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같이 하고싶은 사람
1년 넘는 시간을 들였지만 결국 이전과 같은 이유로 프로덕트 개발에 실패했습니다. 목표한 기간에 맞추어서 개발을 완료하지 못했습니다. 더 오래 버텨봐야 안다고 하실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불가피한 마감기한이란게 있었기 때문에 더욱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어린 시절부터 공부던 숙제던 남들과 같은 시간이 주어진다면 그 시간내에 다 못해내던 기억들이 납니다. 심지어 가장 열심히,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썼던건 저였는데 말이죠. 분명 불가능한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 세상에서 누구나 무한한 기회와 시간을 부여받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언젠간 성공시키는 것이 아닌 제한된 시간과 여건 속에서 성공시키는 능력을 가져야 합니다. 이것은 메이커로서 뿐만 아니라 인생의 모든 분야에서 마찬가지입니다. 가르쳐주지 않아도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이미 아는 것도, 남들이 다 치고 나갈 때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배우는데 시간을 들여야하는것도, 우리는 각자 다른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어렵게 합류시킨 팀원을 결국 떠나보냈습니다. 일이 잘 안되고, 시간 맞추기 힘들고, 한번 작업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그 와중에 활동하는 시간을 줄여야겠다는 말을 구구절절 준비해 온 팀원에게 고집스럽게 물어봤습니다.
"너가 하려고 하는 일의 목표도 공감하고 정말로 하고싶었다."
그 뿐이였습니다. 저는 이 일을 하면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고 제가 하고싶어하는 일을 같이 하도록 설득하는 위치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모든 고백은 받는 사람 입장에선 뜬금 없는 것이고 제가 하고싶은 일에 그들을 동참시키는 것 또한 그들의 인생에 아주 갑작스러우며 내가 생각하는 것 만큼 그들에게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늘 이해했습니다.
우리는 함께하는 사람을 리스팩할 수 있다면 그 환경과 상황을 후순위로 생각하곤 합니다. 설령 그것들이 무지 힘든 상황이더라도 그 고난과 역경을 버티며 나아갑니다.
팀원은 저에게 처음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들었을 때 정말로 설레고 기대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동기부여를 받았다고 말했음에도 우리의 실상은 한달이 넘게 영상하나 만들어올리기 힘들었습니다. 더군다나 말이 없었던 시간동안 서로는 목표의 교집합이 점점 멀어져 없어지고 있었단 것이였습니다. 완전 다른곳을 바라보고 있었던것이죠. 팀원에게 저는 함께하고 싶은, 스스로를 동기부여시켜줄 만한 리스팩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였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우리의 프로덕트 런칭 예정일은 지난해 6월이였습니다. 그 이후 8개월가량이 더 지났습니다. 디스콰이엇에 무언가 이정표를 남기러 들어올 때마다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이곳에 남기는건 글이였지만 디스콰이엇 사이트는 살아있는것처럼 자주 업데이트 되며 변화를 만들었습니다. 그들이 세상의 질문에 정답을 줬는지 오답을 줬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 팀이 이 사이트 위에 뭔가를 띄워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해 오늘 하루를 얼마나 열정적으로 보냈을지 상상이 갔습니다.
기나긴 시간을 돌아보면 저는 함께할 동료를 구하는데 소극적으로 임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중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묶여있는 아버지를 제외하면 제 곁에 남아있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습니다. 학생회장도 했었고, 야구팀 주장도 했었고, 반을 이끌고 여러가지 크고 작은 것들을 하면서 사람들이 원하는 성과로 리더쉽을 증명해왔다고 생각했지만, 저는 지금 아무도 함께하고싶지 않은 부끄러운 사람이 아닌가 다시 돌아보게 만듭니다.
메이저리그 야구팀 오클랜드 에슬레틱스가 머니볼 이론으로 정규시즌에서 162경기 전승을 해도 월드시리즈 마지막 경기를 이기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오클랜드의 빌리 빈 단장은 아직도 마지막 경기를 이기기 위해 에슬레틱스에 남아 고군분투 하고 있습니다. 제가 들어야 되는 말은 '너가 하는거 멋져보인다, 응원한다.' 가 아니라 그 다음에 와야되는 "같이 하고 싶다." 라는 말입니다. 저도 마지막 문장을 향해 아직까지 가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냉정하게 무언가 하고싶은 일이 있을때 그것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닙니다. 심지어 사회를 살아온, 자신들의 분야에서 어느정도 입지를 다져온 이들에게 저는 초보일 뿐입니다. 저는 이제 유능하고 열정적인 분들이 저와 함께하고 싶도록 만들어야하고 더이상 다른 부분이 아닌 문제를 오로지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 프로와 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줌으로써 신뢰를 만들어야합니다.
