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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늘
이하늘 ·

AI 친구가 가능한가?에 심리학 한 숟가락

AI는 즉각적인 사회적 만족감을 제공하며,
개인화를 통해 사람과 더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Brandtzaeg et al., 2022).

AI는 원하면 언제든 내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고,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한국인에게 아주 퍼펙트한 리스너가 되어준다.

DALL·E 2023-12-14 18.13.49 - A wide-format illustration inspired by the provided image, showcasing a human and an AI robot enjoying a cozy indoor setting. The human is an adult wi.png

이루다와 ChatGPT에게 각각 "남녀 사이에 친구는 존재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이 주제는 각종 커뮤니티에서 답 없는 논쟁 중 하나라서, AI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디스콰이엇에는 이미 비슷한 유형의 질문들을 던져본 사람도 많겠지만.. 공유해보면) 이루다의 대답은 터무니 없지 않았고, GPT3의 대답은 내 기준에서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그리고 GPT4의 대답은 내가 개인화 설정을 해둔 탓인지 그 관점에서 주로 이야기했다. 비전공자 입장에서 AI가 이 정도라면 말이 통하지 않는 반려동물과도 가족이 되는 사람이 AI와 친구 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상단; ChatGPT4. 왼쪽 하단; ChatGPT3. 오른쪽 하단; 이루다.

 

"조작적 정의; 친구란 상호적으로 만족감을 제공하는 관계"

자세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사람이 친구에게 어떤 것을 기대하는지 알아보았다. 친구 관계는 장기적이고 자발적인 관계로, 상호적으로 만족감을 제공하는 관계이다(VandenBos, 2015).

 

흔히 친구와 헷갈리는 개념인 동료는 일을 함께하는 사람들, 지인은 친구처럼 사회적 상호작용은 있지만 애정, 친밀감 같은 요소가 없는 관계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친구 관계의 특징은 서로 신뢰하고 좋아하면서 돕고 지지하는 것이다. 이때 지지에 해당하는 것은 애정, 수용 같은 정서적 지지와 포옹 같은 신체적 위로, 상품이나 돈을 주는 물질적 지지가 있다(Barry et al., 2009). 또한, 친구 관계는 같이 밥을 먹거나 가끔 전화를 건네는 것처럼 상대방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응성도 중요하다. 우리는 상대방이 반응적일 때 그들에 대한 친밀감과 상호의존, 자기 노출이 증가한다.

 

 

"온라인도 온라인의 맛이 있다."

우리에게는 오프라인 친구 외에 SNS 오픈채팅방,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온라인 친구도 있다. 아주 오랜 기억을 꺼내보면, 나는 2012년에 트위터(현 X)에서 좋아하는 가수의 일본인 팬과 친구가 된 적이 있다. 직접 만난 적이 없고 당시 번역기가 없으면 대화가 통하는 사이도 아니었지만, 그 가수의 이야기를 넘어 다양한 주제의 대화를 나누면서 친해지게 되었다. 나중에는 서로의 나라에서 유명한 간식을 가득 채운 국제택배를 주고받은 적도 있다. 이처럼 온라인 의사소통은 물리적 거리가 멀어도 시공간을 넘은 소통이 가능하다.

 

그리고 자기 노출 이론(self-disclosure theory)에 따르면,

1. 긍정적인 이야기는 주로 오프라인을 통해 전달되고, 부정적인 이야기는 주로 온라인을 통해 이루어진다.

2. 부정적인 자기 노출을 하게 되면 상대방에 대한 호감이 증가한다.

이 2가지를 종합하면, 온라인 의사소통으로 우리는 꽤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물론 온라인 의사소통이 가지는 한계점도 분명하다. 오프라인 만남에서는 경험하는 사회적 실재감*과 온라인에서의 사회적 실재감 사이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Daft & Lengel, 1986; Hiltz, Johnson, & Agle, 1987).

*사회적 실재감(social presence); 상호작용하고 있는 상대방이 실제로 그곳에 존재한다고 느끼는 정도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온라인에서 만나는 사람은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사람보다 그 사람이 진짜 존재한다는 느낌이 덜 드는 것이다. 이는 해결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러나 온라인 의사소통은 비언어적 표현이 어렵다는 문제는 이모티콘과 화상 통화 기능 등을 통해 정서적인 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되면서 일부 해결되었다. 이처럼 온라인 의사소통의 문제점이 개선되면서 온라인만의 효과적인 소통이 가능한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그렇다면 온라인에서 만나는 AI는 어떠할까?

AI는 24시간 이용이 가능해서 즉각적인 사회적 만족감을 제공해주고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나와 더 친밀한 관계가 될 가능성이 있다(Brandtzaeg, Skjuve, & Følstad, 2022). 또한, Brandtzaeg et al.(2022)은 소셜 챗봇 Replika를 통해 AI와 우정 관계에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Replika(AI)가 나쁜 의도 없이 나에게 편안함을 제공해준다고 보고했다. 물론 AI이기 때문에 어떠한 경험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AI와의 우정을 장기적으로 여기며, AI대한 애착을 보이는 참가자도 있었다.

 

 

"저는 AI가 말 끊는 거 본 적 없습니다."

