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소송 서비스 개발기 (1) - 살고자 하는 자, 죽고자 하는 자
TL;DR
스타트업이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는 지속 가능성이 떨어지더라도, 또는 지속가능성이 없는 방법을 일부러 골라서 사용자에게 10배 더 좋은 경험을 줘야 합니다. 나홀로소송 문제에서도 지속가능한 방법들에서만 답을 찾을 때는 길을 찾지 못했는데 죽고자 하니까 비로소 길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글은 제가 나홀로소송 문제를 다룬 두 번째 글입니다. 첫 글은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0. 살고자 하는 자와 죽고자 하는 자
토스의 이승건 대표님은 토스 프로덕트 오너(PO) 강의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살고자 하는 자는 죽고, 죽고자 하는 자는 살 것이다.”
저는 이승건 대표님의 이 강의 시리즈를 감명깊게 보아서 전체 영상을 2번씩 보았는데 이 말만큼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생즉사, 사즉생이 도대체 스타트업의 프로덕트 개발과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이 말씀은 실패가 주는 두려움을 극복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이것도 안될거야. 어차피 안될 거니까 정말 핵심 가설만 개발하자.’ 라는 마음으로 유연하게 접근했던 것이 토스 성공의 핵심이었다는 이야기를 하시면서 꺼낸 말씀이었습니다. 심지어 이걸 해내기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확언하시면서 성공이 생각보다 쉽다고까지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전 잘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핵심 가설만 빠르게 검증하자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그것과 ‘어차피 안될거야’라는 마음이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불분명했습니다. 굳이 따진다면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성공 확률을 더 높이지 않을까 생각되었습니다. 또 ‘어차피 안될거야’ 라는 마음이 생즉사, 사즉생으로까지 이어지는 것도 잘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다른 성공한 창업자들 중에는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은 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멋져 보이는 말씀을 하고 싶으셨던 걸까 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이 말씀이 제가 나홀로소송의 문제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토스가 성공한 것은 토스 팀이 ‘어차피 안될거야’ 라는 마음으로 토스를 만들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사용자들은 메이커가 어떤 마음으로 제품을 만들었는지 알 수도 없고 관심도 없습니다. 토스가 성공한 것은 사용자에게 최고의 사용 경험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토스의 사용자들은 받을 사람의 계좌번호를 물어볼 필요도 없었고 몇 백원씩 하는 송금 수수료도 아낄 수 있었습니다. 또 복잡한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입력할 필요도 없었으며 다른 은행앱에서는 6단계나 걸리는 인증 작업을 3단계만에 끝내고 송금을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토스가 이렇게 뛰어난 사용 경험을 줄 수 있었던 것은 CMS로 송금 뒷처리를 하는 방식이 지속 가능한 방식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언제든 서비스를 종료하게 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방식을 택해서 사용자에게 최고의 경험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달리 말하면 토스 이전에 같은 문제를 고민했던 다른 사람들은 토스가 했던 방법을 생각하지 못해서 안한게 아니라 그렇게 CMS로 송금을 처리하는 방식은 도저히 지속가능한 방식이 아니어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다른 방법을 찾아보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승건 대표님이 말씀하신 “생즉사, 사즉생”을 제가 이해한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비용이 덜 들고 리스크가 없지만 사용 경험은 떨어지는 방법도 있고 반대로 비용도 많이 들고 지속 가능성이 낮지만 뛰어난 사용자 경험을 주는 방법도 있다. 그럴땐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법을 시도해라. 단, 그렇게 지속가능성을 희생하는 대가로 사용자 경험을 극한까지 끌어올려라. 지속가능성이 떨어지는 방법이기 때문에 높은 확률로 서비스를 중단해야 할 것이다. 그걸 두려워하지 말고 오직 사용자 경험에만 집중해라.”
스타트업이 어떻게 10배 더 좋은 경험을 줄 수 있는지의 관점에서 바꿔 말하면, 남들은 다 지속 가능한 방법들 중에서만 해결법을 찾을때 나는 지속 가능성은 따지지 않고 오직 사용자 경험에만 집중해서 문제 해결을 시도하면 10배 더 좋은 경험을 줄 수 있는 것입니다.
