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꼭 힘들어야하나?
사업을 한다는건.. 유리를 씹으며 암흑 속을 들여다보는 기분과 유사하죠

이게 전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사람이 한 말이다.
그렇다. 창업 졸라 힘들다.
나도 창업을 했던 지난 2년반을 돌아보면 행복했던 순간들보다 불안하고, 외롭고,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지치는 순간들이 훨씬 많았던 거 같다. 한숨이 푹푹 나오고, 회의 때마다 두려웠다. '나도 모르겠는데 나는 팀원들에게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하지?'
친구가 취직한다고 했을 때, 너무나도 달콤해보였다. '아, 이 책임감에서 해방받고 돈 300만원씩 받을 수 있으면 그건 진짜 천국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대표들과 이야기해보면 진짜 서로 짠 것도 아닌데 하는 말이 단어 하나 토씨 하나 안틀리고 똑같이 말한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걸 하고 있는가 싶더라고.
이러다가 진짜 죽겠다 싶더라고. 아니 진짜 디질 거 같다니깐?
그냥 혼자 펑펑 울었어.
반면에,
나 지금 너무 행복해!
라고 말하는 대표는 진짜 보기 드물다.
왜 그럴까? 분명 다 본인에게 최고의 행복을 가져다줄거라고 생각해서 시작했을텐데..
힘든 건 당연한거야
대표는 괴로워야돼요. 대표는 죽을만큼 힘들어야해요.
요새 한창 번창 중이신 대표님이 하신 말이다. 대표는 모든 걸 희생해야하기 때문에 힘들다. 하지만 그 희생의 반도 사람들은 알 수가 없으며 수반하는 고통은 절대 모른다. 대표는 고통을 표현하는 거 자체가 팀에게 피해라고 생각을 해서 대부분 표현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극도로 외롭다.
보상이 크기 때문에 더 힘들어도 돼.
사업을 하면 확실히 말도 안되는 부와 명예, 그리고 사회적인 임팩트를 낼 수 있는 기회이며 이 모든 과정을 훌륭한 동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즐거운 모험도 기다리고 있다. 낮은 확률을 감안하더라도 사업이 잘 되었을 때 따라오는 보상은 엄청나게 매력적이다. 대신 업사이드가 큰 만큼, 다운사이드도 말도 안되게 크다. 하지만 세상의 이치인 걸 어떡하겠나.
40시간으로 위대한 일 못합니다. 80시간 해야돼요.
80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안와서 계산을 해본적이 있다.
하루에 12시간. 주 7일. 오전 9시에 출근해서 밤 11시에 퇴근한다.(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그러면 일요일은 기분좋게 저녁 7시에 퇴근해서 집가서 영화 한 편 볼 수 있다.
친구, 가족, 애인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는 생활이 주 80시간이다. 그냥 말그대로 밥먹고 일만하는 건데, 이렇게 해야한다고 생각했었다. 게다가 성과도 없으니, 더 조급한 마음에 더욱 시간을 몰아서 쓰게 되면서 얼굴에서는 웃음기가 점점 사라졌었다.
근데.. 꼭 힘들어야하나?
대표는 꼭 다 희생해야하나? 창업가는 꼭 주 80시간씩 일해야하나? 죽을만큼 아파야만 하나?
노력과 희생으로 결국에 성공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정말 멋지다. 낭만이 있다. 근데 그렇지 않고 성공한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그들의 스토리는 그만큼 재밌지 않기 때문에, 낭만이 넘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많이 알려지지 않는다.
나는 힘들려고 창업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그런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내가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며 재밌게 살기 위해 하는 것이다.
돈이 너무 없어서 불행하다면 월급을 더 가져가자.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못보내서 우울하다면 주말에는 온전히 쉬며 친구와 가족과 시간을 보내자.
재미 없다고 느껴지면 하지 말자.
팀원들과 진짜 더 인간적인 관계를 쌓아가자.
글로벌 진출을 빌미로 해외에 나가자.
마케팅을 빌미로 또라이짓도 해보자.
그리고 난 정말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난 고통을 무한으로 견딜 수 있는 강철 인간이 아니다. 내가 무너지면 결국 비전이고 뭐고도 없는거다. 정말 그 비전을 이루고 싶다면, 그 비전을 실현시키는 엔진인 나 자신을 잘 보살피자. 10년은 열심히 달려줘야한다.
속도보다는 지속가능함에 가치를 두고 긴 호흡으로 가보려고 한다. 토끼보다는 거북이가 되자. 꾸준하기만 하면 분명 가치있는 걸 만들어낼 수 있다.
최근에 어떤 식으로 창업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이 많아 글로 남겨봤는데 나중에 돌아봐도 재밌을 거 같다 😁
100일챌린지#015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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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은 자아 실현, 자기 표현,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인 것 같습니다 ㅎㅎ 사람들마다 다를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고 성공한 사람들"에 대한 예시가 있을까요?
요새 bootstrapped business 라는 개념에 관심이 많아졌는데, 대부분 혼자, 투자 받지 않고 창업을 하는 개념입니다. 많이는 모르지만 Pieter Levels라는 사람의 스토리는 굉장히 흥미롭더라고요! https://twitter.com/levelsio?ref=levels.io
열심히 할수록 자아를 관조적으로-v
글 잘 읽었습니다. 제가 창업 처음할 때 했던 고민들이네요. 저도 이것 저것 해보면서 워라밸 유지하면서 행복하게 사업하는 방법을 현재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욕심을 많이 내려놓고.ㅎㅎㅎ 그래도 대기업 다니는만큼 벌면서 회사업무와 개인생활 균형 이루는 것에 포커스 두니 나름 행복합니다. 저희회사가 bootstrapped business 모토로 합니다. 해외에는 많이 쓰는 용어인데 국내는 쓰신 분 처음 봐서 댓글답니다.^^
오 bootstrapped business를 모토로 하시는군요 어떤 회사인지 궁금하네요! 저도 그런 방향을 추구하고 있어요. 사업을 하면서 균형을 잘 찾으신 거 같다니 대단하시네요ㅎㅎ 나중에 한 수 배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