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써] 거미줄로는 거미집을 못 만든다
'거미집'이 가치를 갖기 위해선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길을 가다 얼굴에 거미줄 한 가닥이 걸려 잔뜩 인상을 찌뿌리고 손으로 내 얼굴 앞 어딘가에 존재하지만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그' 영역을 마구 헤쳐본 경험을 통해서 뭐가 잘 지은 거미집인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거 같다. 오늘의 팀 대화 시간을 통해 짐작하건데 잘 지은 거미집이란 맥락은 팀 대화에도 적용될 점이 있어 보인다.
첫 번째 조건은 '위치'다. 나에게 작은 서프라이즈를 선물해준 그 거미는 -집으로 지은 것은 아닐 수도 있지만-위치를 꽤나 잘못 잡았다. 분명 그 아이가 먹고자 했던 것은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니 사람이 다니는 길목이 아니라 파리나 다른 곤충들이 지나다닐 나무 사이가 개발 지역으로 적당했을 것이다. 뭘 바라는지, 그러려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팀 대화에서도 우리가 이 대화를 통해 뭘 얻길 원하고 그러려면 어디서, 무엇을 기준으로 대화해야할 지 놓칠 때가 있다. 누군가는 파리를 원하고 누군가는 벌을 원한다. 뜬금없이 개미를 원하기도 한다. 그럴 때 팀의 기준과 관점이 절실해진다. 팀으로서 우리에게 중요한 건 뭘까? 아무리 나에게 중요한 것이더라도 그것이 팀의 기준과 전략에 맞게 정렬되어 있는 먼저 살피는 것이 중요하겠다.
두 번째 조건은 '엮음'이다. 내가 걸린 거미줄은 말 그대로 거미'줄'이었다. 촘촘히 엮여 있지도 않았고 그 넓이가 넓지도 않았다. 아무리 여러마리 거미가 모여서 거미줄을 뽑는다 한들 국수마냥 위에서 아래로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만 쭉 뽑아낸다면 그 집에는 어떤 결과물도 남지 않을 것이다. 각각의 거미줄이 교점을 가지고 엮일 때 비로소 거미집은 가치를 갖는다. 팀 대화를 진행할 때 종종 국수 같은 상황을 마주한다. 의견을 왔다갔다, 주고 받으며 교점을 찾고 다음 대화를 쌓아가는 대화가 아닌 돌아가면서 자기 생각만 뽑아내고 침묵이 흐르는 경우이다. 대개는 앞선 위치의 문제가 함께 작용한다. 어디에 집을 지어야 할 지 모르겠으니 각자 자기 집만 짓는 것이다. 그러니 대화를 엮기 위해선 위치의 정렬이 선행되어야 하는 듯하다. 그 후에 팀원 의견 간의 교점을 찾아 쌓아 올리는 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겠다.
정리하자면 같은 목적으로, 같은 기준을 두고 교점을 찾아가는 대화를 구성하는 것이 팀이 원하는 결과물을 얻게 하는 최소한의 조건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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