CMS는 애초에 계좌이체에 사용될 목적으로 설계, 운영되는 시스템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시스템을 이용해서 계속 송금을 처리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했습니다. 실제로 서비스를 출시한지 얼마 안돼서 토스팀은 더 이상 CMS를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CMS가 아니면 금융기관이 아닌 토스 팀 입장에서는 송금인 계좌에서 돈을 빼낼 방법이 없습니다. 유일한 방법은 은행들이 자신들의 전산망에 전자적 접근을 허용해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은행 입장에서는 그렇게 해줄 이유가 도저히 없었습니다. 은행 전산망이 얼마나 보안이 중요하고 안정성이 생명인 시스템인데 이런 작은 스타트업에게 접근을 허용해주겠습니까. 심지어 회사 대표는 관련 분야의 전문가도 아닌 치과의사 출신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어떤 이유에서건 한 은행이 토스에 접근을 허용해 주었고 시간이 지나자 또 다른 은행, 또 다른 은행이 접근을 허용해주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시점이 되자 “토스와의 제휴가 당시 은행들의 화두였던 디지털라이제이션을 실천하는 사례로 알려지면서 속도가 났”¹습니다(세상에나!). 그렇게 3년이 지나자 토스는 대한민국의 모든 은행 전산망에 전자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었고 시스템적으로 송금을 처리할 수 있게 됩니다.
토스 팀은 ‘어차피 안될거야’라는 마음으로 문제를 바라봄으로써 지속 가능한 해결법을 찾아야 한다는 사고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어차피 잠깐 운영하다 종료한다고 생각하면 훨씬 더 자유롭게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재정적 리스크(송금 수수료를 토스 팀이 전부 부담하는 점, 토스 팀이 먼저 돈을 보내고 송금인한테는 돌려받지 못할 위험 등)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일단 CMS로 서비스를 돌릴 수 있으면 CMS가 막혔을 때의 대책 같은 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차피 잠깐 운영하다 종료할 건데 CMS로 시도해봤을때 시장 반응이 없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게 사고의 제약 없이 문제를 바라보자 혁신적인 사용 경험으로 송금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었고 토스 팀은 과감히,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방법으로 나아갔던 것입니다.
제 생각에 이런 접근법은 PMF를 찾는데 꽤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우버도 이런 식으로 문제에 접근했습니다. 저는 우버 사업의 본질을 “택시 면허 없이 전세계에서 택시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버가 처음에 시도한 모든 혁신들은 사실 택시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제공할 수 있던 것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우버가 그렇게 사업을 구상했다면 우버의 기업 가치는 지금의 만분의 일도 되지 않았을 겁니다. 우버가 그렇게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전세계의 택시 면허 제도를 정면으로 무시하고 글로벌하게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비전을 투자자들이 사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따져보면 이런 가정은 너무나 터무니 없습니다. 마치 의사 면허 없이 일반인들이 의료 행위를 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것만큼이나 터무니 없게 들립니다. 물론 택시 면허가 다른 자격, 면허들 중에서 가장 타당성이 떨어지는 면허라고 볼 여지는 있지만, 보통 새로운 서비스가 출시될 때 소득이 줄어드는 집단만 있어도 서비스 운영이 어려워지는데, 우버는 소득이 아니라 전세계 택시 면허 소지자들의 상당한 재산에 해당하는 택시 면허 자체를 무효화하려는 일을 시도했던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택시 면허는 1억원 가까운 금액에 거래되는, 개인에게 있어서는 엄청난 액수의 자산인데 만약 한국에서 우버가 허용됐다면 그런 택시 면허는 휴지 조각이 됐을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우버의 승차 공유 서비스는 많은 국가에서 금지되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스타트업의 문제 접근법에는 근본적인 리스크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우리 제품을 쓰지 않을 리스크가 아니라, 사용자가 우리 제품을 썼을 때 그것도 많이 썼을 때 우리 서비스를 계속 운영하는 것에 대한 법적, 제도적, 재정적 리스크가 근본적으로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리스크는 온전히 사용자 경험을 혁신한 대가로 생긴 것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토스나 우버 같은 회사의 특징은 그 당시에 그 회사들이 잘 되고 있다는 걸 알았어도 서비스를 따라할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여러분과 제가 타임 머신을 타고 시간을 되돌려 토스가 출시된지 얼마 안된 시점으로 돌아갔다고 해봅시다. 우리는 핀테크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옆에 토스라는 새로운 서비스가 나왔고 8주 리텐션이 30%나 나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합시다. 그 서비스가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조사해봤더니 CMS로 뒷처리를 하면서 운영하고 있는걸 알게 되었다고 합시다. 여러분이라면 그런 방식으로 운영되는 송금서비스를 따라 만들 수 있었겠습니까. 저는 못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가 한 가지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하는 것은, 이런 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은 실제로 대부분 다 죽는다는 사실입니다. 너무도 자명한 일입니다. 토스의 경우는 기가 막힌 우연으로 이런 식으로 접근한 첫 번째 시도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았고 지금까지 역사적인 성공을 만들어가고 있지만, 토스의 사례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실제로는 다 죽는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각오해야 합니다. 대신 빨리 죽고 빨리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면 되는 것입니다.
