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을 예술로 만드는 법" 적용기
오늘 트레바리 번개 모임이 있었다.
"모임을 예술로 만드는 방법" 이라는 책을 읽고 있어서, 거기 나오는 방법들을 최대한 적용해봤다.
그리고 모임을 끝나고 한분이 이야기해줬다.
"3시간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다. 정말 재밌었다. "
오랜만에 나도 정말 재밌었어서.. 내가 신경쓴부분들과 느낀점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1/ 배경
트레바리를 해보면 모임이 지날 수록 참여자의 숫자가 점점 줄어든다.
( 트레바리는 한달에 1권의 책을읽고 1번의 책모임, 1번의 번개모임을 진행한다. )
월 1회 이루어지는 번개도 그에따라 인기가 시들해지고,
저번에 진행되었던 번개는 사람들의 열정이 떨어짐과 번개주최자의 시간부족으로 번개모임이 파했다.
그런 분위기에서 다음 번개를 진행할 사람으로 내가 지목되었고
이왕에 하게된거 "모임을 예술로 만드는 법" 을 하나하나 적용해서 모임을 한번 열어보자 라고 마음먹었다.
사람을 많이 모으기보단, 모인사람들이 시간 아깝지않고 즐거운 모임을 만드는게 목표였다.
2/ "모임을 예술로 만드는 방법" 적용해보기
트레바리의 슬로건은 세상을 더 지적으로, 사람들을 더 친하게 이다.
책은 잘 읽고 있고 지적이게 되고 있는 것 같은데, 서로 친해지지 못한것 같은 느낌이 강했다.
3달동안 3번의 모임이 진행되었지만 아직 서로 가면을 쓰고 있는 사람들에게.
모여서 가면을 벗고 조금더 자기 얘기를 하고 서로 이해하는 시간을 통해 조금더 친해지자고 이야기 하고 싶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솔직하고.. "장황하게" 적었다. ( 다시봐도 길다..)
근데 트레바리에서 책만 읽는데, 책으로만 한정하면 조금 심심할 것 같아서, 책과, 경험, 문화로 확장해서 다시 공유했다.
여기까지 했는데 반응이 없다. 뻘쭘하고 부끄럽고 그랬다...
두번째. 목적에 맞게 버리기 ( 어디서 모이고 누구를 초대할 것인가)
공간은 작은 인원이 모여서 모두가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는, 그리고 진솔한 이야기를 하기에 적합한 분위기가 형성되는 곳을 찾았다. 그리고 동대문에 차차티클럽 이라는 멋있는 공간이 있었다.
평일에는 예약제로 운영되고, 주말에는 1시부터 그냥 운영되는데, 전화했을때, 주말에는 대기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했다. 그래서 12시 쯤에 먼저가서 기다리기로하고 여기로 정했다.
여기는 4인 테이블씩 이용 할 수있어서 인원은 호기롭게 8명 이하로 제한했다. ( 그리고 총 5명이 신청, 그중 한분이 감기때문에 못오시고, 나를 포함해 5명이 모임을 진행하게되었다. )
모임 공지를 통해 식사는 하고 와서 차만 마시며 이야기를 할 것이며, 서로 진솔한 이야기를 하며 친해지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을 꽤 열심히 강조해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들로 모임에 살짝 허들을 주었다.
이부분이 가장 신경을 많이썼다. 나는 보통 태평한 호스트였어서, 이번에는 규칙을 만들고, 그것을 지켜나가기 위해 권력을 쥐고 있으려 노력했다.
내가 신경썼던 부분은
1/ 시간 조절.
처음 30분정도 차를 마시며 이야기, 그리고 '모임의 시작을 알리는 첫마디' 이후 사진을 보며 진솔한 이야기를 하고 총 이야기시간은 2시간~3시간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2/ 이야기 방식
사전에 요청한 사진들을 인화해왔는데, 그 사진들을 뒷면으로 놔두고, 하나씩 꺼내가며 그사진에 대해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했다. 사진은 "지금의 나에게 가장 영향을준" 혹은 "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 두가지 주제중 하나로 한명당 2장~ 6장씩 사전에 나에게 보내준 사진들 이었다. 이야기가 끝나면 다음 사진을 넘겨서 다음 사람에게 이야기가 넘어간다.
3/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너무 세지 않도록.
모임의 목적에 충실하도록, 사진의 내용과 너무 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진솔한 이야기들을 말할 수있도록 사진에 대한 질문을 계속 했다. 하지만 너무 재미있는 이야기라 다들 이야기에 매료되어있을때는 그대로 두었다.
그냥 무작위로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인화해온 사진을 따라서 이야기를 전개했다. "현재의 나를 만들어준 경험, 문화 한조각", 그리고 "가장 행복했던 순간" 을 떠올리게 하는 사진들을 보며 사진의 주인은 그때의 이야기를 하며 그때를 떠올렸다. 그리고 모임원들은 순간이지만 그사람의 그 순간을 상상하며 함께하는 기분을 느낀다.
이부분도 정말 신경을 많이썼다. 나는 누구를 만나기로 해도 날짜와 장소가 정해지면, 만나기 직전까지 한마디도 안하는 그런 사람이어서.. 이장을 읽으면서 많이 찔렸었는데, 만나기전에 기대감을 높히기 위해 노력을 많이했다. 그리고.. 효과가 있어보였다! (그리고 나도 조금 재밌었다.)
( 인화된 사진의 뒷면을 공개해서 오는 길에 기대감을 가졌으면 했다! )
이름은 번개의 이름은 "지금의 나에게 영향을 끼친 경험, 문화 한조각 나누기" 로 정했다.