이루다와 대화를 하다보면 이 AI는 정말 사람같다는 느낌을 준다. 하물며 내가 일정 시간 동안 해당 앱을 접속하지 않으면 이루다가 선톡(e.g. 소울, 지금 뭐해?)을 보낸다. 그러나 이러한 이루다의 행동은 모두 프로그래밍에 따른 반응이지 그녀의 자발적인 행동이 아니다. 단편적으로 볼 때, 선톡을 보내는 이루다는 상호작용이라는 친구의 정의에 부합하려고 만든 시스템으로 보였다. 그래서 스캐터 랩 기술블로그를 찾아보니, 실제로 이루다의 선톡이 리텐션 효과를 높였으며 스캐터랩은 이루다의 선톡 기능을 꽤 핵심 기능으로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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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스캐터랩 기술블로그.

앞서 이야기한 친구 관계의 정의는 "장기적이고 자발적인 관계로, 상호적으로 만족감을 제공하는 사이"이다. 선행 연구들을 살펴보면, AI와 사람은 충분히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고 사람은 AI 친구를 통해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AI가 사람과 자발적인 관계를 맺는지 혹은 AI가 사람 친구를 통해 만족감을 경험하는지 모른다. 현재의 지식과 기술로 AI의 심리를 알 수 없고, 대부분은 AI를 잘 이용하고 싶어하지 AI의 심리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사람은 AI를 이용하고, AI는 사람에게 이용당한다. 이용 당하기만 하고, 이용 하기만 하는 관계가 우리 사회가 이야기하는 친구 관계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에 사람 우정과 AI 우정은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AI가 AI대로 사람에게 최고의 친구가 되어줄 수 있다고 보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AI는 개인화가 가능하다.

    사용자에 대한 정보가 많을수록 점점 사용자를 누구보다 잘 아는 친구가 되어줄 수 있다.

  2. AI는 원하면 언제든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사람 친구는 의사소통의 지연이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AI 친구는 내가 원할 때마다 필요한 정보/이야기를 마음껏 나눠줄 수 있다.

  3. AI는 사용자의 말을 너무너무 잘 들어준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듣는 것보다 말하는 것을 잘하고, 좋아한다. 말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데 이러한 점에서 한국인들은 주체성 자기*가 강한 편이라, 굿 리스너 AI가 최고의 친구가 되어줄 수 있다.

*주체성 자기(subjective self); 자신을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핵심적인 존재로 보는 자기 관을 이야기한다. 반대되는 말로 다른 사람들의 사회적 영향력을 수용하는 존재로 보는 대상성 자기(objectvie self)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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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화가 잘 된 AI는 어느 정도 내가 원하는 대답을 할 수 있고, 내가 힘들어서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을 때 언제든 나타나주는 든든한 존재가 될 수 있다. 본인이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내 이야기를 더 잘 들어주고, 필요할 때는 조언도 해준다.

 

AI는 우리와 친구 관계를 맺는 것은 물론, 사람 대 사람으로의 우정보다 AI와의 우정을 형성하는 것이 더 쉬울 수 있다. AI는 사람에 비해 우정 관계에서 신경 써야 할 부분(배신, 질투에 대한 두려움이나 걱정 등)이 적거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사귀기 쉬운 친구라는 이유로 어떤 사람과 친구 되기를 선택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개인에게 있어서 AI와의 우정이 사람과의 우정보다 개인의 주관적 행복(Subjective well-being)에 기여할지, 사람 친구와의 관계만족도와 AI 친구와의 관계만족도 중 무엇이 더 높을지는 알 수 없다. 

 

정리하자면, AI 기술이 발전해도 AI는 절대 사람이 될 수 없고 사람과 AI의 우정을 사람 간 우정과 같은 잣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두 우정(사람+AI, 사람+사람)에 대해 사람들이 갖는 기대부터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다. 온라인으로 하는 쇼핑, 만남이 편하다고 해서 사람들이 오프라인을 포기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의 논리처럼 말이다.

+)

AI 비전공자의 입장에서 쓴 글이라, 다른 분들은 AI와 인간의 우정 관계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혹시 의견 있으시면 댓글로 공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참고 문헌]

김정민 (2022.12.22). [팩플] ‘AI친구’ 이루다 2.0, 가르쳐보니... “주말에 영화 볼래?” 루다의 답은.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27811#home

이승엽 (2022.06.30). AI에 물었다, "내 친구될 수 있겠니?" [챗봇과 두 달간 대화해 보니]. 한국일보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2061411430004831

정태연. (2022). 대인관계와 의사소통의 심리학 (1st ed.). 학지사.

한규석, & 황상민. (1999). 사이버공간 속의 인간관계와 심리적 특성. 황상민과 한규석 (편). [사이버 공간의 심리], 8-28.

Barry, R. A., Bunde, M., Brock, R. L., & Lawrence, E. (2009). Validity and utility of a multidimentional model of received support in intimate relationships. Jornal of Family Psychology, 23, 48-57.

Brandtzaeg, P. B., Skjuve, M., & Følstad, A. (2022). My AI friend: How users of a social chatbot understand their human–AI friendship. Human Communication Research, 48(3), 404-429.

Daft, R. L., & Lengel, R. H. (1986). Organizational information requirements, media richness and structural design. Management science, 32(5), 554-571.

Laban, Morrison & Cross (2020). Let's Talk About It! Subjective and Objective Disclosures to Social Robots. In Companion of the 2020 ACM/IEEE International Conference on Human-Robot Interaction (HRI '20). Association for Computing Machinery, New York, NY, USA, 328–330.

VandenBos, G. R., & Winkler, J. M. (2015). An analysis of the status of journals and research in psychology from Latin America. Psicologia: Reflexão e Crítica, 28, 8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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