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에 관한 결과론적일지도 모르는 고민
실패는 인생 전체에서 몸에 익히는 것
저는 야구를 좋아합니다. 웬만하면 직접 하는 편입니다. 저는 타석에서 공을 맞아봤기에 선수들이 얼마나 아픈 줄 알았고 왜 멀쩡한 공을 치지 못하는지도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공을 던지다 팔이고 목이고 온 몸이 아픈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파봤기에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몸을 충분히 풀고 관리해줘야겠다는 생각 또한 할 수 있었습니다.
네, 저는 겪어봐야 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얼마나 아픈 줄 알아야 다시는 아플 짓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실패하기 때문에 도전조차 안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되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하나씩 제거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시험지에서 답을 모를 때 가장 아닌것부터 하나씩 소거하여 답을 찾아내는 것 처럼요. 무엇이 잘 될지 모르는, 앞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세상을 바꾸는 도전을 하는 우리들에게는 참으로 중요한 요소라 생각합니다.
프로젝트 종료는 맞는 선택이였나?
이번 실패에 내가 크게 타격을 받았나 싶을 정도로 저는 멀쩡합니다. 오히려 내가 진심으로 임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물론 이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지난 3년보다 급격히 성장한 디자인과 꼼꼼히 해놨던 기록들이 제가 진심이였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렇다면 내가 이렇게 무덤덤하고 냉정하게 실패를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봤습니다.
담임 선생님께서 학기 초 저에게 꿈이 뭐냐고 질문하셨을때 지금 이러한 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 드렸습니다. 스타트업의 빠른 도전과 실패를 설명 드렸을때 "될때까지 뚝심있게 해야지! 왜 포기하고 그래."라고 말하셨죠. 레디쉬처럼 오래 버티다가 결국 성공한 프로덕트들을 유심히 봐 왔습니다. 그렇기에 사실 피봇팅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습니다. 감정을 빼고 본다고 했을 때 실패를 인정하고 빠르게 전환하는게 맞는 것인지, 뚝심있게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게 맞는 것인지 너무나도 헷갈렸습니다. 그리고 이게 모두에게 똑같지 않으며 단지 결과론적인 조언일 뿐이라는 생각에 뭔가를 포기할지 밀고 나갈지 선택하는 기로에서 머리가 많이 아팠습니다. 물론 방향이 잘못 되었다면 바꿔야하죠. 그런데 과학에는 이런말이 있답니다. 있다고 말할 순 있지만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철저히 발견과 경험에 기반하는 과학에서는 아직 발견 못했을 뿐 어디엔가 있을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였습니다. 방향이 맞든 안맞든 결국 우리가 그 끝을 보지 못했을 뿐 틀린 방향이란건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위의 선생님 말씀처럼 너무 쉽게 포기하는 건 아닌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한건지도 의심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 프로젝트 종료를 선언한 것은 제가 좋아하는 스타트업의 가장 큰 특징이 유연함이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오늘 접었다가 내일 다시 "이게 맞았구나!" 하고 돌아와도 아무 문제없는, 오히려 그게 정상인, 어릴때부터 왜 이렇게는 안될까 궁금했고 되었으면 좋겠다 꿈꿔왔던 일하는 방식이였기에 저는 이번에 또한번 프로젝트를 종료하면서 그 가치를 지켜보고자 했습니다. 제가 지금 행동하는 방법은 앞으로 팀에게 크게 영향을 주게 될것이 분명하니까요.
단호하게 도전하고 실패할 수 있도록 돕는 개인적인 생각
예전에는 성 불평등이 당연했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말이죠. 지금 그러면 안됩니다) 인종간의 차별도 당연시 했고 노예도 있었습니다. (이것도 아주 오오오래전 일이죠)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시대 사람들이 자신의 시대가 완결한 답에 가까워 졌다고 늘 생각했듯이 우리도 그런 착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민주주의가 옳은 시스템이라고 믿는 것 처럼요. 하지만 민주주의도 문제점을 노출하죠.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로 가자는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 우리는 문제점을 보완해나갈건데 지금으로써는 그것이 어느 형태일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거죠. 인류의 전체 역사를 봤을때 그시대에 믿어지는 통념만 있을 뿐 답은 없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제 이게 맞았는데 오늘 이게 아닐수도 있는거죠. 이렇게 답이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실패에 무덤덤해지는 것 같습니다.
뭔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관통할 만한 포인트를 찾지 못하는 바람에 그냥 한 메이커로그에 때려박았습니다. 저처럼 뚝심있게 계속하는 것과 냉정하게 포기를 인정하는 것 사이 어느것이 맞는지에 대해 비슷한 고민을 하신 분들이 계신가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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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집니다! 저는 강의실에서 이론을 배우고 외우는 것보다 직접 만들어나가면서 하나하나 배우는 Learning by doing을 좋아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안 해보고는 모르는 거니까요. 뭔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몰입하고 노력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제일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준서님의 글을 읽으면서 엄청 똑똑하신 분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지금 써주신 글 너머에 깊은 생각과 경험이 담겨있다는 게 느껴져요. 다 풀어내 주세요! 그게 프로덕트가 되었던 글이 되었던 유튜브 영상이 되었던 다 올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해 주세요! 멋진 동료를 얼른 찾으실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저는 가슴이 따르는 데로 결정하고, 실행과 평가는 머리로 합니다. 하고 싶은 걸 하되, 똑똑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어쩔 때는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할 때도 있고, 빠르게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엇이 맞는지는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모르는 것입니다. 끝까지 하면 될 일을 중간에 포기하는 것도 어리석지만, 안될 일을 끝까지 붙잡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로 어리석다고 할 수 있겠죠. 보통은 이게 될지 안될지로 판단하겠지만 그걸 정말 모르겠다면 그냥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될거 같습니다. 실패를 하더라도, 혹시나 안될거 같아도 그래도 이건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라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할 수 있을테니까요.
예전에 봤던 에어비앤비 창업가 인터뷰 중 초반에 성과도 없고 힘든 시기가 지속될 때도 주위에 에어비앤비 아이디어에 대해 설명할 때면 계속 하고싶은 에너지가 솟아나면서 쉽게 그만두질 못했다고 해요. 무언갈 뚝심있게 지속하는 게 “이렇게 하는게 답이야!”라고 생각해서 버티는 거라기보단 자연스럽게 계속 끌려서 돌아오게 되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