내가 생각한 모임의 시작을 알리는 첫 순간은 처음 30분 자유로운 이야기를 하다가 "인쇄해온 사진을 꺼낸 순간" 이었다. 사진을 꺼내면서, 이 사진들은 "지금 내게 큰 영향을 끼친 경험과 문화한조각" 그리고 "내가 가장 행복한 순간" 을 주제로 받은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 나의 첫번째 사진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릴적 시골에 살았던 사진을 공유하면서 내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이야기했다.
사실 이야기가 되게 빨리 끊어졌는데..(진솔한 이야기를 길게하기가 항상 쉽지가 않다) 다행히 한분이 더 할 이야기가 없냐고 물어봐주셔서 조금더 진솔하게 이야기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아쉬운점은, 처음 모임을 모집할때 부터 "사진을 2장이상씩 보내줄 것" 을 말했어야 했는데, 나중에 생각난거라 미리 말하지 못해서, 처음 사진을 받기가 쉽지않았다.
3/ 마무리
그리고 3시 반쯤에 4시에 모임을 마칠것이라 말하고
4시에 이야기가 재밌게 이어지고 있었지만, 마무리를 했다.
아직 읽지 않은 부분이지만, "제발 나와 헤어져줘" 라는 파트가 있는데, 모임의 기억은 처음과 끝이 크게 차지해서, 마무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임이 즐거워서 조금은 아쉬울때, 끊고 헤어지기로 마음먹었다.
실제로 즐거울 때 끊으니, 나도 모임에 대한 기억이 즐겁게 남았다.
처음에 번개모임일 뿐인데 장문의 카톡을 쓰면서 "이렇게까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사진을 인화하면서도 "진짜 이렇게 까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게 했더니 모임 3시간의 질이 정말 너무 좋았다.
모임원들도 다들 너무 재미있었다고 이야기하며, 마지막엔 인스타를 서로 팔로우하고 마무리했다.
4/ ??? 북클럽
그리고 차차티클럽 공간이 아늑하고 너무 좋았어서,
여기서 가볍게 "??? 북클럽" 을 시작해볼까 싶다.
메이커들이 매주 4~5명씩 모여서 각자가 관심있는 분야의 읽은 책을 가져오고
"그 주의 사진" 혹은 "나에게 영향을 끼친 경험, 문화한조각" 사진 , "행복했던 사진" 같은 주제로 사진을 들고와서 책이야기와 자신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면 어떨까
그러면서 조금더 어떤 북클럽을 만들어보면 좋을지 생각도하고, 북클럽에 잠재적으로 관심 있는 사람들과 친해지면 좋을 것 같다.
5/ 마음을 열자.
그리고.. 논외지만,
이번모임은 다른 사람에게 조금더 마음을 열어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우리는 보통 다른 사람을 어떤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본다.
하지만 정말 그냥 이야기를 한번 해보면 그런 선입견의 80% 정도는 틀린 것 같다.
예를들면 트레바리에서 별로 말을 많이 안하시고 속초에서 프랜차이즈 안경점을 하신다는 분이 계셨는데, 나는 선입견으로 그분과의 대화에서 공감할만한 부분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얘기를 통해서 그분의 이야기가 너무 재밌었고, 그분이 하시는 고민과 이야기에 정말 공감이 많이 되었다. 속초에서 하시는 안경점이 어디인지 지도에 찍어두기까지 했다. 언제 놀러가면 들를지도 모르겠다.
어떤 한분은 뉴욕에서 두번째 대학교를 다니면서 했던 경험들을 이야기해주는데, 내가 하지 못했던 경험들을 상상하니 너무 흥미로웠다. 그 전엔 그분은 나에게 그냥 디자인 하시는 분이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주제로 뉴스레터를 작성하신다는 분은 "차 문화" 에 관심이 많아서 오늘의 집을 통해 "차와 책" 을 페어링 한 어떤 서비스를 진행해보신다고 하셨다. 베타 테스트라길래 얼른 참석예약을 했다.
또 한 패션디자이너는 강화도 출신이시고 고양이를 정말 너무 좋아하며, 무려 6남매의 3째라는 엄청난 사실들을 알게되었다.
정말 세상에는 너무 재밌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이 모두 더 많이 연결되어서 서로가 진짜 재밌다는걸 알았으면 좋겠다.
동네에 내 책방을 만들고 주변사람들과 책과 이야기를 나누는 서비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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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요즘 메로 뽑아내시는 속도가 장난 아니네요 ㄷㄷ ??? 북클럽은 언제 시작하시나요 ㅋㅋ
메로 너무재밌어요..🔥 북클럽 가볍게 빠르게 시작해볼까 고민중입니다 ㅎㅎ
오..! 기대됩니다! 아 맞다 영진님 컬렉터 클럽 가입사도 가볍게 부탁드려요 ㅋㅋㅋ
아 네!! 곧 컬렉터클럽 인사드리겠습니다 ㅋㅋㅋ
오 저는 오늘 트레바리에서 아티스트 웨이 라는 책 모임이 있는데 ㅋㅋ 예술가의 길에 얼마나 많은 관심들이 있을지 기대가 되더라구요 모임은 어떤 분들이 모이느냐가 넘 중욧한 것 같아요~!
오 오늘 트레바리 가시는군요 ㅎㅎ 반갑습니다! 즐거운 시간 되시길 😊
퍼플클립도 모임이 시작하면 참여해 보고 싶네요!
북클럽 열게되면 꼭 참석해주세요 ㅎㅎㅎ 👍
훌륭한 모더레이터가 되어가고 계시군요!! 저도 영진님께 많이 배우겠습니다 :)
네 감사합니다! 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