 2025년 은퇴를 선언한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이 1986년도에 작성한 버크셔 헤서웨이(Berkshire Hathaway)의 주주서한에서 처음 등장합니다. 이후 워렌 버핏은 2000년대 초반에 경제적 해자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카테고리화하며, 버크셔 헤서웨이의 포트폴리오 전략에도 반영합니다.

  • Brand Moat: 소비자가 대체 불가한 브랜드 (ex. Coca-Cola, Apple)

  • Network Effects: 사용자 증가가 가치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 (ex. American Express)

  • Cost Advantage: 규모의 경제 기반 낮은 단가 구조 (ex. GEICO)

  • Switching Costs: 전환 비용이 높아지도록 만드는 구조 (ex. Moody's)

  • Regulatory / Licensing Moat: 규제 장벽을 통한 신규 경쟁자 진입 방지 (ex. BNSF Railway)

  • Intellectual Property Moat: 특허, 데이터 기반 (ex. Google)

<source: wikimedia commons>

이처럼 경제적 해자를 만들고 견고한 성벽을 쌓는 전략은 AI 시대뿐만 아니라 과거부터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개념입니다. 그리고 워렌 버핏과 버크셔 헤서웨이의 포트폴리오 기업들을 통해, 이미 우리 곁에 있는 많은 위대한 기업들이 경제적 해자를 구축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大) AI의 시대: 어떻게 불멸(不滅) 할 것인가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많은 창업자들에게 지금은 마치 15세기의 대항해시대(大航海時代)에 버금가는 대(大) AI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너무나도 빠른 변화 속에서 지금은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리는지조차 쫓아가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처럼 어지러운 세상에서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창업자들에게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는 "바뀌지 않는 것에 집중(Focus on the things that don't change)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source: wikimedia commons>

일론 머스크와 정주영의 일원칙 사고,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리텐션, 그리고 오마하의 현인이 이미 입증한 경제적 해자. AI 시대를 넘어 싱귤래리티의 시대가 온다고 하더라도 이 세가지는 바뀌지 않는 스타트업의 플레이북입니다.

 

이 글을 보고 계신 창업자 여러분은 어떤 제품을, 그리고 어떤 회사를 만들고 계신가요? GPT-5.1, Gemini 3, Claude Opus 4.5가 출시할 때마다 바람 앞의 등불처럼 흔들리는 제품을 만들고 있나요? 아니면 기술의 파도 위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킬 '본질'을 가진 기업을 만들고 있나요?

매쉬업벤처스는 대한민국에 인터넷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시기에 혜성처럼 등장한 다음(Daum, 현 카카오)의 공동창업자인 이택경 대표님이 설립한 초기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입니다.

오늘의집과 같은 유니콘 기업의 첫 번째 투자자로 함께 하였으며, 마이리얼트립, 스타일쉐어(29CM), 캐시워크와 같은 모바일 시대를 대변하는 위대한 기업의 창업자들과 성장을 함께 해왔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AI 시대를 선도하는 창업자들과 담대한 도전을 함께 하고있습니다.

AI 시대를 넘어 세대를 넘어서는 불멸의 기업을 만들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저희 매쉬업벤처스가 그 여정에 함께하고 싶습니다.

Mashup Ven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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