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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yd  Chang
Jayd Chang ·

IMF 때 돈을 쓸어 담은 '고물상' 이야기, 그리고 창업의 본질

안녕하세요, 창업자 여러분. 뜨거운 열정과 치열한 고민이 많은 이곳에 첫인사를 남깁니다.

저는 지난 45년 가까운 세월 동안 산업 현장 한가운데서 온갖 풍파를 겪어왔습니다. 기술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이 어느덧 세계 6대 강국으로 성장한 것을 보며 그 감회가 참으로 새롭습니다. 지금도 KTX를 탈 때면 '이걸 우리가 스스로 만들었다니!' 하며 가슴이 뭉클해지고 진한 감동이 밀려옵니다.

오늘 첫 글로는 어떤 마음가짐이 중요할까 고민하다가, "고물이 남는다"는 주제로 제가 직접 겪고 보았던 옛날이야기 하나를 꺼내볼까 합니다.

IMF의 비극 속, 진짜 '현금 부자'는 따로 있었다

시계를 1997년 11월 22일, 대한민국이 IMF 자금 지원을 받는 국가로 전락했던 때로 돌려보겠습니다. 은행이 무너지고, 튼실하던 제조업과 대기업들이 줄줄이 파산하던 캄캄한 시기였죠. 그런데 모두가 망해갈 때 오히려 큰돈을 벌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고물 장사'였습니다.

당시 천안 삼거리에 꽤 큰 고물상이 하나 있었습니다. 3사관학교 육군 대위 출신 사장님이었는데, 전역 후 딱히 할 일이 없어 남의 빈 땅을 빌려 인근 관공서나 기업에서 나오는 폐지를 수거하며 시작한 분이었습니다. 당시엔 단보루(골판지) 박스는 돈이 안 됐고, 한전이나 관공서에서 나오는 전산 프린트 용지(세금 고지서)가 돈이 꽤 됐습니다.

그럭저럭 고물상을 운영하던 중, 이분에게 기회가 찾아옵니다. 베트남의 중고 오토바이 수출상과 선이 닿은 겁니다. 그때부터 길거리에 버려진 폐오토바이를 닥치는 대로 수거해, 고장 난 상태 그대로 컨테이너에 실어 수출하며 큰돈을 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터진 것이 바로 IMF입니다. 천안 인근의 튼실했던 제조업체들이 줄도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장사가 잘될 때 앞다투어 들여놨던 수억 원짜리 고가의 리스 장비와 시험기들이 하루아침에 쇳덩어리 '고물'로 전락하여 고물상 사장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고물 업계의 철칙은 철저한 '현금 거래'입니다. 누가 고물을 외상으로 팔겠습니까?. 당시 그는 누구보다 현금을 넉넉히 보유한 '큰 손'이었던 겁니다.

인터넷이라고는 전화 모뎀에 연결해 TCP/IP를 잡고 웹브라우저를 띄워야 겨우 접속되던 초기 시대였습니다. 지금처럼 뻔한 중고 장비 매칭 온라인 거래는 상상도 못 하던 오프라인 시대였죠. 고물 수거책에게 중고 장비 거래상들이 제 발로 찾아왔고, 그는 사들인 기계들을 남미와 베트남 등지로 팔아넘겼습니다. 지금도 중고 장비나 고물, 폐금도금 기판 등은 여전히 돈이 됩니다.

재미있고도 조금 슬픈 사실은, 그렇게 큰돈을 번 이 고물상 사장님의 평생소원이 '제조업체 사장'이 되는 것이었다는 점입니다. 친구들과 골프를 치러 가서 샷 할 순서가 되면 친구들이 "사장"이라고 안 부르고, "야! 고물쟁이, 네 차례다!"라고 부르는 호칭이 너무 싫었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어였한 부자사장으로 친구들 골프비 다 내주는 사장인데도...그넘의 호칭 "고물쟁이"...

우리가 쫓는 것은 '화려한 혁신'인가, '생존의 본질'인가

우리는 보통 창업을 생각할 때 반짝이는 아이디어, 세상을 바꿀 거대한 혁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화려한 비즈니스 모델을 좇곤 합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현장에서 전략을 함께 고민하고 뼈대를 세우다 보면, 정작 기업을 생존하게 하고 성장시키는 결정적인 무기는 가장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바로 남들이 '고물'이라 부르며 지나치는, 하찮고 사소해 보이는 것들입니다. 우리가 하찮은 것을 귀하게 여겨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낡은 것처럼 들리는 고물 같은(꼰대소리) 뻔한 이야기가 빛나는 보석이 될 수도 있습니다.

버려진 피드백 속의 정답

고객이 무심코 던진 불만이나, 과거에 실패했던 기획서 구석에 적혀 있던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시장의 진짜 결핍(Pain point)을 짚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습니다.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했을 뿐입니다.

길가에 버려진 고물도 필요한 사람을 만나면 돈이 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듭니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들이 수익성이 없다고, 트렌드에 뒤처졌다고, 지나치게 사소하다고 무시한 시장과 아이템 속에 우리가 선점할 수 있는 진짜 '기회'가 숨어 있을지 모릅니다.

모든 창업자분들의 건승을 응원하며, 사소한 것에서 위대한 기회를 발견하는 하루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다음 글에서는 제가 필드에서 직접 부딪히며 겪었던 실패와 기업 생태계 이야기, [독점적 지위는 망한다, 공유해야 산다: IBM의 PS/2 PC와 SONY VTR BetaMAX는 왜 실패하였는가? 그리고 그들은 왜 지금도 헤매는가?]라는 소주제로 찾아뵙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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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아이템을 ‘새로움’보다 반복되는 불편과 거래 구조에서 찾는 관점이 인상적입니다. 지금 적용한다면 폐기물·재사용처럼 공급자는 처리비를 줄이고 구매자는 원가를 낮추는 양면의 이익을 먼저 숫자로 확인해 보는 방식이 유효하겠습니다.