1. 나홀로소송과 생즉사, 사즉생
현재 한국에서는 매년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변호사 없이 직접 소송을 하고 있습니다.² 이렇게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하는 소송을 “나홀로소송”이라고 합니다.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혼자서도 소송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시는 분들도 있는데 변호사 없이 혼자서도 소송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나홀로소송은 제도적으로 그것이 가능은 하다는 뜻이지 그 과정이 쉽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나홀로소송의 여러 문제와 해결책들은 다음 글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만 변호사의 도움 없이 혼자서 소송을 하는건 많은 경우 “머릿 속이 새하얘지고 멘탈은 와르르 다 무너지고 (중략) 너무 억울하고 그냥 눈물만 나”는 일입니다(중략은 인용자가 가한 것임).
저는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새롭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찾던중 나홀로소송 문제를 알게 되었습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소송은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겠지만 친구한테 돈을 빌려줬는데 갚지 않는 것 같은 단순한 사건들은 인공지능 기술로 얼마든지 소장을 작성해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소송을 시작하기 위해 법원에 제출하는 서류를 소장이라고 하고 소송은 법원에 소장을 제출함으로써 시작됩니다).
그런데 나홀로소송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는 단순히 사용자 경험만 고려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관련 법령을 잘 이해하고 그 법령들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서비스를 설계해야 합니다. 나홀로소송은 크게 두 가지 단계로 나누어지는데 법원에 제출할 소장을 작성하는 단계와 그렇게 작성한 소장을 실제로 법원에 제출하는 단계가 그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우선 법무사법은 법무사 아닌 자가 법원에 제출하는 서류의 작성을 업으로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법무사법 제74조). 그래서 인공지능 법률 서비스를 만들어서 나홀로소송의 소장 작성을 도와주는 일은 법무사나 변호사가 아니면 할 수 없습니다. 그럼 법무사님이나 변호사님과 공동 창업을 해서 서비스를 운영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소장을 작성하는 부분의 규제는 어떻게든 해결해볼 수 있지만³ 소장을 제출하는 부분은 여전히 문제가 남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소송은 전자소송 사이트를 이용해서 진행됩니다. 나홀로소송도 마찬가지인데 문제는 이 사이트가 정말 불편하다는 점입니다. 이 역시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글에서 다루겠습니다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홀로소송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직접 전자소송 사이트를 이용하게 해서는 안됩니다. 사용자는 이 사이트를 이용하지 않고도 소송을 시작하고 수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사용자가 전자소송 사이트를 거치지 않고 소송을 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은 변호사가 소송을 대리하는 것입니다. 변호사가 소송을 대리하면 원래는 본인이 해야할 작업들도 변호사가 적법하게 대신 처리해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소송 대리는 법무법인이나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변호사님만 할 수 있습니다. 회사에 소속돼서 근무하는 사내 변호사님들도 계시지만 그 분들은 본인이 근무하는 회사의 사건들만 대리할 수 있고 불특정 다수로부터 사건을 수임할 수는 없습니다.⁴ 그리고 법무법인이나 법률사무소는 변호사님들만 공동으로 설립할 수 있습니다. 보통 스타트업을 할 때는 주식회사를 설립해서 공동 창업자들이 그 회사의 지분을 나눠갖는데 법무법인이나 법률사무소는 애초에 변호사가 아닌 사람은 설립에 참여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완전한 교착 상태입니다. 