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합니다.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회사라는 압박감이 주는 권태감과 피로가 어떤지 창업 후 체감했다.
부가가치세 신고에서 소득없음을 알린지 3년이 넘었지만 (한푼도 못벌었다는 뜻이다), 게다가 법인도 아니고 개인 사업자라서 갖춰진 회사 느낌도 아니였지만 창업을 했고 일을 한다는 생각은 상당히 나답지 못하게 일하는 방법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던 것 같다.
왜 굳이 창업했는가?
창업한다는 것은 기존 조직들의 스타일로는 일 하기 싫다는 의중이 99퍼센트 반영된 것이였다. 회사를 만들어야지 라고 결심한 순간에 회사가 해결하고 싶은 거대한 문제같은 건 없었다.
관료적인것을 진절머리나게 싫어했고, 일이든 공부든 스트레스 받으면서 하는 걸 싫어했다. 그러면서 그림 그리는 건 좋아서 아이패드를 잡고 23시간동안 한번도 안쉬고 테마파크의 다크라이드 컨셉 드로잉을 완성했었다. 좋아하면 미친듯이 하고 결과도 미친듯이 멋지다.(주관적이다.) 아주 인상적이였다.
직접 그린 어트랙션과 테마파크
창업한 뒤로 2년째 완성못하고 묵혀두는 중
갑자기 산이 만들고 싶어서 지점토를 사와서 산을 만들고 페인트를 칠해 스키장을 만들었다. 가끔 생각해본다. 죽이되든 스키장이 되든 뭐라도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는 동력원, 참 멋지지 않은가?
오래 일할려면 즐겁게 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스타트업을 시작하고 자꾸 다른 회사들을 찾아보니 회사처럼 되어가고 있었다.
열정과 즐거움이 사라진것을 떠나 나 스스로도 어떤 팀을 만들고 싶었다에 대한게 많이 변해있었던 것 같다.
이전과 다르게 한번 쭉 훑어봤으니 초심으로 돌아갈 때가 된것 같다.
회사같지 않은 팀을 만들고 싶다. 야구팀같았으면 좋겠다. 귀감이 될만한 조직 문화를 만들 생각은 없다. 그냥 우리팀만 이랬으면 좋겠다. 이기적이고 빛나는 팀이 되고 싶다. 즐거운 에너지를 주고받고 집에 돌아갈 수 있는 팀이기를 바란다.
그래서 내 가설은 이러하다.
사업자등록된 회사 없이도 공동의 이익(즐거움과 성과)를 위해 연대하여 작동하는 조직은 동작한다.
이걸 시험하기 위해, 내가 팀을 만들려고 하고 리더를 하고자 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게 뭔지 확실하게 각인하기 위해 폐업한다.
물론 언젠가 더 큰 게임에 참가하기 위해선 사업자를 다시 낼 날이 올것이다.
한푼도 못번 개인사업자의 3년은 너무나도 알차고 행복했다.
스스로 모멘텀을 만들고 한단계 더 도약하려고 한다.
그동안 일명 ‘토스뽕’ 같은게 차 있었던것 같다. 토스 팀원이 아닌데도 그렇게 빡시게 일하는 것을 동경하고 꿈꿔왔던것 같다. 본질적인 요소는 빡세게 많이 보다는 시간낭비 없이 주도적으로 전진하는 부분인 것 같다. 조금 더 멋진 조직을 만들어 보고 싶다.
”이 일을 계속 하고싶게 만들고 후회되는 시간 없이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기 위해서.“
(그러나 3월에 입대하기 때문에 체감상 나혼자 시한부 같은 삶을 살고 있는게 현실이다. 마음과 다르게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제한적이다)
여담
(위의 내용을 쓰고 며칠 있다가 쓴 글이라 분위기가 확 다릅니다...)
[놀로]라고 해서 위치기반 SNS로 터치 한번이면 내 조건에 맞게 놀러갈 장소를 찾아주는 앱을 기획한게 창업의 시작이였다. 수없이 다듬었지만 능력이 안돼 MVP제작까지 가지 못하고 피벗한 프로젝트였는데 내가 상상하던 (정확히는 내가 디자인했던) 놀로와 똑같이 기능하는 서비스가 나온걸 봤다. 사용도 해봤다. SOD라고 유튜브에서 60만정도의 구독자를 보유하신 분이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투자유치 활동을 벌여서 만드신 것 같은데 [소우주]라는 이 서비스는 이 분이 예전부터 강조해오던 무지성 5점 리뷰나 광고성 리뷰를 지역 기반 커뮤니티의 실제 후기로 극복해보겠다는 목표를 가졌다고 한다.
앱을 써보고 놀랐던 것은 너무나도 많은 사람이 쓰고 있었단 것이다. 베타 서비스로 오픈한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XD로 디자인 했던 놀로 파일에 들어가봤다. 프로토타입과 디자인파일의 마지막 수정일이 21년 11월 말이였다. 비슷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난 그 긴 기간동안 아무것도 보여준게 없었는데 어떤 분은 이렇게 멋진 서비스를 만들고 공감하는 분들을 모아 테스트를 하고 있다는걸 보니 내가 창업을 하고 서비스를 만들어 나가는데 너무 소질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밤을 보내는게 너무나도 힘들었다. 또 이렇게 돌아가는 서비스에 수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걸 보니 의도가 같진 않아도 누군가 이러한 형태의 서비스를 가설검증 했다는 생각에 또 버린줄만 알았던 놀로의 미련에 가슴 한켠이 아파왔다.
