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ho 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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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삼성을 나와 대학 축제를 만들기까지

글을 쓰는걸 싫어했던 것은 아니지만 개인 블로그가 아닌 공간에서의 글이니 조금은 어색하다. 이곳에서의 문화나 방식이 아직은 낯설어서 좋은 첫 글이 될지는 확신이 없다. 그렇지만서도 가입 직후에 @Doeon Kwon 권도언 님이 보낸 메일을 읽고 용기를 내어 그들의 미션에 한 방울을 더해보고자 나의 이야기를 기록해보고자 한다.

처음부터 창업을 염두했던 것은 분명 아니었다.

20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남들보다 조금 일찍 회사에 들어와서 하고 싶었던 개발의 꿈을 이뤘었다. 하지만, 그토록 오랜 시간 꿈꿧던 어린 시절의 꿈이 조금씩 멀어지는 것을 느끼며 방황하던 시점에 나는 대학에 뒤늦게 들어오게 되었다. (방황하던 시절의 이야기만 하더라도 여러 이야기가 있겠지만 이 이야기만 더 잘 다룰 수 있는 기회가 있으리라)

원채 어린 시절부터 억울한 것을 보면 못참는 기질(?)이 있었다. 그러한 기질은 대학에서도 십분 발휘해 과대표니 뭐니 하는 타이틀은 죄다 가져가고 있었는데, 그렇게 조용히 잘 다니던 도중에 우리 단과대를 대표해 대학의 어느 본부 부처와 미팅을 가지는 자리가 있었다. 학과 교수님들이면 몰라도 학교 본부와 미팅을 가지는 것은 처음이었던 지라 그저 조용히 논의 과정을 듣고만 있었는데 답답한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학생들은 어렸고, 학교는 노련했다. 학생들이 준비해온 제안들은 학교를 설득하기엔 부족했고, 학교가 가져온 논리는 학생들에게 조금은 잔인했다. 물론 학생이기에, 어리기에 부족한 것은 당연했지만 그렇기에 학교의 태도는 아쉬운 점이 너무나 많았다. 그 미팅 이후, 학교의 존재 이유에 대해 고민이 많이 들었고, 당장 취업이라는 큰 산을 넘고 있는 아이들이 정말 사소한 학교의 정책들로 인해 불편을 겪고 비효율을 감내하고 있다는 사실이 답답했다. 학교가 그들의 길을 나아가야 한다면, 누군가는 학생들의 길을 제안하는 것이 필요했다. 조금은 더 제대로된 준비 하에 말이다.

그래서 퇴사를 하고,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했다..

갑자기 급발진 전개처럼 보이는데 사실 맞다(?) 정확히는 맞는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다. 오랜 시간 개발자라는 직업을 지속하는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기에 더더욱 개인적인 상황과 외부의 상황이 잘 맞아 떨어졌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것이 임기가 끝나고 돌이켜 보았을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축제'였다. 처음에는 그저 학교와의 협상 자리에서 기반이 되어줄 지지율이 필요했다. 학생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는 총학생회만큼 학교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강력한 힘을 가진 이는 없다. 그 마음에 뒤이어 학생들에게 코로나19로 인해 잃어버린 문화 생활을 뒤찾아 준다는 의미가 덧붙여졌다.

흔히들 알고 있는 워터밤, 흠뻑쇼와 같은 대규모 민간 페스티벌과 같은 행사조차 아직 열리지 않은 2022년 5월, 우리 대학은 그렇게 코로나19 집합 금지가 해제된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축제를 연 몇 안된 대학이 되었다. 수년간 문화 공연이 진행되지 않았기에 예상보다 더 많은 인파들이 몰렸고, 약 100여명 정도의 학생들이 축제 3일간 6만명이 넘는 인파를 커버했다.

'학생들이 한거니깐 어쩔 수 없지'라는 말을 총학생회장으로서 가장 기피하고 싫어했었다. 부족함을 학생이라는 단어에 숨어 애써 무시하려는 것이라 여겼기에 정면으로 그것을 이겨내가고 싶었다. 하지만, 3일간의 축제, 그리고 한달여되는 기간 동안의 준비 과정은 '아마추어' 그 자체였다. 모든 것은 주먹구구식이었고, 어딘가 구멍이 나서 당장 터지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축제는 성공적으로 마쳤고, 감사하게도 학생들을 열렬한 환호를 보내주었다. 그때 처음 느끼게 되었다. 축제라는 것이 청춘의 불안함 그 끝 모서리에 서있는 이들에게 얼마나 큰 희망이 되어주는지. 이때부터 조금씩 문화 사업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었다.

