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의 '글'자도 모르지만 시행착오를 줄이고 싶은 분들께 헌정하는 글
“이제 우리도 글로벌 나가야 하는데, 놀러 와요.”
저의 찐한 여정은 이용재 매스프레소 대표의 “놀러 와”로 시작되었습니다.
2018년 당시 매스프레소라는 신생 기업은 연남동의 아주 작은 사무실에 위치해 있었죠.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었던 연청색 빈백들과, 화장실에는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는 칫솔들과 언제 치웠는지 모를만큼 많은 커피들이 널부러져 있는, 컴퓨터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던 사무실.
누군가는 한편에서 열심히 철권을 하고 있고, 누군가는 언제 집에 갔는지 모르는 피곤한 얼굴로 열심히 코딩을 하고 있는 회사. 이것이 이 회사에 대한 제 첫 인상이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대학생 동아리방 같았던 이 회사가 서비스하고 있었던 ‘콴다’는 당시에 한국에서 십년이 넘게 사업을 해왔던 쟁쟁한 교육 대기업들을 제치고, 한국 학생들 4명 중 1명이 매달 쓰는 교육 서비스로 자리 잡고 있는 신기한 서비스였습니다. 대학생들이 만들어 온 신생 회사 치고는 꽤 무난하게 pre-A를 받고, 교육 앱 서비스 시장에서 독점적인 1위로서의 무서운 격차를 점점 만들어 가고 있는 회사였죠. 2018년 1월, 한 맥주집에서 처음 만난 이용재 대표의 반짝이는 눈망울과 교육에 미래에 대해서 열정적으로 말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회사, 매력 있어.
마침내 그가 “이거 글로벌로 펼쳐 줄 사람이 필요해”라고 제안을 해왔을 때, 저는 5초 만에 해설을 보여주는 프로덕트의 섹시함(당시에는 AI가 이렇게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분명 천지개벽할 만한 경험이었답니다!), 수학이라는 전세계적 보편성 등을 보았을 때 나도 뭐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프로덕트는 글로벌로 잘만 펼치면 될 친구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고도 꽤 오랜 기간동안 고민한 끝에, 드디어 매스프레소 글로벌 사업부를 만들러 이직을 하게 됩니다.
“이게 다인가요?”
2018년 11월. 첫 출근을 했는데, 글로벌은 아무 것도 없었어요.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유저가 말 그대로 ‘0명’이었죠. 준비된 것은 일본어로 현지화된 껍데기 앱 하나. 그리고 일본어 운영을 맡아줄 그날 첫 출근한 알바생 1명. 그닥 큰 기대를 하지도 않았지만 예상보다 정말 아무 것도 없었던 상황에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당시에 팀을 리딩해보는 것도 처음이었고, 사람을 어떻게, 어디에서 뽑아야 할지, 일본의 교육 시스템은 커녕 일본어도 못하는 상황에서 시장 진출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목표는 어떻게 짜야 하는지, B2C 양면 플랫폼에서 공급자와 수요자는 각각 어떤 비율로 모아야 하는지. 그전에도 글로벌 사업을 하는 회사에서 B2B 영업을 했었고, 아무 것도 없는 땅에서 신사업을 기획하고 만들어 내는 역할을 했었지만, 그때는 훌륭한 사수라도 있었거든요. 든든한 뒷배가 있었죠.
이 회사에서는 대표도, 아니 이 시장에서 누구도 잘 몰랐던 것을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듯이 하나씩 만들어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이 글로벌 진출의 성과에 따라 Series B를 받아야 하는 책임을 지고 있었으니, 얼마나 두려웠을까요?
마음을 가다듬고, 하나씩 해 나갑니다.
우선 바로 그 다음 주에, 마케팅 팀이 없는 회사에, 그동안 가장 똑똑하다고 생각했고 함께 일하고 싶었던 후배를 마케팅 팀장님으로 모셔 왔습니다(나부터 살아야 했으니까요. 그 친구 출근 첫 날부터 새벽 2시에 같이 퇴근했던 게 생각납니다..) 그리고 출근한지 2주 후에는 껍데기만 일본어로 번역되어 있었던 앱을 드디어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에 올려서 ‘런칭’을 하게 됩니다.