나홀로소송 문제를 해결하려면 소송을 대리해야 되는데 그건 변호사님들만 할 수 있습니다(저는 변호사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소장 작성까지만 도와주고 제출의 문제는 남겨둬서는 나홀로소송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잘 봐줘야 절반 정도 해결된, 그래서 해결이 되다 만채로 남게 됩니다. 물론 그 만큼이라도 해결하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지만 그것이 스타트업이 도전할 성격의 문제인가에 대해서는 선뜻 긍정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좌절했습니다. 나홀로소송은 내가 도전하기는 어려운 문제인 건가, 나는 다른 문제에 도전해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가 머릿 속을 떠나질 않았습니다. 나홀로소송은 지난 10년간 그 모습이 별로 달라지지 않았는데, 그럼 앞으로 10년, 20년 뒤에도 지금 같은(그냥 눈물만 나는) 모습으로 두는게 맞는 건가, 누군가는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누구보다도 이 문제를 잘 해결할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열심히 고민을 하고 방법을 찾아봐도 길이 보이질 않았고 그래서 절망스러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이승건 대표님이 말했던 생즉사, 사즉생이 떠올랐습니다. ‘아, 지금 내가 살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구나. 죽는게 싫어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는데 그래서 살 길이 안 보이고 있는 거구나.’
법률사무소에 제가 주인 자격으로 참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법률사무소에 직원으로 근무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물론 저는 주인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사무소의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받지도 못하고 중요한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열심히 코딩을 해서 성공적인 서비스를 만든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법률사무소의 성공이지 제 것이 아닙니다. 저는 법률사무소에 고용된 피용인으로서 급여를 받을 수 있을 뿐입니다. 지금 시점에서의 현금 보상은 제가 원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마저도 급여를 많이 받을 수도 없습니다. 법률사무소는 외부 투자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마찬가지 이유로 변호사가 아닌 투자자는 법률 사무소를 설립하는데 참여할 수 없습니다) 순전히 법률 사무소를 설립한 변호사님들의 개인 자금으로부터만 자본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당장 돈이 벌리지도 않을 나홀로소송 서비스를 개발하는 일에 큰 돈을 쓸 수는 없습니다. 물론 저는 제 기여를 정당히 인정받을 수 없는 구조에서 영원히 일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구조로라도 먼저 서비스를 출시해서 시장의 반응을 살핀 다음 만약 이 방법이 충분히 혁신적인 방법이라고 판단이 들면(즉, PMF를 찾게 되면) 그 다음 일은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보면 됩니다. 현재로서 생각해볼 수 있는 방법은 변호사와 비변호사의 동업을 금지하고 있는 변호사법을 고쳐서 계속 사업을 해나가는 거입니다. 물론 법을 고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절대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 문제는 지금 너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절대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것을 확인했으면 일단 지속가능하지 않은 이 방법을 통해 사용자 경험을 극한까지 끌어올려서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하면 됩니다.
제가 현재의 법제도 하에서 지속 가능하면서도 제가 원하는 수준까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때는 얼마나 마음이 힘들었는지 모릅니다. 이 길로 가도 막혀 있고 저 길로 가도 막혀 있어서 꼼짝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랬던것이 죽겠다고 마음 먹으니까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 까짓거 젊었을 때 한 1년 정도 돈 못 벌면서 일하면 좀 어떻냐. 돈도 못 벌고 내 작업물을 내가 소유하지 못해도 좀 어떻냐. 또 최악의 경우 돈도 못 벌었는데 내 작업물을 다른 사람이 갖게 된다고 해도 어떻냐. 그 사이 내 노력으로 도움 받은 사람들이 있으면 그걸로 됐다. 나는 새로운 문제를 찾아 또 도전하면 된다.’