그렇게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하면 좋겠지만 클리셰는 현실적이었다. 코로나19를 지나오고 참으로 오랜만에 그것도 대규모로 축제가 열린 몇 안된 대학이었기에 다양한 관점과 의견을 가진 기자님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다. 그 중에서는 특히 '암표'와 관련된 이야기가 정말 많이 다뤄졌었는데, 축제 당일 영상 통화를 통해 KBS 인터뷰를 하던 도중에도 갑작스럽게 예정에 없던 '암표'와 관련된 질문을 받기도 했었다.

최근에는 대학 축제의 주최사인 '총학생회'들이 그들의 회원인 '학부 재학생'의 권리를 보장하고자 축제에서 그들을 위한 구역을 별도로 편성하거나, 먼저 입장할 수 있는 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그러한 대학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안타깝게도 몇몇 학생들은 이러한 제도를 이용해 재학생 구역에 입장할 수 있는 '학생증'을 돈을 받고 빌려주는 케이스들이 다량 발생했었다. 문제는 그런 케이스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고, 그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말 철저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쳤다. (1)신분증을 검사하고, (2)학생증을 검사하고, (3)재학생 명부에 해당 학생이 있는지를 검사하고, (4)해당 학생이 이미 입장권을 받아갔는지를 검사했다. 이 모든 과정이 거쳐지면 비로소 입장 팔찌를 학생에게 채워주었고, 그 팔찌를 떼서 다시 판매하는 것을 막고자 그 위에 도장까지 찍어주었다. 웃기게도 이 방법은 꽤나 잘 동작했다. 문제는 한 학생을 처리하는데 너무나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었다.

한 학생을 처리하는데 약 20초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고, 하루에 아무리 적어도 재학생이 1만명 정도가 방문하니 1명이 이 모든 사람을 처리하려면 55시간의 소요되었을 것이다. 물론, 그런 상황을 만들 수는 없으니 한 부스에 적어도 5명의 인원을 두고, 그러한 부스를 3곳에 설치하여 분산시켰었다. 그렇게 하면 비로소 대기 시간이 약 3시간으로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실제로 피크 대기 시간은 3시간이 걸렸다..

하반기 축제를 준비하면서는 이 문제부터 해결하고자 했었다. 대기 시간이 긴 것도 문제였지만, 너무나 많은 인력들이 이 부스에 집중되다보니 안전 관리부터 무대 관리까지 인력의 공백이 지속적으로 발생했었다. 아주 간단한 웹을 개발했는데, 학번을 입력하면 재학생인지를 확인하고, 입장권을 받아간 적이 있는지 조회해주는 아주 간단한 로직을 가진 웹이었다. 기존에는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공유하여 컨트롤 + F로 학번을 검색하고, 학번 옆에 수령 여부를 타이핑 했었기에 이 간단한 방법만으로도 시간은 절반 이상 감소할 수 있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이 모든 상황은 결국 '암표'를 막기 위한 절차였다. 그리고 이 문제는 비단 대학 축제뿐만 아닌 대부분의 공연과 축제, 행사에서 비롯되고 있다. 가수 아이유의 콘서트에서는 부정 판매자를 적발하여 신고하면 그 티켓을 신고자에게 돌려주는 포상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최근 가수 장범준은 자신의 콘서트에 부정 판매자가 너무 많아 모든 티켓을 취소시킨 바가 있다. 암표 문제는 대학 축제를 넘어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모두 겪고 있는 문제이다.

축제란 무엇일까. 적어도 1년간 총학생회장을 하며 2번의 축제를 기획하고 운영해본 경험에 의하면 축제는 정말 오묘한 힘을 가진 문화다. 일탈이 되어주기도 하고, 힘이 되어주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꿈이 되어주기도 하는. 그 잠깐의 순간동안 우리는 울고, 웃으며 내일을 맞이할 힘을 얻어간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공급의 한계로 인해 모든 수요는 충족될 수 없기에 누군가는 부정한 방법으로 티켓을 구매하고, 부정한 방법으로 티켓을 판매하고자 한다. 이러한 현상은 공정하게 티켓을 구매하려는 자들에게는 기회를 빼앗는 행위이고, 공정한 시장 질서를 파괴하는 일이라 본다.

그렇기에 우리 팀은 공정한 티켓팅 문화를 바탕으로 '티켓팅'이 설렘의 시작이 될 수 있게끔, 새로운 티켓팅 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22년 5월 여름의 초입이었던 날, 축제가 끝나고 녹초가 된 나에게 너무 감사하다며 내 손을 꼭 잡아준 그 마음을 잊지 못하기에 나는 이 길을 걸어 나간다.

*한 포스트에 모든 내용을 다 담으려 했던 것은 아닌데 적다보니.. 분량이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

**추후에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다양한 사람들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사진은 못올리나? 어떻게 올리는지 모르겠다.. 아직 배울게 많다ㅠㅠ

이상.


설레는 페스티벌의 시작, 티켓프렌즈

정지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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