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은
이번주에 투자 받은 GenML의 기업 가치만 합쳐도 100조라고 한다. 주변의 반응을 보면 새로운 가능성을 기대하는 들뜬 마음보다 자리와 존재 가치를 잃을까하는 걱정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것 같다. 안내문 작성, 콜드 메일 교환과 같은 형식적인 일들은 빠르게 Generative AI로 대체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어떤 일들이 남을까? #비즈니스캔버스 에서 GenML와 한 주를 함께하면 느낀 것을 정리해본다.
1) 내 결과물이 후대로?
GenML은 기존의 글을 먹고 자란다. 그렇다면 내 글도 GenML의 먹이가 되어 분절화되고 재구성되면서 후대의 누군가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불특정 다수에게 흔적을 남기고 싶은 마음은 인류의 본능인데. GenML을 통해 생존할 표현들이 서로 섞이고 변형되며 후대로 전해지는 유전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흔적이 빅데이터에서 거의 0에 수렴할지라도 빅데이터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설렌다.
2) 마지막 가치 판단?
GenML에 대한 가장 큰 지적은 그럴듯해 보이는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사실 판단은 깊게 들어가면 yes or no가 아니라 정도의 문제가 된다. ML은 정도의 문제를 어디까지 판단할 수 있을까? '정도'는 판단하는 게 아니라 그냥 느껴야 하는 감정의 영역인지도 모른다. 오히려 GenML의 발전이 글(창작물)에 대한 가치 판단의 중요성을 키우고, 인간의 판단 능력을 훈련시키지 않을까? 기계가 인간의 결과물을 양적으로 학습했다면, 이제는 인간이 기계의 결과물을 질적으로 학습해야 하지 않을까.
1-3차 혁명은 '생산 방식'의 변화였다. 방식이 변화했지만 생산 그 자체는 중요했다. 그러나 지금의 변화는 생산 그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생산이 쉬워졌다. 기계가 PPT도 만들고, 소통도 하고, 코드도 짜준다. 장인들은 고객의 소비를 위해 무언가를 만들어왔다. 그러나 지금은 장인의 생산을 지키려면 장인이 만든 것을 소비해야 한다. 소비를 위한 생산이 아니라 생산을 위한 소비를 해야 한다. 소설 작가를 지키려면 소설가가 쓴 소설을 소비해야 하고, 요리사를 지키려면 요리사가 만든 요리를 소비해야 한다.
자본주의의 원리 중 하나를 당당하게 거스르는 이 변화에 우리는 어떻게 적응하게 될까. 기술과 자본을 가진 인간만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지키고, 나머지는 잉여 인간이 될까? 2차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나서 기계를 부수는 시위가 일어나지는 않을까? 우리 같은 평범이가 살아가는 방식은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다. 생산을 뺏기면 어떤 일을 하게 될까?
일단은 여기 모인 메이커들처럼, 지금 당장 인공지능이 만들 수 없는 창의적인 무언가를 만들어야겠다.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활동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