물론 아무 유저도 들어오지 않았죠. 당연하죠. 들어올 리가요. 콴다의 선생님 앱은 한국에서는 이미 대학생의 대부분은 아는 용돈벌이 앱이었지만, 일본에서는 번역도 서툴고 UI도 일본에 맞게 되어 있지 않은, 말그대로 아무도 안 쓰는 그냥 생초짜 앱이었던 것입니다.
“To be honest, the Japanese in this app is kinda trash.”
그때부터 도쿄대, 오사카대, 리츠메이칸대 등 일본 명문대 학생들한테 콜드 메시지를 보냈다가 싹다 씹혀 보기도 하고, 일본이 아닌 한국의 오피스에서 도와줄 사람이 필요해서 한국 일본인 학교에 공문을 보냈다가 처참하게 씹히고 발을 동동 굴렀던 기억도 납니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만났었던 파트너사 일본인 지인에게 2년만에 연락을 해서, “Hi Yuka, how have you been, long time no talk”이라는 어색한 인사와 함께, 대뜸 앱을 보내서 이게 우리가 이번에 런칭한 앱인지 진정한 일본인의 시각에서 이 앱을 평가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받은 답변은, “To be honest, the Japanese in this app is kinda trash.”
부끄러워서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했지만, 솔직하게 말해줘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덕분에 더 많은 유저들이 보기 전에, 눈물을 머금고 번역을 처음부터 다 뒤집어 엎었거든요.
영어나 간단한 수학문제처럼 대응할 수 있는 문제는 점심시간에도 회사 쇼파에 쪼그려 앉아 문제가 올라오면 풀고, 대답해줬습니다. 앱 안에서의 더 빠른 상호작용을 책임지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었습니다. 그렇게 일본 앱은 조금 조금씩 유저가 늘기 시작했고, '적어도 누군가는 쓰는' 레벨까지 올라 갔습니다. 아주 초보적인 첫 단계를 그렇게, 그렇게 겨우 넘겼습니다.
이제 일본을 좀 한숨 놓나 싶었더니, 다음 달에는 갑자기 경쟁사에서 전세계를 타겟팅한 앱을 내놓았습니다. 프린스턴 리뷰라는 엄청난 교육계의 전통적인 강자를 인수한 회사이기도 했죠. 당시에 우리는 작디 작은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불과했는데, 갑자기 골리앗이 싸움을 걸어 온 것입니다. 아니, 우리 같은 다윗이 있는지도 몰랐던 골리앗이었죠. 날짜도 기억이 납니다. 2019년 1월 1일. 새해를 맞아 팀장들끼리 한달에 한번은 다같이 모여 저녁이라도 먹으면서 즐거운 이야기를 하자는 날이었는데, 첫 모임부터 대표가 한껏 우울한 표정으로 우리 이제 큰일 났다고 이야기하니까 있던 힘도 다 빠져 버렸습니다. 일본에서 겨우 한 단계 넘겼는데, 이제는 전세계에서? 그리고 '스타트업답게' 곧바로 그 주부터 영어 앱 런칭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제발! 아무런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에서 영어 앱에 들어가는 컨텐츠를 수급하기 위해 난생 본적도 없는 몇백 명의 인도인들에게 링크드인으로, 메일로 구구절절 프로젝트 설명을 하면서 사람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2019년 겨울은 300명이 넘는 인도인들과 밤낮 없이 연락을 주고 받았던 정말 끔찍했던 나날들로 기억이 됩니다. 새벽에도 문의가 들어 오고, 결과물 퀄리티 체크하고, 피드백 주고. 그걸 말그대로 24시간 했던, 저녁 먹는 시간도 없어서 허둥대던 나날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어찌 저찌 한두달만에 컨텐츠 수급을 마치고, 영어 앱을 런칭을 하게 됩니다.
별의별 일들이 많았던 소동과 같았던 4달동안 글로벌팀, 마케팅팀, 컨텐츠팀 모두 학생들을 열심히 모아오고, 선생님도 열심히 모아오고, 핵심이었던 수학 문제 검색에서의 검색성공률이 슬금슬금 오르자, 조금씩 마중물 마케팅을 틀어 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2019년 3월 초, 드디어 질문 답변 서비스라는 베타 딱지를 떼고 일본의 검색 서비스로 제품을 전환시켰던 그 주에 콴다는 일본 iOS와 안드로이드 차트 모두에서 1위를 달성하게 됩니다. 모든 것을 다 처음 해봤던 우리 모두는 이게 글로벌로도 먹힐까 의심 반 확신 반으로 미친듯이 달렸는데, 글로벌에서 같은 니즈가 있고 콴다가 그 문제를 아주 잘 풀어낼 수도 있다는 것을 확인한 첫 사례였기에 매우 뜻 깊은 성과였죠.