일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능력도 부족하고 하나를 제대로 최정상급으로 이뤄낼 스킬을 가진 것도 아니다. 내 인생에서 늘 마음을 힘들게 했던건 공부든 일이든 취미든 같은 것을 이루기 위해 내가 써야되는 시간이 남들보다 월등히 많다는 것이다. 제한시간이 있다면 나는 영단어 외우기조차 주어진 시간 내에 해낼 수 없는 사람이였다. 그래서 이젠 내가 꿈꾸는 것들을 할 수 있는건지 모르겠다. 다들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승자라고 한다. 난 그동안 잘 버틸 자신이 있었는데 이젠 버티고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다. 그냥 서서 버티는 사람은 싫다. 이정도 성장 속도와 성과는 부족하다.
느슨한 연대와 강한 책임으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조직을 연구한 노션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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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사업자등록된 회사 없이도 공동의 이익(즐거움과 성과)를 위해 연대하여 작동하는 조직은 동작한다" 라는 이야기가 정말 공감됩니다. 저도 대기업에서 2년 4개월을 일하면서 다시는 이런 조직에서는 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 물론 대기업은 긍정적인 역할이 많긴하지만요..) 스타트업을 다니면서도 결국 목표는 대기업화 되는 것이고 변질되는 것이 느껴져서, 준서님 처럼 그런 조직을 만들어 나가는것이 꿈인 사람입니다! 디스콰이엇이 일종의 그런 조직인 것 같고, 저는 브랜딩된 개인들이 Headless project 들을 프로젝트 단위로 진행하는 그런조직을.. 아직은 상상만 해보고 있어요. "R 부동산은 이렇게 일합니다" 라는 책이 어느정도 제가 생각하는 모습을 실현한 책입니다. 저도 무작정 사업자부터내고 이제 만 1년동안 수입없이 있었는데 ㅎㅎ 공감이 많이 가는 글입니다! 저도 퍼플클립 이라는 프러덕트를 최근 런칭했는데, 비전이 비슷한 것같아서 언젠가 함께 일할 수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화이팅입니다!!
대기업에 다니셨다니 아직 고교 졸업장도 못받은 사회 새내기는 엄청 부럽네요...ㅎ 영진님처럼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꽤나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형태를 생각해낸 이유는 요즘따라 직장의 이동이 잦고 큰 조직에 속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흐름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을 만큼 작은 조직에서 오랬동안 다양한 일을 하고싶어 한다고 느껴서였어요. 스타트업의 특성을 제외하고 혁신을 위해 창업한다고 하면 저는 세상을 좋은 곳으로 '변화'시킨다는 목적만 남는다고 생각해요. 하나의 대기업만 조직문화를 바꾼다고 해서 모든기업의 조직문화가 바뀌는 건 아니잖아요. 저는 실질적 변화의 크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떤 방향으로 가고싶다는 하나의 큰 문장 (예 : 대중문화를 혁신한다) 만 있다면 그 문장에 동의하는 수많은 작은 조직들이 각자가 생각한 방식으로 그 문장을 구현하는 형태의, 기차로 치면 동력 분산형 구조의 조직을 생각하고 있어요. 또 연결이 유연해서 가끔은 그 중심문장 외의 일들도 할 수 있고요. 노션에 글과 그림으로 정리한게 있긴 한데 좋은 공유방법을 찾는다면 언젠가 디스콰이엇에 올려야겠네요^^ 저의 이야기에 공감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영진님이 찾는 즐거움과 성과도 이루시길 바랍니다!!
오 정말 진심으로 큰 고민을 하시는게 느껴집니다! 저도 언어만 다를 뿐 준서님의 생각과 거의 결이 같은것 같아요. 수익을 내는 것도 정말 중요하지만 그것을 만들어 내는 구성원들이 스스로 가치있다고 느끼는 일을 하는 그런 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준서님의 생각을 조금더 정리해서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그럼 따라서 정리해서 올려볼게요! 너무 이상적이어서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조금씩 관심있는 분들이랑 의견 나눠보면 비슷하게라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싶습니다 ㅎㅎ
"사업자등록된 회사 없이도 공동의 이익(즐거움과 성과)를 위해 연대하여 작동하는 조직은 동작한다." 뭔가 하나의 이론같아요! 읽으면서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해오셨는지 느껴졌어요.. 원하는 모습, 스타일, 구조를 가진 그리고 수익성도 좋은 회사를 언젠가 꼭 만드실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저도 그런 회사에서 일하고 싶습니당ㅎㅎ
고민한다고 시간을 다 보내서...ㅎㅎ 남은 시간이 얼마 없긴 하지만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는데까지 움직여보려고요:) 사실 저 구조는 오로지 수익이 나야만 배분할 수 있는지라 그게 젤 풀어야할 숙제이긴 해요. 그래도 하다보면 언젠가 우리 모두 그렇게 일 하고 있겠죠? 긴 글 읽고 댓글 남겨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려요!!
꼭 성공하실거라고 믿어요!!!!응원하겠습니다!!
중반에 빵 터짐 군대 간다니 ... 조카가 군 제대할 때까지 버티는 사람으로써 시간이 부럽네요 그리고 제가 구독하던 유튜버인데 님도 보고 있었네요 신기하네 ㅋ 간간히 그분이 그 앱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큰 틀로 차근차근 움직이는가 보다 했는데 함 써보러 가야 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