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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선 Jason
양재선 Jason ·

삶이 준 레몬으로 레몬 에이드를 만들고 있는 지 모르고 있었다.

인생을 살면서 어려움이 마냥 어려움 그 자체인 줄로만 알고 지냈던 제가 사실은 삶이 준 레몬으로 레몬 에이드를 만들고 있었음을 깨달은 스토리를 공유하려 합니다.

어려움은 제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알려주고 삶에 대해 어떤 태도를 견지해야 하는지 알려주네요.
하지만 과정은 고통스럽습니다. 그럼에도 길을 잃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저라는 제품을 만들어 가는 과정의 이야기니 이것도 메이커 로그라고 해도 되겠죠?)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지다.

22년 대학 졸업과 동시에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지셨습니다. 군대에서 얻은 허리 디스크를 안고 대학에서 학업을 지속하며 지칠 대로 지쳐버린 저에게 이 사건은 정말 다시는 상상하기도 싫은 사건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상황 설명이 필요할 듯 해서 살포시 기억에서 꺼내봅니다. 코로나 시기 응급실은 아수라장이었습니다. 결국 골든 타임을 넘긴 뒤에 수술을 받으셨고 어머니는 언어와 움직임을 다 잃으셨습니다. 전 희망을 잃었습니다. 

전략 기획팀에 입사하다.

수술비, 간병비, 입원비. 한 사람의 연봉이 될 수도 있는 금액이 한달 안에 빠져나갔습니다. 병원비를 빠르게 벌고자 커머스 회사의 전략 기획팀에 입사했습니다. 인턴 시절 300억 규모의 IR 자료를 만든 경험이 입사까지 이어졌습니다. M&A 이후의 투자 유치 프로젝트로 인해 다시 IR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현 사업과 신 사업의 시장 규모를 죽도록 찍어냈습니다. 컨설팅 자료부터 재무 실사 자료까지 눈이 빠져라 봤네요. 참 재밌었습니다. '세상은 이렇게 돌아가구나' 깨달을 수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월간/주간 레포트 작성하면서 타 부서와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높인 것도 포함해서요. 한 어른으로서 성장하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 어딘가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고객과 밀접하게 일할 것 같던 전략 기획 일이 저를 고객과 멀어지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고객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고 회사를 위해 일하고 시장 덩어리를 분석하고 있었다는 걸 나중에서야 깨달았습니다. 그때는 단순히 이 분야 시장 규모가 크니 이곳의 사업을 해보자 등의 마인드가 강했습니다. 

수학 강사로 활동하다.

간병인 고용 불안과 더불어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더 많은 현금을 만들어 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었습니다. 만족스럽던 월급이 한 없이 작아 보였습니다. 간병인 문제와 해결하고 현금 흐름 문제도 해결하기 위해서 과감히 퇴사를 결정했습니다. 시장의 문제 보다는 가족의 문제가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이어오던 프리랜서 수학 강사로 본격적인 활동을 하며 여유 시간에 간병 일을 돕고자 준비했습니다. 조금 암담하기도 했습니다. '내 커리어는 이제 단절이다' 라는 생각이 컸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일에 대한 만족도가 점차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서비스 결제 고객(학부모)과 서비스 이용 고객(학생)이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사교육 시장에서 별의 별 일이 많았음에도 고객을 위해 만든 여러 저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의 불편함 점들을 해소해나가며 '살아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전에 전략 기획 직무를 하며 느낀 괴리감이 해결되었습니다. 고객의 목소리를 담아 교육 서비스를 개선하고 이를 통해 고객 리텐션을 높이면서 이전(대학 시절, 회사 생활)과 다른 재미를 느꼈습니다.  

미슐랭 레스토랑 매니저로 일하다.

강사 활동과 간병인 고용 불안이 안정화 되며 서울로 올라와 현금 파이프라인을 하나 더 만들었습니다. 이전부터 참 비즈니스 모델이 궁금했던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주말(토,일) 일을 시작했습니다. 아침 11시부터 늦을 때는 밤 10시까지 일을 했습니다. 주 7일 일을 했네요 지금 생각해보니. 다이닝 레스토랑은 가격에 음식 값, 분위기, 서비스 등 다양한 요소가 포함되었습니다. 음식에 서비스를 더해 부가 가치를 창출해 내는 것이죠. 그만큼 음식 뿐만 아니라 서비스도 중요했습니다. 와인잔, 물잔, 동선, 조명, 공기질 등 모든 것이 계산되었습니다. 20만원이 적은 돈은 아니니까요. 고객에게 건내는 말 한 마디도 모두 의도가 담겨있습니다. 부드럽지만 정확한 표현. 이렇게 설명하는 게 맞겠네요. 식자재가 어떻게 유통되었고, 어떻게 조리되었고, 어떤 맛의 조화를 의도했는지 잘난 척 하지 않으면서 정확하게 표현하기란 참 어려웠습니다. 근데 참 재밌었습니다. 고객의 표정을 바로 눈앞에서 본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저의 말로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예상치 못하게 발생하는 일들을 대처하며(음식 맛이 이상하다, 물이 비릿하다, 만석인데 받아달라) 상황 대처 능력 또한 높아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저의 서비스에 감명(?)받으시고 5만원, 10만원 제 자켓 주머니에 꽂아 주시면서 '다음에 또 부탁한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스타트업 초기 멤버로 합류하다.