남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인가 늘 고민합니다. 이젠 세상의 문제를 풀기 전에 내가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고1 겨울,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시작했던 나와는 달라져야 할것입니다. 앞이 보이지 않았던 지난 2년을 다시는 반복하고싶지 않습니다.
다시 링 위에 올랐을 때는 싸움에서 지지않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여러분은 하고싶은 것들 모두 이루시길 바랍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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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sol Park
뜨거운 글 잘 읽었습니다. 왜 문제를 ‘오로지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셨나요??
물론 여럿이서 할 수 있으면 너무 좋죠^^ 그런데 여러명이 되려면 모이는 과정이 필요하고 같이 일을 하거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같이하는 사람이 최소한 문제 해결을 위한 역량이 있는지를 고려할것이라 생각했어요. 회사나 팀은 늘 최소한의 능력을 요구하는데 거꾸로 생각해보면 능력을 가진 사람들도 이 회사가 나와 함께할 만큼의 비전과 내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능력을 가졌는지 고려할 텐데말이죠. 저는 늘 1도 채우지 않고 0.7~0.8에서 자기만족을 했던 것 같아요. '오로지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적어도 1인분은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을 준다는 것이에요. 2나 3은 함께 어떻게든 해보면 될거 같다는 생각이 들려면 적어도 1을 해내는 사람을 만났을 때라고 생각했어요. 혼자 코딩도 하고 디자인도 하고 마케팅도 하고 그런 수준을 생각했다기 보단, 만약 리더라면 리더쉽부분에서 생기는 문제정도는 설령 추후에 도움받는 일이 생기더라도 "저사람 리더쉽 충분히 있네."라는 느낌을 줄 수 있을 정도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원했던 것 같아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면서 성장하는 것, 너무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변함은 없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내가 꿈꾸는 것, 나의 목표'를 '너의 목표'가 되도록 권유하는 입장이라면 최소한 믿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일 때 가능하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결국 돌고돌아 팀원이 목표에도 공감했는데 떠난다 하니 제 리더쉽이 부족하구나 하고 회고하는 글이였어요...ㅎ
정성스러운 답변 감사합니다 준서님. 준서님은 책임감이 정말 큰 분인 것 같아요! 너무 자책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새로운 시도를 하면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데 제가 뭐 여태까지 성공해낸 게 없어서 말에 무게가 전혀 실리지 않네요.
실패는 매번 해도 포기는 안해요! ㅎㅎ 시간도 얼마 안 남았고 지난 1년 생각해보니 더 잘하고 싶어 마음 다잡으려고 쓴 글이에요. 예전엔 이런건 혼자 생각하고 넘어갔다면 지금은 디스콰이엇같은 공간에 남길 수 있어서 좋네요. 종한님! 매번 이렇게 글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셔서 너무나도 감사드려요ㅠ 저에게 큰 힘이 되고 있어요!! 소셜미디어를 만들려고 하고 분석해 온 사람으로써 종한님이 하는 일이 정말로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껴요. 바다에 써 주신 글을 읽었어요. 디스콰이엇에 사람이 모인다면 종한님이 갈증을 느끼셨던 부분을 해결할 수 있을것이라 믿어요. 사람이 모이는 커뮤니티는 늘 힘을 가진답니다^^ 친구는 커녕 가족하고도 카톡 문자 전화 일절 안하고 사는 제가 여기 글쓰고 댓글 다는것처럼요...ㅎ 커뮤니티처럼 사람과 관련된 것들은 공식이 없어요. 무지 감각적이고 까다로운 일이죠. 그만큼 고민도 많이 필요하고요. 종한님 지금 너무 잘 하고 계세요! 개인적으로는 메이커타운같은 오프라인 만남들이 디스콰이엇의 실마리가 되어줄지도 모르겠네요. 커뮤니티로 가공할만한 힘을 만들어보세요! 💪 (Bada는 방치하는 일이 있더라도 완성시키고 군대갑니다 ㅎ)
준서님은 함께하고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그런 느낌이 있어요! 꼭 좋은 분과 다시 함께 하시게 될겁니다 ㅎㅎ ..군대 잘다녀오세요...
엇 군대... ㅋㅋㅋㅋ 정말 감사합니.ㅎㅎ 금방 돌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