그 뒤, 콴다는 계속해서 역사를 쓰게 됩니다. 2019년 1분기, 트래픽으로도 일본 학생들이 가장 많이 쓰는 앱이 되고, 2019년 12월 베트남 1위 달성, 2020년 6월 태국 1위 달성, 2020년 11월 인도네시아 1위 달성, 그리고 스페인어로는 남미의 여러 국가들에 동시다발적으로 1위를 해서 어느 국가가 있는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한국에서만 서비스 하고 있었던 콴다는 MAU(Monthly Active User; 월간 활성 사용자)로는 2023년 기준 전세계 1500만명의 학생들이 매달 쓰는 서비스가 되었습니다.
이 책을 쓰게 된 이유, 똑같은 시행착오 제발 그만
이 책은 다짜고짜 한번도 나가보지 못한 국가들에 진출해야 하는 스타트업 대표님들과 실무자들을 위해 쓰였습니다.
마치 몇 년 전의 제가 당도했던 그 막막함을 상상하면서요. 왠지 한국 시장만은 작은 것 같고, 글로벌 시대에 더 큰 시장을 타겟해야 될 것만 같은 분위기에서, 도대체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것입니다. 또한 전세계 유동성 파티가 끝나고 차갑게 가라앉은 지금, 대규모 투자금도 없는 상황에서 찔끔찔끔 생면 부지의 국가에서 유저를 키워 나갈 생각을 하니 막막할 것입니다.
● 우리 프로덕트가 글로벌 진출을 위해 적합한 앱이 맞을까?
● 어느 국가에 먼저 진출해야 좋을까?
● 시장 조사를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 우리 회사 돈 없는데 마케팅 비용은 얼마나 들까?
● 영어도 잘 못하는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 일본에 한번도 가보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일본 시장을 뚫을까?
● 외국 사람들은 얼마나 채용해야 하는 걸까? 소통은 어떻게 할까?
● 투자사가 ~카더라 통신을 자꾸 쏴대는데, 도대체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
이밖에도 수많은 걱정들이 앞서실 겁니다. 혹은 이미 다짜고짜 몇 나라를 찍고 나가봤는데, 돈만 많이 들고 영 전략을 잘못 짠 것 같아 아뿔사 하고 있는 리더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주변의 스타트업계 대표님들, 팀장님들, 실무자분들을 만나면서 글로벌은 나가야겠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모든 것에 공통된 답이 있지는 않지만, 첫 진출 국가를 어떻게 정하는지, 시장조사는 어떻게 하는지, 시장조사를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앱을 처음 런칭했을 때 린하게 이 시장에서의 성공지표를 어떻게 선정하고 파악하는지 등등 각 분야마다 다양하지만,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는 공통적인 영역들이 있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아무 것도 모른 상태에서 시작했습니다. 글로벌 유저가 0일 때부터 유저 한 명, 한 명 이야기해가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글로벌 팀원이 0명일 때부터 귀한 인재 한 분, 한 분 모셔 가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아, 그때 이걸 알았더라면 우리 회사가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었을텐데', ‘아, 그때 이걸 알았더라면 그 고생을 안했을텐데'라고 생각 드는 노하우들이 10여년동안 많이 쌓였습니다. 몇십 명이 넘는 리더들과의 고민을 같이 해보면서, 어쩌면 더 많은 분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고,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을 얻게 되어서 이 컨텐츠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똑같은 시행착오는 이제 제발 그만하고, 한국의 똑똑한 인재들이 해외에서도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에서 비법서를 한 줄씩 써내려가 보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무료 챕터의 일부분을 발췌한 글입니다. 앞으로 아티클로 더 많은 내용들을 하나씩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한번에 책의 전체 내용을 더 읽고 싶은신 분은 아래의 링크를 눌러 책의 전체 내용을 열람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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