고객을 위해 산다. 참 멋있는 말입니다. 나라는 존재는 참 작은 존재인데도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 함축된 것 같습니다. 앞선 두 경험으로 전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객 문제도 해결해주고 이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 받으면 상부상조가 아닌가? 이게 사람 사는 거지' 라는 안일한 생각 한 스푼 더해 극초기 스타트업의 멤버로 합류했습니다. 직책은 COO지만 대부분의 일을 다 했습니다. 이런 저런 시장을 찾아보고 제품 기획부터 정부지원사업 지원, 외주 영업(매니징), 회사 청소 등등 정말 다 했습니다. 청소도 나름의 재미가 있었네요. 하지만 문제는 점점 외주 영업이 힘들어졌고(23년도 스타트업 혹한기) 현금은 말라갔습니다. 개발자를 고용할 돈이 없었습니다. 뭔가 만들고 싶은데 머리만 있어서 몸부림 치는 느낌이었습니다. 결국 회사는 사라졌습니다. 이 때는 말로 표현 못할 감정들이 머릿속에 돌아다녔습니다. '능력이 없는데 회사를 운영하려 하다니. 어리석다' 등의 생각이요.    

개발과 기획이 뭔지 알아보고자 풀스택 부트캠프에 들어가다.

기획만 하고 개발하지 못하니 참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래서 기획한 걸 직접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그리고 같이 만들 사람을 찾자는 생각에 23년 가을 풀스택 부트캠프에 들어갔습니다. 와 재밌었습니다. 내가 매일 사용하는 웹과 앱이 이런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지구나를 느꼈습니다. 개발자와 디자이너 그리고 기획자에 대한 존경심이 한껏 생겼습니다. 이들이 진정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들이구나 싶었습니다. zoom 자동 출석 체크 기능도 만들어보고 부트캠프 수료생들을 위한 취업 사이트(평판 작성/조회 기능 포함) 등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정말 뿌듯했고 기뻤습니다. 내가 생각했던 기능과 모양을 구현하다니. 그런데 아무도 안 썼습니다. 정말 저희 팀원과 제 친구 몇 명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클라이언트의 서버 요청 횟수가 적어 최적화를 할 것도 없어 허탈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아, 고객한테 물어봤어야 했습니다. 혼자 가상의 고객을 만들어 고객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만든 레몬에이드는 달달한가?

22년부터 지금까지 경험을 돌아보면서 삶은 참 재밌는 장난을 잘 친다고 생각했습니다. 맛있지도 않은 레몬을 얼굴에 직격탄으로 던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전 한번도 피한 적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제 얼굴에 맞은 레몬을 주워 쭈욱 짠 다음에 갈증을 해소할 레몬에이드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저 멀리서 시장만 분석하고 있던 제가 고객에게 다가가고 그 재미를 알아버렸으니 약간의 갈증은 해소가 되더라구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많이 변했습니다. '힘들어도 사람을 위해 살자' 라는 생각이 머리 깊숙이 박혔습니다. 근데 웬걸 달달하지가 않습니다. 아직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지금은 저랑 레몬에이드를 같이 만들고 심지어 이를 달게 만들 회사를 찾고 있습니다. 정말 고객에 진심이고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그런 회사를 말이죠. 

네 맞습니다. 이 글은 제 회고 글이기도 하면서 구직 글입니다. 여기까지 읽으시는 분들은 많이 없을테니 제가 열심히 두드려야겠죠.

아니 뭘 잘하는 지도, 어떤 지식과 스킬을 가진 지도 모르는 구직 글이 어딨냐 물으실 수 있겠습니다만 그건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댓글 남겨주셔도 좋고 제 메일로 연락 주셔도 좋습니다.

오늘은 밤이 길 것 같습니다. 존경하는 메이커 여러분 항상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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