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수학부생
개발자들과 항상 같이 일할때마다 드는 생각, '저기는 완성된 정답이 있네. 목표가 있구나'
디자이너로 일을 할때마다 저는 '이 디자인에서 뭔가 부족한 것 같은데, 내가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데 그게 도대체 뭘까, 내가 제대로 된 디자인을 하고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됩니다. 아마 대부분의 디자이너, 아니 모든 디자이너가 하고 있는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고민이 저에겐 너무나도 큰 고통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떤 조건을 충족하면 완벽한 디자인이야! 이런 값이 나오면 여기서 이 디자인의 목표를 달성한거야! 라는 느낌이 전혀 오지 않았기 때문이죠.
디자인으로 전과를 하기 전, 개발을 공부하던 학생이기에 더 이런 생각이 강하게 들었을 수 있습니다. 특히 제가 몸을 담았던 IT 개발 학회, 동아리의 특성 상 소수의 인원이서 디자인을 해야했기에 특별히 논의할 대상도 없어 더욱 고민이 많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누가봐도 잘된 디자인을 만들 수 있을까"
디자인을 배울때마다 교수님께서는 디자인에는 정답이 없다. 하지만 틀린 디자인은 있다 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교수님의 말씀대로 틀린 디자인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특히 UX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이기에 틀을 벗어난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디자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유저의 마음을 맞추는 디자인을 하고 있기에 더더욱 틀린 디자인만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제 졸업을 앞두고 지금까지의 작업을 돌아보는데, 이 모든 디자인은 틀리지는 않았지만 과연 누군가 보고 좋은 디자인이다, 차별성있는 디자인이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면 내 생각에는 틀리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을 틀리다고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 피그마 썸네일이 나열된 홈을 보며 강한 현타를 느꼈었죠..
이 생각이 들자 마자 저는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이 악물고 노력하고 도전한 디자인들이 아무데에도 쓰이지 못하고 그저 끄적여본 디자인으로 끝나게 될 것 같아서 무서웠고 불안했습니다.
그래서 더 새롭고 더 실용적인 프로젝트를 찾아 돌아다녔습니다.
파드라는 동아리를 거쳐 그 안에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을 하게 되었고 스타트업의 디자이너로 근무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현재 졸업 작품전을 진행하며 차별성 있는 디자인만을 무기로 삼아 전쟁을 치뤄야하는 사회로 나가기 직전에 놓여있습니다.
그 위태한 끝자락에 놓여있는 지금, 과거를 돌아보면 저의 무기를 강화해주고 저를 더 튼튼하게 했던 것은 저에게 현타를 주었던 그 보잘 것 없어 보이는 디자인 작업물이었습니다.
오답에 가까웠던 저의 디자인은 오답의 예시를 정확히 보여주어 오히려 피할 수 있게 해주었고 더 새로운 도전을 향해 발을 딛게 해주던 디딤돌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스트레스를 주었던 불안감, 초조함, 반복되는 의문감, 도태됨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은 오히려 저를 자극해주고 긍정적인 상황으로 이끌어주는 자극이 되었습니다.
그런 불안감이 없었다면 '나는 이정도만 해도 충분해, 이정도면 잘하는 것 같아'라며 현실에 안주하였을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은 자신감을 불어넣어줄 수 있지만 막상 차디찬 현실에 부딫히면 더 바닥으로 주저 앉게하는 안일한 상태를 만들어버릴 수 있더라구요. (경험담..)
모두가 피하려고 하는 부정적인 상황은 나를 더 강하게 해주는 촉진제가 되어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저도 아직 미래를 확신할 수 없는 졸업 직전의 그저 대학생 디자이너이지만 혹여나 저와 같은 상황에 고통받고 디자인 때려칠까 고민하는 분이 계시다면 이 글이 새로운 도전으로 나아가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