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로 Hagiro
'찾기 쉬운 메모, 모바일 콘텐츠 아카이빙' 컨셉의 "원씽 메모" 앱을 운영중입니다
여기서는 조금 더 날 것의 감정대로 쓸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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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일 개발 시작해서 10월 1일 베타 서비스를 런칭했다.
세상을 바꾸고 싶고 문제를 해결하고 싶고 어쩌고 미사여구 제치고,
메모앱을 만들게 된 현실적인 계기는 이거였다.
'메모'로 검색된 앱 스토어의 1위부터 10위에 올라와 있는 앱을 이길 자신이 있었다.
프리토타이핑도 하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개발 견적이 400만원이었기 때문에 시간 낭비 하지 말고 그냥 만들어 놓고 배우자 싶었다. 일단 만들면 유저들이 알아서 이렇게 저렇게 고쳐라 말을 해 줄줄 알았다. 그러나 이 모든 생각들은 패착이었다.
내가 원하는 '메모' 키워드로는 검색이 안 된다. 1위부터 10위까지의 메모 앱들이 심지어 몇 년째 업데이트가 안 되고 있어도, 그 자리를 차지한 기간은 최소 3년 이상, 리뷰는 몇 만 개가 기본. 5-7년 이상 서비스되고 있는 앱들이 대부분이었다는 사실을 그 때 알았다. 그렇다면 외부 마케팅밖에는 답이 없구나 싶었다. (지금도 다이렉트 유입이 70%다)
개발 전 조사했던 '메모'의 구글 키워드 트렌드는 +900% 상향중으로, 투두와 기록을 하며 갓생 살고자 하는 트렌드는 있다고 생각되긴 했는데, 이게 메모 앱 검색으로 까지 이어지는건 확인할 길이 없었다. 지금도 검색 유입은 '투두'가 대부분인데, 우리 앱의 본질은 투두가 아니므로 전환율이 낮고, 낮은 전환율로 인해 노출량이 줄어드는거 아닌지 앱 스토어 지표를 볼 때마다 철렁철렁하다.
'투두'로 전환 유입이 있길래 의사 결정을 잘못 할 뻔한 적도 있었다. 일단 투두로 유입되는 유저들이라도 만족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뜬금 없는 알람 기능을 만들려고 했다. 검색어나 숫자로는 사람들의 생각을 읽을수가 없고, 악플이라도 달렸으면 좋겠는데 그냥 무플이다!!!
서비스 런칭하고 2주 뒤에 깨달았다. 이건 망했다는 시그널이구나. 그 날 밤은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실패의 야수가 나를 덮쳤고 그 고통을 온 몸으로 감내했다. 다음날은 그냥 실패를 인정했다. 망했다고 생각하니 모든게 그리 어렵지 않게 되었다. 스토어에 5년 이상 묶혀두자, 존버 전략으로 가자 결심하게 된다.
개발자님에게 말했다. 더 이상 서비스 개발한 돈이 없어요. 죄송해요... 유지 보수할 금액만 알려주시면 존버 하려고요. 개발자님이 그런다. 돈 안 받을테니까 계속 만듭시다!!
그 때부터는 다시 정신 차리고 고객을 발로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봤다. '메모 어떻게 하시냐'. 처음에는 이 말을 한다는게 상당히 부끄러웠다. 이 고객 조사를 만들기 전에 제대로 했다면 좋았을텐데. 알면서도 또 실수한다. 지금은 다른 프로덕트도 런칭 예정중인데, 나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또 실수할 게 뻔하다 ㅋㅋ (이건 저것과 다르거든)
대학생이면 첫 고객 만들기도 굉장히 유리할 것 같다. 나는 집에 있는게 보통이라 만나는 사람 자체가 많지 않았다. 여하튼 블로그, 브런치 작가에게 콜드 메일도 뿌려보고 별 짓을 다 했지만 제일 좋은 방법은 오프라인에서 휴먼을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었다. 내가 만난 최고의 잠재 고객은 의외로 네일아트 샵에 있었다.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내 서비스의 잠재 고객은 대표, 작가(크리에이터) 등 아이디어들이 넘쳐나는 사람들이었다. (원씽메모의 첫 컨셉도 아이디어 메모 앱이었다) 네일 아티스트라는 직업을 무시하는건 아니지만 이 분들이 메모 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그치만 나에게는 당시 만나는 사람 한 명 한 명이 소중했다. "혹시 메모 하세요?" 어떻게 하세요?"
두 분 중 한 분이 대박 이었던 것. 내가 찾던 '그 고객'이었던 것이다. 기록을 좋아하고, 메모를 여기저기 하는데, 어디에 했는지 까먹을까봐 기록한 걸 또 캡쳐 해서 캘린더에 보관하고 있었다. 만족하는 앱이 없어서 주기적으로 메모앱을 검색한다고 했다. 내 앱의 컨셉을 말하자마자 눈을 반짝 반짝 빛내며 한 달 동안 써 보기로 약속.
약속한 한 달 뒤, 네일을 받으러 갔다. 그 사이 2번의 스프린트가 있었고 어마무시하게 프로덕트는 개선되었다. (일단은 내가 핵심 고객이라 써 보면서 실제로 불편한 점을 다 개선했다) 과연 나의 핵심 고객이 앱을 꾸준히 써 주었을까. 그녀는 너어어어어무 좋다고 연신 칭찬 남발이다. 그리고 이런게 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해 주었다. 그녀의 의견을 바탕으로 해야 할 일 (공유) 하지 말아야 할 일 (알람, 감정 기록)의 확신이 생겼다. 개발 리소스 낭비를 하지 않아 다행.
[중요] 초기 100명 전까지는 숫자 1을 1이 아니라 1명의 사람으로 보아야 한다. 숫자를 데이터로 읽는 습관을 버리지 못하면 초기 죽음의 계곡을 '즐겁게' 벗어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한 사람의 문제를 정확히 해결했다는 것으로 스스로 칭찬해주고 다음 깃발을 약간만 앞에 꽂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대운을 만나길 빌어본다 하하핳. 아니, 사실 지금도 운이 없었다면 절대 여기까지 못 왔기에 사업은 그냥 운이 맞는것 같다.
원씽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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