이렇게 생각의 관점을 바꾸자 안 보이던 길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가슴이 뛰고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습니다.
2. 돈 아껴주기, 돈 벌 수 있게 해주기, 가장 재능 있는 사람이 가장 크게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은 한 강연에서 자신들은 소상공인들이 성공하도록 돕는데 집중했다고 말하였습니다(So, we focused on helping small businesses. We focused on helping them to make money, to sell things abroad). 우리가 앞서 살펴본 사례들을 봐도 사람들의 돈을 아껴주거나(토스가 송금 수수료를 아껴준 것), 돈을 벌 수 있게 해주는 것이(우버가 일반인도 택시 일을 할 수 있게 해준 것) 얼마나 큰 가치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경제학에서는 자본과 노동을 투입해서 생산을 한다고 말하는데, 개인이 가진 자본 중 가장 큰 자본인 집과 차를 이용해서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게 해주는 회사가 에어비엔비와(집에 노동을 더해서 부가가치 창출) 우버(차에 노동을 더해서 부가가치 창출)이고, 이 회사들은 현재 100조(에어비엔비, 약 730억불), 200조하는(우버, 약 1500억불) 회사가 되었습니다. 우버, 에어비엔비 말고도 쇼피파이는 누구나 온라인으로 가게를 열어서 장사를 할 수 있게 해주고, 유튜브는 재능 있는 창작자들이 전세계 시청자를 상대로 자신의 재능을 뽐낼 수 있게 해줍니다.
그래서 나홀로소송의 문제를 해결할 때도, 더 나아가서 법률 서비스 시장의 문제들을 해결해갈 때도 가능하면 이 세 가지, 돈 아껴주기와 돈 벌게 해주기, 가장 재능 있는 사람이 가장 크게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향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해가야 합니다.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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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화, 『유난한 도전』, 북스톤(2022), 68p
예를 들어 2022년 기준 민사본안 사건만 했을 때 120만명 넘는 사람들이 변호사 없이 직접 소송을 수행하였습니다.
원고가 변호사 선임 없이 소송을 시작한 건수: 전체 건수 - 쌍방 모두 선임 - 원고만 선임
소액: 515031 - 69761 - 12009 = 433261
단독: 215273 - 45781 - 59832 = 109660
합의: 37594 - 10501 - 20969 = 6124
합계: 549045
변호사 선임 없이 소송 진행하는 피고 수: 전체 건수 - 쌍방 모두 선임 - 피고만 선임
소액: 515031 - 14441 - 12009 = 488581
단독: 215273 - 45781 - 9665 = 159827
합의: 37594 - 10501 - 1667 = 25426
합계: 673834
원고, 피고가 각각 1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549045 + 673834 = 122만 2879명
사실 이것도 법적 리스크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한 법무법인이 인공지능 법률 상담 서비스를 운영한 것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는 고발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법률 상담이 아니라 소장 작성을 도와주는 문제에 있어서는, 소장을 인공지능이 다 완성해서 제공해주는 것이 아니라 (이미 ChatGPT 같이 다른 서비스를 통해서도 쓸 수 있는) 인공지능 도구들을 사용자들이 소장 작성에 이용하기 편리하게 제공해주는 방식으로, 그래서 도구를 쓸지 여부, 제공되는 도구들 중에 어떤 도구를 쓸지 여부 등을 사용자 본인이 직접 선택해서 도구들을 사용하고 그렇게 해서 소장을 본인이 직접 완성하도록 서비스를 설계함으로써 법적 리스크를 많이 낮출 수 있습니다.
“만약 기업이 변호사를 고용하여 그 조직의 고유한 법률사무의 처리가 아닌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사건을 수임하여 처리토록 하는 것은 법률사무소를 개설ㆍ운영하는 것에 해당된다.”, 정형근, 『변호사법 주석』, 정독(2022), 427p. 그리고 “변호사가 아닌 자는 변호사를 고용하여 법률사무소를 개설ㆍ운영하여서는 아니 된다.”(변호사법 제34조 제4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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